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 기준이 범인(凡人)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와 실력이 동등한 대가라면, 들고 있는 도구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챔피언의 성능이 중요한 LoL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SKT T1과 락스 타이거즈의 코치진은 지금도 상대를 이기기 위한 필승밴픽전략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이다.

스프링 시즌 최강 LoL팀을 가리는 2016 꼬깔콘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대망의 결승전 경기가 23일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다. 지난 스프링, 섬머 시즌의 챔피언이자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SKT T1은 역대 최강의 도전자, 락스 타이거즈를 다시 한 번 만난다. 양 팀은 지난 2년 동안, 마주칠 때마다 명경기를 만들어왔기에 이번 결승전 역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전투는 장수가 하지만, 전략은 책사가 만든다. SKT 김정균 코치와 락스의 정노철 감독은 선수 출신으로 모두 밴픽 전략에 대해 LCK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양 팀 선수들은 챔피언 풀이 바다와 같이 넓기에 두 전략가의 머리싸움은 더욱 치열할 것이다. 다전제에서 밴픽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할 필요가 있을까? 스프링 시즌 우승의 큰 영향을 끼칠 밴픽 전략, 경기 시작 전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다.

문제는, 양 팀 모두 챔피언 풀이 '사신'급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조합과 밴 챔피언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쉽게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밴픽 전략 관전 포인트 세 가지. 이 것만 숙지하고 경기를 본다면 김정균 코치, 정노철 감독이 밴픽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 밴픽 전략 포인트 ① : 정글, 원거리 딜러, 서포터 챔피언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니달리, 킨드레드, 그레이브즈로 이어지는 '캐리형 정글러' 3인방은 양 팀이 하나씩 나눠 가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 포스트 시즌 7경기를 통해 이미 증명됐다.

※ 포스트 시즌 7경기 정글 챔피언별 등장 횟수
그레이브즈 : 총 6경기(밴 포함 100%)
킨드레드 : 총 4경기 (밴 포함 57.1%)
니달리 : 총 3경기 (밴 포함 71.4%)

총 7경기 중 엘리스가 1번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대결하는 양 팀은 캐리형 정글러 3인방을 계속 나눠 가졌다. 양 팀이 이 셋 중 특별히 선호하는 챔피언이 없다면 첫 번째로 선택하기보다 3~4픽으로 꺼내 탑, 미드 챔피언을 후픽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핵심 챔피언은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시비르, 차선으로 루시안, 칼리스타, 코르키 정도가 등장할 것이다.


※ 포스트 시즌 7경기 원거리 딜러 챔피언별 등장 횟수
시비르 : 총 7경기 - 100%
루시안 : 총 4경기 - 57.1%
코르키 : 총 3경기 - 57.1% (밴 포함)
칼리스타 : 총 2경기 - 28.6%

시비르는 w 스킬인 '튕기는 부메랑'에 치명타가 묻어 나가는 버프를 받았고 탑 라인 대체 챔피언인 마오카이와의 시너지가 매우 뛰어나 1티어 원거리딜러로 평가받고 있다. 루시안 역시 강한 라인전과 나쁘지 않은 캐리력 덕분에 시비르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코르키는 미드 라인까지 설 수 있다는 범용성이 장점이고 칼리스타 역시 캐리력과 카이팅이 좋아 등장 가능하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이 네 가지를 양 팀이 나눠 가질 전망이다.

서포터는 알리스타, 트런들이 1티어다.


※ 포스트 시즌 7경기 서포터 챔피언별 등장 횟수
알리스타 : 총 6경기 - 85.7%
트런들 : 총 6경기 - 85.7%

알리스타는 이니시에이팅과 탱킹이 가능하고 치유 스킬까지 있어 라인 유지력까지 도움을 주는 만능 서포터로 맹활약 하고있다. 트런들은 e스킬인 '얼음기둥'이 시비르를 상대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궁극기인 '진압'은 탱커인 마오카이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기 때문에 상대가 퍼플 진영에서 '시비르+마오카이'를 선택할 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꼭 가져와야 하는 챔피언이다. 서포터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 둘의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이다.


◈ 밴픽 전략 포인트 ② : 탑, 미드 라인 상성의 우위를 점하라.


