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파괴신'.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선수가 있다. 하지만 그 선수가 경기하는 날이면 e스포츠 스타디움이 향기롭게 바뀔 정도로 많은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제8게임단 소속 이제동 선수이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MSL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선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이하 스타1)에서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네 선수를 가리키는 별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수한 기량을 자랑하며 '폭군'. '파괴신'같은 무서운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는 준수한 외모와 많은 팬을 가진 선수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이제동 선수와 스타,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스타2), 군단의 심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이제동 선수는 경기장에서의 강한 이미지와 달리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이였다. 딱딱한 인터뷰 분위기를 걱정했던 기자는 마음을 놓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제동 선수. 인벤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8게임단에서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활동 중인 이제동이라고 합니다. 게임웹진 인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어떻게 처음 접했나요?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취미로 PC방에서 즐기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16살 때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꾸게 되면서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스타 열풍이 불어 팬들도 생기고 텔레비전에서 게임 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고, 다들 시작은 비슷한 거 같네요.


당시 야간 자율학습을 못 빠져 넋두리를 하던 글이 나중에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자신이 직접 올린 글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올린 글 맞습니다.(웃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쑥스럽네요.

학교에 다니면서 프로게이머를 준비한다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프로게이머가 되는데 도움이 안 되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아침 일찍 등교해서 밤늦게야 집에 오고, 집에 오면 연습할 시간이 얼마 없었죠. 당시에는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시 피해서 학교에 사정 이야기를 해도 잘 안들어주셨죠.

예전 그런 글을 올린 게 지금에야 화제가 되다니 감회가 새롭고 재미있네요.

[ ▲ 야간자율학습 때문에 고민이 많던 학생은 훗날 스타리그 우승자가 되었다 ]


그렇다면 학교와는 이야기가 잘 되었나요?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을 텐데.

제 주장을 꺾지 않고 강하게 이야기 드려 결국 담임선생님에게 허락을 받긴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도 엄청나게 반대를 하셨죠. 그래도 부모님은 제 고집을 아시니까. (웃음) 부모님과 오랜 대회를 거쳐서 허락을 받긴 했는데 조건이 있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허락을 해 주신다는 것이었는데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시험 전 보름 동안 하루에 세 시간씩 자면서 벼락치기 공부를 했죠. 결국, 인문계 진학에 성공하고 부모님께 '제가 이런 아들입니다.' 라는 것을 보여 드려서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스타리그 조지명식에서 선수들의 연습생 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이제동 선수의 연습생 시절은 어땠나요?

당연히 연습생 시절을 거쳤죠.(웃음)

저 역시 밑바닥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니 설거지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다 했습니다. 어차피 누구나 겪어야 하는 길이라 오기로 그 시절을 버텨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 저그를 플레이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을 때 프로토스도 해보고 테란도 해봤어요.

그래서 처음 테란을 주종으로 시작했는데 일정 수준 이상 되는 저그 선수들은 이길 수가 없었죠. 그래서 한참 좌절하다가 '아! 내가 저그를 하면 해결되는 문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물량을 한 번에 폭발시키는 모습에 반해서 주종을 저그로 바꿨습니다.

[ ▲ 공식전에 데뷔하기 전 힘든 시절도 지금은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 ]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던 적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거고, 성적이 안 나오면 주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죠.

아무리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저 스스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소대로 생활하니 다시 성적은 오르더라고요. 사실 프로게이머 생활에 열중하다 보니 침체기라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어요. 다음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다 보면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택뱅리쌍'이라고 불리시면서 스타1 최고 선수로 활동하셨는데, 스타2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스타2 오리지널인 자유의 날개 베타 때는 일부러 게임을 안 했습니다.

새로운 리그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죠. 제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종목은 스타1이고 프로리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스타2에 관심을 가진다면 집중력이 분산될 거 같았고, 나중에 리그가 시작한 다음에 게임을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프로리그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 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선수들 VOD를 보면서 연습했는데, 다른 선수들을 모방한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장점들을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임재덕 선수나 박수호 선수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니 저 역시 이제동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 ▲ 최고 선수들이 초청받은 MLG 케스파 초청전(오른쪽에서 세 번째 선수가 이제동 선수) ]



스타2 저그와 스타1의 저그를 모두 플레이 하셨는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이야기 해 주신다면?

