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를 처음 보았던 때가 2011년 말이었다. 당시에는 온라인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개성있는 세계관, 이를 토대로 한 그래픽에 먼저 눈이 갔다. 삼지선다를 기반으로 한 대전 시스템에는 감탄사가 나왔다.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다른, 스타일리쉬한 국산 액션 게임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수라 온라인'의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너무나 진한 색이 문제였다. 퍼블리셔는 게임 출시를 망설였고, 개발사 템페스트나인은 차가운 현실의 벽을 피부로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5년이 흐른 뒤, '수라'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모바일로 방향을 선회하고 CBT를 앞두고 있었다. 개성 강한 그래픽은 옅어졌지만 '수라' 특유의 짜임새 있는 액션은 여전했다.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로코조이에 새 둥지를 튼 템페스트나인. 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치고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수라 모바일'의 현주소를, 그리고 2차 CBT를 앞둔 솔직한 심정을 들어보았다.


▲ 좌부터 템페스트나인 문성민 프로그램 팀장, 엄용준 대표, 황성진 기획 팀장





개발 기간도 기간이지만, 게임 콘셉트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이제 모바일 플랫폼으로 2차 CBT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 기분이 어떤가.

'수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갖고 개발해온 작품이다. 한데,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최대한 튀지 않는 작품을 원하다보니 개발 진행이 쉽지 않았다. 우리 게임이 '힙스터'처럼 보였던 것 같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어쨌든 CBT까지 온 것에 대해서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이긴 하지만, 유저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의미 아닌가.


'힙스터'스러운 느낌은 지금 '수라 모바일'에서도 느껴진다. 핵앤슬래쉬 액션인데 PvE보다는 PvP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이 든다.

사실 '수라'는 온라인으로 개발하던 시절부터 PvP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PvE 모드 넣을 때 몬스터 배치 등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익숙하지가 않다 보니.

▲ '수라'는 온라인 버전일 때부터 PvP를 강조했다. ('수라 온라인' 게임플레이 영상)


PvP 중심의 모바일 RPG는 딱히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방향 잡는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수라'의 개발 방향을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이래저래 진통을 많이 겪었다. 처음 개발을 착수한 시점에서 대세는 자동사냥이었다. '블레이드', '레이븐' 등 인기 있는 액션 RPG는 다 그게 기본이었고.

그걸 보고 우리는 '결국 유저들도 자동사냥에 지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PvP는 기존 '수라' 스타일로 가기로 했다. PvE는 자동 사냥을 넣되, 보다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으로 만들었다. 공중 콤보를 이어갈수록 증가하는 대미지 방식도 그런 차원에서 들어갔다.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긴 했다. '자동사냥 중심이 아닌 게임을 지금 유저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수라 모바일'을 대표하는 게 PvP와 독특한 스킬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PvP는 1차 CBT 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띄우기 가능한 스킬로 적을 띄운 후 강력한 대미지의 스킬로 콤보를 먹이는 구조다. 참고로 PvP에서 상대방이 나를 띄웠을 때 사용하는 '탈출기'도 있는데, 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예전에는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스킬도 있었는데, 전투가 너무 복잡해지는 감이 있어서 과감히 삭제했다. 또한, 전투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차오르는 게이지를 모아 사용하는 '소울 스킬'도 있는데 이걸 공격용으로 쓸지, 탈출용으로 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각 캐릭터의 스킬도 각자 역할과 사용법이 다르다. 누르면 즉시 발동하는 스킬도 있고, 꾹 눌렀다가 사용하는 차징 스킬, 스택을 모아서 쓰는 충전 스킬, 낙하점을 지정해야 하는 조준 스킬도 있다.


스킬 설명만 들어도 진입장벽이 꽤 높아 보인다.

솔직히 기존의 모바일 액션 RPG와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PvE용 스킬, PvP용 스킬을 구분해 써야 하고, 체인 스킬을 쿨타임 끝나기 전에 쓸지 안 쓸지, 차징 스킬을 어느 정도 차징해서 쓸지도 다 계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그나마 최대한 쉽고 대중적으로 바꾼 결과물이다. 온라인 시절 초기 버전이 워낙 하드코어한 게임이다보니...

▲ '수라 모바일' 게임플레이 영상


공중 콤보는 약간의 지연시간도 허용할 수 없는 시스템 아닌가.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네트워크가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기기 동기화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PvP에서 헛방이 나오면 그냥 망하는 거라 최대한 원활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데 신경썼다. 그리고 공중콤보가 제대로 들어가더라도 한 방에 끝나지는 않게 체력과 대미지도 조절했다. 최소한 역전의 가능성은 줘야 하지 않나.


처음 유저들이 즐기게 될 콘텐츠는 PvE인데... 외형만 보고 양산형 모바일 RPG로 판단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를 줬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바일 RPG는 첫째가 판타지였고 둘째가 무협이었지만, 우리는 동양식 판타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갑옷 디자인이나 배경에서 무협과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까도 말했듯 퍼블리셔 입장에서 너무 튀는 게임은 리스크가 있으니까... 우리도 그냥 판타지로 가볼까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수라 특유의 동양적인 틀은 유지하되 너무 매니악하게만 가지 말자' 정도로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유저들의 반응은 우리도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 '수라 모바일'의 콘셉트 아트


그렇다면 '수라'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어디인가.

'수라 모바일'은 수동 컨트롤의 효율이 극대화된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이 어렵다고 느끼는 유저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그 유저들이 포기하고 떠나가지 않도록 친절하고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컨트롤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신경 썼다. 또, PvP에서 고수로 인정받는 유저들이 다른 사람에게 노하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해 넣을 생각이다.

