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에서 뽐내지 못한 마녀의 매력


'위체'는 PC를 기반으로 한 2D 횡스크롤 플랫폼 액션 RPG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이죠. 아마 플랫포머 장르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단 1분 내로 거의 모든 게임의 시스템을 다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 자체는 간단하고, 정확하게 잡혀있습니다. 게임은 이미 지난 2015년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고, 2016년에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된 적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리뷰해볼 게임은 '스위치' 버전의 위체입니다. 이름이 마치 마녀를 영어로 한 '위치'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름 그대로 '마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명 : 위체(Wicce)
장르명 :플랫포머
출시일 : 2021.06.03.
개발사 : Alpheratz
서비스 : CKF
플랫폼 : PC, Switch

관련 링크: 'Wicce for Switch' 오픈크리틱 페이지


간단한 액션, 적극적인 맵과 기믹의 활용으로 풀어내다

위체는 중세 전염병이 대유행한 암울한 시대를 독특하게 그려낸 부분이 특징이며, 주인공 마녀가 마주하게 되는 세계는 역병이 창궐해 죽음의 분위기가 매우 강하죠. 딸에게 심부름을 보냈지만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직접 딸을 찾아 나섭니다.

스위치 버전으로 출시되면서 '위체'는 한차례 비주얼과 난이도 조절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경점은 스팀 버전에도 제공될 예정이며, 스위치 버전은 스위치 버전만의 조작을 가져갑니다. 조작 자체는 매우 간단하죠. 점프, 공격, 모으기 공격(마법), 그리고 비행과 회복 및 슬라이딩 정도입니다. 점프는 다른 플랫포머들과 같이 2단 점프가 가능하며, 점프 도중 공격과 비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행이 만능은 아니며, 점프가 제한되므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포인트도 존재합니다.

▲ 점프, 공격, 비행으로 여러가지 기믹을 파훼하면서 나아가야합니다.

▲ 대사가 없는 스토리는 간략하고, 명확한 목적을 전달합니다. 음악과 분위기는 매우 좋습니다.

간단한 조작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맵 디자인은 좋은 요소입니다. 액션을 최대로 활용하여 스테이지마다 갈 수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루트 역시 확실하게 정해져있는 편이지만 맵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단순한 액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훌륭한 맵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오는 적들의 공격도 여러 가지 종류로 잡혀있고 때로는 적이 발사하는 탄을 쳐내서 공격할 수 있거나 기믹이 발사하는 탄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지만 여러 가지 조합을 통해서 '위체'는 특유의 액션 공식을 만들어두었습니다. 단순한 액션이 적절하게 배합된 다양한 발판에 맞춰 '진행하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이런 흐름 역시 결과적으로 일정한 '리듬'이 있으므로 이를 찾아나가는 즐거움은 충분히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회복 아이템은 맵에서 보물 상자를 파괴하거나 특정 몬스터를 처치할 경우 획득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계승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2스테이지에서는 맵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회복 아이템은 매우 넉넉한 편이고 적들의 대미지도 '원킬'이 나는 형태는 아니라 진행 자체는 꽤 부드럽습니다. 다만 발판을 놓치는 경우는 바로 게임 오버이므로, 이를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요.

▲ 보스를 물리치면 일종의 미니게임을 통해 '봉인'을 해야 합니다.



아쉬운 '스위치 버전', 매력을 뽐내지 못하다

▲ 텀블벅을 통한 PC버전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렇게 보면 게임의 기본적인 디자인 자체는 나쁘지 않게, 플랫폼 액션 게임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충실하게 구현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게임 플레이 자체는 현대적인 플랫포머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원작이 2016년에 출시되어, 5년이 되어가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사실 이는 닌텐도 스위치로 이식되면서 시스템 활용을 완벽히 못했다고 보는 게 적절할 듯싶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맵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시대에 이르는 대부분의 플랫폼 액션 게임들은 '시야'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죠. 내가 갈 루트는 체크하고, 적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혹시나 작동하고 있는 기믹이 있다면 이를 파악하는 것도 필수고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일정한 '리듬'을 찾아냅니다. 쉴 새 없이 템포를 따라 점프를 연타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엇박자에 맞추기 위해 한 번 쉬어갈 타이밍도 잡아야 합니다. 사실상 정보 싸움인 셈입니다.

▲ 물론 스위치 버전으로 옮겨오면서 기믹과 적, 맵 배치가 변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체의 스위치 버전은 이러한 '시야'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구성이 아니라고는 해도 전체적인 맵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는 매우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세이브포인트 역시 맵의 전환에서만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수준인데다가 세 번의 목숨을 모두 소모하면 다시 스테이지 처음부터입니다.

