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현존 최고의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페이커' 이상혁, '매드라이프' 홍민기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LoL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LoL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프로게이머 지망생들 있죠.

스베누 소닉붐 선수들 역시 수많은 지망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를 통해 힘겹게 진출한 2015 롤챔스 스프링 티켓. TV에서나 보던 SKT, 나진, KT 등 걸출한 스타들과 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스베누 소닉붐에게 롤챔스 무대란 가혹했습니다. 그들이 이번 시즌에 거둔 성적, 1승 17패 -27.

그리고 다시 떨어진 승강전. 스베누 소닉붐은 Ever를 3:1로 꺾으며 롤챔스 잔류를 선언합니다. 하지만 이번 승강전을 통해 많은 팬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스베누,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아마추어팀과 대결한 면도 있겠지만, 승강전을 통해 보여준 스베누 소닉붐의 경기는 확실히 성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기존부터 잘해주던 사신-뉴클리어와 탑라인 역시 안정감을 더했고,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하며 대형 신인을 예고한 '플로우' 성연준의 등장까지 말이죠.

이제는 제법 선선해진 9월 말 어느 날, 스프링 시즌이 끝난 뒤 11월에 있을 케스파 컵을 통해 달라진 스베누 소닉붐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스베누의 주장 '사신' 오승주와 승강전을 통해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플로우' 성연준 선수를 만나봤습니다.



Q. 반갑습니다. 아직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부탁해요.

'Sasin' 오승주 : 안녕하세요. 스베누 소닉붐의 미드라이너이자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22살 '사신' 오승주입니다.

'Flaw' 성연준 : 올해 7월부터 숙소에 합류한 18살 정글러 '플로우' 성연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라 너무 떨려요(웃음).


Q. 롤챔스는 확실히 스베누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준 리그였어요. 시즌이 종료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오승주 : 모든 경기를 소화한 뒤 휴가를 길게 받았어요. 특별하게 뭘 한 건 아니지만,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먹고 자고(웃음). 못 보던 친구들도 만나고요.

성연준 : 저도 비슷해요. 전 아직 고등학생이라 친구들이 다 야자를 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그냥 쉬었어요. 근데 집에 있기가 너무 답답해서 감독님한테 빨리 숙소로 가서 연습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대답이 없으셔서 그냥 푹 쉬다 왔어요.


Q. 팀원이 총 10명으로 늘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 있고, 최근 팀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오승주 : 연습시간에는 엄격하게 시간을 지키고 게임에 집중해서 괜찮은데, 아무래도 자유시간이 되면 사람이 많다 보니 약간 어수선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10명이 함께 지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적응이 너무 빨라서 오히려 걱정이에요. 그래도 차기 시즌이 시작할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성연준 : 합류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너무너무 좋아요. 사실 집에서 게임할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엄청 심했거든요.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마음 편하게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단체생활이 처음인데 형들이 다 잘해주셔서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숙소에 합류하기 전에 '두잇' (이)찬호 형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오)승주 형이 숙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어요.


Q. 팀연습 이후 평소 솔로 랭크 연습은 누가 제일 열심히 하나요?

성연준 : 음.. 저랑 '소아르'(이)강표 형이 제일 많이 해요. 팀 기상 시간이 11시인데, 저희는 보통 새벽 4~5시까지 하는 것 같아요.



Q.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팀 기량이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정말 아쉽게 지는 경기가 많았는데, 문제점이 뭐였다고 생각해요?

오승주 : 간단해요. 경험이 적다 보니 팀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잘 몰랐던 거죠. 초반은 솔로 랭크와 비슷하기 때문에 라인전에서 이득을 보는 법까지는 아는데, 그 이후에 운영이 너무 미숙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보완됐고, 시즌 초창기와 비교하면 3,000배는 잘해진 것 같은데요?(웃음)


Q. 많은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아요. 솔로 랭크와 팀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오승주 : 프로게이머들 중에 솔로 랭크에서 100%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팀 게임에서는 아무래도 실수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추어들이 솔로 랭크처럼 자신감 있게 틈을 파고들기가 힘들죠.

