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언틱은 지난 2021년 11월, 일상 속 걷기에 작은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특별히 기획한 스마트폰앱 '피크민 블룸(Pikmin Bloom)'을 글로벌 출시했다. 식물처럼 생긴 작은 생명체 '피크민'이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했지만, 맨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고, '피크민 블룸' 앱을 통해 비로소 그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컨셉이다.

'피크민 블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걷기'에 있다. 플레이어가 걸을 때마다 길목에서 피크민 모종을 발견할 수 있으며, 모종에서는 피크민이 자라난다. 정성껏 키워 뽑은 피크민은 플레이어의 대열에 합류하고, 언제나 플레이어를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나이언틱의 전작 '포켓몬 GO'의 피크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닌텐도와 나이언틱이 야심 차게 선보인 '피크민 블룸'은 출시된 지 약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는 사람만 찾아서 즐기는 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포켓몬'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은 '피크민'의 IP를 활용했기에 더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했으나, 겨울이라는 시기적 특성과 함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지난 반년 동안은 게임을 알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계절도 봄으로 바뀌고 서서히 외부 활동이 잦아지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다시 한번 피크민 블룸을 꽃 피우고 사람들에게 '걷기의 즐거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나이언틱에서 피크민 블룸을 개발 중인 개발자 2인을 초청, 게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묻고 답하는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이번 인터뷰에는 나이언틱 도쿄의 설립 멤버이자 피크민 블룸의 UX디자인 디렉터로 활동 중인 마도카 카타야마 개발자, 그리고 피크민 블룸의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인 리카 나카지마 개발자가 참여했으며,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진행됐다.




Q. 먼저 '피크민 블룸'이 어떤 게임인지 소개한다면?

리카 나카지마(이하 리카) - '피크민 블룸'은 닌텐도와 나이언틱이 함께 협업하여 개발한 캐주얼 어플리케이션으로, 지난 2021년 11월에 글로벌 출시됐다. 닌텐도의 게임 IP 중 하나인 '피크민'은 산책, 그리고 야외에 나가서 탐험하는 행동들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피크민과 함께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더 즐겁게 산책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매일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갈 수 있다. 자신이 산책 중에 찍은 사진과 노트를 앱에서 제공하는 '라이프로그'에 기록하며 삶의 발자취를 남길 수도 있다.

▲ 나이언틱 '리카 나카지마'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


Q. '라이프로그'가 정확히 어떤 기능인지 궁금하다. 플레이어는 라이프로그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리카 - 플레이어가 산책을 하며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그 기억과 추억을 기혹해서 보여주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들어 사용자가 매일 낮에 산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밤이 되면 피크민이 사용자가 하루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요약해서 한눈에 보기 쉽게 보여준다. 총 몇걸음을 걸었는지, 어떤 곳을 방문했는지 등의 정보들을 모아 그날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Q. '피크민 블룸'을 기획하게 된 배경, 그리고 닌텐도와 협업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마도카 카타야마(이하 마도카) - 닌텐도와 나이언틱이라는 두 기업은 서로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경험과 재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공통된 가치관이 있었기에 함께 협력하고, 파트너쉽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닌텐도는 게임 관련 전문성을, 나이언틱은 AR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와 관련하여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두 힘이 합쳐지면서 놀라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었다. 협업 과정에서 정말 많은 협의와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있었고, 이 과정을 통해 '피크민' IP야말로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IP라는 결론을 내게 됐다.

▲ 나이언틱 '마도카 카타야마' UX디자인 디렉터


Q. 원작 '피크민'에서는 피크민들이 외계 생물과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혹시 피크민 블룸에서도 향후 원작에서 등장했던 것 같은 '배틀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까?

리카 - 실제로 여러 유저들이 요청한 내용이다. 정식으로 추가된다면 정말 즐거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크민 블룸의 타겟 유저 중 한 축이 되는 '논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피크민 블룸은 피크민이라는 IP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 그리고 여태껏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이들과의 균형도 고려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쉽게 추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게임 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앱으로 개발했다"


Q. 사실 피크민 블룸에 포함된 AR 관련 기능은 기존에 공개됐던 다른 나이언틱 게임들 속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향후 피크민 블룸에서만 즐길 수 있는 AR 기능을 더할 계획이 있나?

리카 - 현재 피크민 블룸에서 제공되고 있는 AR 기능은 기존의 나이언틱 게임들 속에서 제공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 맞다. 추후 피크민 블룸만의 오리지널 기능을 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계속 개발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 새로운 기능을 선보일 수 있을 예정이다.


