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스프링 스플릿이 한창인 가운데, 어느 정도 반환점을 돌았다. 1라운드가 마무리되고 2라운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순위표가 잘 정립된 지역도 있고 여전히 혼돈의 연속인 지역도 있다.

모든 팀이 포스트시즌, 그리고 더 나아가 MSI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그 속에서 주요 지역 리그에서는 본인들의 특징과 최근 유행하는 메타와 맞물리는 챔피언이 다수 선택되고 있다. 어떤 챔피언들은 승승장구하면서 고승률을 기록 중인 반면, 다른 챔피언들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패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승률이 높은 챔피언들은 그 지역 리그의 특징과 운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결과를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 LCK와 중국 LPL, 대만 LMS, 그리고 NA LCS와 EU LCS에서는 어떤 챔피언들이 승리를 불러오는 픽으로 자리매김했는지 알아보자.


LCK
제이스를 먹여 살리는 '칸-스멥'


최근 제이스가 예전 포스를 잃고 방황 중이다. 랭크게임에서는 물론 대회에서도 제이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힘이 빠진 견제 능력과 여전히 약한 갱킹 회피 및 호응이 뼈아프게 작용했다. 하지만 LCK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제이스 하면 떠오르는 프로게이머인 킹존 드래곤X의 '칸' 김동하가 세 번 꺼내서 모두 승리했다. 그리고 최근 팀을 위한 픽을 자주 꺼냈던 kt 롤스터의 '스멥' 송경호 역시 제이스로 2전 전승이다. 제이스의 암흑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 '칸' 김동하(좌), '스멥' 송경호(우)

다른 지역에서는 승률이 높지 않은 자야도 LCK에서는 9승 4패로 준수하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락스 타이거즈의 '상윤' 권상윤이다. 5전 4승 1패다. 이제 '상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은 칼리스타가 아닌 자야라고 봐도 무방할 성적이다.

여느 지역처럼 LCK에서도 잭스가 활약 중이다. 6전 전승의 기록은 사라졌지만, 13승 6패로 여전히 뛰어난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딜도 되고 탱도 되는 잭스의 특징과 한타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E스킬 '반격',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 기대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덕에 잭스는 여러 지역에서 애용되고 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갱플랭크의 승률이 다른 지역에 비교해서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5할을 넘기긴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하긴, 생각해보면 유독 다른 지역보다 LCK에서 망한 갱플랭크를 자주 봤던 기억이다.


LPL
베인-레오나 등 전투 지향 챔피언의 선전


LPL 하면 싸움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경기 내에서 공격적인 운영과 플레이를 선호하고 잘한다. 그래서인지 카밀이 13승 5패로 높은 승률을 보인다. 상대가 보이면 일단 뛰어드는 카밀의 특징이 LPL의 스타일과 잘 맞는 모양이다. 정말 많은 LPL 탑 라이너들이 꺼냈고 대부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신기한 점은 초가스 역시 9승 3패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가스는 단순한 스킬 메커니즘 때문에 한타에서 맹활약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인데, 전투의 고향이라 할 만한 LP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EDG의 탑 라이너 '레이' 전지원과 OMG의 '시양'이 2전 전승으로 초가스를 잘 다룬다. '쾅'하고 붙는 대규모 한타에서 남다른 스킬 적중률과 궁극기 활용으로 돋보이는 장면을 다수 연출했다.


초가스 외에는 '역시 LPL'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챔피언들이 고승률을 기록했다. '우지' 하면 떠오르는 챔피언인 베인이 7승 3패를 기록 중인데, 스네이크 소속 원거리 딜러 '크리스탈'이 4전 전승이다. 남다른 피지컬과 저돌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 베인인데, '크리스탈'이 그 부분에서 뛰어났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앞으로 구르면서 상대를 타격하는 베인과 싸움의 본고장 LPL.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전투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레오나 역시 5승 2패로 고승률이다. 잔뼈가 굵은 프로게이머이자 LGD의 서포터인 'Pyl'이 두 번 꺼내서 두 번 다 승리했다. 챔피언들을 나열하고 보니 참 중국 스타일이 잘 묻어난다. 카밀과 레오나가 뛰어들고 베인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 LPL스럽다.


LMS
고공행진 조이와 뜻밖의 트리스타나


LMS에서는 어떤 챔피언이 고승률을 기록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조이다. 조이가 그리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5승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렉스 소속 미드 라이너 '캔디' 김승주가 2전 전승을 기록했다. 조이가 최근 이런저런 너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LMS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하다. 조이 말고 다른 미드 라인 챔피언 중에서는 카시오페아가 3승 1패로 표본이 적긴 하지만 준수하다. 특히, 플래쉬 울브즈의 '메이플'이 두 번 꺼내서 다 이겼다.

