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 패키지 게임 생태계는 초고속 인터넷과 와레즈의 도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아무리 노력해 게임을 개발한다해도 와레즈를 통해 불법복제물이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사들은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흐름을 타고 온라인 게임 생태계로 새 활로를 개척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도 이러한 불법복제물에서 안전하지만은 않았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사설서버 및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게임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일(3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이러한 불법게임물을 근절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6월 21일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설서버 및 위변조 프로그램 처벌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실효적인 사후관리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번 포럼에서는 불법사설서버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지 자세한 조사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추진돼 온 불법게임물 근절을 위한 노력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도 발제를 맡은 고려대 김휘강 교수, 경희대 유창석 교수, 게임위 이종배 팀장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은 "300여 개가 넘는 사설서버가 판을 치고 있지만 게임위에서는 서너 명의 인력으로 감당하고 있다. 버겁긴 하지만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설서버 철폐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어서 "게임법이 앞으로의 게임강국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



■ 김휘강 교수 - 국내 불법게임물 피해액 연간 1,633억 원

▲ 고려대 김휘강 교수

첫 번째 발제에서는 고려대 김휘강 교수가 불법 사설서버 및 프로그램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게임수익 4위의 게임강국이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게임업체 수와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위기론을 거론했다.

이러한 위기론에는 시장 요인과 함께 셧다운제, 게임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김휘강 교수는 그 이면에 불법 사설서버 및 불법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불법게임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많은 수사가 진행돼 30억 원 규모의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이는 여전히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김휘강 교수. 그렇다면 현재 사설서버의 규모는 얼마나 되고 피해액은 어떨까.


김휘강 교수는 우선 엔씨, 넥슨의 게임을 대상으로 사설서버를 조사했다. 포털사이트 등의 검색을 통해 파악한 수는 285개. 이에 대해서 김휘강 교수는 전부 파악한 건 아니라며 "이 수는 해당 게임 사설서버의 약 40~50%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이러한 사설서버로 인해 게임계는 연간 1,633억 원 규모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추정했다.

사실 사설서버는 발견하면 곧바로 조치에 들어간다. 관련 사이트를 차단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설서버는 사라지지 않는다. 애초에 차단을 대비해 주소 부분에 숫자를 넣어 차단당해도 바로 새로운 사이트를 통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얼핏 검색해도 나오는 사설서버 수는 285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설서버를 만들기 쉬워서 그런 걸까?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로 사설서버를 만들기 위해선 역공학(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파일을 전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수준 높은 프로그래밍 실력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사설 서버를 운영하는 운영자들은 상당한 전문 개발자임을 유추할 수 있다. 거기에 최근에는 사설서버에도 운영팀과 홍보팀, 개발팀이 나뉘어 전문적으로 운영할 뿐 아니라 해킹에 대해 방어 및 공격하기 위한 보안팀까지 있을 정도다.


한편, 사설서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바로 홍보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사설서버를 홍보하는 형태까지 나오게 됐다. 보통 홍보비용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약 50~200만 원에 달하는데 발견 시 차단을 함에도 차단으로 인한 피해보다 홍보로 얻는 이익이 더 커 BJ들이 계속 홍보를 하는 문제가 있다.

사설서버와 더불어 게임생태계에 큰 피해를 끼치는 존재로 오토나 핵 같은 불법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핵은 공정한 플레이를 즐길 수 없게 함으로써 일반 유저들에게 일종의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그 결과 유저가 이탈해 이용자와 개발사 양쪽에 큰 피해를 끼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이런 불법 프로그램은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과 프로그램 내부에 악성 파일이 숨겨져 있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또한, 불법 프로그램 역시 사설서버처럼 판매 사이트를 폐쇄한다고 해도 바로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해 법망을 피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형태다.

물론 그렇다고 불법게임물을 그저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리니지' 기르타스 서버를 들 수 있다. 이 서버는 약 30억 원 규모의 사설서버였는데, 게임위와 부산경찰청이 함께해 결국 운영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설서버는 게임사와 이용자 양쪽에 큰 피해를 끼친다. 아울러 청소년들에게는 사설서버를 이용함으로써 불법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약해져 향후 범죄행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김휘강 교수는 우려를 표했다.


준비한 발제가 끝나고 김휘강 교수는 "보신대로 불법게임물을 단속, 처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100% 막을 순 없다. 특히, 해외에서 운영 중인 사설서버는 손을 델 수 없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경이다"라며 우려와 함께 "하지만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불법게임물 유포에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지는 만큼, 향후 게임위 등의 기관이 불법게임물 근절에 더욱 노력해주고 미흡한 제도를 계속 보완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 유창석 교수 - 국내 '리니지' 사설서버 연간 88만 명이 이용