또, '수라 모바일'이 비록 PvP 중심의 게임이라지만, 레벨업 및 아이템 획득은 PvE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레벨 디자인에도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 솔직히 1차 CBT 때는 PvE 난이도 허들을 너무 높게 잡은 감이 있었다. 오죽하면 처음 나온 길드 이름도 '이 게임 너무 어렵다'는 이름이었을까.(웃음) 이런 게임은 퍼블리셔에서 싫어한다. 유저가 그냥 훅 하고 빠져나가니까.

일반적인 모바일 RPG는 무과금으로도 20 스테이지까지는 그냥 깰 수 있다. 하지만, '수라 모바일'은 자동 사냥으로 갈 수 있는 한계치가 8~9스테이지 정도밖에 안 됐다. 그 이후에는 방향키 조작 및 각 스킬의 특성을 꾸준히 활용해야 클리어 가능했다. 난이도가 이러니 유저들이 이렇게 말하더라. '현질 안 하면 못 깨는 게임'이라고.

이게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다보니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1차 CBT 때와 비교하면 훨씬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수라 온라인' 개발 당시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가 '초 거대 보스'였는데, 모바일에서도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없지만, 이후 추가할 계획이다. 원래 온라인으로 5년 가까이 개발한 게임이다보니 콘텐츠 양은 충분하다. 캐릭터도 10개, 각 캐릭터 별 스킬도 기본적으로 18개씩 갖고 있다. 2차 CBT 때는 진타와 무카이, 화란까지 해서 총 3개 캐릭터가 나가지만, 이후 정기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 수라 온라인의 초 거대 보스

▲ 2차 CBT에서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화란, 무카이, 진타


캐릭터와 스킬이 많다고는 하지만, 고수 유저들의 플레이가 대중화되면서 스킬 셋에도 '정석'이 생기지 않을까.

그 부분을 100% 해결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수라 모바일'의 스킬은 각자 활용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 일부 스킬은 PvP에서 강력하고, 또 다른 스킬들은 PvE에서 효율이 극대화된다. 상황에 따라 쓰는 스킬이 다른 셈이고, 캐릭터 특성도 마찬가지다. 무카이는 탱커형에 강력한 한방이 있는 영웅, 화란은 마법 공격으로 적을 원거리에서 견제하는 영웅... 이런 식으로 각 캐릭터의 역할이 뚜렷하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캐릭터나 콘텐츠 중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싶은 게 있다면?

중국 쪽에서는 팬더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분신술을 사용하는 '나라연'을 먼저 선보이고 싶다. 콘텐츠 쪽으로는 숨바꼭질 개념의 '좀비 모드'가 들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2차 CBT 시작일을 9월 초로 잡았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인지 들어보고 싶다.

1차 때는 '수라 모바일'의 게임플레이 자체를 테스트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땐 반 정도만 개발한 게임을 내보낸 거라 빠진 콘텐츠도 많았다.

2차 CBT에서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를 검증받고 싶다. 우리가 처음 의도했던 게 어떤 건지 보여줄 계획이고, 이 부분에서 유저들의 솔직한 평가를 들어보는 게 목적이다.

사실 1차 CBT 당시에 내부적으로 걱정이 많았다. 유저들이 PvP 위주의 모바일 게임을 오래 즐길지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오랜 시간 플레이하는 걸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컨트롤 위주의 게임을 기다린 유저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여담으로, 1차 CBT 때 강조했던 게 PvP였는데, 당시 홍보를 크게 하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유저 숫자가 적었고, 매칭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는 유저와 유저 간 매칭이 안 되더라도 평균적인 유저 실력의 봇을 투입해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이번 2차 CBT에는 기존 1 대 1 대전과 난투전(프리 포 올), 그리고 실시간 레이드 콘텐츠가 2종 이상 들어간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PvE 던전을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협력 모드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공략 가능한 스테이지는 약 100개까지 만들었지만, 2차 CBT에서는 60개까지 만나볼 수 있다.


레이드 콘텐츠에도 이색적인 시스템이 들어갔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공중 콤보를 먹일 수 있는 레이드 보스가 있고, 그렇지 않은 보스가 있다. 공중 콤보가 안 되는 보스는 다른 게임에서 등장한 패턴형 레이드 보스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공중 콤보가 들어가는 보스는 1차 CBT 때 공개했고, 이번에 들어가는 보스는 패턴형이다.



개발진은 '수라 모바일'의 컨트롤과 장비 수준 비율이 어떻게 된다고 보나.

컨트롤 6, 장비 수준이 4 정도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PvP 기준인 거고, PvE는 이 정도로 빡빡하지는 않다.


정식 서비스는 언제 할 계획인가.

2차 CBT에서 나온 피드백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일단 10월 안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라 모바일'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차 CBT 때 카페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게임인데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글을 봤다. 이번에는 정말 기대해왔던 수준의 진짜 액션을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라 모바일'은 액션성이 대놓고 드러나는 게임이 아니다. 실제로 캐릭터 컨트롤을 해 봐야 특성을 알 수 있는 게임인 만큼, 한 판만이라도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인터랙티브 무비'와 비슷하다고 본다. 스토리를 선택해서 즐기는 영화와 닮지 않았나. 하나의 흐름인 만큼, 이걸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MMORPG가 주류였다가 LOL, 오버워치 같은 대전 게임에 자리를 내 준 온라인 게임 시장처럼, 모바일 게임 시장도 끊임없이 변하리라 생각한다.

아마 모바일에서도 PvP가 대세인 때가 오지 않을까. 건방진 생각일 수 있지만, 그 첫 시작이 '수라 모바일'이라면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