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블리즈컨에서 공개되었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신규 영웅들 중, 먼저 출시된 제이나와 스랄이 폭풍의 전장에서 큰 활약을 하는 가운데, 아직 출시되지 않은 나머지 두 명의 영웅에 대한 기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시 예정인 두 영웅은 밴시 여왕으로 익히 알려진 실바나스와, 세 명의 영웅을 동시에 조작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길 잃은 바이킹'이다. 실바나스의 경우 최근 검은 타이즈 모델링이 폐기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데다가, 본래 워크래프트의 사연 많은 영웅이었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에게 친숙한 편이다.

반면 '길 잃은 바이킹'은 히어로즈의 영웅들이 배출되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l 스타크래프트2 l 디아블로3의 세계관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생소한 유저들이 많을 것이다.

길 잃은 바이킹 말고도 추가할 영웅들은 많았을 텐데, 블리즈컨에서 소개할 정도로 블리자드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길 잃은 바이킹의 배경과 영웅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 응..? 누구신지...


▲ 길 잃은 바이킹은 소속 세계관이 없다




▣ 길 잃은 바이킹, 블리자드 게임의 시초

'길 잃은 바이킹'은 엄밀히 말해서 영웅 이름이 아니라 게임명이다. 서로 다른 능력을 갖춘 세 명의 바이킹을 조작하여 스테이지를 풀어나가는 퍼즐 아케이드 형식의 게임으로, 블리자드의 전신인 실리콘&시냅스에서 1992년에 출시했다.

실리콘&시냅스는 마이클 모하임(현 블리자드 CEO)이 할머니에게 1만 5천 달러를 빌려 대학교 동창생인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와 함께 1991년 설립한 회사다.(블리자드 박물관에 그때 빌렸던 1만 5천 달러짜리 수표가 전시되어 있다.) 당시 재정 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PC게임을 콘솔용 게임으로 바꿔주는 하청업을 하며 회사를 꾸리다가, 1992년 '길 잃은 바이킹'이라는 게임을 개발하게 된다.


▲ '길 잃은 바이킹' 오프닝에 등장하는 실리콘&시냅스 로고


이 게임의 주인공인 올라프, 에릭, 밸로그까지 세 명의 바이킹은 이후 블리자드의 유명 게임에 카메오로 계속해서 출현하게 되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했던 당시의 추억과 초심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 잃은 바이킹' 개발 당시에는 인력이 부족하여 마이크 모하임이 직접 프로그래밍에 참여해야 할 정도였다.

'길 잃은 바이킹'이 카메오로 출현한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올라프, 에릭, 밸로그가 황야의 땅에 있는 '용의 입'에서 NPC로 등장한다. 특히 올라프는 지금도 주둔지 여관에 등장해 '시간의 길을 잃은 바이킹'이라는 퀘스트를 의뢰하므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즐기고 있는 와우저라면 낯익은 이름일 것이다.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길 잃은 바이킹들

▲ '황야의 땅 - 용의 입'에서 바이킹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독특하게도 슈팅 게임으로 등장을 한다. 자유의 날개 캠페인을 통해 갈 수 있는 히페리온 함 휴게실을 잘 살펴보면 구석에 오락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 오락기를 가동하면 '길 잃은 바이킹'이라는 미니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점수 50만 점을 달성하면 업적 획득이 가능하도록 해두었는데 난이도가 만만치 않아 한때 많은 유저들이 애를 먹곤 했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2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테란 유닛인 '바이킹'을 소재로 한 '길 잃은 바이킹'이라는 단편 소설까지 찾아볼 수 있다. 블리자드의 '길 잃은 바이킹'에 대한 애정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캠페인 중 찾아볼 수 있는 '길 잃은 바이킹' 미니게임

▲ 스타크래프트2 단편 소설 '길 잃은 바이킹'
※ 소설 '길 잃은 바이킹' 읽어보기




▣ 길 잃은 바이킹, 어떤 게임일까?

