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이후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도 새로운 팀에 합류한 첫 시즌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레인오버' 김의진은 이적 첫 시즌부터 남다른 경기력을 그대로 이어가며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지역을 옮기면서 말이죠.

한국 활동 당시의 아쉬움을 유럽 프나틱에서 말끔히 씻어낸 김의진은 '후니' 허승훈과 함께 북미 지역 신생팀인 임모탈스로 이적했습니다. 또 한 번 활동 지역을 옮긴 것도 모자라 불안한 신생팀으로의 이적에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죠. 하지만 김의진은 북미에서도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가며 정규 시즌 MVP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스프링 시즌을 성공리에 마치고 한국으로 휴가차 돌아온 김의진. 안 만나볼 수 없겠죠? 오랜만에 김의진과 마주 앉아 나눈 대화를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


Q.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먹고 싶었던 것들도 많이 먹고 하고 싶었던 것들 역시 하나둘씩 하는 중이에요. 매운 걸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한국 치킨이랑 찜닭, 갈비찜이 계속 떠올랐어요. 특히, 삼겹살이 먹고 싶었거든요. 한국 와서 3일 내내 삼겹살만 먹었어요(웃음). 그리고 미국에서 잘 가지 못했던 치과에도 다니고 있고, 건강을 챙기는 중이에요.

친구들이 한창 휴가를 나오는 시점이라 자주 만나요. 보자고 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몇 명만 추려서 만나고 있어요(웃음).


Q.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니 반가울 것 같아요.

어머니는 제가 집에 있으니 잠이 잘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형이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대충 살고 있는데(웃음), 제가 요즘 형을 데리고 헬스도 가고 하는 걸 보시더니 마음이 놓이신대요. 형이 야행성이라 제 경기를 생방송으로 자주 보는 편이래요. 그런데 '겜알못'이라 딱히 조언이나 이런 건 없어요. 그래도 가족들이 평소에 워낙 연락을 자주 해주고 응원해줘서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Q. 본격적으로 스프링 시즌 이야기를 해보죠. 프나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난 이후에 팀을 옮겼어요. 어떤 이유였나요?

제가 게임 경력이 나름 오래 됐거든요. 그래서 LoL이란 게임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성적이 잘 나와서 경쟁 상대가 없어졌다고 생각되면 저도 모르게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어요. 프나틱에서 활동을 시작한 첫 시즌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이뤄놓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의욕에 불탔죠.

그런데 섬머 시즌부터 하나의 메타가 너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 시즌이 가장 힘들었어요. 우울하기도 했고요. 결국, 동기부여를 위해 당시 시즌 성적에 상관없이 팀을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 이유는 연봉 문제였어요. 유럽 지역이 대체로 다른 지역보다 연봉을 적게 주는 편이거든요. 프로는 아무래도 연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이 두 가지 이유로 북미행을 선택했어요.



Q. 임모탈스는 이번 시즌 처음 창단한 신생팀이죠. 팀원이 모두 정해졌을때 만족했나요?

팬들이 저에 보내주시는 기대치가 있었어요.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죠. 저랑 '후니' 허승훈이 합류하기로 했을 때 '아드리안'과 '포벨터'가 확정된 상태였어요. 북미 경기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포벨터'는 워낙 유명해서 잘하는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죠. '아드리안'에 대해 주변 선수들한테 물어봤더니 정말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아프로무'랑 견줄 만한 실력자라고 듣고 안심했죠.

원거리 딜러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후보가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와일드터틀'이라고 했어요. 그 선수가 워낙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걱정했죠. 그런데 막상 팀에 합류해서 함께 연습을 해보니 잘하더라고요. 사실 모든 팀원이 다 잘했어요. 게다가 시즌 초반에 연승해서 기세가 점점 올랐고요.


Q. 부동의 1위를 기록하다가 아쉽게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어요. 이번 스프링 시즌 성적에 만족하나요?

정규시즌은 거의 완벽했어요. 가끔 이상한 경기도 있었지만, 17승 1패의 성적을 거뒀죠. 솔직히 우승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플레이오프에서 0:2 상황이 나왔을 때도 우리가 올라갈 줄 알았어요. 우리 팀이 TSM과 스크림을 오랫동안 못해서 그 팀의 실력이 좋아진 것을 몰랐어요.

우리가 불리한 세트 스코어에도 밴픽 전략을 바꾸지 않아 비판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때 꺼내 든 조합들로 스크림 성적이 워낙 좋았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패배했죠. 정규 시즌에 아무리 잘해도 포스트 시즌에 못하면 결국 못한 거니까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이번 시즌 내내 보여줄 수 있는 건 많이 보여준 것 같아서 엄청 아쉽진 않아요.

