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을 뜨겁게 달구었던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6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는 형제 내전인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승리하고 13세트 무패 기록에 빛나는 CJ엔투스 블레이즈와 NLB부터 챔피언스까지 차근차근 관문을 뚫고 결승전에 도달한 MVP 오존의 세기의 대결이 시작된다.

무대도 배우도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결뿐. 하지만 이쯤에서 봄의 제왕 자리를 두고 결투를 벌일 두 팀이 이번 시즌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분명 결승전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자는 2013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의 정점에서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두 팀이 이번 시즌 어떻게 챔피언스 스프링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시즌 CJ엔투스 블레이즈와 MVP 오존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 반전이란 이런것 - CJ엔투스 블레이즈


최초의 우승자이자 최초의 2회 우승을 노리는 CJ엔투스 블레이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반전"이다.

"Reapered" 복한규 선수의 탈퇴와 "Flame" 이호종 선수의 합류로 팀을 리빌딩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던 올림푸스 챔피언스 윈터. 블레이즈는 3.4위 결정전에서 신예팀인 KT롤스터 B에게 3 : 0의 뼈아픈 패배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이후 IEM 월드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블레이즈는 자존심을 회복했지만, 신예 KT롤스터의 활약 등에 이목이 더 집중되며 지난 시즌과 같은 환호를 받지는 못했다.

사실 챔피언스 4강 진출이라는 기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그동안 보여주었던 좋은 경기력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리빌딩 이후 블레이즈가 보여준 경기력에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 12강 첫 경기부터 신예인 SK텔레콤 T1 2팀에게 2 : 0 패배, KT롤스터 A에게 1 : 1 무승부를 기록하며 새로운 시즌을 시작,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시즌 CJ엔투스 블레이즈는 예전 같지 않다" 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흔들리는 CJ엔투스 블레이즈. 하지만 그들의 불안은 오래가지 않았다.





CJ엔투스 블레이즈의 "반전"이 시작된 것은 4월 19일 12강 A조 경기. MVP 오존에게 2 : 0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CJ엔투스 블레이즈는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블레이즈는 함께 경기했던 모든 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 평이 엇갈렸던 "Flame" 이호종 선수의 비상은 리그 관계자들에게 그야말로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정말 미친 사람처럼 연습했다." 는 이야기에 걸맞게 지난 시즌 그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반전시키고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기량에 도달하기 위해서 평소 이호종 선수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기자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이제 그 누구도 '탄식의 망치를' 기억하지 못한다. 오로지 '비행기 조종사'만 있을 뿐.





거기에 늘 최상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Ambition" 강찬용 선수와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치열한 명승부 끝에 나진 소드를 격파하고 이어서 8강전에서는 전 팀원이었던 복한규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SK텔레콤 T1 1팀마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동안 부진했던 "Helios" 신동진 선수도 리 신으로 자신감을 찾으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4강전, CJ엔투스의 팬들이 "얼음과 불의 노래"라고 불리는 챔피언스 사상 네 번째 형제 내전에서 블레이즈는 프로스트에게 3 : 0 승리를 거둔다.

매번 화려한 경기력과 최상위의 개인기량을 선보이며 최고의 관심사가 된 형제 내전이지만, 서로서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격전이 예상되던 경기, 하지만 그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강형우 선수와 함장식 선수의 바텀 듀오 라인이 다시 부활하며 완벽한 압승을 거두게 된 것이다.

13세트 연속 승리. 역대 e스포츠 기록들을 찾아봐도 이런 대기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CJ엔투스 블레이즈는 다시 한 번 모두의 인식을 '반전'시키며 결승전 무대를 밟게 되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반전은 끝났다. 이제 결과만 남았을 뿐." 이라고.






◈ 한계를 넘어서다 - MVP 오존





NLB와 챔피언스 섬머 8강을 거쳐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MVP 오존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한계돌파"다.

