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와드 노예가 됐다니까요!'
'정글러가 CS를 다 먹는다니까요!'


이 두 문장만 읽으셔도 느낌이 오시나요? 이번에 만나볼 선수들은 바로 전직 국대 정글러인 KT 불리츠의 '인섹' 최인석 선수와, 애로우에서 불리츠로 돌아온 '카카오' 이병권 선수입니다.

게임 안에서 보여줬던 척척 맞는 호흡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두 선수가 실제로도 무척 친하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두 선수가 보여주는 만담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을 정도니까요. 특히 탑과 정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보니, 게임 안에서 쌓여온 에피소드들도 뭐 하나 빠트리기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었답니다.

방금 알려드린 두 문장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시죠? 그렇다면 더 지체할 것 없죠! 바로 지금부터 두 선수와의 특별한 만남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인섹-카카오, 사실은 형제였다? 엄청난 호흡을 보여준 두 선수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인벤 소환사 분들께 간단한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안녕하세요, KT 불리츠의 정글러 '카카오' 이병권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늘 인터뷰가 아주 기대됩니다(웃음).

'인섹' 최인석 선수 : 안녕하세요, 저는 KT 불리츠의 탑을 맡게 된 '인섹' 최인석입니다. 지난 주에 탑솔러로 데뷔전을 치렀고요. 인벤 항상 잘 보고 있어요!


최인석 선수는 인천 실내무도아시아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는데, 좀 늦었지만 우승을 축하해요. 기분이 어땠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저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정글 포지션에서 출전하는 고별전이었기에 좀 슬펐지만,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팀이 이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전 B팀을 응원하러 갔었는데, 그 때 MBC에서 취재를 나왔거든요. 옆에 앉아계셨던 MBC 기자님이랑 리포터 분과 대화하면서 경기를 봤는데, 안 나왔어요. 편집당해서 슬펐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전 처음 선수촌에 들어갔을 때 기억이 나네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던 다른 종목 외국인 선수가 제 배를 보더니 막 가리키면서 '오 마이 갓!'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무슨 운동 하냐고 묻는데 좀 슬펐어요.

그거 말곤 더운데 다섯 시간동안 서서 기다렸던 게 생각나서 힘드네요. 죽을 뻔 했어요. 또 뭐가 있더라… 아, 베트남 팀의 원거리딜러 분이 주문흡혈룬을 들고 계시더라고요. 그걸 보고 참 슬펐어요.


이번 시즌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탑 라이너로 데뷔전을 치렀잖아요. 탑 라이너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평소 다른 라인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솔로 랭크 때도 많이 즐겼었죠. 미드를 하고 싶었지만 미드는 안 됐고, 탑 라인으로 가게 됐어요. 믿음직한 정글러가 있어서 든든해요(웃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인석이 형이 하는 거 보니 저도 요새 탑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웃음).


그렇다면 '인섹'의 탑 데뷔전은 어땠던 것 같아요?

'인섹' 최인석 선수 : 다행히 첫 경기가 잘 풀려서 좋았어요. 16강 풀토너먼트라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승점 3점을 따내서 리그를 편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사실 쉔이 킬을 주워먹었기 때문에 MVP를 탔던 거죠(웃음).

'인섹' 최인석 선수 : 데뷔전이라 평소보다 잘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아리가 받았어야 되는데.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쉔보다 리 신이 더 잘한 것 같아요!

'인섹' 최인석 선수 : 맞아요. 사실 아리와 리 신이 저보다 더 잘했던 것 같은데 전 데뷔전 버프라 MVP를 받은 것 같아요(웃음).


[ ▲ '알아서 모셔!' 이 사진의 포즈는 절대 본 기자가 시킨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데뷔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일단 제가 탑갱을 가서 선취점을 따줬잖아요. 그리고 '라인 밀어줘?'하고 물어 보니 같이 밀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타는 자기를 달라는거에요(웃음). 그래서 그렇게 했는데, 그러면 돈이 엄청 많잖아요.

