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이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하스스톤은 유저들의 호평 속에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왔는데요, 이런 변화 중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다면 하스스톤의 '프로 게이머'가 생긴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을 컨셉으로 시작한 하스스톤에서, 어쩌면 프로 게이머라는 직업은 하스스톤의 기본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곧 하스스톤의 프로 게이머들은 하스스톤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과 심리전을 필요로 하는 게임인지를 각종 대회를 통해서 증명해주었으며, 등급전을 주름잡는 덱을 창안하고 최신 메타를 선도하면서 하스스톤의 깊이 있는 게임성을 증명해주는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 게이머의 활약으로 최근에는 프로 게이머들이 출전하는 하스스톤 대회를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한국 게이머 중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면서 하스스톤 프로 게이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인벤에서는 하스스톤의 프로 게이머들을 만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최근 각종 대회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서 열린 2번의 인비테이셔널을 모두 우승하며 한국 게이머에게 가장 인기있는 해외 프로 게이머 중 하나로 손꼽히는 'Savjz' 얀네 미코넨 선수를 만나 보았습니다.


▲ 작년 한국 방문 당시 'Savjz' 얀네 미코넨 선수
(출처: 'Atosis' Dan Stemkoski 트위터)


Q. 안녕하세요 Savjz 선수. 늦었지만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축하합니다. 한국팬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저를 좋아하시는 팬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Q. 한국에서 열린 2번의 국제 초청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과 관련해서 좋은 일이 많은데,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말해본다면?

저는 정말 한국이 좋았어요. 문화, 음식 등 모든 부분이 좋더라고요. 조만간 또 방문하고 싶어요. 제가 한국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제가 한국 음식점에서 음식 사진을 찍는 걸 막 놀리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핀란드에 그런 음식들은 없어요. 정말 신기했죠. 모든 면이 신기하고 새로워서 즐거웠어요.


Q. 한국에 찾아왔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 우승했을 당시입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Q. 한국 게이머들도 그 인비테이셔널을 계기로 Savjz 선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에는 어떤 계기로 참가하게 되었나요?

제가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에 초대된 이유는 단지 '하스스톤을 잘해서'였어요. 온게임넷 쪽에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실력 자체가 뛰어난 사람들도 원했거든요. 기대도 안 했는데 초대를 받았고, 절 초청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 온게임넷 인비테이셔널 우승 당시의 Savjz 선수


Q. 해외에서는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한국 매체에서 공식적인 인터뷰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스스톤에 접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하스스톤을 플레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셨나요?

Trump의 방송을 통해서 처음으로 하스스톤을 접했어요. 그리고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는 순간 완전히 게임에 빠져버렸죠. 그 뒤로 쭉 하스스톤만 했어요.

베타 첫 등급전을 북미 1위, 유럽 2위로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에 프로 입단 제의를 받게 됐어요. 사실 프로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운이 좋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잘된 거죠.


Q. 원래 다른 TCG를 접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주로 하던 다른 게임이 있으신가요?

과거에 포커를 자주 했어요. 작은 대회에서 종종 우승했죠. 하지만 제가 포커페이스가 아니고 표정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편이라 포커를 그만뒀어요. (웃음) 또, 대회에서 연패를 하면서 멘탈이 파괴된 이유도 있어요. 사실 포커 실력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단지 프로 수준까지는 아니었죠.


Q. 이후 팀 커스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게이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 게이머일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해보면, 무엇이 가장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일을 통해 돈을 벌고, 모든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점이죠. 그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저도 제가 프로 게이머를 직업으로 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팀에 들어갔어요.


Q. 현재 활동하고 있는 팀리퀴드로 팀을 옮기게 된 계기가 있다면?

팀리퀴드로 옮긴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에요. 팀리퀴드가 하스스톤 선수들에게 더 좋은 스폰서를 가지고 있었고, 지원을 많이 해줬기 때문이죠. 반대로 커스는 다른 게임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스폰서를 가지고 있었어요. 모든 부분을 고려해봤을 때 제가 활동하기에는 팀리퀴드가 더 좋다고 판단한 것 뿐이에요.


▲ Savjz 선수는 팀리퀴드 소속으로 여러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출처: 2p.com)


Q. 프로 게이머 신분으로 출전한 대회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요?

Seatstory 컵을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대회에서 저의 최고의 플레이가 나왔고 정말 준비를 많이한 대회였어요.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때 제가 정말 잘했어요. (웃음)

그 대회에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량이 발휘되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죠. 노력한 만큼 성과도 있었던 대회였어요.


Q. 많은 해외의 프로게이머 중에서, 라이벌이라고 느끼는, 혹은 정말 강하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다면?

라이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Kolento 선수와 Firebat 선수가 제가 경기해보고 싶은 선수들이에요. 그 둘은 언제나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상대할 때마다 즐거웠죠. 경기도 항상 비등했고요. 서로 승패를 주고받았어요. 그들과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어요.