물론 이미 수차례 게임을 해보고 정보를 외운 시점에서는 이는 단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맵과 적의 등장 위치, 그리고 점프 타이밍과 공격 사용 등 효과적인 해법을 외웠으니까요. 그러나 그전까지, 이런 과정에서 정보의 부족은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극도로 올리면서 좋지 못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위체의 스위치 버전의 경우, 이런 부분을 '의도'하여 난이도 조절을 했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난이도를 크게 올렸고, 세 번의 기회를 실수로 날리게 되면 다시 챕터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점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만약 인내심이 적은 플레이어라면, 이 게임을 여기서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맵에서 획득한 오브젝트들은 다시 플레이해도 누적되며, 챕터의 초반으로 돌아가더라도 금방 난관까지 도달할 수 있으므로 심각할 정도의 부담이라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 보스전은 명확한 포인트가 있는 편이고, 회복 아이템도 넉넉하지만...오는 과정이 고됩니다.

보스전은 명확한 공략 포인트가 존재하며, 이를 통해서 보스를 공략하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조작'입니다. 연속으로 공격 버튼을 입력하거나 점프 이후 공격 버튼을 입력하는 게임 플레이 특성상, 조작이 무시되거나 다른 조작으로 변경되는 부분은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위체의 스위치 버전은 버튼 연타 시 공격이 나가지 않고 버튼을 꾹 누르고 있는 판정이 되거나 무시되는 부분을 꽤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무리 몬스터의 공격 단번에 사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조작이 '매끄럽지 못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부분은 큰 단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보스 몬스터의 움직임이 매우 어색한 부분이 존재하고, 기믹들이나 스위치 버전에서 버벅거리는 현상이나 버그로 액션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는 과거 작품을 현시대의 기기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완벽하지 못한 포팅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이를 충분히 감안하고 플레이해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엔딩을 보고 다회차 플레이를 시도하는 시점에서는 게임을 다시 하기 매우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멀티 엔딩, 진 엔딩과 콜렉팅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는 매우 부담이 될 수 있는 단점이죠.





▲ 모험에서 획득한 여러가지 장식품들은, 마녀의 집에 장식됩니다. 콜렉팅 요소죠.

위체는 기본적인 플랫폼 액션 게임의 공식과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했고 이를 PC버전에서는 충분히 보여준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스위치 버전에서는 '위체'가 추구하는 완벽한 매력과 플레이를 100%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이러한 단점들은 패치로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런 부분들이 수정된다면 훨씬 더 좋은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출시 당시는 혹평을 받았어도, 향후 꾸준한 개선 패치와 조정으로 좋은 게임으로 바뀐 사례는 이미 '흔하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 편이니까요.

대사가 없고 화려하지 않지만 플레이어에게 명확한 목적과 전개 및 위기 상황을 전달하는 스토리는 게임과 잘 어우러집니다. 컨셉과 기본은 되어있지만 이를 플레이어에게 완벽히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달까요. 훌륭한 보석이 될 수 있던 원석을 다듬는 과정에서, 미숙한 세공때문에 보석의 매력을 완벽히 보여주지 못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의 가격이죠. 만약 위체가 풀 프라이스라고 불리는, 최근 들어 올라간 기준인 70$의 게임이라면 몹시 나쁜 평가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위체의 가격은 스팀 기준 5,500원, 닌텐도 스위치 버전 기준으로 8,000원(할인가 7,200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 위체는 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중입니다.

▲ Alpheratz 개발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왔습니다..

이 가격이라면 플레이 타임과 게임 플레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게임 자체는 부담 없이 플레이하고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 기준에서는 흔히 칭하는 '가성비'는 매우 괜찮은 게임이라고 느꼈고, 짧지 않은 시간 플레이하고 플레이 도중 화도 났습니다만 '괜찮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물론 이는 플레이어 개인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게임의 완성도를 따지자면 점수를 낮게 줄 수밖에 없겠지만,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더 높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아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위체를 개발한 'Alpheratz'는 네바에, 월광괴도, 덕큐멘터리 등의 인디게임을 제작해왔습니다. 스팀에 처음 진출한 작품이 '위체'라고 할 수 있고, 가장 최신작은 '네바에'입니다. 여러 가지 작품을 제작하면서 한층 더 발전해 온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위체는 그 개발의 초기 단계에 가깝습니다.

향후 작품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으면 냉정한 평가를 내리겠지만, 네바에 역시 다소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명암으로 만들어낸 퍼즐이라는 확실하고 참신한 요소와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위체도 명확한 방향성은 잡은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PC 버전만큼이나 그 매력을 뽐내지는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