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시 이후 독특한 설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게임, '로그 레거시'의 후속작이 18일에 스팀 얼리 엑세스로 출시됐다. 게임명은 '로그 레거시2'로 전작과 똑같은 로그라이트 플랫포머 장르를 채택했다.

당시 수많은 로그라이크 장르 속에서 로그 레거시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로그라이크보단 라이트에 더 가까운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참신한 스토리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로그 레거시는 한 번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로그라이크의 장르지만, 캐릭터의 후손이 그 뒤를 이어간다는 설정으로 라이트 장르의 특징도 갖추고 있다.

로그라이크와 라이트의 차이는 쉽게 말해 캐릭터의 성장에 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능력치로 게임을 지속하는 라이크와 달리 라이트는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로그 레거시는 후손이 선대의 뒤를 이어받아 그동안 쌓아왔던 것을 활용한다는 스토리를 가미해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 요소를 녹여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골드, 업적을 쌓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반복하고 이를 지속할수록 강력해지는 후손을 볼 수 있다. 랜덤 요소와 성장 요소가 어우러진 이 시스템은 후속작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1편이 출시된 후 7년의 세월이 흘러 새롭게 등장한 로그 레거시2. 지금도 많은 팬을 가진 이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표정은 후속작에서도 똑같다



■ 이제 궁수는 활 쏘고 마법사는 마법을 발사한다


플레이어는 전작과 동일하게 영주로서 골드를 모아 영지를 발전시켜야 한다. 영지의 발전은 곧 캐릭터의 성장과도 직결된다. 성의 발전 구역마다 특정 능력치가 정해져 있으며, 해당 구역을 발전시키면 그에 맞는 능력치가 올라가는 구조다.

또한, 영지의 발전은 단순히 캐릭터의 능력치에만 영향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구역은 후손들의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리 엑세스 기준으로 기본 직업인 기사 외에 바바리안, 궁수, 마법사 직업이 존재하며, 정해진 구역을 발전시키면 후손들이 해당 직업으로 등장하게 된다.

각 직업마다 스킬이나 능력치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공격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직업이 다르면 공격 스타일도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전작과 큰 차별 요소 중 하나다.

▲ 영지는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마을의 역할도 한다

전작에서도 직업이 존재하긴 했다. 기본 직업인 기사부터 마법사와 바바리안, 암살자 등이 있었고 각각의 직업마다 고유의 특징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모든 직업이 하나의 캐릭터를 공유했기 때문에 마법사라고 해서 지팡이 들고 싸우는 게 아니라 검 들고 싸웠고 암살자 역시 똑같이 검 들고 싸웠다. 능력치와 스킬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결국 검 휘두르는 건 똑같았다는 소리다.

로그 레거시2는 전작에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 직업 요소를 크게 뒤바꿨다. 이제 궁수는 활을 쏘고 마법사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마법을 발사한다. 변화한 전투 시스템에 랜덤으로 결정되는 능력치, 후손 특성이 합쳐지면 1편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투를 느껴볼 수 있다.


캐릭터는 기본 공격과 직업 특수 공격, 랜덤하게 주어지는 마법 공격 총 3가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 3가지의 공격을 적절하게 섞어 던전을 탐험해야 하는데, 기본 공격을 제외한 기술은 마나를 소모하기 때문에 확실한 상황에서만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전작보다 더욱 찰져진 타격 이펙트와 부드러운 모션, 조금 더 빨라진 전투 템포는 전작의 전투가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던 게이머라면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발사에서 앞으로 8개 이상의 클래스를 계획하고 있으며, 42가지의 특성, 17개의 업그레이드 가능한 기술을 준비 중이니 직업의 변화에 따른 재미 요소는 확실히 보장되었다고 봐도 된다.




■ 원래도 어려웠는데 더 어려워졌다

기자는 나름 게임 컨트롤에 자신있는 편이다. 다크소울도 전 시리즈 다 클리어해봤고 생각보다 비교적 쉽게 공략했었다. 그외에 메트로배니아 원조 맛집인 악마성과 할로우 나이트 등도 재미있게 즐겼고 본인의 게임 실력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런데 로그 레거시2에서 정말 오랜만에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투가 진행되는 방식 자체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던걸까 생각을 해보니 전작에서 달라진 몇가지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손으로 그린듯한 느낌의 그래픽과 조작감, 캐릭터 모션이 더욱 부드러워지는 등의 외적인 변화 외에 가장 큰 변화는 앞서 설명한 직업과 직업에 따른 전투 스타일의 변화다. 그리고 이런 전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후손 시스템의 다양화가 있다.

▲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표본과 같은 특성들

후손 시스템은 로그 레거시의 아이덴티티와 같다.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요소와 랜덤 요소가 모두 후손 시스템에서 비롯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작에서 후손은 단순히 성장한 능력치를 체감시켜주는 것 외에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후손마다 특성이 존재하긴 했다. 일종의 버프 혹은 페널티와 같은 시스템인데, 멀쩡한 후손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후손도 있고 눈이 침침한 후손도 존재했다. 이런 랜덤 요소는 2에 이르러 더욱 발전했는데 진짜 별의별 이상한 게 준비되어 있다.