아, MSI에 가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쉽긴 해요. 6.8 버전에서는 정글 캐리 메타가 살짝 저물고 운영 메타가 다시 올라올 것 같거든요. 엘리스와 렉사이, 그리고 이 둘을 카운터할 수 있고 제가 자신있는 올라프 등이 자주 나올 것 같아서 제가 활약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Q. 포스트 시즌 0:3 패배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1세트에도 사실 정말 유리했어요. 그런데 경기가 이어질수록 우리 조합의 약점이 드러나고, 그걸 상대가 잘 이용했어요. 조합상 항상 스노우볼을 굴려야 했는데, 유리한 상황에서도 한타를 계속 지다 보니 주눅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연습이 잘못됐나 싶어 불안한 기운이 팀 내에 돌았어요. 그렇게 정신없는 상태에서 2세트가 시작됐고, 초반부터 승기를 내주고 말았어요. 어느새 0:2까지 몰리게 됐죠. 저를 비롯한 팀원들 모두 멘탈에 심한 손상을 입었어요. 그렇게 기세를 잃고 완패를 당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못해서 졌어요. 이길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서 완벽하게 경기를 풀지 않으면 못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해요. TSM도 정말 잘했고요. 포스트 시즌 패배 이후에 TSM과 스크림을 했는데, 그때 느꼈죠. 'TSM이 정말 잘하는 팀이었구나' 라고요.



Q. 팀은 아쉽게 3위를 기록했지만, 본인은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어요.

시즌 초반, 그러니까 1주 차부터 3주 차까지는 '와일드터틀'만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실제로 '와일드터틀'이 정말 잘했지만, 저랑 (허)승훈이를 비롯한 나머지 팀원들은 관심을 받지 못했죠. 그러던 중 제 팬들이 레딧에 제가 프나틱 때부터 정말 잘하고 있는데 저평가 받고 있다는 글을 올려주셨어요. 그 글이 파란을 일으켰고, 그때부터 저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운 좋게도 그 글이 화제를 모으는 동안 제가 캐리를 많이 했고요(웃음).

팬들과 중계진이 저에 관심을 보여주고, 제가 캐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조금씩 평가가 좋아졌어요. '지금 잘하는데 알고 보니 시즌 초반에도 잘했다'는 평가를 시작으로, '롤드컵 시즌5에서도 잘했네', 'EU LCS에서도 정말 잘했구나!' 뭐 이런 식으로 점점 재평가가 퍼진 거죠. 팬들의 관심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아 MVP를 받게 된 것 같아요. 열심히 한 보람을 느끼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Cloud 9의 '옌센'이 MVP 경쟁자였대요. 8주 차부터 '옌센'이 평소보다 더 잘하길래 MVP 자리를 빼앗길까봐 걱정했죠(웃음).


Q. 많은 프로 정글러들이 '레인오버'의 플레이를 보고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최근 메타가 탑-정글 위주의 운영인데, 제가 거기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운영을 시도해봤지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과거 IM 시절부터 '스멥' 송경호랑 같이 탑-정글 위주의 운영을 연습한 덕분에 그 기량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Q. 무엇보다 깔끔한 정글 동선을 보고 배운다는 선수들이 많아요.

제가 처음 게임을 할 때부터 파밍형 정글 챔피언을 정말 좋아했어요. 프로게이머 생활 초기에도 그런 정글러 위주로 경기에 나섰고요. 연습을 정말 많이 하다 보니 성장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제 장점이 성장력에 있다 보니 정글 동선 연구를 정말 많이 했고요. 최근 정글러의 성장이 중요해져서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가 잘 풀리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니 경기가 또 잘 풀리고. 이렇게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 만족감도 생겨요.


Q. 본인이 정글 캐리 메타에 잘 어울리는 정글러라고 생각하나요?

최근 정글러의 기본 소양은 니달리와 킨드레드, 그레이브즈잖아요. 니달리는 예전부터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고, 성적도 좋아서 저격 밴도 당해요.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두 챔피언이죠. 우리 팀 성향상 탑과 서포터에 탱커가 없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특색있는 조합이 아니면 제가 스크림에서 탱커 챔피언이나 CC가 좋은 엘리스 등을 해야 하죠. 솔로랭크에서도 킨드레드랑 그레이브즈가 자꾸 밴 돼서 연습하기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선수들보다 점점 숙련도에서 뒤처지고 있어요.