히어로즈에서 다시 만나보게 될 '길 잃은 바이킹'이 어떤 영웅인지 알아보려면, 먼저 원작부터 살펴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92년에 출시된 '길 잃은 바이킹'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는 없을지 수소문하던 중, 마침 블리자드에서 배틀넷을 통해 초기 작품들을 무료 배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 길 잃은 바이킹 및 블리자드 초기작 다운받기


▲ 배틀넷 홈페이지에서 블리자드 초기작들을 다운받아 즐겨볼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길 잃은 바이킹'을 직접 플레이해볼 차례다. 92년 당시엔 SNES(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등의 콘솔과 도스 기반으로 구동됐던 게임이지만, 블리자드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한 '길 잃은 바이킹'은 에뮬레이터같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아도 즉시 실행이 가능하다.


▲ 이 파일을 실행시키기만 하면 된다


게임을 실행하면 약 3분 가량의 오프닝이 재생된다.

「바람처럼 날쌘 에릭, 어떤 것이든 막아버리는 방패를 가진 올라프, 가장 터프한 바이킹인 밸로그는 마을에서 각자 부인과 자식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세 명의 바이킹은 외계 우주선에 의해 납치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풍경의 우주선 내부. 세 명의 바이킹은 합심하여 우주선을 탈출하기로 다짐한다.」


▲ 마을에서 사냥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던 바이킹들

▲ 밤 사이 외계인 우주선에 의해 납치된다

▲ 정신을 차려보니 외계인 우주선 안이다.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프닝 중반부에 나오는 사냥 장면을 보면 에릭, 올라프, 밸로그는 각각 다른 특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릭은 점프와 박치기가 가능하고, 올라프는 방패를 이용해 적의 공격을 막거나, 방패를 낙하산처럼 이용하여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밸로그는 검과 활을 이용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역할을 한다.

플레이어는 각 바이킹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하여 여러 장애물과 퍼즐로 이루어진 스테이지들을 헤쳐나가야 한다. 동시에 세 명의 바이킹을 전부 움직일 수는 없으며, 키보드의 [ Ctrl ] 키를 눌러 세 명의 바이킹을 번갈아 조작해야만 한다.


▲ 고유의 능력을 갖춘 세 명의 바이킹


'길 잃은 바이킹'의 특징은 세 명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에릭과 올라프는 몬스터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밸로그는 칼을 이용해 몬스터 처치가 가능하다. 대신 올라프는 방패를 이용해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키므로, 밸로그가 몬스터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수가 있다. 에릭은 유일하게 점프가 가능하므로 장애물을 뛰어넘어 중요한 퀘스트 아이템 등을 습득할 수 있다.

이렇게 바이킹들은 혼자선 문제 해결에 제한이 있지만, 세 명이 함께 있으면 헤쳐나가지 못할 것이 없다. 히어로즈에 등장할 '길 잃은 바이킹' 역시 이같은 특징을 살려, 세 바이킹의 연계, 합동 공격 등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한다.


▲ 이럴 땐 밸로그로 활을 쏴서 버튼을 누르면 된다




▣ 2014년 블리즈컨에서 만나본 '길 잃은 바이킹'

2014년 블리즈컨에서는 '길 잃은 바이킹'의 대략적인 콘셉트와 스킬 정보가 공개되었는데, 역시 원작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올라프, 에릭, 밸로그까지 세 명의 바이킹으로 구성된 '길 잃은 바이킹'은 한 번에 3명의 영웅을 따로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각각의 바이킹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전투 스타일을 지니게 된다.


■ 2014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길 잃은 바이킹' 정보


▶ 기본 정보
- 3명의 바이킹을 1,2,3 번 키를 사용해 각각 조종이 가능하다.
- 4번을 누르면 전체 선택이 된다.
- 마우스 드래그를 통해 따로 선택도 가능하다.
- 바이킹들은 혼자 성소 점령 같은 오브젝트 획득이 가능하다.
- 라인에 바이킹 한 명만 세워놔도 경험치 획득이 가능하다.
- 특성 선택이 가능한 4레벨까지는 기본 공격으로만 싸워야 한다.
- 올라프는 근접 공격, 밸로그는 중거리, 에릭은 원거리 공격을 한다.


▶ 스킬 정보
- 다른 영웅과 달리 독특한 인터페이스와 특성이 제공된다.
- 특성 선택에 따라 어떤 바이킹이 강화될지가 결정된다.
- 특성을 선택하면 올라프는 점프 공격, 에릭은 은신 능력 등이 부여된다.




