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기자의 마음을 뿌리 속부터 흔든 게임이 출시됐다. 주변에서는 뭐가 귀여우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도 아름답게 보였다.

개복치,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로 평균 몸길이 4m, 평균 몸무게 1,000kg에 달한다. 크기는 어마어마하지만, 개복치는 지느러미를 움직여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파도의 물살에 맞춰 둥둥 떠다니면서 서식한다.

그렇다! 크기는 크지만 자기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그 모습이 기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선출시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 기세를 몰아 한국어판으로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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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라! 개복치!(이하 개복치 게임)'은 모바일 버전 다마고치와도 같았다. 심심할 때마다 폰을 열고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있는 개복치에게 먹이를 주었다. 때로는 거친 환경에 내던져 역경을 극복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개복치는 진화를 거듭했다.

귀여운 도트 그래픽에 처음 시선을 빼앗겼고, 모험을 떠나면 나오는 귀여운 멘트와 재미있는 사인(死因)에 두 번 빠져들었다. 심플한 조작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본격 개복치 육성 시뮬레이션 개복치 게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셀렉트 버튼 社 '나카하타 코야' 디렉터

게임 기획과 홍보분야에서 약 3년의 경력을 지닌 셀렉트 버튼의 '나카하타 코야' 디렉터가 NDC2015를 방문, 개복치 게임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What I Thought When Creating 살아남아라! 개복치! (Survive! Mola Mola!)'라는 주제로 강단에 선 그는 발표에 앞서 "5명 이내로 팀을 짜고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이유는 셀렉트 버튼의 규모에 있었다. 사실 개복치 게임은 디렉터와 디자이너, 엔지니어까지 단 3명이서 개발한 타이틀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3명이 모여서 '어떻게 해서든 게임을 만들어 보자'라는 취지로 만든 것이 개복치 게임이다.

그들의 첫 고민은 게임의 '장르'였다. 어떠한 장르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고, 최종적으로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를 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 다마고치와 용돈 벌이었다.


일본에는 다마고치를 플레이해 본 사람들이 많아서 육성 시뮬레이션이 유저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게임 다운로드 1회당 평균 0.2달러를 벌 수 있는 캐주얼 게임과는 달리 육성 장르는 평균 0.4달러가 주어지기 때문에 용돈 벌이에 더 적합한 장르라는 것.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잖아요. 저희의 목표는 100만 다운로드 돌파였어요. 이를 목표로 게임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상위 랭킹되는 게임을 보면 대부분이 고품질의 그래픽을 자랑하거나 PC게임과 연동하는 게임이 많았죠. 프로모션도, 돈도, 연줄도 없는 저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들이 제시한 해답은 '날카로움(Sharpness)과 원만함(Roundness)의 적절한 조화'였다. 자본이 없다면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단, 독특하기만 하다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부차적으로 고려한 점이 '공감대의 형성'이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경쟁하되 대중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유저층을 넓게 확보하는 것. 이것이 소규모 개발사가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나카하타 코야' 디렉터는 재차 강조했다.

다음 단계는 게임 속 주제와 주인공 설정이었다. 게임이나 만화 속 주인공을 보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남다른 능력을 지닌 영웅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강점이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약점도 있다는 것이다.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기에 유저들은 주인공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공감대를 플레이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게임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영웅은 '개복치'였다.

"개복치는 덩치가 큽니다. 덩치가 크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요소에요. 개복치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천국에 가장 가까운 생물'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잘 죽습니다. 2.3톤까지 성장하지만 잘 죽는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생각했어요"


그 결과, 개복치를 죽이지 않고 2.3톤까지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 탄생했다. 뼈대가 잡히고 난 뒤에는 빠른 속도로 개발에 전념했고, 얼마 되지 않아 알파 버전이 등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주인공 캐릭터가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키우던 대상이 죽는다는 부분이 유저에게는 날카로운 부분으로 다가왔고, '키워봤자 금방 죽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싫어했다는 것.

그래서 '원만함(Roundness)'를 넣어 죽음이라는 강한 요소를 중화시켰다. '나도 키워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럽게 보이는데 포인트를 두고 게임 그래픽을 최대한 둥글고 귀여운 느낌으로 구현했다. 캐릭터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콘셉트를 귀여운 픽셀 디자인으로 감쌌다.



다시 한번 테스트 버전을 완성했고, 부푼 마음에 내부 테스트를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던 것. 그래서 그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를 분석했고, 다시 한번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원인은 죽으면 그대로 게임오버가 된다는 점에 있었다. 정성 들여 키운 캐릭터가 어이없는 이유로 쉽게 죽어버리며, 죽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팀은 개복치가 죽었을 때 유저가 획득하는 요소를 다수 가미했다. 어떤 이유로 개복치가 죽었다면, 다음 턴에는 같은 이유로 죽을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포인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죽는 것을 겁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보상을 많이 지급했다.


게임은 완성됐다. 개발과정의 마지막 프로세스로 그들은 '홍보법'에 대해 고민했다. 셀렉트 버튼은 총 3명으로 꾸려진 소규모 개발사였기에 홍보비용으로 쓸 만한 자본이 넉넉지 않았다.

그들이 택한 방식은 'SNS을 통한 입소문'이었다. 그래서 게임 내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바로 스크린 샷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것은 신의 한 수로 작용하게 된다.

개복치의 죽는 이유가 재미있어 많은 사람이 SNS로 이를 공유했다. 개복치가 잘 죽기 때문에 오랫동안 잘 키운 유저들은 이를 자랑하기 위해 SNS에 올리기도 했다. 발매 이후 하루에 10만 건 이상이 개복치 게임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 트윗 되었고, AKB48이나 유명 성우, 코미디언도 스크린 샷을 올리면서 빠르게 소문이 돌았다.

흥미로운 점은 총 556만 다운로드 중 72%에 달하는 400만 건이 한국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iOS보다는 안드로이드에서의 다운로드가 단기간에 급속히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삼성 대단해요"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만 서비스할 때도 한국에서의 다운로드 수가 6,000건 정도 나오더라고요. 이상했어요. 그렇지만 한국에 발매해도 반응이 괜찮겠다 싶었죠. 그래서 한국 친구에게 "의미는 좀 이상해도 되니 재미있게 번역해달라"고 부탁했고 결과는 엄청났죠. 아마 전문 번역사에게 요청했다면 지금과 같은 재미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그는 앱 마켓의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소규모 개발팀이라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어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할 것이며 어떤 요소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 잘 생각한다면 꿈은 현실로 다가갈 것이라며 강연을 마쳤다.

▲ 셀렉트 버튼은 디렉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총 3명으로 구성

▲ 그들의 첫 목표는 일본에서 100만 다운로드 돌파하는 것

▲ 모든 영웅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그러한 점에서 '개복치'도 엄연한 히어로!

▲ '죽음'이라는 강한 요소를 중화하기 위해 픽셀 아트 도입

▲ 내부 테스트를 해본 결과...

▲ "진짜 재미 없었어요!!"

▲ 원인은 죽고난 이후에 게임을 다시 하게 만들 메리트가 부족했다는 것

▲ 일련의 개발과정을 거쳐 개복치 게임은 작년 6월 일본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 출시 7일 이후에도 게임 보유률이 58%에 달했다고

▲ 예리함과 원만함을 활용하면 누구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