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일)과 26일(화),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4(이하 ASL) 16강 A조, B조 경기가 펼쳐졌다. 치열한 경기 끝에 A조에서는 이영호, 박준오가, B조에서는 임홍규, 조일장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주 경기에서는 완벽한 운영을 선보인 이영호, 울트라리스크와 가디언 등 상위 테크트리 유닛을 적절히 활용한 박준오가 화제가 되었다. 저그만 네 명이 모여있던 B조에서 1위를 차지한 임홍규는 강적 김정우를 상대로 정확한 판단을 선보이며 승리를 쟁취해 시선을 끌었다.

▲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16강 경기를 빛낸 이영호, 박준오, 임홍규


◆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경기력, 빈틈 없는 실력 선보인 이영호

16강 첫 경기는 A조의 이영호와 박준오의 대결이었다. '우승 후보 0순위'로 불리는 이영호의 우세가 점쳐지긴 했으나, 24강에서 보여준 박준오의 경기력도 훌륭했기에 쉽게 결과를 예측하긴 어려웠다.

크로싱 필드에서 진행된 경기는 무난한 초반 흐름을 보였다. 박준오는 앞마당, 이영호는 뒷마당에 멀티를 건설했다. 정찰을 나선 이영호의 SCV는 박준오의 뒷마당 지역에 엔지니어링 베이를 연달아 건설하며 추가 해처리 건설 시기를 최대한 늦췄다.

▲ 엔지니어링 베이를 통해 견제에 나선 이영호


이영호는 꼼꼼했다. 혹시나 모를 저그의 변칙 전략에 대비하여 추가 SCV를 보내 테크트리 현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그것에 맞게 미사일 터렛을 건설하며 뮤탈리스크 견제에 대비했다. 박준오도 뮤탈리스크를 통해 마린을 줄이며 바이오닉 병력의 진출을 막고자 노력했다.

지형을 활용하며 테란의 뒷마당 지역에 견제를 했으나, 어느새 이영호의 주력 병력은 저그의 앞마당 지역까지 진출해있었다. 마린, 메딕의 바이오닉 부대와 소수의 벌쳐는 무리한 공격보다는 추가 멀티 확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선택했고, 다수의 러커까지 처치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 박준오도 견제에 나섰으나 점점 주도권을 잃어갔다


박준오도 결단을 내렸다. 테란의 주 병력을 상대하며 추가 멀티를 가져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레이터 스파이어를 올리며 가디언을 준비했다. 언덕과 공중 지형이 많은 크로싱 필드의 특징을 이용해, 가디언으로 시간을 끌고 경기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가디언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가디언이 테란의 9시 지역 멀티에 공격을 나서긴 했으나, 이미 바이오닉 병력과 사이언스 베슬이 수비에 배치되어 있었고 가뿐히 모든 가디언을 처치했다.

가디언 생산에 상당한 가스를 소모한 저그는 디파일러와 러커 등 주요 유닛 생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테란의 바이오닉, 벌쳐 조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박준오는 GG를 선언했다. 우승 후보다운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 가디언 공격을 가뿐히 막아내고 승리한 이영호


◆ "이번엔 울트라리스크다!"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박준오

A조 패자전에서 만난 박준오와 윤찬희. 둘 다 안정적으로 멀티를 확보하며 테크트리를 확보해나갔다. 먼저 공격에 나선 것은 박준오였다. 테란의 바이오닉 병력이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자, 저글링을 돌려 본진 난입에 성공해 시간을 끌었다.

뮤탈리스크 견제에 대비해 테란이 수비적인 모습을 보이며 웅크리자, 저그는 빠르게 하이브 테크를 확보했다. 뮤탈리스크는 철저히 테란의 진출을 늦추는 용도로만 활용했다. 뮤탈리스크가 시선을 끄는 사이, 러커를 생산하지 않고 울트라리스크를 생산을 준비했다.

▲ 저글링 난입을 통해 테란의 진출 타이밍을 뺏는 박준오


테란도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상 병력으로 앞마당 공략을 노리는 한편, 드랍쉽 견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스커지를 동반한 수비에 2기의 드랍쉽을 다소 허무하게 잃게 되었고 오히려 본진 저글링 난입을 한번 더 허용하며 진출 타이밍을 잃었다.

그러는 사이 울트라리스크 생산이 완료되었다. 사이언스 베슬과 마린, 메딕 위주의 SK테란 체재를 유지하던 테란도 이레디에잇 등을 활용하며 대처했지만, 업그레이드가 부족한 마린으로는 울트라를 쓰러트릴 수 없었다.

박준오는 패자전을 승리로 장식했고, 최종전을 거쳐 8강까지 진출해 로열로더에 도전하게 되었다. 윤찬희도 스커지의 사이언스 배슬 저격을 디펜시브 매트릭스로 막아내는 등 감각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나, 본진 난입을 두 번이나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활용해 사이언스 베슬을 살리는 윤찬희


▲ 박준오는 울트라리스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성큰 하나가 결정한 승부, 정확한 판단 보여준 임홍규

임홍규와 김정우는 조지명식부터 서로를 도발하며 관심을 모았다. 각각 이영한, 조일장을 꺾고 16강 B조 승자전에서 만난 둘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최상위 저그로 평가되는 둘인 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진행되었다. 앞마당 멀티를 확보하고 저글링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정우의 저글링이 공격에 나서는 순간, 임홍규도 미리 빼둔 저글링으로 공격에 나섰고 경기는 순식간에 엘리전 양상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저글링의 수는 김정우가 많았으나 임홍규에게는 성큰 콜로니가 있었다. 김정우의 저글링들이 임홍규의 본진으로 올라갔으나, 마침 완성된 성큰 콜로니에 막혀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반면, 임홍규의 저글링은 스포닝 풀 파괴와 스파이어 건설 취소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전투로 승패가 갈렸다. 스포닝 풀과 스파이어가 없는 김정우는 추가 병력 생산이 불가능했고 이어진 임홍규의 저글링 러쉬에 GG를 선언했다. 안정적으로 성큰 콜로니를 건설하고 병력을 숨겨둔 임홍규의 전술이 빛났다. 16강에 이어 8강까지 진출한 임홍규는 오프라인 경기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 임홍규는 성큰 콜로니의 힘으로 수비에 성공, 8강까지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