그리고 같이 귀환을 했는데, 자기는 자벨이랑 포션 3개를 살테니 저는 와드를 사라는거에요(웃음). 그래서 탑에 와드를 두 개나 박아줬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아, 이건 모함이에요. 박아준다고 해놓고 안 박아줬어요. 해명을 하자면 자벨은 첫 귀환에 뽑아야만 하고, 포션은 딜 교환에 필요한 중요한 아이템이라 산 거에요. 이건 모함입니다.

'카카오' 이병권 선수 : 모함은 무슨, 전 인석이 형의 와드 노예가 됐어요(웃음).

'인섹' 최인석 선수 : 그렇다면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스펠로 텔레포트를 들면 제 라인을 절대 오지 않아요. 또, 점화를 걸어놔서 꼭 때리지 않아도 잡을 수 있는데 킬을 먹으려고 막 때려요. 그리고 라인 미는 척 하고 CS도 뺏어먹어요(웃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아닌데요? 이 형이 CS를 먹으려고 하면 막 격분하면서 핑을 찍어요. CS 막타를 뺏길까봐 아주 스킬을 다 쏟아부으면서, 궁극기까지 쓸 기세로 먹어요(웃음). 전 억울합니다.


진실은 이 글을 읽으시는 소환사분들이 판단하셔야겠네요(웃음). 그렇다면 전직 정글러로써 '카카오'의 갱킹을 판단해본다면?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에이, 굉장히 날카롭죠. 날이 서있습니다. '날갱'이에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음, 가끔 스킬샷이 빗나가지만 잘 하는 것 같아요(웃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가끔이라니, 스킬샷은 당연히 빗나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인섹' 최인석 선수 : 타겟팅인데 못 맞춰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인석이 형은 그냥 써도 도발을 못 맞출텐데, 점멸-도발로 막 오버해서 더 못맞춘다니까요(웃음).


[ ▲ '브이'포즈를 시켰더니 '뉴메타'를 보여주겠다며… ]


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의 갱킹은 그럼 '날갱'이라고 치고…. 최인석 선수는 정글러를 소환하는 입장이 되니 어때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정말 편해요. 받아먹는 기분이 이렇게 좋나 싶어요(웃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인석이 형이 CS를 먹고 있으면 제가 가서 떠먹여줘요. 정말 편한 것 같아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아, 그리고 제가 찌르는 입장이었을 땐 몰랐는데, 상대방 정글러가 라인을 찌르니까 굉장히 짜증나요. 사실 정글러가 찌르러 오는 건 한 두대 때리러 오는 거잖아요. 제가 한 두대 맞아 보니 정말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이게 다 정글러가 탑에 와딩을 안 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그럴 때 저는 조용히 커버를 가서 CS를 먹죠.

'인섹' 최인석 선수 : 아니, 라인이 밀리는 라인인데 다 먹어버린다니까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죽었으면 제가 CS라도 먹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아, 지나가다 저한테 블루 골렘을 리시하라고 할 때도 있어요. 정말 '노답'이에요. 저는 탑 라이너가 아니라 '탑글러'가 된 것 같다니까요.


대화하는 걸 보니 두 분의 호흡이 척척 맞는데, 실제로 인게임에서의 탑-정글 호흡은 어때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음, 솔직히 병권이가 잘 맞춰주는 스타일이에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형, 그건 제가 잘한다는 뜻?

'인섹' 최인석 선수 : 가끔 절 버리긴 하지만요. 특히 텔레포트를 들 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모든 정글러 분들이 그렇잖아요. 탑을 딱 봐서 '답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버려야죠.

'인섹' 최인석 선수 : 그때부터는 눈치도 안 줘요. 탑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버리더라고요. 서러워요(웃음).