사실 정규 시즌 성적이 워낙 좋았어서 하던 대로 하면 이긴다는 생각에 조합을 잘 안 바꿨어요. 그러다가 TSM에게 크게 혼난 다음에, 메타를 따라가기로 했죠(웃음). 시기를 잘 맞춰서 연습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저도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한국에 와서 킨드레드랑 그레이브즈를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만약 섬머 시즌에도 지금 메타가 이어지면 충분히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Q. 시야 장악 메타와 캐리 메타 중에 무엇에 더 재미를 느끼는지 궁금해요.

일단 저는 시야 장악 메타에 더 어울리는 정글러인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정글 스타일에 더 자신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야를 장악해주고 성장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면, 꼭 캐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기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재미있었던 메타는 지난 롤드컵 시즌5에서 나왔던 시야 장악 메타였어요. 경기하면서 생각할 것이 정말 많아서 흥미진진했어요.



Q. '후니' 허승훈의 경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어요. 팀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번 시즌 초까지만 해도 캐리형 탑 챔피언이 유행했어요. (허)승훈이가 캐리형 챔피언을 정말 잘해요. 그런데 탑 라인에서 탱커가 유행하게 되면서 승훈이가 고생을 좀 했죠. 아무래도 탱커 챔피언을 별로 해보지 않아서 다른 선수들보다 숙련도가 조금 떨어지거든요. 그래도 워낙 재능이 있고 판단력도 좋아서 충분히 극복 가능할 거예요. 탑 라인에 딜 메타가 돌아오면 다시 한 번 날아다닐 선수거든요.


Q. 이 자리를 통해 '후니' 허승훈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요즘 솔로랭크에서 탑 라인을 잘 안 하더라고요(웃음). 1지망은 탑 라인, 2지망에 원거리 딜러를 해놓는데 워낙 탑 라인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원거리 딜러만 잡힌다고 해요. 제가 옆에서 연습을 너무 안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줘요. 승훈아, 내가 인터뷰를 통해 너의 안일함을 공개했으니까(웃음) 이번 기회에 탑 라인 연습 좀 해~

사실 승훈이가 마오카이를 별로 안 좋아해요. 재미가 없는 챔피언이긴 하죠. 그런데 마오카이는 현재 OP로 평가받는 탑 챔피언이라 연습해야 하거든요. 하긴, 그러고 보니 저도 리 신을 예전부터 싫어해서 연습을 거의 안 했네요. 그래도 리 신은 한 번도 1티어 챔피언인 적이 없었잖아요? 그러니 저랑은 상황이 좀 달라요(웃음).


Q. 한국선수 최초로 북미와 유럽을 모두 경험한 선수가 됐어요. 두 지역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유럽 베를린은 날씨가 항상 우중충해요. 햇빛을 별로 보지 못해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할까요? 반면, 북미 로스앤젤레스는 항상 화창해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북미 음식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생활 면에서 날씨와 음식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종합적으로 주위 환경은 북미가 좀 더 마음에 들어요.

유럽이나 북미 모두 솔로랭크 승부욕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편이에요. 승패에 그리 연연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이 솔로랭크를 하면 마음 편히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가는 팀은 항상 연습을 열심히 해요. 예전 프나틱에서도 그랬고, 이번 임모탈스도 정말 연습을 엄청 해요. 유럽과 북미 모두 겪어봤는데 한국 팀보다 연습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들은 바로는 다른 팀도 우리 팀과 비슷한 수준으로 연습한대요.

그리고 팬 문화가 활발해서 좋아요. 매 경기 관객석으로 가서 팬들과 소통하는데 호응이 대단해요. 선수들 개인 방송도 워낙 인기가 좋고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한국 팬들은 수줍음이 많으신 것 같고, 북미 팬들은 완전히 격하게 팬 문화를 즐겨요. 유럽 팬들은 한국과 북미의 중간 정도? 물론, 팬들이 프로게이머를 사랑하는 마음은 지역에 상관없이 똑같은 것 같아요.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이죠.



Q. 북미와 유럽은 전통의 라이벌이죠. 북미로 간다고 했을 때 유럽 팬들이 아쉬워하진 않았나요?

저는 항상 프나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 저를 믿고 영입한 거잖아요. 저도 프나틱을 떠나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유럽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고요. 제가 이 정도인데 팬들은 어땠겠어요. 북미 이적이 발표됐을 때, 처음 반응이 '잘되니까 떠난다', '초심을 잃었다'와 같이 부정적이었죠. 그래도 제가 북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까 유럽 팬들도 응원을 해주더라고요. '유럽으로 돌아와라, 그립다'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Q. 북미 지역의 경기력에 대해 비판이 많죠. 개인적인 의견은 어떤가요?

