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얼굴이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현장에 돌아왔습니다. 바로 한현우 해설인데요. MBC 게임에서 스페셜 포스 프로리그 해설을 한 이후 2년 만에 중계석으로 돌아왔습니다.

2000년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서 처음 해설을 시작한 한현우 해설은 그 경력만도 10년이 넘은 FPS 전문 해설입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페셜 포스, 서든어택 등 굵직한 FPS 게임이라면 모두 다뤄 본 한현우 해설은 차분한 목소리와 침착한 상황 설명으로 서든어택 챔피언스 윈터 시즌의 '보는' 재미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습니다.

특유의 해설 스타일로 인해 교수 해설, 혹은 선비 해설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는 한현우 해설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인벤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합니다.

곰TV에서 서든어택 해설을 맡고 있습니다. 전적이나 선수 관리 등 게임 외적인 부분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서든어택 뿐만 아니라 월드오브탱크나 카스 온라인등의 전적 등도 관리하고 있고요. 서든어택의 경우에는 지난 섬머 시즌부터 관리하고 있습니다.


Q. 2년만에 해설로 복귀하게 됐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타 게임 회사 사업팀장으로 활동했었습니다. 제가 게임과 관련해서 선수도 해봤고, 팀 감독도 해봤어요. 작가도 했었고요.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해봤지만, 개발 쪽 경험이 없어서 경험을 넓히기 위해 가게 됐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개발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당시 해설에 대한 매너리즘도 느끼고 있었고요.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과 자신이 가진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보니 제가 개발을 직접 할 수는 없었습니다.


Q. FPS 전문 해설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 해설 데뷔를 FPS로 하게 됐습니다. 해설하게 된 계기가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1vs1이라는 클랜의 클랜 마스터 겸 감독을 맡고 있었는데요. 당시 KCSL(Korea Counter Strike League)이라고 유저들끼리 모여 진행하는 대회가 있었어요. 그때 해설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아는 형과 둘이서 해설을 하게 됐습니다. 그 경험을 인정받아 MBC 게임에서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해설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중간에 다른 스포츠 게임도 간간이 해설했었지만, 정식 리그는 아니었네요.


Q. 같은 FPS 전문 해설인 온상민 해설과 비교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두 해설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스타일이 극과 극이라고 생각합니다. 7~8년 전쯤 처음으로 온상민 해설과 저를 비교하는 말이 나왔을 때는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내가 해설할 때 그분은 선수였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통하지 않죠.(웃음) 온상민 해설의 경우에는 재미있게 돌직구를 던지는 스타일로 본인 이미지와 잘 맞습니다. 만약 제가 그런 식으로 해설한다면 욕을 많이 먹을 거예요. 그런 해설은 온상민 해설만이 할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반대 성향의 해설입니다. 이현주 캐스터의 경우에는 저를 보고 선비 해설이라고 했고, 교수 해설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Q. 경기를 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게 해설하려 했습니다. 예전에는 FPS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봤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최대한 선수들을 많이 칭찬해주고, 팬들이 FPS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경기의 긴장감을 강조합니다. 또 데이터 수치를 통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해설을 많이 합니다. 데이터의 경우 그냥 쌓아두기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재미있게 해설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선수들의 습관이나 특징도 많이 알려주려고 합니다.


Q. 오랜 기간 FPS 게임을 지켜봤는데 예전과 지금의 선수들의 차이가 있나요?

우선 샷이 달라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헤드샷이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헤드샷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라인이라는 개념, 위치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선수들의 샷이 좋아졌고, 또 이것을 피하고자 무빙이 좋아졌습니다. 10년 전 선수들이 지금 선수들과 게임을 한다면 만나는 즉시 순식간에 잡히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 같은 경우에는 FPS 게임이 미성년자 불가 게임이어서 선수들의 연령층이 많이 높았어요. 그래서 지금의 어린 선수들과는 피지컬 적으로 큰 차이가 나죠.