그렇다면 현재 탑 라인에 서는 걸 만족하는 건가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아이템이 잘 나오고, 이니시에이팅을 걸 수 있는 건 좋아요. 그건 괜찮은데,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챔피언들이 미드 라인에 몰려있어서 그건 좀 아쉬워요.


'썸데이' 김찬호 선수나 '막눈' 윤하운 선수와 자주 교류하겠네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제가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물어봤죠. 요즘엔 서로 물어보고 같이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요. 특히 (윤)하운이 형이 많이 알려주고 있어요.


[ ▲ 앞으로 얼굴을 비추고 싶지 않은 선수들은 이렇게 브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


이번엔 '카카오' 이병권 선수한테 물어볼게요. 솔직히 애로우(A)에서 불리츠(B)로 옮긴 후 차이가 있다면 어때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어, B팀 방은 너무 추워요. A팀 방이 더 넓거든요. B팀 방은 좁고 너무 추워요(웃음).

이거 말곤 없는데요? 떠나기 전과 후가 똑같은 것 같아요. 아, 아마추어 팀에 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긴 해요. 저 아마추어 팀 때도 팀 탑 라이너가 미아였거든요. 이번에도 탑이 '인섹'이에요(웃음).


역시 이병권 선수는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팀원의 차이는 어떻냐고 물어봐야겠네요!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아, 이젠 빠져나갈 수 없겠네요. 한 마디로 (윤)경섭이 형과 (류)상욱이 형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즐겜'과 '빡겜'의 차이? 물론 전 현지적응력이 아주 뛰어나므로 태세 전환이 돼요. '즐겜'을 하려면 완벽하게 '즐겜'할 수 있고, 또 완벽하게 '빡겜'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양 팀 다 괜찮았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병권이는 전사예요. 막 태세 변환이 돼요(웃음).


재밌는 답변 고마워요. 그러면 이번 시즌에 대해서 좀 물어볼게요. 현재 챔피언스 본선 팀 중 경계하는 팀이 있다면?

'인섹' 최인석 선수 : 우리가 제일 세요. 우리 이상은 없어요. 끝.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전 나진 소드, MVP 형제팀, SKT, CJ 형제팀요. 다 센 것 같아요. 지금 확 뒤쳐진 팀도 없고 확 앞서가는 팀도 없는 것 같아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사실 저도 모든 팀이 상향평준화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히 약한 팀도 없고, 강한 팀도 없어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 팀이 제일 강하다고 할게요(웃음).




그럼 두 선수가 생각할 때 경계해야 할 팀은?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우리 팀이 기세를 잘 타는 편이라, 우리를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 개인적으로 경쟁해야 될 탑 라이너는 있을 것 같은데, 경계하고 있는 팀은 없어요. 우승하고 싶어요.

그리고 전 이미 경쟁자인 (김)찬호가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더 강해질 수 있는 거겠죠.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번 시즌 목표가 있다면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우승. 롤드컵 진출권. MVP, KDA 1등. 아, MVP는 양보해 줄게.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우승. 롤드컵 진출권. KDA 1등은 형 줄게.


우애 깊은 형제같네요(웃음).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으시는 인벤 유저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인섹' 최인석 선수 : 저번 시즌과 이번 시즌에 잘 된 구 CJ 멤버들도 있고, 눈에 안 띄는 멤버들도 있는데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형제팀인 애로우 팀이 약간 침체기지만 바로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벤 유저님들 항상 화이팅. 선수들이 모두 인벤을 보고 있으니 너무 까지 마시고 조금 부드럽게 대해주세요. 우리 팀도 저번 시즌에 안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새로운 정글러도 왔고 저도 열심히 해서 꼭 우승컵을 들고 KT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 이병권 선수 : 아, 인석이 형이 다 말해버렸네요. 짧고 굵게 말해야겠어요. 저번 정글이 커피였다면 저는 TOP예요. 끝! 그리고 인벤 소환사님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