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스' 신동진은 최근 대단히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신동진이 속한 팀의 패배는 곧 신동진이 못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고, 그 팀의 부진은 신동진 때문이라는 말도 돌았다.

결국, 신동진은 2년 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선수들끼리의 사이가 나빠서 나온 건 아니라고 했다. 많은 생각 끝에 그는 나진 e엠파이어로 둥지를 옮겼다.

전 소속팀에 대해 서운하다거나, 이것이 불만이었단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 때문에 팀을 옮기는지, 팀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듣지 않았다. 그게 그의 전 소속 팀에 대한 예의였다. 신동진은 코칭스태프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고, 전 소속 팀 선수들이 잘되길 바랐다.

상처를 안고 새로운 팀에서 날개를 편 신동진. 그의 활약은 우리가 알고 있던 '헬리오스'가 아니었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소환사의 협곡을 휩쓸었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부스 안 포효'도 보여줬다. 누구를 향한 외침이었을까. 자신을 비난했던 사람에 대해서였을까,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한 것이었을까.

늦은 오후, 나진 연습실 근처의 찻집에서 신동진을 만났다. 신동진은 출출한 듯 샌드위치 하나와 과일 음료를 주문했고, 편안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Q. 나진 e엠파이어로 옮긴지 거의 한 달이 됐습니다. 어떠세요?

많은 걸 배웠어요. 팀 분위기도 아주 좋고요. 다들 잘해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돼요.



Q. 마스터즈 승리 후 인터뷰에서 많은 화제가 됐던 게, 나진 e엠파이어의 심성수 코치에 대해서입니다. 정글러의 기본을 알려줬다고 했나요. 그러면 CJ에서는 정글러의 기본을 알려주지 않았던 걸로 비칠 수 있었어요.

조금 오해의 소지가 생겼던 것 같아요. CJ 엔투스의 코칭스태프도 제가 잘못된 것에 대해서 말해줬어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CJ 엔투스 선수들과 너무 오랫동안 같이 게임을 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걸 뒤돌아보지 못했다는 뜻이었어요.

나진에 왔을 때 심 코치님이 "이건 이렇지 않냐."라고 얘기했을 때 아차 싶었죠. '예전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왜 지금은 그런 생각을 못 했지?' 이렇게요.



Q.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CJ 엔투스에 있을 때, 신동진 선수가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플레이를 못 하게 하진 않았었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단 건 느꼈죠. 저도 스크림을 할 땐 굉장히 잘했어요. 상대 팀 선수들도 저를 칭찬하면서, '헬리오스가 아닌 줄 알았다.'라고 농담까지 할 정도였죠. 하지만 경기 무대에서 실수하면서 신뢰를 잃고 팀원이 많이 바뀌면서 손발이 안 맞게 됐어요.




Q. 운영형 정글러라는 말이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정글러의 유형을 나눌 때 갱킹형이다, 운영형이다 하곤 하는데, 자신은 어떤 정글러에 속한다고 보시나요?

정글러의 스타일은 팀에 따라 달라져요. SKT T1 K의 '뱅기' 배성웅 선수는, 다른 라이너들이 라인전에서 항상 이기니까 맵 장악을 위주로 하면 돼요. 하지만 예전 CJ 엔투스의 경우에는 라인전이 약하기 때문에 '인섹' 최인석 선수가 한 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렸잖아요. 운영형, 갱킹형을 굳이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Q. 같은 팀에 정글러인 '액토신' 연형모 선수가 있어요. 두 명은 어떤 차이가 있죠? 연형모 선수가 창, 신동진 선수가 방패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형(연형모)은 자기가 수비형이래요(웃음). 제가 봤을 땐 공격형인데. (연)형모 형은 와드를 덜 사고, 상대방을 쫓아다녀요. 저는 조금 피해 다니면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운영을 주로 하죠.

하지만 최근 형모 형의 장점을 배우고 있어요. 분명, 형모 형의 플레이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유리할 때 압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Q. 신동진 선수는 우승자 출신이잖아요. 스스로 그때 보다 '추락한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한번 바닥을 찍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게이머는 자기가 하기 나름인것 같아요. 한 번에 무너지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감정적인 부분이 굉장히 약해요. 멘탈이라고 하죠.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 연습할 때도 좋은 생각만 하면서 하려고 해요.




Q. 그런 좋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도 있어요. 원색적인 비난을 볼 때마다 어떤 기분이 드세요?

야박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익숙해졌어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계속 그런다는 게 속상해요.

제 사촌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형, 요즘 너무 부진한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을 때 굉장히 슬프더라고요. 가까운 사촌 동생도 그러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하겠어요?