기자가 겪은 후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크기가 작거나 큰 것. 눈이 침침해서 캐릭터 주변만 보이는 것과 혹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 일정 영역만 화면이 보이기도 했다. 아니면 아예 그래픽이 옛 게임보이 시절로 돌아가거나 화면이 반전되는 경우도 있었다.

▲ 내 후손들은 도대체 눈이 어떻게 된거니...

후손의 특성은 시점이나 외형 외에도 다양했다. 캐릭터의 HP가 1로 고정되거나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쿨타임이 걸리는 것도 있었고 아예 공격을 못하는 특성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황당한 특성이 단순히 플레이어의 화를 돋구기 위한 장치가 아닌, 버프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특성이 악랄할수록 던전에서 습득하는 골드의 양이 늘어난다. 단순히 돈만 벌 목적이라면 일부러 악독한 특성을 골라서 한탕 크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셈이다. 혹은 디버프지만 때론 버프처럼 활용할 수 있는 특성도 존재했다. 이를테면 점프력이 높아지는 특성인데, 천장에 가시가 달린 지형이 많은 곳에선 독이 되지만, 반대로 점프가 낮아 갈 수 없는 지형은 쉽게 갈 수 있다.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는 후손의 특성 외에도 다양하다. 넓어진 맵에는 다양한 몬스터와 플랫포머 게임다운 함정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데미지가 정말 뼈저리게 아프다. 애초에 게임의 성장 자체가 죽음으로 후손들이 강해진다는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에는 첫 번째 방에서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 전작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구매 OK, 처음이라면 HOLD

로그 레거시가 출시됐던 2013년과 달리 요즘에는 수많은 로그라이크, 라이트 장르가 출시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 굉장히 많다는 소리다. 후속작이 전작만큼의 인기를 얻기 위해선 단순히 전작의 느낌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

로그 레거시2는 전작에서 게이머들이 흥미를 느낀 후손과 랜덤 특성을 살리고 다소 부족하게 여겨진 전투와 그래픽, 조작감을 채워 후속작을 만들었다. 특히, 후손으로 이어진다는 성장 방식은 최근 출시되는 로그라이트의 성장 방식과는 다른 깊이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정말 어려운 난이도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 강력해진 후손들로 성취감을 보상받을 수 있게끔 설계했달까. 게이머가 어떤 부분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 던전 탐험의 묘미인 파밍의 재미도 빼놓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현재 출시된 로그 레거시2는 스팀 얼리 엑세스 버전이다. 얼리 엑세스는 개발 중인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은 뒤 출시, 계속 개발을 진행하면서 콘텐츠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제 갓 출시한 로그 레거시2는 좋게 봐줘도 1~3시간 정도의 콘텐츠 분량을 가지고 있다. 700개 이상의 방과 1.5개의 스테이지는 12개의 일반 몬스터와 1개의 보스밖에 없어 게임을 몇 번 하다 보면 모든 몬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던전 탐험 방식의 게임에서 몬스터의 가짓수는 대단히 중요하다. 던전을 돌 때마다, 지역을 이동해도 비슷한 몬스터만 등장한다면 게임의 재미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영지 발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4가지의 클래스와 42가지의 특성, 17개의 능력치 상승은 얼핏 많다고 생각되지만, 실제 게임을 하다 보면 1~2시간 안에 대부분의 특성을 체험해보고 클래스를 해금할 수 있다.

▲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도 아직 1종 뿐이다

따라서 로그 레거시2를 해보기 전 이 점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듯싶다. 깊이감 있는 로그라이트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 혹은 로그 레거시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바로 사도 무방하다. 현재 출시 기념으로 1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미리 구매해둔 뒤 게임이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조금씩 플레이하면 된다.

개발사는 얼리 엑세스의 출시 이후 1년 뒤인 2021년을 완전한 게임 출시 일자로 예상하고 있다. 2개월 주기로 몬스터 및 클래스, 지역 등의 주요 업데이트가 이뤄질 예정이며, 현재 디스코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 개발 피드백을 받고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지금 당장 즐길 만한 재미있는 로그라이크 게임을 원한다면 조금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말했듯 안에 즐길만한 콘텐츠가 적기도 하고 현재까지 나온 시스템만 두고 보자면 기존의 로그라이크 플랫포머 게임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굳이 미완성된 게임을 이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것보단 다른 완성된 게임을 즐기면서 추후 상황을 보고 해당 게임을 즐겨도 된다.

첫 느낌은 좋다. 그래픽과 전투 스타일을 전작의 느낌을 살리면서 잘 바꿨고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과 같은 느낌을 간직한 채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다시 한번 플랫포머 장르의 인기작이 되길 바라본다.

▲ 그래픽 분위기와 전투 재미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