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에는 현재 117개의 챔피언이 있다. 몇몇 챔피언은 유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지만 사랑받다가 패치 이후 고인이 된 챔피언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챔피언들도 있다.

AP계열의 카운터라고 불리는 갈리오는 라이엇 게임즈가 일러스트를 바꾸면서 부활을 노렸지만, 전혀 사랑받지 못했다. 평화가 찾아온다면서 큰 망치로 상대를 협박하는 뽀삐는 시즌1때 이후 기자도 사용해본 기억이 없고, 얼굴 자체를 파마한 것처럼 보이는 과학자 하이머딩거도 트롤의 상징이었다. 대회에서 랜덤으로 선택되면서 이름만 유명해진 트런들 역시 '트롤'왕 다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LCS를 보면서 반가운 얼굴이 자주 나타난다. 모든 트롤들의 왕, 팀원들과 말다툼 후 '나 우물'이라고 외치는 모든 유저들의 왕, 그들의 숭배 대상 트런들이 자주 선택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처음 봤을 때 기자 역시 '즐겜'을 추구하는 선수라고 트런들을 선택한 선수를 비난했다. 하지만 트런들의 활약은 정말 뛰어났다.

▲ 귀엽네요.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안정적으로 라인전을 유지하면서 성장한 뒤, 한타를 지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타가 끝난 뒤에도 체력이 거의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걸어 나오는 트런들을 보고 기자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꿀이다. 소수의 유저들과 한 해설가에게는 사랑받는 챔피언일지 몰라도 대부분의 유저들에게는 팀 분열의 원인이었던 트런들이 아니다. 탑 라인에 자신 없는 기자였지만 트런들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메타에 전형적인 탑 라이너들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카운터라고 체감됐다.

▲ 3판밖에 안 해봤지만 다이아에서도 통한 트런들. 하지만 티모는 못 이기겠더라.

트런들의 매력에 빠진 기자는 트런들을 완벽히 해부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트런들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정규분포'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 트런들만으로 다이아1티어. '정규분포'

※ 기사 형식상 인터뷰 형태가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Q.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정규분포' 이재욱 : 반갑다. '정규분포'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재욱이다. 올해 26살이다.


Q. 언제부터 트런들을 사용했는지?

'정규분포' 이재욱 : 시즌2 때부터 사용했다. 랭크 게임에서만 600~700판 했다.


Q. 최근 해외 대회에서 트런들이 자주 등장한다. 트런들의 장점은 무엇인가?

'정규분포' 이재욱 : 현재 메타에서 탑은 탱커들의 라인이다. 하지만 트런들의 궁극기 진압(R)은 '안티탱커'로써 완벽하다. 대세 챔피언인 레넥톤, 렝가, 문도 박사, 쉬바나를 상대로 정말 좋은 챔피언이다. 궁극기 진압과 패시브로 인해 긴 한타에서 무한에 가까운 체력 수급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트런들의 궁극기는 대세 탑 라이너들에게 완벽한 카운터


또, 트런들은 유틸성이 매우 좋은 챔피언이다. 쿨감소 세팅이 완벽해지면 얼음 기둥(E)가 6.6초의 쿨타임을 가지면서 기둥은 6초 동안 지속된다. 그렇기에 한타에서 상대 진형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 오브젝트 크기도 크고 슬로우 비율도 높아서 상대의 진입을 완벽히 막을 수 있다. 특히 좁은 길목에서 한타가 벌어질 경우 상대의 진형을 완전히 2개로 갈라놓을 수 있다.

▲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얼음 기둥


Q. 트런들의 템트리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정규분포' 이재욱 : 트런들의 약점은 라인 클리어 스킬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트런들의 아이템 중 키 아이템은 '굶주린 히드라'다. 굶주린 히드라를 선택함으로써 빠른 라인 클리어가 가능하고 동시에 한타에서는 체력 수급이 극도로 빨라진다. 오히려 딜템이긴 하지만 체력 수급을 위한 방어템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트런들의 궁극기 진압(R)은 체력이 높아질수록 많은 체력을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흡수한 체력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 체력 아이템보다는 방어템에 투자하는 편이다.

▲ '정규분포' 이재욱이 추천하는 아이템 빌드


Q. 한타에서 트런들은 어떤 플레이를 하는 것이 좋은지?

'정규분포' 이재욱 : 트런들은 상대를 물어 죽이는데 최적화된 챔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상대 한 명을 노리기보다는 얼음 기둥(E)를 활용해 상대 진형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팀 딜러에게 다가가는 상대를 괴롭히는 게 좋다. 상대 진형 중앙에서 최대한 딜량을 흡수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 트런들이 활약한 LCS 스프링 CW vs GG (출처 : LoL LCS Highlights)


Q. 룬과 특성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정규분포' 이재욱 : 빨간 룬에는 물리 피해, 노란 룬에는 방어력을 사용한다. 파란 룬은 마법저항력이 적합하고 정수에는 생명력 흡수 룬이 매우 좋다.

▲ 트런들을 위한 룬 세팅


특성은 9/21/0이 좋다. 상대를 순식간에 죽이기보다는 좀비처럼 죽지 않고 상대를 말려 죽이는 스타일의 챔피언이기에 9/21/0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안정적인 9/21/0


Q.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트런들에 대한 연구 부탁한다.

'정규분포' 이재욱 : 마찬가지로 고맙다. 국내 대회에서 트런들이 '캐리'하는 모습이 언젠가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트런들은 난이도가 쉬운 편이 아니다. 피지컬을 요구하는 챔피언은 아니지만, 경기의 구도와 한타의 방향을 잘 이해해야만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챔피언이다. 궁극기로 상대 탱커를 약하게 만들어 자신의 팀 누커들이 쉽게 잡을 수 있게 만들면서 자신은 좀비처럼 계속 체력이 회복되면서 상대를 괴롭히는 역할은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팀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하는 챔피언이다. 트런들의 대사 중 '깽판 칠 시간이다'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한타에서 깽판 치는 게 트런들의 역할이다.

롤이라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숙련도가 높아야 진가를 발휘하는 챔피언, 트런들. 자신의 피지컬은 좋지 않지만,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는 면은 자신 있는 유저에게 추천한다. 특히 현재 메타에서 자주 등장하는 탑 챔피언들을 상대로 최적화된 챔피언이었다. 또, 트런들은 팀의 조합과 호흡에 따라 더욱 강력해질 수 있기에 팀 단위로 진행되는 LoL 대회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유행하지 않는 챔피언 중 충분히 가능성 있는 챔피언들을 찾는 기획, '꿀을 찾아서'. 기자는 트런들이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턴을 마치겠다. 다음에는 어떤 기자가 어떤 꿀 챔피언을 소개할지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