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엔 수많은 재미가 있습니다. 짜릿한 역전, 상상만 했던 플레이의 실현 등, 다양한 재미를 찾을 수 있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것은 역시 '이기는 것'입니다. 승리를 통해 얻는 기쁨은 PvP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이자, 재미입니다.

하지만 단 한 명, 예외인 챔피언이 있습니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이 챔피언에게 승패 자체는 최우선 순위가 아닙니다. 이 챔피언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은 상대 플레이어들의 분노가 올라갈 때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혀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 이 챔피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죠.

상대하는 입장에서 '게임은 이겼는데 왠지 진 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정말 이상한 챔피언! 롤챔프 탐구생활 22번째 주인공은 '코리안 시크릿 웨펀' 샤코입니다.

▲ 롤챔프 탐구생활 22번째 주인공, 샤코!


■ 화가 난다 화가 나! 짜증을 유발하는 챔피언, 샤코!

지금이야 많은 챔피언들이 리워크되었고, 최근 등장하는 챔피언들이 하나같이 독특한 스킬 구성을 지니고 있지만 과거엔 아니었습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챔피언이 대다수였습니다. '마스터 이'나 '워윅' '트린다미어'같이 말이죠. 하지만 샤코는 달랐습니다. 단순하게 플레이해서는 이 챔피언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샤코는 최대한 '악랄하고' '비겁하게' 플레이할 때 그의 진정한 진가가 드러납니다. 이것은 샤코의 스킬 구성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샤코를 가장 샤코답게 만드는 스킬, Q스킬인 '속임수'입니다. 속임수를 사용하면 샤코가 일정거리를 도약한 후, 은신 상태로 변합니다. LoL에서 도약과 은신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이동기가 없는 챔피언들은 '뚜벅이'라고 불리며 운영이 쉽지 않고, 은신을 가진 챔피언은 지금도 솔로 랭크 필밴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이 엄청난 능력을 스킬 하나로 쓸 수 있는 샤코의 Q스킬. 이 스킬은 유저들의 혈압을 상승시키는 1등 공신입니다.

▲ 도약과 은신, 최고의 유틸기들을 하나로 묶은 샤코의 Q스킬 (영상 출처: Youtube: 'LOLCHAN2')


다잡은 걸 놓치거나, 살았다고 생각한 것도 죽게 만들어 분노 수치를 올리는 샤코의 Q스킬. 하지만 샤코에겐 Q스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샤코의 나머지 스킬들도 하나같이 악랄합니다.

샤코의 W스킬, 깜짝 상자는 설치형 스킬입니다. 샤코가 지면에 자동으로 은신이 되는 상자를 소환하고, 이 상자는 적이 다가오면 적을 공격함과 동시에 공포 상태로 만듭니다. 샤코의 정글링을 돕는 것과 동시에,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대미지도 대미지지만, 깜짝 상자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상자가 거는 '공포'입니다. 따라서 숙달된 샤코 플레이어들은 이 상자를 활용하여 도주 상황에서 반전을 만들기도 하죠.

▲ 생긴 것부터 화나게 만드는 샤코의 깜짝 상자


궁극기인 '환각'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궁극기를 사용하면 샤코가 분신을 소환합니다. 이 분신의 독특한 점은,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접전 상황에서 궁극기를 사용하면 어떤 것이 본체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실컷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분신이었다'로 판명되는 순간, 유저들의 분노 게이지는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여기에 분신의 자폭대미지로 죽어보신 유저라면, '샤코'라는 이름만 들어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것입니다.

참으로 악랄한 스킬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 챔피언의 스킬입니다. 이 스킬들을 상대를 화나게 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제대로 한 번 걸리면 맨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치닫습니다. 몇 게임을 이렇게 당하다보면, 샤코라는 이름만 봐도 짜증이 샘솟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니터 넘어 샤코 플레이어의 입가엔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그것이 샤코의 정체성이니까요.

▲ 상대방의 부들부들 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영상 출처: Youtube: 'Pink Ward')


■ 코리안 시크릿 웨펀, 북미를 떨게하다!

아직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정식 서비스가 시작하지 않았을 무렵. 일찍이 LoL을 접했던 플레이어들은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해왔습니다. 롤챔스 초창기를 이끌었던 '라일락' 전호진이나 '인섹' 최인석같은 선수들은, 이 시절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쳐왔죠.

한국인 플레이어들은 한 차원 높은 운영과 컨트롤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북미 서버에서는 'Korean OP'라며 한국인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죠. 당시 '로코도코' 최윤섭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못하고 핑이 높으며, 샤코를 플레이한다면 그것은 한국인이다'라고 말이죠. 이에 북미팬들은 크게 공감하면서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 플레이어들의 샤코는 무시무시했습니다.