▲ 경희대 유창석 교수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경희대 유창석 교수는 불법게임물로 인한 게임산업의 피해규모 산정 및 정책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유창석 교수는 시작하기에 앞서 불법게임물의 의한 피해액 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설서버로 인해 이용자가 빠져나가는 것뿐 아니라 핵, 봇, 모바일 게임 결제 우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산업에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이러한 피해액 산정을 하는 방법 5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불법 활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 손실이 발생하는 걸 가정한 경우다. 이 방식은 계산하기 수월하단 장점이 있지만, 이를테면 사설서버를 막는다고 해서 손실분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정품 대체율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불법게임물을 이용한 이용자의 일부만 정품을 구매하기에 과대 추정의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역시 제안은 되지만 많이 쓰이진 않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실증분석을 통한 피해규모 추정식이다. 가장 정확한 방법인데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국가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모아야 해 한계점이 있다. 네 번째는 산업연관분석을 통한 피해 규모 추정이다. 이건 단순히 하나의 산업뿐 아니라 그 산업과 연관된 간접적인 피해까지 계산하는 방식으로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론 시계열 분석을 통한 방법인데 해당 콘텐츠 및 특정 지역의 산업 매출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부에만 적용되는 방식이다.

발제에서 유창석 교수는 첫 번째인 직접적인 매출 산정 방식과 네 번째인 산업연관분석을 통한 피해 규모 추정 방식을 사용해 피해액을 도출했다. 유창석 교수는 대표적인 사설서버 게임으로 '리니지'를 선택했다. 오래됐고 많은 사설서버가 있을뿐더러 게임내에서 '/누구' 명령어를 통해 동접자를 확인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실증 비교를 해야 했기에 엔씨소프트의 도움을 받아 '리니지' 동접자 수와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계산한 결과 '리니지' 사설서버 이용자는 상용서버의 약 38%가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거기에 게임위 민원을 통해 확인한 사설서버 분포 및 게임트릭스 PC방 통계를 통해 추정한 결과 연간 88만 명의 이용자가 '리니지' 사설서버를 이용하는 거로 나왔다.

이용자 수가 나왔으면 단순 피해액 추산은 쉽다. 이용자 X MMORPG 1인당 월간 지출 비용 X 12개월을 하면 연간 피해액이 나온다. 대략적인 계산 결과 '리니지' 하나만 연간 2,541억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니지' 사설서버 이용자가 약 38%였으니 전체 이용자의 38%가 사설서버를 이용한다고 보고 계산하면 해외 시장에서는 연간 1조 4천억 원에 피해가 발생하는 식이다. 아울러 이로 인한 내수 및 수출 피해액까지 계산하면 무려, 연간 2조 4,385억 원의 피해가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온라인 게임 전체 시장 규모의 4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고용 손실 및 취업 손실로 인해 게임업계에서는 23,445명이 피해를 보고 있어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불법게임물. 이 같은 수치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던 유창석 교수는 불법게임물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건 신고 포상제에 대한 부분이었다. 앞서 백 개가 넘는 사설서버가 있는데 그걸 담당하는 전담 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신고 포상제를 확립한다면 인력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효과적으로 불법게임물을 단속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대학생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 역량을 제고해 향후 보안관련 직종에 관심을 갖게하는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나기에 앞서 유창석 교수는 "게임법 개정안의 경우 상당 부분이 보완됐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바로, 배포자들의 홍보 활동에 대한 제재다. 이 부분은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아 대응이 어려운데 법제화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게임법이 앞으로도 보완 입법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종배 팀장 - 불법게임물 처벌 강화해 건전한 게임문화 확립하겠다

▲ 게임위 이종배 팀장

게임위 이종배 팀장은 현행법의 한계와 이번에 시행되는 게임법 개정안의 기대효과 및 앞으로 게임위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선 그는 현행법의 한계에 대해 말했다. 현행법에서는 게임진흥법 32조 1항 2호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하는 행위'를 근거로 사설서버 운영자를 처벌한다. 하지만 이 경우 저작권법으로 처벌하기에 사설서버 운영자들은 큰 피해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설서버 근절은 이뤄질 수 없었다. 저작권법의 처벌은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즉, 사설서버 운영자들은 벌금을 좀 내고 다시 사설서버를 운영하는 식이었다.


이런 상황에 나온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게임위에 있어서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불법게임물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의와 법적 처벌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저작권법에 의한 처벌이 아닌 불법게임물 처벌법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생긴 거다.

앞으로 게임위는 이러한 개정안에 힘입어 더욱 활동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나온 피해액 산정과 같은 다양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협력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작년 7월 게임위는 부산경찰청과 합동 수사를 진행해 수십억 원 규모의 사설서버 운영자를 검거한 바 있다. 앞으로는 경찰뿐 아니라 포털, SNS 사업자와 정보통신망사업자 들과도 협력해 이러한 공조 시스템에 더욱 힘을 실어 불법게임물을 근절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종배 팀장은 "이제 시작이기에 협력 시스템 강화 등의 숙제가 많다. 하지만 앞으로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더욱 힘을 얻게 되는 만큼, 사설서버를 근절해 건전한 유통구조와 게임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발제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