프나틱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둘 때부터 다른 유럽 팀도 더 열심히 연습했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상승했어요. 이번 시즌을 보니 북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임모탈스가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다른 팀에서 우리의 운영을 많이 따라 하기도 하는 등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실력이 확 올라갔어요.

처음 북미에 도착했을 때 소위 '북미잼'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운영이 많았어요. 스프링 시즌 들어 유명한 선수들이 북미에 진출하면서 라인업이 강해졌기에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운영을 잘 모르더라고요. 내가 실수를 해도 상대방은 내가 실수했는지 모르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시즌 중반부터 모든 팀이 잘하기 시작했어요. 다음 시즌에는 우리 팀이 이번만큼 좋은 성적을 내긴 힘들 것 같아요.

개인적인 소망이 하나 있어요. 작년에는 유럽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열렸고, 유럽 지역이 한국 바로 아래 성적을 거뒀거든요. 이번에는 북미에서 롤드컵이 열리니까 북미 지역이 한국 바로 아래 성적을 거두게 되면 좋겠어요. 최하위 리그라는 꼬리표는 이제 그만 떼어내야죠.


Q. 그럼 다가올 롤드컵에서 북미 대표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발전 속도만 보면 유럽보다 북미가 더 빨라요. 섬머 시즌에는 지금보다 리그 수준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롤드컵에서 유럽 두 팀이 4강에 갔듯이, 이번 롤드컵에서는 북미 두 팀이 4강에 가면 이상적이죠.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Q. MSI 진출팀이 모두 확정됐어요. 어떤 결과를 예상하시나요?

우승은 SKT T1이 하겠죠. 워낙 잘해요. CLG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북미 선수들 대부분이 TSM의 우승을 점쳤거든요. 그래도 우승은 CLG가 했으니 MSI에서도 잘하겠죠? '엑스미티'랑 '다르샨'이 자신의 스타일을 최근 메타에 맞게 바꿨는데도 잘하더라고요. 유럽의 G2 e스포츠는 저랑 (허)승훈이가 있을 당시 프나틱 같았어요. 공격적인 운영을 정말 잘하더라고요.


중국은 진짜 모르겠어요. 경기를 가끔 볼 때마다 개인 피지컬은 엄청난 것 같은데, 이상하게 국제무대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해서... 이번 MSI에서는 플래쉬 울브즈가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줄 것 같아요. 잘하면 결승에 갈 수도 있다고 봐요. 특히, 정글러인 '카사'가 정글 캐리 메타 덕분에 탄력을 받았어요.

그러고 보니 이번 진출팀 정글러들이 모두 잘하네요. '블랭크' 강선구 선수야 말할 것도 없고, '엑스미티'도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캐리 메타에 적응을 잘했고, RNG 정글러 '엠엘엑스지'도 정말 잘하고, '카사'도 엄청나고, '트릭' 김강윤 선수도 정말 잘하고요. 확실히 정글러 싸움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MSI에 가지 못하는 게 더 아쉽네요. 꼭 붙어보고 싶었는데...

하나 중요한 게 6.8 패치에서 캐리형 정글러가 많이 너프되서 탱커 챔피언이 다시 나올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 중에 '엑스미티'를 제외하면 다들 딜러형 챔피언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에요. 바뀌는 메타에 누가 빠르게 적응하는가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 같아요.


Q.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섬머 시즌이 6월 초에 시작하는데요. 리그 방식이 3판 2선승제로 바뀌게 됐어요. 기존 방식보다 변수가 줄어드니까 개인적으로 우리 팀에 좋은 것 같아요. 스프링 시즌보다 우승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어요. 우리가 보여준 것이 있어서 상대가 우리를 두려워하는 게 느껴지거든요. 팀원들 모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섬머 시즌에 우승해서 롤드컵에 가고 싶어요. 저번 롤드컵 때 (송)경호한테 당했던 패배를 복수도 하고 싶고요(웃음). 북미에서 롤드컵이 열리니까 이번 기회에 북미도 잘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개최국에서 준결승에 진출 못 하면 창피하잖아요.

마지막으로 NA LCS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차 때문에 생방송을 보기는 힘드실 수도 있으니, 재방송이라도 꼭 봐주세요. NA LCS에 유명한 선수들도 많고요, '북미잼'이 여전히 있지만, 한층 발전한 운영도 함께 보실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으실 겁니다(웃음). 그리고 조그만 관심 하나가 저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부탁드려요.



* 사진 : 남기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