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트파이브 정순렬 대표

게임 스타트업은 수시로 난관에 부딪힌다. 자금도, 개발력도 언제나 목마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그렸던 이상과 오늘 마주하는 현재가 달라 한숨 짓기 일쑤다. 그렇다고 양보를 하자니, 신념을 저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출시가 우선인지, 신념이 우선인지 언제나 그 갈림길에서 헤매곤 한다.

액트파이브의 정순렬 대표는 자사의 대표작 ‘열혈강호m’의 개발과정을 돌이키며 스타트업 개발자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의 메세지를 던졌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정순렬 대표는 자사 ‘액트파이브’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진행했다. 액트파이브는 ‘던전앤파이터’의 전 개발실장, 전 그래픽 팀장, 전 사운드 디렉터 등이 포진되어있는 액션 전문 개발사다. 화려한 경력에서 이미 드러나듯, 액트파이브의 개발 방향성은 뚜렷했다. 그는 솔직히 만들어본 게 액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웃으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결과적으로 액트파이브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정순렬 대표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공방’이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철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격투게임들이 횡스크롤뷰를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공방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횡스크롤뷰가 세밀한 공방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고, 거리감과 공중 액션 등을 비롯해 다채로운 요소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순렬 대표는 ‘열혈강호m’이 그동안 모바일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의 공방을 구현했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횡스크롤 장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유니크함'과 '익숙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2018년도 이전 구글 매출 순위를 집계해본 결과 10위 안에 횡스크롤 액션 알피지가 없었다며 이 장르에 유니크함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유니크함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당시 액트파이브는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투자를 받아야만 했는데, 많은 투자자가 작품 방향성에 회의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시 투자자로부터 ‘왜 기존 성공 작품에는 횡스크롤 장르가 없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열혈강호m은 성공했다. 넥슨이라는 대형 게임사를 통해 퍼블리싱됐으며, 매출 순위 5위까지도 달성한 바 있다. 정순렬 대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다고 회고했다. 스타트업의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살릴지가 중요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많은 스타트업이 프로토타입부터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개발 초반에는 그 무엇보다도 자기 팀의 컬러를 표현하는 게 맞다며,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면 자금 압박 등으로 지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정하고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순렬 대표는 ‘덜어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데즈카 오사무의 티비 애니메이션을 언급했다. 당시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디즈니와는 달리, 데즈카 오사무는 프레임이 12에서 16 사이에 불과한 리미티드 기법을 사용했다. 디즈니와 같은 세련미는 없었지만, 특유의 박진감이 살아 넘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작에 필요한 컷이 대폭 줄어들어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그는 데즈카 오사무의 리미티드 기법이야말로 스타트업이 가장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절대 덜어내서는 안될 것도 있다. 횡스크롤 액션 장르의 '조작감'이 대표적인 예다. 정순렬 대표는 횡스크롤 장르 특성상 미세한 조작 하나만으로도 승부가 갈린다며 이동 방식 하나를 정하는데도 무려 3개월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또한 플레이 화면을 가리지 않고, 제한된 버튼 만으로 효과적인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열혈강호m’에 '터치&스와이프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열혈강호m’에서 액티브 스킬은 스와이프 방향에 따라 발동되고, 10개가 넘는 파생콤보는 강-약 버튼의 조합에 따라 달리 구현된다.

아울러 그는 때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단점을 빠르게 인정하고, 그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의외의 방향으로 개발할 필요도 있다는 뜻이었다. 정순렬 대표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최대 장점은 몰입감이지만, 모바일에서는 유저 피로드가 크기 때문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컨트롤이 중시되는 게임이다 보니 캐릭터에 과금 요소를 일정 수준 이상 적용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정순렬 대표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고안했다. 열혈강호라는 IP에 존재하는 수많은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 6대6 수집형 전략 모드 ‘무림외전’을 도입했다. 그는 실제로 ‘무림외전’이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디렉터급이 욕심을 끝없이 내면 퀄리티는 오르지 않고, 부담만 쌓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자신도 그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며 2년 전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많은 말을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특정 캐릭터의 실루엣을 공개하며 현재 개발 중인 신작에 대한 정보를 넌지시 공개했다. 일본의 SNK 작품을 활용해 개발 중이며, 일본 내에도 서비스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