성연준 : 저는 솔로 랭크보다 팀게임이 더 재밌고 좋아요. 팀게임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거든요(웃음). 팀게임을 하면 바텀 듀오가 제일 많이 저를 불러요. 그래서 웬만하면 싸우지 말라고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Q. 스베누 소닉붐의 경기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위권, 상위권 팀들과 플레이할 때 경기 스타일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오승주 : 소위 말하는 강팀들한테는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불리해지니까 훨씬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하위권팀들과 경기는 우리가 상대보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죠.



Q. 반면, 함께 승강전을 통해 올라온 아나키는 돌풍을 일으켰죠.

오승주 : 시즌 초기에는 우리도 정말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나키가 개막전 승리와 계속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우리는 점점 몰락되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감도 하락했어요. 악순환의 반복이었죠. 그래서 더 꼬인 부분도 있었고, 아나키를 보면서 질투가 있진 않았지만, 솔직히 좀 부러운 건 있었어요(웃음).


Q. 이번 시즌 중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

오승주 : (망설임없이)2라운드 kt 롤스터와 3세트!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강타 이즈리얼로 이겼어요. 그리고 3세트에서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는데, 아쉽게 역전당해서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때를 다시 회상해보면 정말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 극에 도달했었다. 그리고 뭔가 이길 수 있는 기운도 느껴졌어서 제일 아쉬운 경기가 아닌가 싶네요.

성연준 : 저는 지켜볼 때 2라운드 나진과 1세트가 가장 아쉬웠어요. 'catch'(윤)상호 형이 생각보다 정말 잘해서 이길 것 같았는데...(웃음)


Q. 연패를 거듭하면서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 같아요.

오승주 : 아쉬움의 연속이었어요. 연습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지다 보니 점점 자신감도 상실했던 것 같고, 무엇보다 연습은 열심히 하는데,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스스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연패할 때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 팀원들끼리 싸우거나 화를 낸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주장이다 보니 게임 외적인 부분, 특히 생활면에서 잔소리가 필요할 때는 하는 편이죠.

그리고 뭔가 일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감독님도 스타2 팀과 동시에 운영하시다가 이제는 롤만 전담하기 때문에 선수들한테도 더 큰 힘이 되고요.



Q. 끝까지 1승도 못할 거라고 생각한 팬들도 많았어요. 진에어를 꺾었을 때 여러 감정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오승주 : 당시 진에어를 이겨도 크게 기쁠 것 같지 않았어요. 이미 승강전이 확정인 상태였고, 어차피 배우는 것에 중점을 뒀었으니까요. 당시에는 승, 패에 연연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첫 승을 하고 나니 정말 뭉클했어요. 특히 승리가 확정된 뒤 감독님이 부스 안으로 오셔서 제 어깨를 잡아줬을 때 감동이 벅차오르더라고요.


Q. '페이커' 이상혁을 상대로 비밀 병기 벨코즈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죠. 이후 많은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은데요?

오승주 : 세체미(세계 최고 미드) 이상혁 선수가 벨코즈 상대를 많이 안 해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좀 쉽게 라인전을 풀어나갔는데, 그 경기 이후 정말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당시 벨코즈를 선택한 이유는 주변에 벨코즈 장인이 있었는데, 그친구 게임을 보니까 벨코즈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어요. 그래서 연습해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라인전도 은근히 강하고, 특히 아지르 카운터로 꽤 쓸만했어요.


Q. 스베누에서 가장 주목을 먼저 받은 선수는 '뉴클리어' 신정현 선수였죠.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점 오승주 선수의 지분도 늘어갔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오승주 : 초반에는 (신)정현이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바텀 라인전이 괜찮았던 편이라, 룰루같은 바텀을 키워줄 수 있는 챔피언을 많이 선택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벨코즈나 강타 이즈리얼 등 제가 하고 싶은 픽을 해보고 싶다고 코칭 스태프에게 어필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픽으로 어느 정도 팬들과 감독, 코치님한테 인정받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Q. 일산으로 숙소를 옮긴 지 2~3달 즈음 됐죠? 이전 연습 환경과 비교할 때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오승주 : 예전에는 경기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모두 모여서 영상을 볼 장소가 조금 미흡했어요. 그래서 코치님의 말로만 피드백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쾌적한 환경이죠. 사실 영상을 직접 보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내 입장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은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니까 서로 조율도 잘 되고 있어요.



