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이라는 단어는 참 아이러니하다.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체계', 또는 '질서'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틀만 잡아주면 알아서 하겠다"라든가 "어느 정도 틀은 잡혀있어야 하지 않겠느냐"처럼 말이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한계', '고정된 시각' 등의 비교적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 또는 "너는 지금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는 표현이 그 예다.

하지만 컨텐츠란 극한의 창의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의미이든 '틀'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찌 보면, 스스로 컨텐츠 산업이라고 부르짖는 게임 분야에서도 그런 '틀'을 만들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FGT 혹은 CBT, 그리고 OBT로 이어지는 게임 서비스의 단계 또한 그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법으로 정해놓은 것도 아닐진대, 헤아리기 어려운 수많은 게임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밟아왔다. 너무도 당연하게 말이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기자 또한 이러한 '틀'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듯하다. 지난 6월, 고작 열흘 정도의 1차 CBT를 진행했던 '최강의 군단'이 LBT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을 때 다소 당혹감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많은 게임들이 통상적으로 2번 정도의 CBT를 진행하다보니, 당연히 다음에도 CBT 한 번 쯤은 더 하겠거니, 싶었나보다.

라이브 베타 서비스라니,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굉장히 낯설다. 상식적으로 라이브(Live)라는 단어와 베타(Beta)라는 단어가 같이 쓰이는 것을 본 기억은 없으니.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을 때 에이스톰 측에서는 라이브서비스 실무를 맡고 있는 채성호 파트장을 선봉으로 내세웠다.

채성호 파트장은 네오플에서 라이브서비스파트장을 역임했으며, 사이퍼즈 유저들 사이에서는 통칭 '단호한 K'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PD나 디렉터, 혹은 개발이나 사업 분야의 실무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역시 기존의 '틀'과 살짝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틀' 밖의 인물에게 들은 '틀' 밖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에이스톰 채성호 라이브서비스파트장


"다음 주에 시작되는 LBT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일단 '라이브 베타테스트'라는 명칭이 생소합니다. 베타테스트인데 라이브서비스처럼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될까요?"

"네, 라이브서비스와 거의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바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게임의 외부적인 컨셉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의미인데요. 실제 라이브서비스를 시작하는 셈이지만, 유저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위치에서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음... 외부적인 컨셉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바벨 프로젝트는, '유저들의 건의를 개발진이 반영해준다'는 단순한 구조는 아닙니다. 대개 어떤 게임에 애착을 갖고 플레이하는 분들은 그 게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건의하게 마련인데요. 지금까지의 방식들을 살펴보면 유저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그 과정 전체가 '투명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포인트 같습니다. 맞나요?"

"네, 유저 의견을 받고 그것을 검토해 실제 게임에 반영하는 전 과정을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이 핵심이죠.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임에 관한 개선안을 자유롭게 올리고, 그 중 많은 공감을 얻은 의견은 보다 실질적인 개발 프로세스까지 올라가게 되는 식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베스트로 올라가는 형태를 떠올리시면 될 듯합니다."


"유저 의견을 너무 많이 반영하면 자칫 게임의 방향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했었는데, 말씀하신 방법이 제대로 운영되면 그럴 걱정은 없겠네요."

"맞습니다. 중요한 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존에도 존재하던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전 과정을 모든 유저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거죠. 온라인 상의 공론장 뿐만 아니라 유저간담회와 같은 오프라인 자리를 통해서도 개발 및 업데이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스킬창부터도 대폭 개편됐다
※ 상기 이미지는 게임의 최신 빌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바벨 시스템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선발된 유저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이번 LBT가 OBT와 다른 점이 또 있을까요?"

"바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은 유저들로부터 얻은 가치 있는 의견을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약간의 노력만 들이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데요. 그다지 폐쇄적이지 않음에도 굳이 허들을 둔 것은 '함께 만들어간다'는 게임 컨셉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모여주십사 하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LBT에 참여한 유저들은 정식 공개로 전환됐을 때 더 유리한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겠네요. 게임의 개발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자부심도 생길 수 있고요."

"바벨 시스템을 통해 게임이 완성되어 공개 서비스로 전환하게 되면 LBT에 참여했던 유저들은 좀 더 일찍 공개 서비스를 접하는 셈이 되죠. '제한된 유저들만 참여할 수 있는 OBT'라기보다는 'CBT지만 OBT까지 이어지는 혜택을 갖춘 것'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모집하는 테스터 숫자가 꽤 될텐데... 플레이 데이터가 유지된다는 건 유저들에게는 반가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서버를 유지해야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 한데요.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부분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음... 언제 OBT를 시작하겠다, 라고 논의한 것은 없습니다. LBT를 진행하면서 중간에 아무런 간격도 두지 않고 바로 OBT, 상용화로 전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작방식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처음 공개됐을 때 '마우스만을 사용한 조작'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키보드 기반의 방식을 옵션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개발의 기본 방향성이 흐트러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작방식에 관한 부분이 바벨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이스톰 라이브팀은 유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빠르게 보고, 조치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있다고 자부합니다. 유저들로부터 무언가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 어떤 개발사보다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거죠."


"아... 지난 CBT를 진행하던 도중에 키보드 조작모드를 신속하게 도입한 것이 그 예가 되겠군요."

