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롤챔스 섬머 시즌 탑 메타는 상성에 상성을 더해가며 계속 변화하고 있다. 2라운드 어느덧 막바지. 탑 라인은 하드 탱커 메타에서 잠깐의 브루저 메타를 거쳐, 이제는 쉔, 갱플랭크, 나르의 3대장 구도로 굳혀진 듯 보인다. 그중에서도 2라운드 후반에 등장한 나르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런 나르의 등장 배경은 바로, 쉔을 기준으로 한 메타 변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렐리아의 대항마로 등장한 쉔이 독보적인 활약을 펼칠 때, 다시 쉔의 대항마로 나르가 등장한 것. 이렇게 등장한 나르는 기용의 이유를 보여주듯, 라인전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적극적인 싸움을 펼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나르의 궁극기를 통한 변수는 게임의 진행을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강력한 라인전과 무시무시한 한타 파괴력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나르'. 과연 나르는 섬머 시즌 탑라인의 최강자로 자리할 수 있을까?


▲ 2라운드 후반부터 등장해 활약 중인 나르!


■ 하드 탱커 메타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귀여운 요들이 돌아왔다!

보통 색다른 챔피언이 등장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 분류해보면, 챔피언 자체 패치나 아이템의 패치로 등장하는 경우와 메타의 변화와 상성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나르의 경우는 후자에 속하는데, 이는 이번 2라운드 후반부에 등장한 쉔의 활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먼저, 2라운드 후반에 쉔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렐리아의 등장 때문이다. 이렐리아는 삼위일체 옵션 변경으로, 아이템과의 시너지가 높았고 당시 탑 챔피언으로 기용되던 에코와 마오카이를 상대하기에 좋은 챔피언이이었다. 이렐리아의 엄청난 활약으로 당시 탑 라인의 주류 챔피언으로 자리 잡았던, 에코와 마오카이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러한 이렐리아의 독주를 막기 위한 카드로 쉔이 등장했고, 이렐리아의 독주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 이렐리아의 픽률은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출전하지 않는다.


다시 탑 메타는 쉔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이런 쉔을 상대하기 위한 카드로 등장한 챔피언이 바로 이번에 다룰 '나르'이다. 나르가 쉔을 상대로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르는 쉔과의 맞라인전 구도에서 계속해서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다. 쉔을 상대하는 전략으로 리워크 이전부터 자주 사용되던 전략인데, 쉔에게 라인전에서 계속 압박을 넣으며, CS를 포탑에 밀어 넣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쉔에게 CS 손실의 압박을 넣는다. 특히, 쉔이 궁극기를 통해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지속적인 CS 손실로 차이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 것도 주된 목적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전략은 쉔의 '발을 묶기 위함'이다

이런 강한 압박을 위해서는 쉔을 상대로 일방적인 딜교환이나 라인 푸쉬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나르는 원거리 공격과 패시브를 통한 강력한 딜링으로, 쉔에게 일방적인 딜교환을 할 수 있다. 또한, 메가나르 상태의 강력한 라인 푸쉬력으로 계속해서 라인전에서 압박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2라운드 후반, 나르의 등장으로 쉔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 나르는 급격하게 상승한 픽률에 비해,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 챔피언 상성뿐만이 아니다! 나르가 가진 무시무시한 변수와 장점!

메타의 변화로 등장한 나르의 장점은, 비단 탑에서 등장한 주류 챔피언과의 상성 때문만은 아니다. 나르 최대의 장점이라 한다면, 역시 '한타 파괴력'에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메가나르 상태의 스킬 구성은 알찬 CC기로 가득 차 있으며, 이를 활용한 멋진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먼저, 메가나르 상태에서의 핵심 스킬인 '나르!'는 넓은 범위와 딜링, 광역 CC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스킬이다. 또한, 연계로 들어가는 '쿵쾅' 스킬로 최대 3초간 적의 발을 묶어둘 수 있다. 나르의 멋진 궁극기 활용은 한타의 판도를 바꾸는 데 엄청난 변수로 작용하고는 한다.


▲ 나르의 강점은 주도권 뿐만 아니라, 강력한 한타 파괴력에도 있다.


반면, 나르의 단점은 한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먼저, 나르의 변신은 쉬바나의 궁극기처럼 사용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나르가 가진 분노량에 따라 저절로 변신이 되기 때문에, 원하는 전장에서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한, 변신 이후에는 일정 시간 동안 분노가 생성되지 않아, 다시 변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장 선택의 주도권이 있을 때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다소 영향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또한, 막강한 한타 파괴력을 지닌 궁극기 역시, 발동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주변에 지형을 이용해, 상대방을 밀어 넣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궁극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꾸준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선수의 숙련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회에서 나르를 다루는 선수의 '분노 관리'나 한타에서의 '진입'과 '위치 선정'은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듀크의 깔끔한 분노 관리와 정확한 CC 연계를 보여주는 장면


나르의 등장과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탑 라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쉔과 갱플랭크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의 나르 숙련도 향상에도 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회에서는 잘 못된 분노 관리나 아쉬운 궁극기 활용 장면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나르의 장점을 최대로 살린 플레이를 보여준 롱주의 '엑스페션' 구본택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 1:1 구도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면모와 교전에서의 CC기 활용, 스플릿 운용 모든 면에서 나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특히 스플릿 구도에서 팀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억제기를 공략하며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나르로 할 수 있는 스플릿 운영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랭크 게임에서는 낮은 승률을 유지 중인 나르가 대회에서 적극적으로 기용되며,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나르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활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조건부 CC'와 '원하는 구도에서의 싸움(분노관리)'이 있는데, 이런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팀원 간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호흡이 중요하다. 팀 단위 게임인 대회에서는 나르를 사용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런 무대에서 나르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나르의 지속적인 활약과 통쾌한 '궁극기 대박'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한편, 대세가 된 나르의 카운터로 야스오가 등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나르 카운터로 분류되는 챔피언은 야스오와 이렐리아가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메타에 변화를 일으켰던 이렐리아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기대해볼 만하다. 치명적인 매력의 티모 역시, 나르의 카운터 챔피언이다. 하지만 다시 실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나르가 대세 챔피언으로 자리 잡고 있어도 티모가 등장할 확률은 없다.


▲ 아슬아슬한 한타에서 '듀크'의 소름돋는 나르 4인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