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정원 본부장]

e-sports 인벤에서는 GOMTV 채정원 본부장의 칼럼을 기고받게 되었습니다.

채정원 본부장은 GSL을 비롯한 각종 이스포츠 경기 해설을 진행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GOMTV에서 진행하는 리그들의 운영 또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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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채정원입니다.

군단의 심장이 출시된 후 많은 프로게이머들, 관계자들 그리고 시청자분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유닛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선’ 입니다.

테란의 의료선은 자유의 날개에서 이동속도 하향패치를 한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군단의 심장에서의 의료선은 ‘애프터버너 점화’라는 스킬이 생기면서 테란의 플레이를 극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현직 해설자들 프로게이머들이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점화는 일단 어떤 방식으로든 너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테란 vs 저그 전 중심으로) 한 유닛과 스킬에 대해 이렇게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별로 본적이 없는데, 이에 대해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왜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점화가 그렇게 강력한지 알아보려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선의 스킬 하나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테란 vs 저그의 경기 흐름에 영향이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먼저 의료선의 기본 기능이나 가격, 이동 속도 등은 전작인 자유의 날개와 동일하기 때문에 현재 의료선의 논쟁의 중심인 애프터버너 점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위의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 애프터버너 점화는 20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지지만, 20초 중 8초동안은 애프터버너 점화 스킬이 활성화된 상태기 때문에 실제론 ‘12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가진 순간 속도 업그레이드 스킬입니다. (실제로 중계를 할 땐 부스터 또는 점화로 부를 것 같네요)

게임을 깊게 파거나 이해하지 않아도 얼핏 보기에 다른 유닛의 스킬보다 확실히 성능이 좋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점이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점화를 ‘사기’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것일까요?

여기서는 테란 대 프로토스보다 현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테란 대 저그 전에서의 의료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1. 리스크가 없는 액티브 스킬

기본적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선 ‘상성’과 ‘기회비용’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빠르게 앞마당 사령부부터 가져가는 빌드는 저그가 초반에 일벌레 위주로 자원을 가져가는 플레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초반 해병 생산을 포기하고 테란도 자원 위주의 플레이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은폐 밴쉬를 가는 테란은 공격력,방어력 업그레이드와 자극제를 밴쉬와 함께 생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해병의 공방업과 자극제는 은폐 밴쉬라는 전략의 ‘기회비용’이 됩니다.

좀더 쉽게 현실생활의 예를 들어보면 A라는 남자가 B라는 여자와 연인이 되면 A라는 남자는 C,D등의 여성들과 같은 기간 내에 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요. 그러지 마세요)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내일 수학과 영어 시험이 있을 때 남은 시간이 2시간뿐이라면 영어만 공부하고 수학을 포기하는 것 이것 또한 기회비용입니다.

네, 아마도 눈치채셨겠지만 이런 기회비용이 적은 유닛들은 항상 ‘사기’나 ‘OP’라고 불리는 유닛들의 반열에 오릅니다. 기회 비용이 적다는 것은 범용적으로 사용범위가 넓다는 뜻이니까 같은 자원으로 여기 저기 다 쓴다는 말입니다. 현재 의료선은 저그 대 테란에서 기회 비용이 0에 가깝습니다.



위에서도 예를 들었듯 은폐 밴쉬나 프로토스의 예언자, 불사조 등도 굉장히 효율적이고 제 값을 하는 유닛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테크를 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은폐 밴쉬를 첫 전략으로 선택한 후 상대방에게 막혔을 때 그 이후는 불리한 출발을 하게 되는 것이죠. 평소보다 해병의 공격력.방어력 업그레이드 ,자극제 (스팀팩) 업그레이드가 늦어지니까요. 하지만 의료선은 다릅니다.

의료선은 저그가 어떤 체제를 선택하던, 테란이 메카닉을 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필요한 유닛입니다. 이는 해병의 범용성과 함께 최고의 궁합이기 때문인데요 해병이 저그의 거의 모든 유닛을 상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는 의료선 역시 초 중 후반 모두 필요한 유닛입니다.

즉,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점화는 어떤 테란의 특정한 전략을 위해 테란 유저가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획득하는 스킬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점화를 쓰는 것에 그 어떤 ‘패널티’도 없습니다. 프로토스의 추적자가 점멸을 쓰기 위해서는 황혼 의회를 건설하고 점멸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빠른 거신 테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의료선은 애프터버너 점화 여부와 상관없이 대 저그전에 반드시 필요한 유닛이기 때문에 생산을 합니다. 생산된 의료선에는 애프터버너가 보너스로 달려 나와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의료선의 생산에도 기회비용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애프터버너 점화의 기회 비용은 아예 ‘0’에 가깝습니다. 이런 스킬은 스타크래프트2에서 전무한 것 같습니다.



▣ 2. 최고의 파트너 ‘스캔’



하지만 그래도 저그나 프로토스 유저들은 애프터버너 점화에 대한 대비를 하며 경기를 하게 됩니다. 타 종족 역시 신 유닛이 추가되며 강력해진 전략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불공평하진 않습니다. 충분히 대비 가능하며 아무리 빨라도 다수의 수비 병력을 포진시켜 두면 반드시 의료선을 격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란에게는 ‘스캔’이라는 기능이 있어 이러한 수비 역시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사실 초반에는 의료선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비 병력들이 지켜야 하는 동선이 정해져 있어서 오히려 초반에 의료선 견제는 훨씬 막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서로의 베이스가 2~3개가 되면 테란은 남는 자원으로 궤도 사령부를 늘려가며 스캔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 지역을 포자촉수나 광자포 또는 수비 병력으로 둘러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3항에서) 스캔으로 상대방의 수비 병력이나 방어 타워를 확인하고 애프터버너 점화를 쓰며 들어가는 의료선 드랍을 ‘사전에 차단’ 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테란 입장에선 반드시 드랍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며 추가로 12초만 지나면 모든 병력을 태워서 다시 도망갈 수 있습니다.