이번 챔피언스 스프링 초반 MVP 오존은 형제팀인 MVP 블루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비록 지난 윈터 시즌에서는 8강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지만 그 후 클럽 마스터스에서 유수의 강팀들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관계자들에게 "스프링 시즌이 시작되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평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더욱 팬들에게 주목을 받은 것은 MVP오존의 바텀 라인 듀오. "Mata" 조세형 선수와 "imp" 구승빈 선수였다.

아마추어 시절 서포터 제조의 명인(?)인 최윤섭 선수와의 플레이로 주목을 받으며 이번 시즌 MVP 오존에 입단한 조세형 선수의 판단력과 국내에서 가장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 중 하나인 "imp" 구승빈 선수의 피지컬의 조합.

MVP 오존을 상대했던 팀들이라면 예외 없이 "바텀 라인이 너무 강하다." 라는 이야기를 하게 만들 정도로 모든 팀들의 경계 1순위가 된 바텀 듀오는 MVP의 팬들에게는 믿음을, 팀에게는 확실한 승리 카드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런 확실한 무기가 있음에도 MVP 오존은 항상 외줄을 타는 듯 한 위험한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MVP 오존의 무기가 확실한 만큼 상대 팀들은 라인 스왑 등의 전술로 바텀 듀오의 성장을 방해했다. 또한, MVP 오존의 강점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탑 라인에도 "Homme" 윤성영 선수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쉔을 밴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파고 들어오는 팀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MVP 오존은 좀처럼 초반에 유리한 분위기를 후반까지 끌고 가지 못하거나 유리한 상태에서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정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안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승리와 패배를 거듭하는 악전고투 끝에 8강에 진출한 MVP 오존.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KT롤스터 B와 SK텔레콤 T1 2팀이었다.

지난시즌 최고의 존재감을 발휘했던 팀과 이번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 그 누구도 MVP 오존의 결승 진출을 쉽사리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수를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팀의 맏형 윤성영 선수였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선수 본인이 밝혔듯, 리그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윤성영 선수는 변화한 탑 라인의 메타에 맞게 자신의 스타일을 바꿨다.

시즌 중에 새로운 챔피언을 연습하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울뿐더러 대회를 진행하는 도중에 연습량이 배로 늘어나면서 컨디션 조절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성영 선수는 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리고 그가 희생한 덕분에 바텀 라인을 막는 동안 탑 라인을 압도하는 전략을 준비하던 팀들이 의외의 반격을 받아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만들어낸 윤성영 선수는 그동안 팀원들에게 느꼈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거기에 그동안 방송 무대에 적응을 못한듯 보였던 "dade" 배어진 선수가 기량을 회복하자 MVP 오존은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인 SK텔레콤 T1 2팀을 꺾으며 결승전에 진출한다.

시즌 초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는 팀" 이라는 인식을 선수 개개인의 노력으로 돌파해 버린 것이다.





◈ 마치며..


우리는 아직 2013년 봄의 제왕이 될 팀의 이름을 모른다.

세계 최강 올스타의 미드 라이너와 질 것 같지 않은 탑 라이너, 그리고 자신감을 찾은 정글러와 부활한 바텀 듀오를 보유한 CJ엔투스 블레이즈.

불굴의 탑 라이너와 자신감을 되찾은 미드 라이너, 늘 잘해주는 정글러와 국내 최강의 바텀 듀오가 기다리고 있는 MVP 오존.

반전과 한계 돌파를 상징하는 두 팀이 결승전에 올라오기까지를 함께 경험한 팬들이라면 그 어느 팀이 승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그 어떤 팀들의 매치보다 더욱 기대가 되는 빅매치라고 할 수도 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올라온 팀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며 결승에 도달한 두 팀의 대결이니, 드라마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승일 것이다.

남은 것은 이 두 팀이 각자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e스포츠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이들의 이번 결승전을 오래오래 기억할테니 말이다. '스포츠와 전쟁의 가장 큰 다른 점은 2등을 땅에 묻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들이 결승전을 끝내고 함께 웃을 수 있길, 그들의 성장을 응원해온 한 명의 e스포츠 팬으로서도 기대해본다.



Inven Sett
e스포츠팀 오세준 기자

(Sett@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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