▲ Kolento(좌), Firebat(우) 등 해외에는 이미 많은 하스스톤 프로 게이머가 활동하고 있다.


Q. 한국이나 해외에서 하스스톤 프로 게이머를 꿈꾸는 유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이 있다면?

정말 잘한다면 언젠가 당연히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거에요. 그러면 프로가 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길 거고요. Xixo 선수가 그런 좋은 예에요. 그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고, 그 결과 뚜렷하게 초청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렸죠.


Q. 최근 각종 대회에서 좋은 모습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강세의 비결을 꼽아본다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많이 연습하고 스스로 여러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 성격이나 멘탈이 또 하스스톤 같은 게임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제 한계가 아니라고 느끼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Q. 지난 ESL에 들고나온 탈진 마법사 덱이나, 이번 인벤 인비테이셔널에서 준비한 하수인 마법사 덱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마법사 덱 제작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는지?

마법사 덱을 구성하거나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이라고 생각해요. 몰아치거나 후반을 도모하거나, 이 둘 중에서 우선 컨셉을 잡아야 해요. 덱으로 그 한 판의 시나리오를 짜는 거죠. 그 시나리오를 그려봤을 때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덱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쳐요.


Q. 대회용 덱을 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있다면?

일단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가 제가 준비한 덱 중에서 어떤 덱을 금지할지 고민해보고, 저도 제 덱으로 상대하기 어려운 특정 직업이 무엇인지 가장 고민을 많이 해봐요. 이 과정에서 최대한 상대가 어떤 직업을 가져올지 예측하고, 그에 맞는 덱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죠.


▲ Savjz 선수가 인벤 인비테이셔널에서 선보인 하수인-메디브 마법사덱

▲ Seatstory 컵 우승 당시 Savjz 선수가 활용한 2둠해머 주술사덱
Savjz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좋은 덱을 선보이는 프로 게이머 중 하나이다.


Q. GvG 이후 전체적으로 직업 밸런스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입장에서 최근 직업 랭킹을 매겨보고, 그 이유를 짤막하게 말해본다면?

저는 어떤 덱이든 드루이드처럼 상황의 주도권을 가지기 쉬운 덱이 좋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사제처럼 대응에 집중하는 덱은 한계가 있죠. 대회에서 주로 1승을 거두는 데 그치니까요.

랭킹 정해보는 부분은 패스할게요. 만약 제대로 나열하면 생각하고 이유를 적는데 3시간이나 걸릴 거고, 만약 대충 쓴다면 정말 바보 같은 순위가 나올 것 같아요. (웃음)


Q.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사제 덱을 최약으로 꼽는 유저가 많습니다. 사제 덱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이 추가-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사제는 특정 직업을 상대로만 좋다고 봐요. 반면, 등급전에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덱이 좋죠. 하지만 사제는 안정적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조금 빠르게 템포를 가져갈 수 있거나, 템포를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사제에게도 좋은 카드가 있지만, 많은 카드가 상황 의존적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Q. 한국이나 아시아 서버에서 등급전을 해본 경험이 있나요? 한국과 유럽, 북미 서버의 하스스톤 트렌드나 운영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직 아시아 서버에서 해본 적은 없어요. 유럽 서버나 북미 서버의 경우에는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약간의 운영 차이 정도가 있죠.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직업과 카드, 덱을 꼽아본다면?

저는 천천히 운영하는 덱을 좋아해요. 특정 직업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굳이 꼽자면 성기사나 드루이드, 혹은 탈진 마법사 덱을 선호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장기전을 좋아하거든요.


▲ 2015년 2월 등급전 유럽 1위 달성 시 Savjz 선수가 활용한 드루이드덱
그는 대회 출전 시에도 드루이드/성기사/마법사 덱을 주로 기용하고 있다.


Q. 프로 게이머로서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또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하스스톤 프로 게이머로서 목표가 있다면?

일단 즐기고 싶어요. 물론 열심히, 신중하게 게임에 임하지만, 요즘 유독 게임을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이런 기분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래요.

다른 게임의 선수들은 즐기기보다는 그저 의무감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즐기지 못한다면 프로 게이머로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너무 많은 경기가 있는 대회는 좋아하지 않아요. 즐기기보다는 그저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죠.


Q. Savjz 선수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하스스톤 프로 게이머입니다. 한국에 또 방문할 계획은 없나요?

언젠가 한국에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요.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가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멋진 곳을 구경할 계획이에요. 또,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을 위한 인사 한마디

항상 응원해주시는 모든 한국 팬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나 그저 평범한 프로 게이머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저를 응원해주는 한국 팬들이 많다는 점이 너무 감동적이에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이번 2회 인비테이셔널에서도 더 열심히 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