▲ 핑이 높고 샤코를 플레이한다면 그건 한국인이니까(도망쳐라) (영상 출처: Youtube: 'Pink Ward')


샤코는 한국인의 성향에 딱 맞는 챔피언입니다. 높은 조작력을 요구하는 것은, 피지컬적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에게 제격이었습니다. 게다가 판을 읽는 눈도 좋아, 진입 타이밍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죠. 실제 '인섹' 최인석이나 '레퍼드' 복한규와 같은 선수들은 샤코를 통해 북미 서버를 평정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북미 유저들은 샤코를 'Korean Secret Weapon', 한국인의 비밀 병기라고 칭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한국인의 샤코를 인정하여, 한국 서버 런칭 1주년 기념으로 '신바람 탈 샤코' 스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샤코가 비주류가 된 지금도, 북미 LoL 유저들은 간혹 떠올린다고 합니다. 자신을 정말 화나게 했던 한국의 비밀병기, 샤코가 주었던 공포와 불쾌감을 말이죠!

▲ 그들은 이 스킨을 보며 떠올린다고 한다. 코리안 시크릿 웨펀의 공포를.


■ 장점이 사라지는 마술 보여줄까? 끝도 없는 너프속에 추락하는 샤코

오랫동안 LoL을 플레이해왔던 유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샤코의 역사는 너프의 역사라고 말이죠. 샤코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너프를 경험한 챔피언입니다. 흔히 너프의 대명사라고 하면 '6단 너프'의 그레이브즈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샤코도 '너프력'만큼은 절대 그레이브즈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샤코는 얼마만큼 많은 너프를 당했을까, 이러한 의문을 시작으로 인벤측에서는 샤코 너프의 역사를 조사했습니다. 패치 노트 전문으로 준비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워낙 양이 방대해지는 바람에 핵심 너프만 요약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중간중간 몇 번의 소소한 버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같은 기간 진행된 너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모든 스킬의 대미지, 사거리, 쿨타임이 너프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끝도 없이 진행되어왔던 너프. 바꿔말하면, 그정도로 샤코가 강력했다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너프를 몇 가지 꼽아본다면, 우선 속임수의 사거리 너프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샤코의 갱킹, 추격, 도주를 담당하는 스킬의 사거리 너프는 챔피언 자체의 성능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은신상태에서의 행동 제약과 깜짝 상자의 지속시간 감소는 샤코에게 있어 마무리 일격으로 봐도 무방했습니다. 한 방에 나가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너프를, 샤코는 연속적으로 계속해서 받아왔습니다. OP 자리의 유지? 이쯤되면 이 챔피언이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할 정도입니다.

▲ 샤코의 역사는 곧 너프의 역사다


유저들의 기량 증가로 인한 운영의 발달도 샤코의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프로 무대와 솔로 랭크를 막론하고, 플레이어들의 기량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어왔습니다. 샤코에게 무작정 당하는 유저들은 이제 없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시야 장악에 신경쓰기 시작했고, 샤코 플레이에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코리안 시크릿 웨펀'이라 불릴정도로 강력했던 샤코는 '샤필패(샤코의 선택은 필패로 이어진다)'가 됩니다. 초반에 아무것도 못하면, 백도어 운영이나 해야하는 초라한 존재로 추락하고 말죠. 롤챔스에서도 '인섹' 최인석같은 샤코의 달인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하는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프와 시대의 변화. 이 둘의 콜라보레이션은 샤코를 밑바닥까지 떨어트립니다. 샤필패는 정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슬프게도 말이죠.

▲ 인섹의 패배는 샤코 시대의 종언을 의미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 그래도 우린 샤코를 한다. 너를 열받게 만들기 위해서!

샤코는 이제 더이상 주류 픽이 아닙니다. 롤챔스를 비롯한 프로 무대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솔로 랭크에서도 극소수만 사용하는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fow.kr의 통계에 따르면, 샤코는 현재 4%의 저조한 픽률과 48%의 좋지 않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균을 밑도는 수치, 샤코의 성적입니다.

▲ 솔로 랭크에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샤코 (통계 출처: fow.kr)


샤코의 현재 상태에 대해선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코리안 시크릿 웨펀보다는 샤필패라는 별명이 더 익숙해진지 꽤 오랜시간이 흐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샤코가 주었던 강렬한 기억이 그것입니다. 여전히 샤코는 픽창에서부터 많은 유저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더 무서운 건, 이러한 기억이 단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분명 예전만큼의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숙달된 샤코 플레이어의 날카로움은 여전합니다. 아니,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샤코 장인으로 알려진 북미 서버의 '핑크와드'는 탑 AP 샤코로 정말 '샤코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유저들은 핑크와드의 플레이를 보며 '분노'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샤코에게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한 유저도 적지 않습니다.

▲ 많은 유저들의 분노 수치를 최고치로 만든 핑크와드의 샤코 플레이! (영상 출처: Youtube: 'Diashen')


수많은 북미 유저를 떨게했던 코리안 시크릿 웨펀, 샤코는 이제 없습니다. 이제 소환사의 협곡에는 '샤필패'만 남았을 뿐이죠. 많은 이들이 아군에 샤코가 있으면 반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그게 샤코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샤필패가 과연 정말 문자 그대로의 무시해도 좋을 '필패'의 카드일까요? 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여전히 소환사의 협곡은 샤코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경기는 당신이 이길지도 모르겠지만 샤코에겐 진 것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은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상 등 뒤를 조심하세요. 지금도 샤코는 당신의 혈압을 올리기 위해,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언제나 등 뒤를 조심하세요. 샤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