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를 오랫동안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영웅과 그렇지 않은 영웅을 구분하게 됩니다. 주로 다루기 쉽거나 조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영웅이 선호되고, 특별한 장점이 드러나지 않거나 조합을 맞추기 까다로운 영웅은 인기가 없는 편이죠.

영웅 리그만 몇 판 뛰어보면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영웅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선택되는 영웅을 보면 되니까요. HOTSlogs 사이트의 '플레이한 게임 수'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가장 인기가 없는 영웅은 누구일까요? 최근 HTL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종하기 어려운 가즈로나 궁극기 도약 강타의 효과음 '아↗아↘'가 트레이드 마크가 된 소냐, 개편 이후 전문가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는 레이너 등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최근 진행 중인 HTL에서 레이너와 소냐는 뛰어난 활약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더 좋은 영웅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인기가 없는 영웅을 골랐을까요? 소냐와 레이너가 대회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살펴보면서 두 영웅의 장점을 알아보겠습니다.




■ 일리단의 하드 카운터! 강력한 돌격로 장악력을 지닌 소냐

20레벨 기준 소냐의 생명력은 4,920으로 디아블로(6,000)나 정예 타우렌 족장(5,600) 같은 대표적인 전사 영웅과 비교해보면 한참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소용돌이(E)를 사용하면 생명력을 금세 회복할 수 있지만, 소냐를 상대하는 유저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군중 제어 기술을 사용해서 소용돌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방해할 것입니다.

소냐의 생명력 회복은 소용돌이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소용돌이를 끊을 수 있는 군중 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소냐의 카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소용돌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소냐는 아군의 방패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소냐가 있는 팀은 메인 탱커로 활약할 수 있는 전사가 따로 있어야만 안정적인 전투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상대편이 다양한 군중 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소용돌이를 사용하기가 어렵고, 혼자서는 적의 화력을 감당할 수 없어서 조합을 구성하기가 까다로운 소냐는 유저들이 선호하지 않는 영웅입니다.

▲ 강력한 군중 제어 기술을 보유한 소냐의 천적들

체력이 낮고 군중 제어 기술에 취약한 두 가지 단점은 적의 공격을 대신 받아줘야 하는 전사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HOTSlogs 기준 소냐의 평균 승률은 꾸준히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월 23일 HTL에서 FF blackhole과 TNM이 벌인 경기에서 소냐가 대활약을 하게 됩니다. 특히, 분노 기반의 기술 공격으로 일리단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비좁은 광산 지역에서 강력한 피해를 주는 모습은 '소냐의 정석'으로 불릴 만 했습니다.

▲ 소용돌이가 방해받지 않으면 한타를 파괴한다!

죽음의 광산에서 벌어진 경기는 소냐가 아군들과 헤어지면서 시작됩니다. 죽음의 광산은 2개의 돌격로밖에 없어서 광산이 열리기 전까지 한 명이 수비하는 동안 나머지 네 명이 다른 쪽의 돌격로를 공격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데, FF blackhole은 소냐를 혼자 위로 보내고 나머지 네 명의 영웅을 아래로 보내서 라인을 강하게 압박합니다.

실바나스, 티란데, 티리엘, 우서가 아래로 가고 소냐 혼자 위쪽의 돌격로에서 경험치를 습득하는 상황. 소용돌이 시전을 방해받지 않는 소냐는 빠르게 돌격병을 정리할 수 있고, 상대방의 견제에 안전하게 대처합니다.

처음에 위쪽에 레가르와 자가라를 올려보냈던 상대편은 FF blackhole이 실바나스와 함께 아래쪽의 공격로를 거세게 압박하자 자가라를 수비로 내려보내고 정예 타우렌 족장을 위로 올립니다. 정예 타우렌 족장은 2개의 군중 제어 기술을 가지고 있어 소냐의 하드 카운터라고 볼 수 있고, 포탑을 공격하는 적을 방어하기에는 자가라가 더욱 제격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쪽 돌격로의 소냐를 막기 위해 정예 타우렌 족장과 레가르를 올려보내서 아래 포탑은 발라, 자가라, 일리단 셋이서만 막아야 했고, 결국 첫 번째 광산이 열리기 전에 포탑이 하나 부서지고 다른 포탑은 포탄을 거의 소모합니다. 반면 소냐가 방어하던 FF blackhole의 포탑은 피해가 없습니다.

▲ 소냐가 수비한 포탑(좌)과 달리, 한쪽이 파괴되고 포탄을 많이 소모한 상대 포탑(우)

이처럼 소냐는 뛰어난 돌격로 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순식간에 상대 돌격병을 처치하고 포탑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적을 공격하면 쌓이는 '분노'를 소모해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나를 사용하는 영웅보다 전장 유지 능력이 높은 것도 장점입니다.

소냐의 강력한 기술 공격력은 특히 일리단을 상대할 때 빛을 발합니다. 일리단은 회피(E)를 사용해서 적의 일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지만, 기술 공격에는 그대로 노출됩니다. 소냐는 강력한 기술 공격을 꾸준하게 퍼부을 수 있어서 일리단을 상대하는데 최적의 영웅이죠.