SNS 메시지로 욕하면서, 왜 은퇴 안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어요. 솔로 랭크를 하면서도 욕을 엄청나게 들었죠. 사실 제가 솔로 랭크를 하면 MMR이 높은 사람들과 하기때문에, 풀이 좁아요.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죠. 그래도 그렇게 욕을 한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Q. 그런 글 바탕에는 '헬리오스는 너무 못한다. 실력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라는 말이 있어요.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블레이즈 시절부터 얘기할게요. 확실히 라이너 두 명에 비해서 실력이 모자랐어요. 스스로 자극이 됐죠. 저도 노력해서 블레이즈 막바지 시절에는 실력이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프로스트 때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어요.

절대로 제가 못했다고는 생각 안 해요. 스크림에서 KT를 상대로 8연승 한 적도 있어요. 그때 미드 라이너가 (윤)하운이 형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게, 미드 라이너를 너무 바꿨어요. 게다가 신뢰도 너무 일찍 잃었고요. 안타까워요.



Q. 사실, 신동진 선수를 만나기 전 인터뷰 컨셉은 '부활'이었어요. 하지만 얘기를 하다 보니 부활은 아닌 것 같네요.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고, 그저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신뢰를 잃었기 때문 아닌가요?

실력이 정말 중요한 LoL 게임에서, 실력이 조금 달리더라도 이기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면 자연스럽게 제 플레이를 할 수가 없죠.




Q. 팀이 완전히 무너지면, 서로 말이 없어지잖아요. 그땐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이 게임은 졌구나. 이미 졌구나. 말수가 적어지면 지는 거예요. 롤 마스터즈에서 KT 불리츠전을 다시 돌려봤어요. 비등비등했어요. 왜 '제로' 윤경섭 선수를 욕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압도적으로 이겼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그때, 말을 되게 많이 했어요. 다섯 명 모두 말을 엄청나게 했죠. 그래서 이겼던 것 같아요. 게다가 상대가 강팀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말보다 더 중요한 게 분위기, 기세 같은 건데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게 '말'이예요. 천 골드, 이천 골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Q. 화제를 조금 돌려볼게요. 신동진 선수는 1세대 프로게이머예요. LoL 프로게이머 신동진이 생각하기에, 정말 크게 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팀마다 몇 명씩 있어요. CJ 엔투스는 (이)호종이 형.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성공해 있지만요. 하지만 아쉬운 건, 언젠가 호종이 형이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나이를 먹으면 피지컬이 무조건 떨어진다."라고요. 아니, 벌써 이 형이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걱정도 됐어요.

나진의 '제파' (이)재민이 형. 나이가 있음에도 정말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그네' (김)상문이. 포지션을 바꿔도 잘해요.

KT롤스터는 '류' 류상욱 선수. 실력도 실력이고, 말을 정말 많이 해요. '오프더레코드'만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미드 라이너가 말을 많이 하기 쉽지 않거든요.



Q. 이제 롤챔스가 시작되는데, 목표는 어디까지인가요?

3등 정도요. 지금 우승 하겠다고 하는 건 허세인 것 같아요. 최소 8강이 목표입니다. 팀멤버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8강 정도면 괜찮다고 봐요.




Q. 형제 팀인 실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대단한 점이 뭐냐면, 밑부터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거죠. 사실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는 우승을 한 번 하고 내려온 거잖아요. 그래도 프로 생활을 하기 힘든데, 아래에서 올라온 팀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높게 평가하는 팀이 두 팀 있어요. 나진 실드와 삼성 갤럭시 오존. 아래부터 시작했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Q. 이번 시즌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팀은요?

KT 불리츠요. '인섹' 최인석 선수가 있잖아요. 인석이랑은 예전부터 친했어요. 최근에 KT 롤스터 선수들과 친해졌거든요. 서로 잘했으면 좋겠어요.

정글러 중에서 라이벌을 뽑자면, '댄디' 최인규, '뱅기' 배성웅 선수요. 일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이겨보고 싶어요. 특히 최인규 선수는 꼭 이겨보고 싶어요. 정말 많이 졌거든요. 라이벌이라고 하기보다는 꼭 이겨보고 싶은 상대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계단을 다시 하나씩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팀을 옮겨서 첫 승을 했을 때처럼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요. 아마 최인규 선수를 꺾는다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겠죠?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저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아요. 그때마다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요.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할게요.

CJ 엔투스 코치님,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CJ 엔투스에서 나왔지만, CJ 엔투스도 잘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현재 팀인 나진도 함께 잘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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