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CFS 2014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CFS 2014는 크로스파이어 세계 대회로 올해 3년차다. 그간 CFS 시즌1과 시즌2는 크로스파이어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열려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회'를 표방하면서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개최를 선언했고, 그 첫 번째 무대가 한국 상암동으로 낙점 됐다. 이름도 CFS 시즌3에서 CFS 2014로 바꿔 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크로스파이어가 스마일게이트에서 서비스하는 국산 게임이긴 하지만, 한국에서의 크로스파이어 입지는 불모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서 세계 대회가 열려도 호응해줄 팬들이 없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스마일게이트 여병호 e스포츠 팀장(당시 과장)은 인터뷰에서 '온게임넷의 방송 기술력으로 세계 최고의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러한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로스파이어의 재런칭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저조한 성적에 의해 서비스 중단되었던 비운의 게임. 그러나 세계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한국에 재런칭한 게임이다. 당시 스마일게이트게임즈 장인아 대표는 "돈 벌 생각은 전혀 없고, 우리 게임을 꾸준히 사랑해 준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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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대회를 위한 파트너, 온게임넷 - 매끄러운 리그 운영 '합격점'



CFS 2014가 국내에서 치러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온게임넷을 통해 화려한 리그를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e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전통있는 방송사다보니 리그 제작 및 송출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스마일게이트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3일에 불과한 기간에 14개 팀의 조별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진행해야 했으니 시간은 촉박했다. 주최측은 2개의 스트리밍을 운영하면서 경기를 빠르게 진행시켰고, 선수들의 세팅에도 넉넉한 시간이 주어져 대회가 큰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특히 촉박한 시간에 비해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점은 그만큼 리그 운영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만 1일차 경기는 두 개의 스트리밍에서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최대의 효율로 운영됐던 것에 비해 2일차부터는 한 개의 스트리밍이 경기를 펼치면 다른 스트리밍은 광고 등으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부분은 아쉽다. 보통 대회의 모든 경기를 시청하고자하는 팬이 많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2일차 같은 경우 부스만 4개로 운영하고 스트리밍은 충분히 하나로 일원화시켰다면 시청자들의 편의를 더욱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우승의 감동을 나눌 수 없는 현지 관객의 부재

▲ 세계 최강자에 올라선 모던 EP. 하지만 표정에서 환희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크로스파이어가 한국에서는 불모지였던만큼, 먼 이국땅까지 와서 원정길에 오른 이들의 플레이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현재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세계를 주름잡는 FPS 종목이기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현지의 호응이 없었다는 것은 뼈아픈 결과다.

다른 종목의 예를 들자면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렇게까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여기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올라서면 현지 팬들의 열띤 지지와 환영을 받는다. 외국 선수들에게 보내는 그 열화와 같은 지지를 잊지 못해 해외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스타2 선수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결국 CFS 2014를 통해 크로스파이어 세계 최강 팀이 탄생했지만, 현장에서의 열기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것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 대회 우승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뜨거운 관중의 환호가 없다면 우승의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모던 EP는 그렇게 조용히 우승을 차지했고, 차분하게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세계를 호령하는 국산 종목이 없다고요? 여기 있습니다!

▲ 한국어과 중국어, 영어로 서비스되는 CFS 2014 공식 홈페이지


다소 먼 이야기 같지만,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지난 10월 7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내 e스포츠 대회에 국산 게임 참여가 대단히 저조하다"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현재 e스포츠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나 스타크래프트2 등이 외산게임인 것을 꼬집은 것.

국산 게임의 지원 문제나 정책 등은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그렇기에 스마일게이트와 크로스파이어에 더욱 주목을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 흥행에 참패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FPS종목으로 성장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그 어느누구도 도움도 받지 않고 자수성가에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CFS 2014를 왜 한국에서 진행했을까? 세계에서 성공한 크로스파이어니까 한국 시장에서의 흥행을 타진하기 위해? 그렇다면 다른 마케팅 수단을 고려해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한국 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국산 게임이 세계에서 흥행하고 있고, 그저 한국인만 이 사실을 모른다."고. 세계 굴지의 선수들의 플레이를 여러분들이 직접 보고 한 번 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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