'파랑 이즈'가 대유행했던 지역 답게 이즈리얼의 승률이 매우 높다. 총 스무 번 출전했는데 14승을 기록 중이다. 하긴 모든 지역에서 이즈리얼은 만능 챔피언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도벽'을 활용한 빠른 코어 아이템 구매와 대치 구도에서의 강점, 우월한 생존기까지. 하지만 LMS만큼 이즈리얼의 승승장구 하고 있는 지역은 없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트리스타나가 이즈리얼과 비슷한 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리스타나는 각 지역에서 잠시 연구되긴 했지만 그리 널리 활용되진 않았다. LMS에서는 14승 6패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LMS 내 많은 원거리 딜러가 라인 클리어와 타워 철거에서 뛰어난 트리스타나의 특징을 잘 살렸다. 물론, LMS에 국한된 성적표다.


NA LCS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 이블린과 야스오


NA LCS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인 챔피언은 놀랍게도 이블린이다. 이블린은 대대적인 리워크 이후에 유저들의 랭크게임에서는 두각을 드러냈지만, 대회에서는 그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W스킬 '황홀한 저주'의 발동 조건이 까다롭고 한타에서는 이블린 자체가 어그로 핑퐁 외에는 큰 활약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러치 게이밍의 '리라' 남태유와 Cloud 9의 '스벤스케런', TSM의 '마이크영'은 이블린을 한 번씩 플레이해서 모두 승리했다.

▲ 에코 폭스의 '후니' 허승훈

과학으로 불리는 야스오도 NA LCS에서는 전승을 기록 중이다. 에코 폭스의 '후니' 허승훈만 두 번 꺼내서 두 번 다 승리, 야스오의 승률을 100%로 만들어줬다. 큰 의미가 있을 법한 수치는 아니지만, 야스오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다.

그보단 카시오페아가 더 유의미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5승 1패로 에코 폭스의 '피닉스' 김재훈이 세 번 꺼내서 모조리 승리, Cloud 9의 '옌슨'과 클러치 게이밍의 '페비벤'도 카시오페아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잘 쓰기 힘든 챔피언인데다가 최근에는 아지르나 라이즈, 코르키에 묻혀 자리를 잃은 것처럼 보였는데 NA LCS에서는 맹활약 중이었다.

그 외에도 NA LCS에서는 스카너, 갱플랭크, 잭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챔피언들이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스카너는 9승 3패, 잭스는 7승 3패, 갱플랭크는 무려 17승 7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EU LCS
'패왕' 카밀과 깜짝 카드 쓰레쉬


현재 EU LCS를 지배하고 있는 탑 라인 챔피언은 카밀이다. 12승 4패라는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플라이스의 '오도암네'와 FC 샬케 04의 '비지차치'가 카밀을 잘 활용했다. '오도암네'는 3전 전승, '비지차치'는 2전 전승이다. 특히, '오도암네'는 1:2 싸움에서 손쉽게 승리하는 등 카밀 숙련도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의 플레이는 라이엇 게임즈의 영상 콘텐츠인 '더 펜타'에도 1위로 실렸을 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 출처 : LoLesports 'The Penta - Episode 5 (2018)' 캡처

유리할 땐 최강의 서포터지만 불리할 땐 너무나도 무력한 챔피언인 쓰레쉬도 EU LCS에서는 날아 올랐다. 5승 1패로 자주 등장하진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승리했다고 봐도 좋을 성적이다. 자이언츠 게이밍의 '타르가마스'와 팀 바이탈리티의 '작트롤'이 쓰레쉬를 두 번씩 꺼내서 모조리 승리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고 승률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독특한 수치다.

모든 지역에서 두루 사랑받는 미드 챔피언인 코르키가 EU LCS에서도 높은 승률을 보였다. 7승 3패다. 보통 메타에서 유행하는 챔피언은 너도 나도 선택하기 때문에 승률이 높기 쉽지 않은데, EU LCS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챔피언이고 누가 잡아도 제역할을 하기 쉬운 스킬 구성이라는 점이 EU LCS에서 특히 통하는 듯하다.

EU LCS에서는 유독 3승 1패의 성적을 기록 중인 챔피언이 많은데, 시비르와 질리언, 베이가가 그렇다. 특히, 질리언과 베이가의 순간적인 광역 CC기가 잘 통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베이가는 최근 메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아지르의 카운터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