▲ 개별 조작이 가능한 '길 잃은 바이킹'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바이킹 셋 중 하나가 쓰러져도 나머지 둘은 계속 조종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원작에선 셋 중 하나만 사망해도 스테이지 클리어가 불가능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어느 정도 게임에 맞추어 변화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바이킹은 개별의 영웅으로 취급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킹 셋 중 하나만 사망해도 팀 데스 수치가 올라가며, 바이킹 중 하나만 라인에 서 있어도 경험치를 얻을 수가 있다.

이는 성소 점령도 마찬가지다. 이론상으론 용의 둥지 전장에서 두 곳의 성소에 바이킹을 한 명씩 보내 점령한 다음, 남은 바이킹 하나를 제단으로 보내 용기사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 단신으로 성소를 점령한 밸로그


'길 잃은 바이킹'은 1레벨에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아, 특성을 선택하기 전까지는 기본 공격으로만 싸워야 한다. 하지만 세 명의 바이킹은 각자 탱커, 딜러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에 흩어지지만 않는다면 초반 전투에 큰 어려움은 없다.

덩치가 크고 방패를 든 올라프는 기본 공격이 근접 형태이며, 대신 체력이 높고 이동속도가 조금 떨어진다. 때문에 세 명의 바이킹이 동시에 움직일 때는 조금씩 뒤처지는 일이 발생한다.

반대로 붉은 수염에 체구가 작은 에릭은 기본 공격이 원거리에서 새총을 쏘는 형태다. 또한, 체력이 매우 낮은 대신 이동속도가 굉장히 빨라, 유사시에는 에릭만을 조종해 빈사 상태로 도주하는 적을 쫓거나 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녹색 옷을 입고 칼을 든 밸로그는 기본 공격이 중거리에서 칼을 던지는 형태다. 체력은 올라프와 에릭의 중간 수준이지만, 공격력이 가장 강하다.

레벨이 올라 특성을 찍게 되면 바이킹 별로 고유의 스킬이 생성된다. 올라프는 강력한 점프 공격, 에릭은 은신이 가능해지는 것을 봤을 때, 올라프는 근접 탱킹, 밸로그 주력 딜러, 에릭은 추격이나 정찰에 용이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 각 바이킹의 장점을 활용한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 길 잃은 바이킹의 콘셉트 만큼이나 독특한 인터페이스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길 잃은 바이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유저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흩어지면 운영 측면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고, 세 바이킹이 모두 모이면 혼자서 탱킹과 딜링이 가능한 만능형 영웅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플레이에서는 플레이어의 기량과 게임 흐름, 전장과의 상성 등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영웅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 2014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길 잃은 바이킹' 올라프의 모습

▲ 궁극 기술인 바이킹 포격. 세 명이 모두 모여야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1992년 출시된 게임 '길 잃은 바이킹'부터 2014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히어로즈의 출시 예정 영웅 '길 잃은 바이킹'까지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히어로즈에 참가한 전례가 없는 전혀 다른 세계관 출신의 영웅이라는 점, 그리고 세 명의 캐릭터를 한꺼번에 조작한다는 특이한 콘셉트 때문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영웅이지만, 기자는 그것보다도 좀 더 내적인 부분에 시선을 두고 싶다.

'길 잃은 바이킹'은 블리자드의 초기 작품이긴 하지만, 정작 회사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은 작품은 워크래프트 시리즈다. '길 잃은 바이킹' 출시 이후 실리콘&시냅스가 얻은 것이라곤 직원들 월급을 주기 힘들 정도의 자금난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유명 게임에 바이킹들을 꾸준히 출연시켜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남이 만든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해주는 하청업을 하다가 직접 대박 게임을 만들어 대기업이 됐다! 흔하디흔한 성공담이지만 당사자들에겐 인생을 건 도박이었을 것이다. 최초 3인 기업으로 시작해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리기까지 어찌 역경이 없었으랴. 꼭 자기들이 만든 게임의 주인공들처럼, 서로를 도와가며 역경을 헤쳐나갔기에 지금의 블리자드가 있는 게 아닐까.

자그마한 하청업체를 벗어나 게임계의 거대한 눈보라가 된 지금, 블리자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관통하는 이 오래된 영웅들을 어떤 식으로 복원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