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ow Me The Money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기 이전, PC 게임이 성행하고 있었을 때 인기 게임들의 경우 치트키가 PC 통신등을 통해서 유통되곤 했다. 삼국지 같은 게임의 경우 장수들의 능력치를 바꾸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널리 유통이 되기도 했었고, 중간의 과정을 생략한 채 게임의 엔딩 화면과 결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들도 있었다. 즉 게임의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게임 데이터 자체를 손댐으로써 손쉽게 엔딩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었다.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치트키라면 바로 스타크래프트의 "Show me the money"일 것이다. 일정량의 미네랄과 베스핀 개스를 자동으로 획득하게 해주는 이 치트키는 간혹 난이도가 있는 맵이나 미션을 클리어할 때 종종 쓰이기도 했고, 워크래프트 1 이나 2 를 할 당시에도 유사한 치트키가 존재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현금 거래는 온라인 게임에서의 치트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특징은 오랜 시간을 들여 퀘스트나 사냥 등 준비된 컨텐츠들을 수행해 나가면서 캐릭터의 능력치나 레벨을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특히나 오랜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이 캐릭터 성장 과정은 온라인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리니지의 고레벨인 75 나 80 레벨에 이르게 되면, 1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몇주, 몇개월을 반복적인 사냥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상당히 좋은 장비를 구입, 착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속칭 "노가다"를 함으로써 게임 머니를 모으기도 해야 한다.


레벨과 아이템, 즉 캐릭터의 성장 개념은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을 계속케 하는 이유이자 중요한 목적이 된다.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만족스런 단계에 이르는 결과물을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플레이 타임을 요구한다는 것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PC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방식으로 현금 거래가 통용되는 것이며, 그래서 현금 거래는 온라인 게임의 치트키에 다름 아니다.




[ 지금 봐도 정겨운 삼국지 3, 치트키도 많이 돌아다녔었다 ]


※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sge20001285/10006243685


현금 거래는 바로 이 치트키와 같은 특성 때문에 드러내놓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현금 거래에 대해 경험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현금 거래와 여가를 비교하면서, 혹은 현금 거래의 불가피성을 거론하면서, 현금 거래가 지닌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긍정하면서 현금 거래에 대한 옹호성 발언을 해도, 현금 거래가 정당성을 지니거나 현금 거래 반대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은 현실의 세계와는 일정정도 거리를 둔 가상의 공간이다. 이 가상의 공간이 게임 그 자체의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금이라는 외부적인 힘에 의해 그 질서가 바뀐다는 점 역시 게임 그 자체를 우위에 두는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현금 거래의 필요성이든 불가피성이든 효율성이든 간에 가상의 공간이 현실의 힘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 거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현금 거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다수의 게이머들은 생각하고 있다.



■ 판로설의 폐기: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폐기된 경제 법칙중에 판로설(販路說, Say's law)이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세이라는 사람이 주창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공급은 그만큼의 수요를 창출해낸다는 법칙이다. 한때는 이 경제 법칙이 널리 인정받았으나, 1929 년의 대공황을 맞이하면서 이 법칙이 맞지 않다는 것이 실제적으로 증명되어 지금은 폐기된 이론이기도 하다.


현금 거래를 분석함에 있어서 종종 간과되곤 하는 것이, 현금 거래의 유발 요인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금 거래 통용의 이유로 작업장에 의한 꾸준한 공급을 들고 있으나, 엄밀히 따져보자면 작업장은 현금 거래의 시장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이다.


굳이 판로설이라는 폐기된 경제학 이론을 소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현금 거래가 지속되는 이유는 작업장들이 나서서 충분한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주고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현금 거래에 대한 수요 자체가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 수요량 자체가 워낙에 거대해서 작업장들이 쉼없이 생산해내는 그 막대한 물량을 소화해주기 때문에 오늘도 작업장들이 열심히 생산 작업에 매진하여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업장들은 게임으로 보면 상당한 폐해를 끼치는 존재들로, 현금 거래 수요에 따른 충분한 공급량을 채워준다는 것만 제외하면, 게임을 재미없게 만들어 게임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존재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아니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이 작업장들로부터 꾸준히 그 많은 물량을 소화해주고 있고, 이 막대한 물량 소화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현금 거래가 쉬이 사라질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자의 입장, 즉 현금 거래에서 구매자의 포지션을 취하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왜 그들은 꾸준히 현금으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구매하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현금 거래를 하면 일단 편리하다.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퀘스트이건 레이드이건 반복적인 사냥이건, 유사한 행위를 계속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요한다. 그런데 현금 거래를 하게 되면, 이 인내심을 굳이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더군다나, 그 반복적이고도 유사한 행위에 소요되는 시간 자체를 줄여준다. 예를 들어 특정한 아이템 (아주 고급은 아니더라다 중고급형 아이템) 하나를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에 몇시간씩, 적어도 몇일에서 몇주는 게임 머니를 모으기 위해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금 거래에서 수요층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의 생업 및 가족 활동으로 인해 게임 플레이 타임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시간을 많이 내도 하루에 몇시간 이내로 플레이 타임이 제한된다. 그래서 투입 시간에 비례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성장에 그만큼 제약이 가해지는데, 주변 여건상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것에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직장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제력을 활용하면, 이 시간의 압박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플레이 타임을 자신의 소득 일부를 투입함으로써 커버하는 것이다. 레벨이든 아이템이든 특정한 성장 단계에 이르기까지 투여해야 하는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일반적인 경제 활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훨씬 더 유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1개월동안 매일 5시간동안 동일한 행동을 반복할 것인가 ? 아니면, 자신의 소득중 일정 부분을 떼어내 그 기간을 1주일동안만 5시간씩 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그 다음 단계, 더 고난이도의 컨텐츠를 누릴 것인가 ?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면, 자연히 후자의 것으로 기울어지는 사람들이 다수 생기게 마련이다. 투입해야 하는 돈과 투입한 돈으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을 비교해보았을 때, 투입한 돈이 아깝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노가다 시간, 앵벌 시간을 일정량의 현금으로 커버해버리는 것이다)