Q. '피크민 블룸'의 개발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마도카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피크민 블룸의 주요 목표는 '논게이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앱'에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게이머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게임 경험을 담아야만 했다. 일상적인 것들과 게임 경험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담아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현재도 수정을 계속하여 두 가치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 위한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리카 - 피크민 블룸 속 '라이프로그'는 개인적인 영역이고, 모바일 게임의 핵심은 아무래도 소셜에 있다. 개인적인 것과 소셜의 가치 사이에서도 균형을 맞추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 "사생활의 영역과 소셜의 영역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 역시 어려운 과제였다"


Q. 개발자들도 실제로 많이 걸어 다녔나? 개발 과정 속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 부탁한다.

마도카 - 피크민 블룸을 개발하며, 실제로 많이 건강해졌다. 아무래도 산책이 필수인 게임이다 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를 내고 테스트를 하며,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개발자들도 필연적으로 많이 걸어야만 했다. 이외에도 개발 초기에 '꽃 심기' 관련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개발자 모두가 밖에 나가 실제로 꽃을 심어보기도 했다.

리카 - 게임 속에 '속도 제한'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 플레이어가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계산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여러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개발자들이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어느 정도 속도까지 괜찮을지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다. 어떨 땐 온종일 자전거만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했다.


Q. 피크민 블룸은 추워지는 겨울 시즌에, 그것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큰 시기에 출시됐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었나?

리카 - 실제로 피크민 블룸은 물론, 외부에 나가야 하는 나이언틱의 다른 게임들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핵심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핵심 시장에서 '밖에 나가서 간단한 산책을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방침이 있었고, 실제로 플레이 지표에도 큰 타격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피크민 블룸은 런칭 이후에도 전세계 플레이어들의 호응 덕에 현재까지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Q. 한국이 나이언틱의 핵심 시장 중 하나라고 소개했는데, 아쉽게도 '피크민 블룸'의 한국 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향후 마케팅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리카 - '포켓몬'과 비교하면 IP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피크민 블룸을 홍보할 때는 피크민이라는 IP를 알리기보다, 앱 내에 포함된 '라이프로그' 기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산책에 도움을 준다는 점 등 기능적인 부분을 홍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더 다양한 유저층에게 앱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원작에서는 '꽃'에 큰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피크민 블룸에서 '꽃'이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둔 이유가 있나?

마도카 - 닌텐도와의 콜라보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만 했다. 협업 과정에서 원작 IP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도 없었고, 닌텐도 역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길 원했다. 피크민의 머리에 꽃이 달려있는 것에서 착안하여, 세상 사람들이 함께 꽃을 심어나가면 대단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는 오리지널 IP를 확장한 부분이며, 새로운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Q. 게임 내에서 특별한 배지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데이가 딱 하루씩만 진행되고 있다. 몇몇 이들은 코로나 격리 시기와 커뮤니티 데이가 겹쳐 배지를 얻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고 있다. 추후 아쉽게 놓친 배지를 다시 얻을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다.

리카 - 실제로 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제시할 수 있는 생생한 피드백인 것 같다. 정확히 정해진 날에 딱 맞춰 외출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아쉽게 놓친 배지를 다시 얻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꼭 다시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Q. '포켓몬 GO'에서는 권역별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이 달라서 해외에 나가게 될 일이 있으면 새로운 포켓몬을 얻기 위해 앱을 실행시키곤 했다. 피크민 블룸에서도 권역 별로 특별한 피크민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 있나?

리카 - 유저들이 권역별로 다른 종류의 특별한 피크민을 얻기를 바란다는 목소리를 개발팀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현재 개발팀 내부에서 논의 중인 향후 업데이트 방향 중 하나다.



Q. 원작 '피크민'은 퍼즐 게임에 가까운데, 피크민 블룸은 원작의 주요 특성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 그저 '포켓몬 GO'의 복제판 같은 느낌이 강하다. 특별한 차별점을 만들 계획은 없는가?

마도카 - 피크민 블룸의 유니크한 특징은 다른 모바일 게임들, 심지어 '포켓몬 GO'와도 차별화되는 서비스에 있다. 사용자의 하루를 매일 기록하여 보여주는 '라이프로그'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하루를 돌아볼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들과 달리, 산책과 함께 즐기며 더 캐주얼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Q. 어떻게 보면 2022년 봄은 피크민 블룸이 정말로 개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앱을 알리기 위해 현재 이 자리에서 소개해줄 수 있는 피크민 블룸의 새로운 기능이 있다면?

리카 - 피크민 블룸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신기능을 계속 개발 중이다. 현재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이 곧 추가될 것이라는 정도다. 이것이 과연 어떤 기능일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이외에도 지금보다 더 다양한 코어 피크민들이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Q. 끝으로 한국의 '피크민 블룸'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리카 - 앞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한국은 나이언틱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장이다. 2021년 데이터만 두고 보아도, 한국에서 정말 많은 유저들이 밖에 나가서 산책을 즐겨주었다는 데이터가 남아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유저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고, 세상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란다.

마도카 - 전세계의 모든 유저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피크민 블룸이 사람들의 매일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분위기가 더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분의 매일이 피크민 블룸과 함께하는 산책으로 더 특별하게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