Q. 성연준 선수는 데뷔와 동시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성연준 :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요즘은 일어나면 제 영상을 다시 돌려보는 거로 일과를 시작해요. 팬들의 댓글도 많이 보는 편이랍니다. 사실 제가 승강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감독님한테 출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정말 자신 있었어요.

예전에 Ever팀이랑 많이 해봤는데 진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진짜 강력한 팀들과 붙게 될 텐데, 다른 프로팀들과 해도 자신감은 있어요.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부모님이 제가 게임하는 걸 안 좋아하셔서 승강전에서 제가 지기를 바라셨었대요. 그런데 지금은 이제 시작이지만, 주목을 받으니 어느 정도 인정해주신 것 같아요.


Q. 성연준 선수가 생각하는 정글러 TOP3를 뽑아본다면요?

성연준 : 프나틱의 '레인오버' 김의진, 스네이크의 '비스트' 김주현, IG의 '카카오' 이병권 선수요. 특히 카카오 이병권 선수는 경기를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게 보는 입장에서도 느껴져서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Q. 본인은 어떤 정글러가 되고 싶나요?

성연준 : 세체정(세계 최고 정글러)이요. 제가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인데, 스크림때 프나틱의 '레인오버' 김의진 선수한테 정말 호되게 당한 뒤 제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웃음).


Q. 초식류는 육식류를 못 이긴다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성연준 : 최근 메타에 육식이 좋은 것 같아요. 그라가스나 세주아니를 선호하던 때도 저는 리신으로 그 챔피언들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만 연구했거든요. 개인적으로 리신을 젤 좋아하고, 니달리랑 엘리스도 자주해요.


Q. CLG의 미드라이너 '포벨터'가 솔로 랭크에서 성연준의 리 신에 당하고 놀라는 영상이 화제였죠. 알고 있었나요?

성연준 : 제가 요즘 즐겨보는 영상입니다(웃음). 사실 그 게임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전 판에 같은 팀 미드 라이너가 너무 게임을 대충 하는거예요. 마침 다음 게임에서 그분을 적으로 만나서 의욕이 활활 타올랐거든요. 근데 그분은 탑을 갔고, 미드가 '포벨터' 선수였던 거죠. '척후병의 사브르의 힘'으로 멋진 장면들을 많이 연출할 수 있었어요. 이것도 '레인오버' 김의진 선수의 가르침입니다.



Q. 승강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이제는 탑, 미드, 원딜 3명 모두 캐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정글러가 이를 확실히 키워줄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날 발판을 마련한 것 같아요. 앞으로 스베누 소닉붐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오승주 : 승강전은 아무래도 아마추어 팀에게 보여준 경기력이라 만족하진 않아요. 앞으로 있을 케스파 컵에서 다른 프로팀이 우리를 만만한 팀으로 보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성연준 : 저는 자신감은 항상 있지만, 프로팀들과 대회에서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Q. 이번 롤드컵에서 우승후보 혹은 다크호스를 뽑아보자면?

오승주 : 우승후보는 LGD. 선수들 라인업도 굉장히 좋고, 팀원 모두 개인기가 뛰어나요. 특히 미드 '갓브이'가 정말 잘하거든요. 중국 리그를 보지 않는 팬분들은 잘 모르실 텐데 주목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갓브이'가 얼마나 잘하는지 겨뤄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크호스나 기대되는 팀은 플래시 울브즈요. AHQ가 지난 2015 MSI때 잘했던 이유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였거든요. 특히 '웨스트도어'가 피즈, 트페에 특출난 걸 아무도 몰라기 때문에 당했던 거죠. 그런 면에서 플래시 울브즈도 충분히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Q. 인터뷰 즐거웠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스베누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오승주 : 앞으로 있을 케스파 컵과 다음 시즌 롤챔스까지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저번 시즌보다는 확연히 달라진 스베누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과 스베누 황효진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성연준 : 많은 분들이 제 아이디에 궁금하신 게 많으신데, 사실 원래 아이디는 Flawless라고 '틈이 없는'이란 뜻이에요. 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섹의 시대는 끝났습니다(웃음). 제가 곧 리신이고 인섹 킥이 아닌 플로우 킥이라고 불릴 수 있게 멋진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