혹여, 그래도 그 많은 시간을 들임으로써 게임을 즐기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반대로 게임 시스템적으로 그 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면, 그만큼 게임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위에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많은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현금을 주고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는 (심지어는 캐릭터의 레벨링을 위탁하는 것까지)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분명 효율성이 있고, 따라서 현금 거래라는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작업장들의 막대한 물량들을 누군가는 모두 소화하고 있다 ]



■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용인되지는 않는다. 마치 현실에서 도둑질이나 강도질이 용인되지 않는 것처럼 항상 존재하고 있다 해도 금지시켜야 할 것이 있다.


그런데 현금 거래의 경우 이 지점에서 조금 미묘한 구석이 있다. 현금 거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현금 거래를 하면 그만큼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며, 현금 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현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게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치트키에 해당하는 현금 거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부분은 법률적으로 게이머를 속박하는 규율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하는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법적 기준이 아닌 가치관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현금 거래를 하였다고 해서 현금 거래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 거래를 하지 않은 사람과의 비교할 때 캐릭터의 성장, 컨텐츠를 즐김에 있어서의 차이, 상대적인 상실감이나 허무함 등의 간접적인 피해는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의 간접적인 피해는 친구나 아는 사람을 통해 게임 머니, 아이템, 레벨링 등에 있어서 도움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유의미한 피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컴퓨터 구입비나 게임 계정 결제비, PC 방 비용의 감당 정도에 따라 게임 플레이 타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처럼 현실적인 경제, 환경 조건 자체가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현금 거래로 인한 차이만을 직접적인 피해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현금 거래는 기본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발적인 상호 합의를 근본 전제로 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가격과 수량에 대한 제한도 없고 거래를 하라는 직접적인 강요도 없다. 말 그대로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작업장은 꾸준히 팔고 게이머는 꾸준히 산다. 자본주의 가장 기본적인 상거래 방식으로 움직이는 곳이 바로 현금 거래 시장인 것이다.


여기에 구매자가 가지는 심리적인 요소는 "이 돈은 내가 여가 생활을 위해 쓰는 돈"이라는 의식이다. 애초에 현금 거래를 하게 된 동인에는 소요 시간과 투입 금액을 비교하여 산출된 효율성이라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관점을 바꾸어보자면, 100 시간을 게임에서 플레이를 했을 때 아이템, 레벨 등에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폭과 현실에서 100 시간을 일해서 번 돈을 비교해 보고, 현실의 100 시간에서 벌어들인 금액중 일부를 투입하면 100 시간을 게임에서 플레이한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때 현금 거래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이렇게 현금 거래 시장에서 구매를 하는 다수의 게이머들은 자신이 정당하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구매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 게임의 현금 거래는 내가 게임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 내가 일해서 번 돈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PC 방비를 내는 것과 게임 머니를 현금을 주고 구입하는 것에 구분을 둘 이유도 없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DVD SE 판을 사는 것과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고자 게임 머니를 사는 것에 차이를 둘 이유도 없다. 그들에게는 게임 그 자체가 이미 중요한 여가이고, 이 여가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스키장에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지 않고 그 돈을 게임에 쓴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현금 거래가 치트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구매자들이 현금 거래를 굳이 꺼리게 될 이유가 없다. 현금 거래의 특징 때문에 도덕적인 우월성이나 정당성을 모든 게이머들에게 공인을 받을 순 없을지라도, 현금 거래라는 것 자체가 도덕적 측면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비도덕적인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소유권과 무관, 윤웅기 판사의 권리금 이론


현금 거래에 대해 법적, 이론적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사람이 수원지방 법원의 윤웅기 판사이다. 스스로를 게임키드라고 칭할 정도로, 법률보다 게임을 먼저 알았다고 스스로 소개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며, 현재도 모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내세운 권리금 이론은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의 소유권과는 무관하게, 기존의 법률과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도 현금 거래라는 것이 법적으로 충분히 성립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요약해 보자면,