Q. 그렇다면 현재 주목하고 있는 팀이나 선수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남성부에서는 팀 유로를, 여성부에서는 크레이지포유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크레이지포유는 김경진 선수가 워낙 잘하고 있습니다. 김경진 선수만으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이지포유는 스나이퍼들이 경기를 만들기보다는 라이플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주도권을 잡는데요. 예전에는 이런 라이플들이 스나이퍼를 같이 데리고 다니기만 했다면, 지금은 라이플들과는 따로 김경진 선수가 혼자서 자신의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팀 유로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에이스가 없는 팀입니다. 그렇다 보니 혼자 남았을 때 세이브를 하는 경우가 적다는 단점도 있지요. 하지만 팀으로 뭉쳤을 때의 팀 유로는 정말 강력한 팀입니다. 그 외에도 강력한 속공을 펼치는 인트로스펙션과 팀원 5명 모두가 에이스인 퍼제는 남성부에서 주목해야 할 팀입니다. 흥미로운 건 유로와 퍼제 인트로스펙션이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보인다는 거에요. 유로는 퍼제에게, 퍼제는 인트로스펙션에게, 그리고 인트로스펙션은 유로에게 다소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남성부의 핑투 역시도 강력한 팀이지만 라이플 라인이 아직 앞서 언급한 팀들보다는 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경기는 여성부가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결승전을 하기 전 승부를 예상해달라는 요청에 항상 말하는 것이 '우승은 연습을 많이 하거나 노력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성부의 경우에는 우승을 한 번씩 해본 팀이 3팀이나 있기 때문에 각자의 관록이 장난 아닙니다. 반면, 남성부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강한 팀들이 있지만 퍼제의 우승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FPS 게임이 재미있는 게 한 팀이 우승하면 생각보다 강세를 오래 이어갑니다. 그 시절에 이길 수 있는 패턴을 가장 잘 아는 선수 5명이 모여있다는 것이거든요. 퍼제는 현재의 규정상에서 이길 수 있는 포지션을 가장 잘 아는 팀입니다. 이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5명이 다 흩어져 각자의 플레이를 하거나, 혹은 점령전이 추가되는 등 경기 방식이 확 바뀌든가 해야 합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이 궁금한데요.

기본적으로 PVP 게임은 다 좋아합니다. RTS도 좋아하고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조금 사라졌는데 예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가장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카운터 스트라이크, 서든어택, 스페셜 포스 2, 워페이스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서든어택의 경우 10년이 다 돼가는 장수 게임입니다. 최신의 FPS 게임과 비교한다면 부족한 점도 있을 텐데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밀리터리 FPS 게임이라도 각각의 특성이 다릅니다. 서든어택 같은 소규모 분대 전투의 게임 같은 경우에는 빠른 재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배틀필드와 같은 경우는 탈것의 재미가 있는 등 보다 복합적입니다. 서로 느끼는 재미가 다릅니다. 또, 국가마다 성향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분대 전투를 가장 선호합니다. 그리고 속도감이 빨라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엎드리기 기능만 있어도 되게 싫어하거든요. 또, 탈것을 타야 하는 맵이 넓은 것도 싫어한다고 봅니다.


Q. 다른 장르의 해설을 해 볼 생각이 있나요?

많습니다. FPS 게임의 경우 템포가 빠르고, 매 라운드를 다시 시작해야 해서 맥락을 짚어주기도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느긋한 해설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스타 크래프트 같은 경우에도 첫 중요 교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느긋한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직 다른 장르의 해설을 할 능력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Q. FPS 해설만의 고충이 있다면요?

역시 경기의 템포가 빠르다는 것이겠죠. 쉬지 않고 돌아가는 셈입니다. 그나마 템포가 느린 경우가 카운터 스트라이크였어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경우 세이브 라운드와 같이 쉬어가는 라운드가 존재했었거든요.


Q. 해설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카운터 스트라이크 해설을 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 스트리밍 실시간 방송이 많이 있던 때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그때 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방송이 꺼진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나가고 있었더라고요. 당시 경기가 우리나라 팀과 해외 팀 간의 경기였는데 해외 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제 욕만 한 7페이지가 달렸더라고요. 그 외에도 정말 고생했던 기억들만 남은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서든어택 리그를 지켜볼 팬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할게요.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온상민 해설의 후광이 많이 남아있어서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스타일대로 해설할 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든어택 유저분들이 제 해설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면 그것보다 고마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이라도 더 제 해설을 좋아해 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