R2에서 명멸해간 길드는 한 둘이 아니나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그렇게 사라져간 혹은 떠나간 길드들에
작별의 인사를 보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진다.

FS 길드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듣고나니 말이다.



R2 1차 클로즈베타 때 탄생된 플레임시커(FlameSeeker, FS)

신화와의 굵직한 전쟁을 치르며 블랙성의 맹주로 영원히 군림할 것 같았던 FS는
내부분열이 일어나며, 그림자를 주축으로 한 연합 길드에게
정신적 상징이었던 블랙성을 빼앗기고 만다.

이후 항상 단일을 추구했던 FS가 연합을 시도하면서까지 재기를 노렸으나
결국 실패하면서 전쟁에 사실상 패배. 이 맘때 길드 해체를 이미 선언한 바 있으니
이번 FS의 해체는 두 번째인 셈이다.

FS의 원년멤버들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고
1대 군주였던 비타민, 2대 군주였던 송대관 모두 게임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FS의 모습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2009년 3월 1일은
송대관 군주가 게임을 접으며 인벤에 글을 남긴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예전 기사들을 다시 꺼내들었는데

2006년 당시는 R2도 아직 안정된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때라 더 그랬겠지만
1서버 블랙성의 맹주 FS가 전쟁에 패배하고 해체하기까지의 과정은
분명 드라마틱한 부분이 있었다.

FS의 중요한 한 라인을 담당하고 있던 그림자 길마가 반FS의 기치를 내걸고 탈퇴했을 때
그림자 길마가 귓말로 '이제 곧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떠오른다.

당시 기자는 'FS의 내부분열'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 후 그림자를 주축으로 10연합이 결성되어 FS를 결국 무너뜨렸으니...


전쟁의 패배를 당시 FS는 깨끗이 승복할 수 없었는데
전황이 기울었던 상태에서도 FS는 계속해서 공성전에 참가해 성탈환을 노렸고
이상하게 그런 공성전마다 뭔가 하나씩 버그랄까 오류랄까 하는 게 생겨서
깔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FS가 더이상의 전투가 무의미하다고 선언한 것도
마지막 공성전, 종료를 몇 분 남기고 갑자기 서버가 다운된 다음
공성전 시간을 넘겨 다시 서버가 열리며 20분 간 연장공성이 공지되었던 때문.


이제는 다 옛날 일이다.





이후 벨켄 서버가 열리면서 다시 뭉친 FS는
유프리와의 긴 전쟁, 중립연합과의 전쟁, 신풍과의 전쟁 등 늘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실 벨켄 서버 초창기 후로는 FS에 별로 관심을 두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FS가 이번에 마지막으로 해체의 길을 선택했음을 듣고
때늦은 일말의 후회감이 밀려온 것도 사실이다.

R2의 역사에서 하나의 줄기를 끊임없이 그려온 어떤 길드에 대해 (FS뿐 아니라)
R2를 다루고 있는 본 기자의 활동이 너무 미미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FS의 성 점령 회수라거나, 치뤄온 전쟁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도 소개해주고 싶지만
본 기자의 역량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다만 R2의 다른 길드들이 그렇듯, 지난 세월의 추억은 해당 길드에서 활동한
길드원들의 마음 속에 아로새겨져있을 것이며

어느 다른 호사가들의 이야기보다
길드원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 그것 자체로 값질 것이라 믿는다는 말로 양해를 구한다.



렇게 과거의 기억이 된 FS.
이제는 더이상 다룰 일도, 더이상 해줄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마지막 인사를 남길 뿐...

a farewell to FlameSeeker...



※ 아래는 2008년 3월 1일 밤 10시.
공성전이 끝나고 길드하우스에 모여 FS길드의 마지막을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작은 기록이다.
















기드온(곰), 모 군주와 나눈 인터뷰


= 마크가 바꼈다.

- 서버의 다른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길원분들과 합의해서 공성전에 임의로 변경하게 되었다.


= 앞으로는 엘라미스 길드로 활동하는 건가.

- 그렇다. 마지막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과 새로운 길드에서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 어떻게 해체하게 되었나.

- 서버가 열리고 지금까지 계속 쟁을 해왔다. 이번 쟁을 승리로 이끌고 멋지게 마무리하자는 게 목표였다. 쟁이 통합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얼마 전 공식적으로 적 길드의 해체와 함께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아쉬움도 있지만 처음 목표했던 것처럼 멋지게 마무리하고 FS는 가슴에 묻고 새롭게 중립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 이전 멤버들의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 이전 총군이었던 송대관 군주님이 많이 아쉬워하셨다. 며칠 전에 뵙고 이야기를 전했다.


= FS는 호사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 FS라는 길드가 선의 축보다는 악의 축으로 많이 불려왔다. 그래서 욕설이나 협박, 언플도 많이 받았다. 우리 스스로 가족 하나, 길드마크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분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것도 다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 새출발을 하는데 기존과 달라지는 점이라면.

- 쟁을 하던 연합을 해체하고 각자 갈 길을 가기로 했다. 이제까지 하지 못했던 길드만의 이벤트도 계획해보고 길드사냥을 하는 등 조용하게 지내려고 한다.


= FS하면 블랙성이라는 인식이 있다. 지금도 블랙에 입성중이다.

- 아무래도 길드하우스보다는 블랙성이라는 인식이 있다. 수성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할 생각이다. 자리가 잡히면 서버를 위한 이벤트도 주도해서 열고 축섭을 만들어서 끝까지 엘라미스 서버에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고 싶다.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