"네, 본래의 방향성을 잃었다고 판단하실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유저 피드백을 가장 빠르게 접목시켰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키보드 모드를 옵션으로 제공한 것은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는 셈입니다. LBT와 바벨 시스템의 전면에 내세우기에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유저 피드백을 받아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데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고
※ 상기 이미지는 게임의 최신 빌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음... 현재 맡고 계시는 업무가 라이브서비스 관련 실무인데요. 혹시 게임 컨텐츠에 관해서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자세한 내용은 개발 실무자 분을 통해 들으시는 편이 좋겠지만 어느 정도는 답변을 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사전에 제공된 정보에서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지난 1차 CBT때 게임 진행 전체가 상당히 단조로운 경향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바뀐 건가요?"

"공식 홈페이지에 보시면 연대기와 여행자 지도라는 컨텐츠가 있는데요. 게임 안에 스토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지난 CBT에서는 게임 따로, 세계관 따로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그것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죠. 대표적인 예로, CBT에서 미션노트 방식으로 제공됐던 진행방식이 '여행자 지도'로 바뀌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꾸준히 여러 의견들이 게임에 적용되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지난번에 '매일매일 게임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습니다. CBT 때에 비해 얼마나 많이 달라진 건가요?"

"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가 힘드네요. 지난 CBT는 정말 순수하게 핵심 요소만 간추려서 테스트한 것이거든요. 그에 비하면 이번에는 살이 많이 붙었습니다.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다는 건 농담이 아니라 진짭니다. 제가 라이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컨텐츠 및 서비스 스케줄을 짜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음날 출근해보면 그 스케줄이 별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확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스킬 영상을 다 찍어놓고 퇴근했는데 하루 사이에 새로운 스킬들이 마구 생겨있다거나 하는 일은 흔하죠."

미션노트 방식에서 여행자 지도 방식으로 전환
※ 상기 이미지는 게임의 최신 빌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장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최강의 군단이 MMORPG 장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김윤종 대표님과 박주형 디렉터님을 통해 설명을 듣기도 했고, 해당 내용이 기사로도 나갔는데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꽤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제 개인의 관점으로 말씀드려야할 것 같네요. 저는 어떤 특정 장르를 일정한 특징으로 규정짓고 접근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모든 장르에 해당되는 이야기죠.

만약 MMORPG인데 게임 안에서 AOS와 매니지먼트 형식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을 MMORPG가 아니라고 비판하게 될까요? 아니면 더욱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게임이라고 받아들이게 될까요? 최고 레벨을 찍고 만레벨 컨텐츠를 즐기다가 신규 클래스 나오면 키우고 레벨 제한 풀리면 또 올리고... 이거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미 하고 있는 거잖아요."



"확고한 의견을 갖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2014년 국내 게임시장에서 '최강의 군단'이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기를 바라시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에이스톰에서 함께 일하는 개발팀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편입니다. 게임의 재미요소를 확실히 캐치해서 무엇이든 기존과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살면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텐데요. 그런 분들이 정말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 인생에 처음 시작해도 될만큼 접근하기 쉬운 게임, 그렇지만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저들의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계속 내세우는 이유도 연관이 있겠네요."



"라이트함이라고 말씀하시니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이벤트가 떠오르네요. 이벤트 기획을 맡으셨다고 들었는데요."

"토토즐 이벤트는 토요일 오후 2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우스 클릭 한 번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벤트 내용을 읽어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고, 게임에 접속해 레벨업을 하도록 하거나 특정 시간 접속을 유지하도록 하지도 않습니다. PC든 모바일이든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릭(터치) 한 번이면 됩니다.

누구나 쉽게, 곧바로 참여할 수 있고 즉석에서 참여 결과를 알 수 있는 쉬운 이벤트면서 혜택은 다양하게 마련했습니다. 현물도 있고 인게임 아이템과 캐쉬도 있죠. 무엇보다도 게임을 처음 해보는 유저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토즐 이벤트의 핵심입니다. 쉬우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이 기다리게 되는 이벤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게임사의 입장에서 어떤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목적 없이, 순수하게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스트레스는 저희가 받을테니, 유저 여러분은 그저 즐겨주시면 된다는 거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 그것이 게임에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LBT가 시작되면 저도 이벤트에 꼭 참여해봐야겠네요. 자, 그럼 이제 마무리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묻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결전의 시간을 앞둔 각오라든가, 예비 유저 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으신가요?"

"최근 게임들이 내세우는 운영 트렌드는 '유저와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논란을 만들었던 몇몇 운영 관련 이슈들을 살펴보면 결국 유저(User)가 아닌 고객(Customer)으로 대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최강의 군단 운영진은 선수(유저)들과 항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운영방식들을 살펴보고 그것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고, 유저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도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아, 소통을 이야기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공식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최강의 군단은 홈페이지 게시판 대신 네이버 카페를 통해 공식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는 공식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게임에 관해 어떤 이슈가 있을 때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의견이 나온다면, 그 안에서만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홈페이지에 방문하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의미죠. 하지만 네이버 카페에 글을 쓰면 포털에서 '최강의 군단'을 검색했을 때 관련 글들이 함께 보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외부에서도 게임 관련 이슈는 물론, 여기에 저희가 대응하는 모습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는 거죠.

보다 투명하고 솔직한 운영진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게임을 잘 모르는 유저들도 쉽게쉽게 커뮤니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다소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해지고 나면 제가 말씀드린 장점들이 더 잘 와닿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 상기 이미지는 게임의 최신 빌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