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스필(Social Spiel)’은 사실 한국에서는 생소한 회사이다. 역사가 그다지 긴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흥행한 전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레거시퀘스트’ 역시 가끔 들려오는 소식을 통해 알고만 있었을 뿐, ‘대작’의 평가를 받는 게임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난 지스타2015 현장 넥슨 부스에 레거시퀘스트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고 내심 놀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 게임을 본격적으로 플레이해보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레거시퀘스트는 ‘잘 만들어진’ 액션RPG이다. 물론 최근 나오는 동 장르의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첫 인상은 다소 수수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된 액션과 꽉 채워진 RPG의 매력이 있었다. 잘 짜여진 성장 곡선과 성장을 예측한 것처럼 부드럽게 올라가는 던전 난이도, 그리고 그것을 돌파하는 재미는 마치 고전 명작 RPG를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것과 같았다. 조금 과하게 말한다면, 그 안에서 재미있는 게임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개발자들의 재미에 대한 생각은 무엇일까.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이런 방식으로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지스타 이후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 느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는 데에는 어떤 이유와 의도가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 도착한 오스트리아. 그곳에서 게임의 ‘재미’에 대해 간결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했을 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듭니다.”

▲ 인터뷰를 진행한 마이크 보라스 대표(좌)와 헬무트 후터러 수석 게임 디자이너(우)





■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삶의 질을 강조하는 회사


소셜스필이라는 회사는 한국에서 생소하다. 회사에 대해 간단히 말해달라.

소셜스필은 2010년에 설립되었고, 현재 22명의 직원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나(마이크)와 헬무트는 ‘락스타게임즈’에서 함께 일하며 GTA나 맥스페인, 맨헌트 등의 게임을 만들었다. 락스타 비엔나가 없어진 이후에는 헬무트는 PCMMORPG 개발 회사를, 나는 다른 회사를 운영하다가 2010년 각 회사를 처분하고 두 명의 파트너와 함께 총 4명이서 소셜스필을 설립했다.

초반에는 F2P 브라우저와 모바일게임을 개발했고, 2014년 넥슨과 파트너쉽을 맺고 모바일게임을 집중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한 번은 갈라졌다가 다시 뭉친 것인데. 어떤 철학이 있기에 그럴 수 있었나.

2010년에 회사를 차리면서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삶의 질’이다. 우리는 팀으로써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게임을 만든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이를 일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올해 5월이면 회사가 문을 연지 6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새로 들어온 직원은 있어도 회사를 나간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질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락스타 게임즈에서 트리플A 게임을 만들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이제 그것들을 모바일과 F2P 시장으로 가져오고 싶다. 우리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한국 시장에은 모바일 액션RPG게임이 굉장히 많다. 다른 액션RPG와 차별화되는 레거시퀘스트만의 매력과 장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레거시퀘스트만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그래픽과 디자인이고, 다른 하나는 영속적인 죽음과 제작 등 독특한 시스템이다. 아시아나 한국의 다른 액션RPG에는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위해 영속적인 죽음과 제작 등 계속해서 재미있는 시도를 하려 노력 중이다.

특히 제작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도 초기에 비해 정말 많이 발전했지만, 계속해서 큐블릿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분위기나 던전, 몬스터 등의 설정이 암울하고 무거운데 반해 연출은 유쾌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레거시퀘스트 그래픽의 포인트는 “절반은 귀엽게, 하지만 절반은 거칠게(Badass)”라는 컨셉 아래 큐브로만 이뤄지는 다양한 캐릭터와 연출이다.

처음 컨셉을 정하고 디자인할 때 귀여운 캐릭터와 바바리안 같이 거친 캐릭터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 둘을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너무 쉽게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접근성은 쉽도록, 어떤 게임을 하는 유저라도 상관없이 우리 게임을 좋아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레고나 마인크래프트 등 관련 장난감이나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초기 캐릭터 디테일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요소가 있었고, 이는 “높은 접근성”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다. 때문에 오랜 시간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거쳐 지금의 그래픽이 탄생했다.


레거시퀘스트를 제작할 때 모티브가 됐던 다른 게임이 있나?

회사 사람들이 대부분 ‘디아블로’의 팬이고 레거시퀘스트도 디아블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넥슨과 관계를 맺기 전, 아시아시장과 한국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전부터 이런 종류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의 서양의 액션RPG는 한국의 그것에 비해 숫자도 적고 질도 낮은 편이었기에 일단은 모바일에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RPG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플레이어가 단순히 제작과 파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해야하는, 게임에 더 다가가고 더 많은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자는 생각이었다. 때문에 디아블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영원한 죽음’을 모바일로 가져와 레거시퀘스트만의 독특함을 만들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RPG는 미드-하드코어한 장르이기에, 특히 한국에서 퍼즐 등의 캐주얼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아무래도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때문에 ‘귀여우면서도 거친’ 아트스타일을 통해 하드코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친숙하게 느끼고 RPG를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기 위해 레거시퀘스트를 제작했다.


캐릭터가 완전히 사망한다는 개념이 다소 생소한데, 어떤 의도로 넣은 것인가.

‘영원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처음 게임에 넣을 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접근성’이고, 다른 하나는 ‘게이머가 피곤함을 느끼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캐릭터를 완전히 죽이는 것이 생소하기에 하드코어하다고, 미쳤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지고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하나의 캐릭터만 좋아해서 그것만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그걸 재미없어할 수도 있지 않나. 때문에 ‘가문’이라는 컨셉을 넣어서 다양한 속성의 영웅으로 색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색다른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려면 몬스터 디자인도 중요했기에 몬스터를 만들 때도 영웅과 동일한 비중을 두고 진행했다.

