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첫 번째 작품, '딜리버 어스 더 문'으로 주목받은 네덜란드의 개발사 KeokeN 스튜디오가 지난 주 후속작 '딜리버 어스 마스'를 출시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정식 후속작으로 등장한 '딜리버 어스 마스'는 전작에서 호평받은 어드벤쳐 시스템에 더욱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세계관의 확장과 깊이 있는 스토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결말을 맺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마리라도 잡으면 다행이지만, 두 마리 모두 잡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말이죠. 다행히도, '딜리버 어스 마스'는 적어도 한 마리는 잡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째 잡은 토끼 얼굴이 좀...


게임명: 딜리버 어스 마스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3.2.3
리뷰판: 1.000.002
개발사: KeokeN Interactive
서비스: Frontier Foundry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S5

◆ 게임 진행 및 스토리와 관련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달에서 화성으로, 인류 생존을 위한 계속되는 여정

▲ 달 하면 떠오르는 멋진 풍경을 선보인 전작 '딜리버 어스 더 문'

'딜리버 어스 마스'는 전작인 '딜리버 어스 더 문'의 사건 13년 이후를 그리는 후속작으로, 전작에서는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의 시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에너지 고갈로 인해 죽음만을 앞두고 있는 지구의 인류를 위해 달로 향한 전작의 주인공 '롤프 로버트슨'은 구국의 영웅이 되어 박물관을 장식하고 있고, 전작에서 홀로그램 형태로만 마주했던 여러 인물들의 모습도 이번 작품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케이시 요한슨'은 전작의 후반부에 밝혀지는 이야기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바로 달 위원회 소속 위원이자, 지구의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이나 다름 없었던 방주 '아크'를 타고 도망친 '아이작 요한슨'의 둘째 딸이죠. 이렇게 '딜리버 어스 마스'는 게임 초반 일부를 할애해 아빠와 이별하게 된 케이시의 모습부터 첫째 딸인 클레어가 자신의 아버지와 대립하는 모습, 그리고 13년이 지난 후 지구 최고의 공학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줍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KeokeN 스튜디오가 그리는 세계관 속 지구는 마치 당장이라도 종말을 맞이할 것처럼 묘사됩니다. 인류의 영웅이 된 전작 주인공의 희생으로 달로부터 어느 정도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는 있었지만, 오로지 거기에만 인류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입니다.

거기에 더해, 인류를 대표한다던 '달 위원회'의 높으신 분들은 지구와 달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최신 기술이 집약된 이주용 우주선 '아크'를 타고 날라버렸으니, 더 이상 행성을 탈출할 우주선을 만들 자원도 찾기 힘들어진 지구의 인류는 배신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었습니다.

▲ 헬맷만 쓰고 있어서 몰랐지만, 전작 주인공은 이렇게 생겼군요

이런 상황에서, '딜리버 어스 마스'의 스토리는 13년 전 케이시의 아버지 아이작이 타고 도망간 아크의 신호가 화성에서 송출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제 지구에 사는 인류로서는 새 터전을 이룩할 기술이 모두 담긴 아크를 화성으로부터 되찾는 것에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어졌죠.

그렇게 주인공 '케이시'는 어린 시절 생이별한 아버지가 남긴 신호를 따라, 자신의 언니가 이끄는 탐사대에 참여해 화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죽어가는 우리 별 지구의 마지막 자원 하나까지 끌어모아 만든 탐사선에 몸을 싣고 말입니다.

전작인 '딜리버 어스 더 문'부터 이어지는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달에서 화성으로 그 무대를 옮김과 동시에, 보다 많은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깊이를 더합니다.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콘텐츠에서 흔히 다루는 것들이지만, 그렇기에 보다 쉽고 편하게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 으아아아 화성 갈끄니까-



등장인물의 추가로 더욱 풍부해진 스토리 전개, 하지만...

우주선이 화성으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은 지구 인류의 미래를 짊어짐과 동시에 인류를 배신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고자 하는 주인공 '케이시'의 내적 갈등에 조명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각 챕터 사이에는 케이시와 아버지의 추억을 더듬는 회상이 준비되어 있고, 이를 통해 전작에서는 홀로그램에 불과했던 인물들에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화성으로 향하는 팀원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팀을 이끄는 케이시의 언니 클레어는 인류를 배신한 아버지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으며, 팀원 사라는 전작 홀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이작에게 칼을 맞고 큰 부상을 당했던 연구원입니다. 이들은 케이시가 화성에서 아버지를 만나더라도 항상 (지구의 인류에게) 옳은 결정을 내리길 당부하며, 그럴수록 케이시의 고민은 깊어만 갑니다.

▲ '인류를 배신한 자'의 딸의 시점으로 스토리에 깊이를 더했지만

▲ 퍼즐을 푸는 기본적인 플레이 형식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주인공 이외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깊이를 얻었지만, 실제 게임플레이에서는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편입니다. 특정 구간에서 스스로 1인칭과 3인칭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등 편의성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발전한 모습이며, 수트에 표시되는 산소량 또한 UI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좀 더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작의 주인공인 롤프가 그랬던 것처럼, 케이시 또한 화성에 도착한 뒤 여러 홀로그램을 살펴보며 지구를 버리고 새 터전에 당도한 이들의 행적을 하나씩 쫒습니다. 전작이 차갑게 빛나는 달 표면의 모습을 정교하게 구현해 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가 흔히 미디어로 접해 온 화성의 사막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전작보다 더욱 야심찬 도전으로 넓고,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개발사의 노력이 처참한 수준의 캐릭터 모델링으로 인해 퇴색됐다는 것이 '딜리버 어스 마스'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등장인물만큼이나 많아진 성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소위 '만들다 만 것 같은' 캐릭터들의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으며, 때때로 심각하게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물론 일부 구간에서 어색한 움직임을 보인다든지, 한국어 번역이 누락되는 등 사소한 문제들도 발생하지만, 이런 부분들만 감안한다면 게임이 제공하는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모델링에 대한 문제가 특히 많이 거론되는 것은, 아무래도 스토리 위주의 게임에서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크게 부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뭔가 심각한 내용이 전개되는 것 같아 집중이 되다가도

▲ 얼굴 모델링을 보면 맥이 풀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공상과학의 희망을 짊어진 '트릴로지'가 될 수 있을까

▲ 최근에는 우주의 장엄함을 담은 시리즈가 많이 없는 것이 사실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우주 탐사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 게임을 많이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가뭄이나 다름이 없었던 우주 Sci-Fi 신에 불편듯 등장한 '딜리버 어스 더 문'은 덕분에 장르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고, 성공적인 출시에 힘입어 그들만의 세계관을 화성으로 넓히고, 더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8시간 남짓한 분량에, 스토리 진행을 위주로 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딜리버 어스 마스'는 꽤나 흥미로운 전개와 세계관 확장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비록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카메라에 비칠 때마다 몰입을 망치는 부분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성우들의 준수한 음성 연기가 이를 최대한 보완해주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게다가, 간소하게 연출한 우주선 조종 시퀀스나, 우주 밖에서 고장난 추진기를 고치고,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경험을 구하는 게이머에게 오늘날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원하는 우주 비행사 꿈나무들이라면, '딜리버 어스' 시리즈를 통해 흥미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딜리버' 시리즈가 우주의 장엄함, 인류의 재건을 위한 노력을 다루고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인 만큼 모쪼록 트릴로지로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아직 이 세계관 속 지구의 결말을 우리는 보지 못했고, 저 너머엔 탐사할 곳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