비슷한 점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저그라는 종족 자체는 부화장 하나에서 모든 유닛을 생산합니다. 프로토스의 관문, 테란의 병영에서는 생산할 수 있는 병력의 종류가 정해져 있죠. 하지만 저그는 애벌레를 사용해 대군주부터 울트라리스트까지 모두 생산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스타1의 저그와 스타2의 저그는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1의 저그와 스타2의 저그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은 여왕의 존재죠. 스타1보다 스타2의 저그가 훨씬 어려운데 여왕을 이용해서 끊임없이 추가 애벌레 생산을 해 줘야 저그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하거든요. 게임 내내 여왕 컨트롤을 신경 써 줘야 하니 피지컬적인 요소가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타1때보다 컨트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든 거 같습니다. 저글링 컨트롤이라던가 뮤탈 견제라던가 하는 부분 말이죠. 스타1에서는 컨트롤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데 스타2에서는 아직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연습과 연구를 통해 스타2에서도 컨트롤을 보여드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프로리그 스타2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에이스 결승전 승리도 꽤 기록했네요.

저희 팀이 평일 낮 게임경기를 하더라도 많은 팬들이 찾아오세요.

응원도 가장 열성적으로 해 주시는 걸 생각하면 자연스레 힘도 나죠. 그만큼 모든 팀원이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고. 특히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승리욕이 더 불타올라 제가 가진 실력 이상을 보여 드리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번 시즌은 저나 팀에게 모두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단을 위해 스폰서를 구하는 팀이기 때문에 이번 시즌 성적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저도, 선수들도, 코치진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물론 우승을 하는 게 이번 시즌 가장 좋은 끝맺음이겠죠? 저도 큰 무대에 서본 지가 오래되었으니 이번 시즌만큼은 꼭 팀을 우승시키고 결승 무대에서 제 손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습니다.




WCS 무대에서 스타2 개인리그 첫 경기를 가졌는데, 그 당시 기분이 궁금합니다.

프로리그에 비해 큰 부담 없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연맹 선수들이 아직은 더 잘하고, 저 역시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험 축적에 무게를 실은 대회였거든요. 첫 경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연맹 선수와의 경기에서 얻은 경험이 제게 큰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주위에서 협회 대 연맹 구도를 그리시고 제게 많은 기대를 하셨지만 저 스스로 제 기량에 만족하고 있지 못했으니 져도 크게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승리를 거두니 자신감과 함께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지요. (웃음)


이제 스타2에 적응되셨을 텐데, 내년 초에 군단의 심장이 출시됩니다.(웃음) 지난 MLG에서 군단의 심장을 해보셨나요?

네. 지난 MLG 스프링 챔피언십에서 군단의 심장을 처음 플레이 해 봤습니다.

신선한 유닛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기본적인 것은 자유의 날개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유닛의 활용이 중요해진 거 같습니다.

저그에 살모사와 식충, 두 유닛이 추가되었고 울트라리스크 잠복 돌진이 추가되었습니다. 살모사는 상대 유닛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가지고 있는 유닛인데, 디파일러의 다크스웜과 비슷한 흑구름이라는 능력도 가지고 있죠. 이 유닛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할 듯합니다.

군단 숙주라는 유닛은 잠복 후에 일정 시간마다 식충이라는 유닛을 계속 생성하는데, 스타1에서의 럴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이 유닛 처음 보고 '이거 정말 좋을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상대방을 귀찮게 할 수 있는 유닛이라 기대중입니다.

울트라리스크 잠복 돌진은... 멋있었어요! 경기를 보시는 분들은 정말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 MLG 스프링 챔피언십에서 군단의 심장을 시연할 기회가 있었다고 ]



혹시 다른 종족 신 유닛도 직접 사용해 보셨나요?

사용하지는 않고, 상대는 했습니다.(웃음)

테란의 거머리 지뢰와 사정거리가 긴 프로토스의 폭풍 함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화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풍 함이 제 기지를 죄다 부수는 걸 보니 정말 당황스러웠죠.


그러고 보니 MLG 무대에서는 이제동 선수 답지 않게 큰 목소리로 무대 인사를 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꼭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중을 향해 그런 인사를 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여건이 잘 안되더라고요. 핑계라고 생각하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 ▲ 지난 6월 MLG 케스파 초청전 사인회 때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



최근 연맹 선수들과 같이 리그를 시작하게 되면서 양 단체 간 선수들의 재미있는 기 싸움도 펼쳐졌는데, 8게임단 전체에 메시지를 보낸 원이삭 선수의 이미지는 어떻던가요?

처음에 보고 '저 말 많은 선수는 누구야?' 하는 생각을 했죠.

말이 앞서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이삭 선수가 실제로는 착한 선수라고 하더라고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거 같아요.(웃음) 나중에 원이삭 선수와 친해진다면 저에게 귀여운 동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야기 해 주세요.

스타1로 게이머를 시작해서 이제 자유의 날개까지 플레이하게 되었고, 내년이면 군단의 심장을 플레이 하겠네요.

e스포츠를 좋아하는 모든 분에게 프로게이머 이제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줄 알고, 무엇이든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군단의 심장이 기대되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자유의 날개에서 최선을 다해 이제동이라는 선수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목표고, 군단의 심장 출시 후에도 열심히 연습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저의 존재를 항상 입증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언제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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