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가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5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전에 자리잡았다. 스플릿 말미까지 진에어 그린윙스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였고, 그 구도 속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그들은 SKT T1을 시작으로,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 롱주 게이밍 등 쟁쟁한 프로게임단과 대결을 벌여야 한다.
현재 아프리카 프릭스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가 있다. 미드 라이너인 '쿠로' 이서행과 서포터 '투신' 박종익이다. '쿠로'는 스플릿 중후반부터 폼을 더욱 끌어올려 팀이 흔들릴 때마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1세트에서 보여줬던 코르키 플레이는 팀의 역전승을 이끌기도.
그리고 섬머 스플릿 내내 뛰어난 경기력으로 팀의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한 선수가 있으니, 위에서 언급했던 '투신'이다. 그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부실한 하체'라는 평가에서 현재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을 때까지 엄청난 발전속도를 보였다. 현재 '투신'의 경기력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 과거의 투신 - '던질 투 몸 신'
'투신' 아프리카 프릭스에 입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팬이 반신반의했다. 오랜만에 LCK로 돌아온 '투신'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것인지 기대를 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가 예전에 보여줬던 단점들을 먼저 떠올렸다. 지나친 공격성으로 인해 스스로 고꾸라지던 모습이 눈에 선했던 모양. 이윽고 '투신'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부실한 하체 중 하나를 담당하는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투신'이 예전부터 보여줬던 지나친 공격성이 여전했다. 싸울 각은 잘 봤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움직임이 독으로 작용했다. 피지컬이 뛰어나 가끔 슈퍼 플레이로 이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투신'의 판단과 이니시에이팅은 팀을 위기로 몰아넣곤 했다.
그런 '투신'에게 팬들은 날 선 비판을 보냈다. 혹자는 그의 아이디에서 영감을 얻어 '던질 투 몸 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싸움의 신이라는 본래 뜻을 다른 식으로 비꼬아 그의 지나친 공격성을 부각시킨 것이었다. 사실 반박하기 힘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투신'의 지나친 공격성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으니까. 더욱이 그와 봇 듀오인 '크레이머' 하종훈도 이렇다 할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하자, 아프리카 프릭스의 봇 듀오에 대한 비판은 그치지 않았다.
■ 발전한 투신 - 끊임없는 노력
'투신' 본인이 팬들의 이러한 비판과 평가를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던 혹평에 정면으로 맞섰다. 봇 듀오인 '크레이머'와는 물론,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플레이에 대해 피드백을 이어갔다. 스스로도 인터뷰를 통해 "처음엔 팀에 들어오고 자신감이 있었는데, 내가 팀 게임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처음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팀에 녹아들고자 노력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다른 팀원들 역시 인터뷰에서 봇 듀오에 대해 물어보면, 항상 노력을 하고 있고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칭찬했다.
특히 호흡이 중요한 봇 듀오끼리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크레이머-투신'은 자신들이 다른 팀원들과 비교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경기 중에 범했던 실수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 했다. '크레이머' 특유의 안정감을 중시하는 플레이와 '투신'의 지나친 공격성을 조율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실제로 '크레이머'는 인터뷰에서 "예전과 달리 서로 생각을 잘 공유하다보니 팀 플레이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프리카 프릭스의 봇 듀오는 피나는 노력의 보상을 받았다. 점차 봇 듀오가 활약해서 승리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크레이머'는 애쉬로 첫 펜타킬을 달성하는가 하면, '투신'은 점점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감함을 보여줘야 할 때는 예전보다 훨씬 정제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때릴 각만 보는 것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상황을 함께 보게 된 것만 같았다.
■ 현재의 투신 - 완성형 서포터?
현재의 '투신'은 감히 완성형 서포터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표현하겠다. 그만큼 '투신'이 스플릿 중후반 들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대단하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콜 플레이와 공격-수비의 적절한 조화, 상황 판단을 빠르게 마치고 들어가는 뛰어난 이니시에이팅에 대한 감각까지. '투신'은 현재 메타 속에서 서포터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치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우선 '투신'은 방송사에서 공개한 부스 내에서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날카로운 면모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거기서 드러난 '투신'은 중요한 순간마다 싸움을 열 수 있는 각을 확실히 파악한 듯 했고, 실제로 아프리카 프릭스는 그렇게 시작된 한타에서 '투신'을 필두로 대승을 자주 거뒀다. 모든 전문가가 강조하는 것처럼 이니시에이팅은 팀의 승패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법인데, '투신'의 최근 이니시에이팅 관련 콜 플레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처럼 '투신'은 과거에 자주 보였던 단점을 피나는 노력을 극복하고 완성형 서포터에 가까워진 선수다. 그가 없는 아프리카 프릭스는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투신'은 명실공히 아프리카 프릭스의 에이스다.
분명 아프리카 프릭스의 포스트시즌 행보는 가시밭길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신'의 활약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그가 활악한다면, 아프리카 프릭스의 전진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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