일반 주택의 임대차의 경우에는 임차인(세들어 사는 사람)과 임대인(세를 놓은 사람, 집주인)과의 1:1 계약이며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은 임대인의 몫이다. 하지만, 상가의 경우는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고 권리금을 서로 주고 받게 됩니다. 여기서 권리금이 가지는 의미는, 예를 들어 떡볶이 집이라면 떡볶이 장사를 잘되게끔 이전 임차인이 장사를 해왔던 데 대한 가치금액 및 가게 인테리어 등에 투자한 금액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이 집에 들어와서 같은 떡볶이 집 장사를 하게 되면, 이제까지 장사가 잘 된 것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아이템도 마찬가지로 기존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얻기까지 들였던 시간과 노력에 해당하는 가치가, 임대인에 해당하는 게임사와는 관계없이,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에 교환되는 일종의 권리금으로 보는 것이 옳다.


☞ 관련 기사 보기: 게임을 넘어 플레이로, MMO 플레이의 법적 모호성



[ 권리금 이론을 펼치고 있는 윤웅기 판사 ]



캐릭터, 아이템, 게임머니 등에 대한 소유권은 게임사가 지니고 있지만, 그에 대한 독점적인 사용권은 게이머에게 있는 것이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거래를 통해 주고 받는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독점적인 사용권이다. 이 독점적인 사용권에 대한 가치는 그 거래의 방식이 상가 임대차에서의 권리금과 매우 흡사한데, 게임 내에서의 수요량과 공급량, 필요성과 투입시간과의 상관관계에 따라 게임 내에서, 혹은 현실의 가치로 환산되어 거래되는 것이다.


아이템보다는 게임 머니가 주로 거래되는 이유는 게임 머니가 게임 내에서 가지는 교환 가치가 충분하고 거래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어차피 현금을 주고 산 게임 머니로 게임 내에서 적절한 아이템들을 구비하기 마련이다.


이런 류의 이론에 따르자면,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기 때문에 게임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그에 대해서 게임사는 보상을 해줄 필요나 의무가 없게 된다. 독점적인 사용권이라는 것은 그 게임이 서비스가 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분 유료화 게임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게임사가 돈을 받고 게이머에게 판 아이템이라면 게임 서비스 종료시 환불을 해주게 되며, 돈을 받고 팔지 않은 아이템이라면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 그러나 지금은 규제가 필요한 시점!


현금 거래는 그간 애매모호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합법이라고 명확한 판결이 나온 적은 없지만, 불법이 아니기에 합법인 애매모호함으로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


그 와중에 현금 거래 중개 사이트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고, 현금거래에 대한 많은 수요와 잠재된 시장성을 노린 작업장들이 진출했다. 그리고 그 작업장들은 지금 중국에 대부분 터를 잡고 매일매일 막대한 양의 게임머니를 생산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중국 연길의 조선족 사회를 현금 거래가 휩쓸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


☞ 관련 기사 보기: 중국인과 자동,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


말한 대로, 현금 거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존재할 것이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뿐만 아니라, 내 여가를 위해 내 소득의 일부를 사용한다는 도덕적인 비하자의 개념까지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수요에 따른 반대 급부로 인해 생겨난 전문적인 작업장들이, 이제는 배보다 큰 배꼽의 단계를 훨씬 넘어 게임 그 자체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 중국인 작업장으로 인해 시위가 여러 차례 일어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



게임 머니에 대한 수요건, 현금 거래건 간에 게임이 존재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작업장들은 동일 시간 대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현금 거래 수요가 많은 게임들을 찾아다니면서 단물만 쪽쪽 빼먹고 나가는, 마치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와 모든 곡식을 먹어치우는 메뚜기떼의 공습과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이 사행성이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의 소지가 높기 때문에 현금 거래를 규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공습으로부터 게임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현금 거래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규제가 이루어져도 위와 같은 이유로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금 거래에 대한 수요층의 존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수요층은 일부의 소수가 아니라 이미 게임에서 충분한 비중을 지닌 그룹이다. 또한 현금 거래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가 이루어진다 해도, 수요 자체가 상존하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거래는 꾸준히 일어날 것이고, 오히려 사기나 폭력 같은 현금 거래 초창기 부작용의 증가를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현금 거래에 대한 규제든 합법화든 대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은, 작업장과 같은 공습으로부터 게임을 보호해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존재하는 수요층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
... 며칠 뒤, 이어지는 세번째 칼럼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 1부: 규제의 시작, 현금거래 부분금지

☞ 3부: 현금거래에 대한 사회적 타협



원래는 직업적인 게임머니 현금 거래 및 거래 알선 행위에 대한 규제가 법안 통과와 동시에 적용이 될 계획이었으나,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심의 결과 "누구든지 게임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게임머니, 경품 및 이와 유사한 것)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되어, 게임머니에 대한 정의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범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해지기까지는 몇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 그만큼 규제의 적용이 미루어지게 되었는데, 법안의 취지가 바뀐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단지 몇개월 미루어졌을 뿐, 원래 의도했던 게임머니 거래에 대한 알선, 직업적인 게임 머니 거래 행위는 그대로 규제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