영웅이 완전히 죽은 후에는 새로운 영웅을 무작위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영웅과 플레이어와의 관계에서 어떨 때는 영웅에게 더 정이 가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캐릭터도 있는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영속적인 죽음은 이처럼 플레이어의 반응이 다르고 게임에 사람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 실험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기에 앞으로도 더 기대해도 좋다. 소프트런칭 때도 좋은 반응이었기에 만족하고 있다.

▲ 게임에 적당한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 변화의 이유? “유저들이 원했습니다.”


지스타 이후 게임이 많이 변화했다. 변화의 이유를 말해본다면?

지스타 이후 정말 많은 부분이 변했다. 게임의 많은 특징을 고치고 바꾸고 들어냈다. 게임개발자들은 자기 게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소프트런칭 때부터 넥슨 뿐 아니라 지스타, 페이스북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테스트,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그런 의견들을 바탕으로 게임을 고쳐나갔다.

일단, 과거에는 영웅이 완전히 사망했을 때 모든 아이템이 파괴됐었고, 이에 대해 굉장히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영웅이 사망했을 때 아이템을 다시 돌려받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영속적인 죽음’은 유저들을 힘들게 하려고 넣은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장비를 모두 없애버리기 보다는 장비를 계속 사용하게 해서 다음 영웅의 레벨업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직업’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영웅을 받을 때 직업의 개념 없이 무기와 능력치를 전부 무작위로 받았다. 지금은 전사, 암살자, 마법사라는 직업을 두어서 무기를 제한하고 유저들이 게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과거에는 스킬북을 획득해 아무 스킬이나 열어서 장착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던전런을 하면서 스킬을 하나씩 개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이전에는 너무 자유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조금 제약을 두면서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더 많이 집어넣게 되었다.

비슷하게 제약을 둔 것 중 하나가 윙 시스템의 수정이다. 과거에는 한 지역이 ‘윙’이라는 구조로 나뉘어져 원하는 윙을 먼저 공략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던전이 하나로 나열된, 한 던전을 공략해야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는 등의 제약을 두었다. 이렇게 해서 유저가 게임 진행에 대해 만족감을 얻고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기에 그 부분에서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가한 부분이다. 이 외에도 콤보시스템을 도입해 버튼을 계속 누르면 공격이 달라진다던지, 몬스터 배열이나 나타나는 방식들도 더 집어넣어 게임의 진행 속도도 밸런스를 다시 잡았다.


기존에는 구르기가 없었는데, 구르기를 왜 추가했는지. 이 시스템을 통해 어떤 부분을 기대하는지.

앞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서양 유저와 동양 유저의 피드백이 달랐다. 타격감에 대해서도 서양 유저들은 좋다는 평을 받았는데 동양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극명한 평가를 받았다. 이를 보고 “아시아 쪽 RPG는 어떤 전투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까”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를 했고, 게임의 전투 스타일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몬스터의 공격 방식이나 패턴을 많이 수정했고, 그러면서 영웅의 이동이나 자리를 잡는 방식도 따라서 변경하게 되면서 회피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무래도 회피가 있다면 플레이어가 더 빠르게 포지션을 바꾸거나 다른 독창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모바일 자동전투가 많이 사용된다. 레거시퀘스트에 자동전투를 제외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도 자동전투를 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 원래는 안하려고 했다. 그런데, 동양권에서 많이 도입됐던 부분들이 점점 서양으로 넘어오면서 트렌드가 변화한다. 작년에는 서양에는 자동전투가 거의 없었지만 점차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동전투를 도입할 의사는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게임의 특징이나 모드에 집중하려 한다. 자동전투는 계획이 잘 된 상태에서 들어가면 시간을 절약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직은 우리도 밸런스 조정을 하는 중이기에 자동전투를 도입해서 덜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보다는 플레이어를 더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이를테면 퀘스트 시스템 추가 등 다른 요소들을 집어넣고 싶다. 그러면 자동전투에 대한 필요도가 적어지지 않을까.

이에 대해 넥슨과도 협의를 해서 어느 것이 플레이어에게 더 중요할지 이야기를 한 뒤 결정하려 한다. 자동전투의 방식도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던전을 도는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그냥 아이템 습득만 자동으로 할지를 고민 중이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됐다. 서양과 동양 유저의 성향 차이 때문에 모든 유저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유저 성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려 하나.

진심으로(Seriously),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다. 양쪽을 다 아우르면서 모든 유저의 성향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도 어렵고. 아무래도 한국의 경우 타격감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타격감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한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 특히 한국에 맞춰서 타격감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긴 한데 – 개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게임을 만든다 해도 유저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때문에 항상 목소리를 듣고 게임에 반영해가면서 맞춰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넥슨과 함께 일하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아시아시장은 미지의 공간이다. 우리도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지역 간의 반응을 파악하려고 노력 중이고, 넥슨은 이에 대해 우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레거시퀘스트를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가고 싶은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언제나 유저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 많은 것을 준비하고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이다. 일단 많은 업데이트가 준비되어 있다. 게임이나 던전 모드, 이벤트를 꾸준히 준비해 운영하지 않을까.

그리고 새로운 특징, 던전 챌린지나 하이스코어 비교, PvP, 협동 던전 등을 준비하고 있고 이 외에도 아이템제작 시스템 등에 포커스를 두고 계속 콘텐츠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적어도 6주에 한번은 업데이트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레거시퀘스트를 플레이하는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저희의 목표는 한국 유저 분들이 레거시퀘스트를 플레이하면서 기존 액션RPG에서 벗어난 새로운 게임을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유저 분들의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피드백과 의견을 많이 주세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