일리단과 소냐의 상성은 해당 경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첫 번째 무덤 골렘과 함께 외부 요새를 공격하러 온 일리단은 대지 강타를 맞고 도망가기 바쁘죠. 여차하면 상대 돌격병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소용돌이를 사용해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으니, 소용돌이를 끊을 수 없는 일리단은 승산이 없습니다.

▲ 소냐는 일리단을 일대일로 제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웅 중 하나다.

소냐의 주력 공격 기술인 대지 강타는 특성을 투자해서 피해를 높일 수 있고, 티란데의 '사냥꾼의 징표' 같은 기술과 연계해서 순간적으로 높은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무덤 골렘을 방어한 이후에도 소냐는 대지 강타를 사용해서 일리단을 견제합니다. 정예 타우렌 족장이 없을 땐 소용돌이로 마음껏 피를 채우죠. 견제받지 않는 소냐는 공격과 방어, 상대 진영 붕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강력한 전사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HTL 5회 3라운드 TNM VS FF blackhole 2세트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소냐의 진면모를 잘 보여주는 경기입니다. 일리단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모습과 티리엘, 티란데와의 연계 플레이가 돋보였으며, 소용돌이를 끊을 수 있는 영웅이 정예 타우렌 족장밖에 없어서 소냐가 활약이 빛난 무대였습니다.

▲ HTL 5회 3라운드 TNM VS FF blackhole 2세트

◆ 소냐, 언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 상대하는 영웅들이 군중 제어 기술이 적을 때(필수!)
- 일리단을 견제해야 할 때
- 아군에 적의 화력을 대신 받아줄 수 있는 메인 탱커가 있을 때



■ 빛나래와 환상의 콤비! 운영의 귀재로 탈바꿈한 레이너

레이너는 튜토리얼을 통해 초보자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영웅이지만, 조작이 어렵다는 평가 때문에 대규모로 개편된 적이 있습니다.

개편된 이후 레이너의 장점이었던 강력한 평타 공력력이 낮아져서 지금은 다소 애매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레이너만의 매력이 사라지고 만 것이죠. 매수의 상위 버전인 '특공대 고용'이 추가되는 등 암살자보다는 전문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바뀌기도 해서 원거리 전문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레이너는 16레벨이 넘어가야 어엿한 원거리 암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13레벨 특성 '2연발'로 천공 탄환을 최대 2회까지 충전시키고 16레벨 특성 '명중'으로 피해를 높여 레이너에게 부족한 순간 공격력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레이너는 초반에 약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지는 '왕귀형' 영웅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천공 탄환을 강화한 레이너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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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레벨 기준 천공 탄환 핵심 특성

그런데 4월 24일 MVP Black과 FF blackhole이 벌인 전투는 기존의 레이너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레이너에게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개편 이후 레이너의 특징이 되었던 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특히 시선을 끌었던 건 빛나래의 '매수'와 레이너의 '특공대 고용'을 사용해서 상대의 오우거 용병이 등장하자마자 획득한 것으로, 상대는 용병 캠프를 약탈해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오우거가 나오자마자 빼앗아 버리니 싸울 수도 없고, 대처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 특공대 고용과 매수를 사용해 상대 지역 오우거 용병이 나오자마자 획득!

매수와 특공대 고용의 스택이 쌓일 때마다 상대 지역의 오우거 용병과 투사 캠프를 계속해서 점령해 운영의 이점을 살린 MVP Black은 조금씩 레벨에서 앞서 가며 상대를 압박합니다.

상대편에 일리단과 발라가 있어 화력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MVP Black은 2지원가 체재로 지속 교전에 힘을 실으며 상대했습니다. 자가라와 레이너 조합은 화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결국 운영으로 레벨을 벌려서 한타까지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최대 3 스택의 특공대 고용과 2 스택의 매수를 사용하면 투사 캠프도 한 번에!

사실 초반에는 영웅이 죽어도 피해가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 20레벨이 넘어가는 후반에는 3명 정도만 죽어도 바로 패배로 연결될 수 있죠. 한타의 중요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집니다.

레이너는 초반에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특공대 고용을 활용한 운영상의 이점을 살리면 레벨 격차를 벌려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후반 지향형 영웅입니다.

특히, 20레벨 이후 '시공의 광란' 특성을 배운 레이너는 성채의 사거리 밖에서 피해 없이 성채를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사거리를 보유해서 안정적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HTL 6회 3라운드 MVP black VS FF blackhole 1세트로 빛나래와 레이너의 콤보가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시종일관 상대 진영의 용병을 점령하고 서서히 레벨을 벌리는 운영으로, 암살자보다는 전문가에 가깝게 레이너를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HTL 6회 3라운드 MVP black VS FF blackhole 1세트

◆ 레이너, 언제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 아군의 화력이 충분할 때
- 일리단을 견제해야 할 때
- 빛나래와 함께 용병 캠프를 모두 점령하고 싶을 때
-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을 구성할 때



히어로즈는 팀원과의 호흡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영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아군과 적군의 조합을 보고 그에 맞는 영웅을 선택하면 더욱 쉽게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죠.

소냐나 레이너와 같은 팀이 되면 조합을 맞추기 까다로울 수 있지만, 이들도 영웅이 가진 장점을 잘 살리면 멋진 활약을 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영웅을 고르는 것보다는, 조합과 상성에 맞는 영웅으로 더욱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