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의 우승팀인 RNG가 2021년에 다시 MSI에 LPL 대표로 나왔다. MSI 우승 후 RNG는 주춤하기도 했다. 조금씩 세계 대회와 지역 리그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고, 'MLXG-우지-카사'와 같은 팀 에이스마저 떠나면서 LPL을 대표했던 명가의 기세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RNG는 올해 다시 일어섰다. LPL 스프링 정규 스플릿 1위-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면서 말이다.

LPL 스프링 결승전만 봤다면, RNG는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팀처럼 보인다. 그런데 RNG가 플레이오프(PO)에서 결승까지 가는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PO 1차전에서 FPX에게 0:3 완패로 시작해 TES-EDG와 풀 세트를 벌이며 힘겹게 결승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담원 기아처럼 압도적인 PO 행보로 지역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은 아니었다.

대신 RNG는 벼랑 끝 승부를 통해 더 굳건해진 팀이다. Royal Never Give up이라는 팀명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승리를 향한 집념을 보여줬다. 그랬기에 다시금 LPL 최고의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 2018 MSI 우승 당시 RNG

LPL PO에서 RNG가 보여준 능력은 놀라웠다. 경기마다 팀의 무게 중심을 바꿔가며 상대에 맞는 파훼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전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EDG-FPX의 약점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RNG는 승부의 핵심을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EDG전은 탑 라이너 '샤오후'와 '플란드레'의 격차가 느껴졌고, FPX와 결승전에서는 봇 듀오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경기 양상은 RNG 특유의 조직력이 뒷받침되면서 나올 수 있었다. 상대가 강하게 몰아치는 라인에서 정면 승부로 맞서지 않았다. 오히려 유연하게 받아치면서 다른 곳에서 경기를 풀어갈 줄 알았다. 오랫동안 RNG에서 활동한 '샤오후'와 '밍'이 주축이 돼 선보이는 노련한 움직임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정규 스플릿 동안 RNG는 탑에 힘을 주는 운영을 주로 해왔다. '샤오후'가 공격적인 딜러를 잡고 팀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서포터 '밍'이 탑으로 향해 '샤오후'를 밀어주는 운영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RNG는 해당 스타일만 고집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부족한 면을 팀 플레이로 채울 줄 알았다. 탑 힘 싸움에서 밀리던 RNG는 결승전 2세트부터 '너구리' 장하권을 막기 위해 강수를 뒀다. 적절하게 미드 '크라인'과 서포터 '밍'을 탑으로 올려보내 망한 '샤오후'에게 힘을 실어준다. 3세트부터 RNG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샤오후'가 탱커 그라가스로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방향으로 노선을 확실히 틀었다. 이전 PO 승리법을 거부한 선택이었다. 그 사이에 RNG는 봇에서 '갈라'의 카이사를 KDA 12/0/2까지 키워내는 성과를 냈다. FPX와 PO 1차전에 거둔 0:3 패배가 무색할 정도로 '너구리'가 활약하는 FPX를 상대로 승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 TES전 고전, 결승전 '갈라'쇼 주인공

PO TES전은 RNG가 얼마나 유연한 팀이 됐는지 잘 알 수 있는 경기다. 마지막 5세트에서 TES 원거리 딜러 '잭키러브'의 드레이븐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정면 힘 싸움을 압도하는 그림이었다. 이에 RNG는 침착하게 '잭키러브'를 끊어내면서 위기를 모면한 뒤, 정면 한타 대신 백도어를 선택해 최후의 승자로 남을 수 있었다. 어찌보면 결승전과 정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봇 라인 간 캐리력 대결에서 크게 밀렸으니까. 그런데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갈 줄 알았다.

작년을 생각해보면, 1년 만에 이런 조직력을 완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현 RNG의 정글-미드-원거리 딜러는 2018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해 1군 활동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2020년부터 RNG에서 활동을 시작해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 팀원과 함께 롤드컵 무대까지 경험한 TES-FPX를 넘어설 수 있었다. 새롭게 출발하는 팀이 1년 만에 기대 이상의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한 것이다.



▲ 개인 스탯 최강은 아니었던 스프링 RNG 우승 비결은?


이런 RNG의 경기 스타일은 기존 LPL 팀에게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이다. 이전까지 LPL 대표팀은 에이스의 활약을 앞세운 경우가 많았다. '더샤이-루키'의 강한 라인전이 빛난 IG, '도인비 매직'이 나왔던 FPX, '나이트-카사'가 강력한 TES, '줌-카나비' 중심의 JDG 등 대부분 팀 에이스의 경기력에 의존했다. 특히, 과거 '우지' 중심의 RNG가 그 대표 주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RNG는 뚜렷한 한 명의 에이스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샤오후'는 올해 LPL 탑의 '창과 방패'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너구리-줌'을 개인 기량만으로 극복하지 못했고, 미드 '크라인' 역시 '스카웃-루키'만큼 뛰어난 솔로 캐리력을 발휘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RNG는 중요한 순간마다 팀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전진할 줄 알았다. 개개인이 최강이 아닌, 모여서 최강이 된 2021 RNG. 이들은 새로운 LPL의 대표 주자의 모습으로 MSI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스테이지1 RNG 경기 일정

1경기 VS 펜타넷지지 – 6일 밤 12시
2경기 VS 펜타넷지지 – 7일 밤 10시
3경기 VS 유니콘스 오브 러브 – 7일 밤 11시
4경기 VS 유니콘스 오브 러브 - 8일 밤 10시
5경기 VS 유니콘스 오브 러브 – 9일 밤 10시 (A조 결정전)
6경기 VS 펜타넷지지 - 9일 밤 12시
7경기 VS 유니콘스 오브 러브 – 10일 새벽 1시
8경기 VS 펜타넷지지 - 10일 새벽 3시

* 5월, 한국 시각 기준

이미지 출처 : RNG 공식 트위터, LPL 공식 중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