스캔을 통해 나의 병력이 없는 곳에 떨어지는 드랍 공격을 12초 내에 모두 정리하지 못한다면 그 병력은 그대로 살아서 돌아갑니다.



▣ 3. 방어 타워나 수비 병력 분산으로 대처가 힘든 이유

자유의 날개 후반에도 그랬지만 테란 대 저그의 명경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선의 적극적인 활용과 테란의 멀티 태스킹입니다. 후반 역전의 가장 멋진 장면은 최근에 이신형 선수가 정말 잘 보여줬는데, 의료선으로 상대방의 후방을 흔들고 메인 병력이 정면으로 진군하여 좋은 자리를 잡고 전투로 이득을 거두는 역전이었습니다. GSL Code S 32강 Stephano vs 이신형 선수의 1경기 돌개바람을 보면 그런 역전의 극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 경기를 보면서도 혹은 저그들이 군락까지 가놓고 의료선 1~2개 분량에 인구 수 30이나 앞서던 경기를 지는 것을 보며 의아해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일부 병력을 수비 위치에 배치시키고 가시촉수나 포자촉수로 방어하지 않는가? 에 대한 의문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경기 초반과 경기 후반의 스타크래프트2 양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먼저, 경기 초반인 인구수 60~80 사이에는 드랍 공격도 상대방 병력의 50% 이상의 규모기 때문에, 기회 비용이 있는 공격입니다. 실패하면 테란 역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함부로 갈 수 없고 타 종족은 드랍이 떨어져도 초반 병력은 업그레이드도 잘 되 있지 않으며 물량 또한 소소해서 추가 병력이나 빠르게 메인 병력이 회군하여 수비가 가능합니다.



이 시기엔 테란도 병력이 얼마 없어 드랍하면서 메인 병력을 진군시키는 전술이 나오기 어려우며 혹시 그런 전술을 사용해도 저그도 일벌레 여왕 등을 동원하면 소수의 방어 타워와 함께 시간 벌며 수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베이스가 3~4개 되는 20분 이후의 경기는 상황이 완전 다릅니다.

이때의 해병은 보통 2-2 또는 3-3업이 완료되어 있으며, 테란의 병력은 170~200 가까이 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후반 드랍 공격을 수비하러 갔다가 중앙 한방 교전에서 지면 수습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저그들은 모든 병력을 메인에 집중하며 한방 교전에서 승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방어 타워는 업그레이드가 따로 없기 때문에 자극제 없는 0-0업 해병 1의료선과 후반의 3-3업 자극제 해병 의료선은 수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방어 타워만으론 불가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군락 중심의 저그 유닛들은 대체로 기동성이 좋지 않습니다. 강력한 체력과 공격력을 지니고 있지만 대신 스피드를 낮춘 방식으로 병력이 재편되기 때문에(울트라리스크,무리군주) 의료선에 휘둘리는 일이 훨씬 자주 발생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방어타워나 수비 병력을 분산시켜 놓아서 드랍을 대비한다면 드랍 자체는 대비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선이 애프터버너 점화를 쓰고 메인 병력과 합류하여 정면을 뚫는다면? 저그는 분산됐던 병력이 몰리며 불리한 교전을 하고 역전패를 당하는 경기로 치닫게 됩니다.

이 게임의 목적이 단순히 ‘의료선 드랍만 막자’ 가 아니기 때문이 유효하지 않습니다.



▣ 4. 하향 방안

많은 현직 관계자들이 애프터버너 점화에 대한 하향 의견을 하나 둘 꺼내 들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의료선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게임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여러 방안으로 검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료선 너프에 대한 의견이 각양각색인데, 의견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드러나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건 보너스로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하향은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스킬 사용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입니다.

쿨타임과 스킬의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1회 사용 시 에너지(마나) 15~20 소모로 바꾼다면 의료선의 애프터버너 사용에 선택이라는 변수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는 프로게이머들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이며, 상황에 맞는 판단으로 의료선을 ‘수송기’인지 ‘메딕’인지 주 임무를 게임 내에서 실시간으로 판단하게 만듭니다.

애프터버너 점화를 많이 쓰며 돌아다닌다면 그 의료선은 치료보다 수송 목적을 둔 의료선이 되는 것이며, 애프터버너를 쓰지 않고 에너지를 모아 보다 오랫동안 치료를 하고 싶다면 의료선은 치료 목적의 의료선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혹은 기술실 등에서 애프터버너 점화를 업그레이드하게 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의료선이 반응로에서 2대씩 생산한다는 기본 조건에 부분적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조금 힘들 것 같고 안준영 해설은 높은 게임 이해도에 걸맞게 의료선 자체를 놔두고 포자촉수의 버프로 사용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5. 마치며

의료선의 단 하나의 스킬의 변화가 이 글에 언급된 것 외에도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밸런스를 수정하고 조율하는 것은 여러분이나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복잡하고 힘든 영역이며, 나비효과처럼 번지는 유닛들의 상성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블리자드의 밸런스 팀에서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선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다 보고 있을 테니, 과연 어떤 식으로 패치가 될지 혹은 그대로 시간을 두며 프로게이머들이 자체적인 게임 외적인 패치로 의료선을 너프할지 지켜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솔직한 바람으론 게이머들의 적응력과 실력 상승이 저희들의 이런 우려를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다.

다가오는 GSL 과 GSTL 시즌에 우리는 게이머들의 해법을 또는 게임 내적인 변화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