SKT T1은 '페이커' 이상혁이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를, 락스 타이거즈는 LCK에서 최강 탑 라이너로 군림하고 있는 '스멥' 송경호를 보유했다. 평소 경기를 보면 김정균 코치는 이상혁에게, 정노철 감독은 송경호에게 라인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챔피언을 건내 팀의 에이스가 활약할 발판을 마련해줬다. 결승전에서도 이 둘의 노림수는 계속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상혁은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을 손에 쥘 때, 그 능력이 배가된다. 때문에 김정균 코치는 되도록 퍼플 진영에서 미드 챔피언을 5픽으로 골라 이상혁이 상대 라이너에 상성 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 포스트 시즌 SKT T1 퍼플 진영시, 5픽으로 미드 챔피언을 선택한 횟수
총 5경기 중 5회 - 100% (진에어 그린윙스전은 SKT T1이 전부 퍼플 진형에서 경기했다)

정노철 감독의 입장에서는 먼저 선택하더라도 부담 없는 미드 챔피언이 필요하다. 최근 각광받는 '무상성' 미드 챔피언은 아지르. 문제는 '쿠로' 이서행의 아지르 성적이 너무 좋지 않다.


※ '쿠로' 이서행의 LCK 리그 경기 중 아지르 승률
총 14경기 3승 11패 - 21.4% KDA 2.2

블루 진영에서 미드 챔피언 선픽이 강요당할 때, 정노철 감독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 될까? 정말 기대되고 궁금한 부분이다.

반면, 탑 라인의 주도권은 락스 타이거즈가 쥐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유는 첫째로, SKT T1 '듀크' 이호성은 포스트 시즌 내내 마오카이를 선호했다.


※ 포스트 시즌 7경기 SKT T1 '듀크' 이호성 기용 챔피언
마오카이 : 총 7경기 중 6회 - 85.7%
트런들 : 총 7경기 중 1회 - 14.3%

마오카이가 최근 1티어 탑 챔피언으로 급부상했고 좋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라인전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마오카이를 상대로 좋은 카운터 챔피언이 이미 충분히 등장한 상태다. 위에 이미 기술한 트런들과 피즈, 마지막으로 송경호의 히든카드 케넨이 그 주인공이다. 전통적인 마오카이 카운터, 피즈는 kt 롤스터가 이미 꺼내 든 카드다. 결과는 아쉬웠으나 성장할수록 마오카이를 상대로 우위를 점한다. 케넨 역시, 라인전의 우위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상대가 시비르 궁극기와 함께 진입할 때, 공격을 되받아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

두 번째, 락스 타이거즈가 트런들을 먼저 가져갈 경우 SKT T1이 대처할 카드가 마뜩잖다는 점이다. 상대의 픽에 상관없이 마오카이 시비르 조합을 꺼내 든다면, 최악의 경우 락스 타이거즈가 케넨과 트런들을 함께 골라 마오카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가져가지 않자니 마오카이를 상대에게 뺏기게 된다. 마오카이는 송경호 역시 사용할 줄 안다.


※ '스멥' 송경호의 LCK 리그 경기 중 마오카이 승률
총 17경기 11승 6패 - 64.7% KDA 4.0

락스 타이거즈가 트런들을 먼저 가져간다면, 마오카이는 SKT T1에게 '못 먹는 감'이 된다. 이호성은 피즈는 사용한 적이 있고 케넨은 단 한 번도 경기에 꺼내본 적이 없다. 탑 라인 주도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정균 코치의 전략은 무엇일까? 경기결과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 밴픽 전략 포인트 ③ : OP 평가받는 라이즈-에코,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라이즈와 에코는 현재 메타에서 OP로 대접받고 있다. 라이즈는 지난 패치에 궁극기의 활성화 및 재사용 대기시간이 감소하는 너프가 있었지만 알고 보니 버프였다. 라이즈는 약간의 딜레이만 생겼을 뿐, 강력한 화력을 무한정에 가깝게 쏟아내고 있다.

에코 역시 탑 라인의 OP 챔피언이다. 패시브인 'Z 드라이브 공진'과 E 스킬인 '시간 도약', 궁극기 '시공간 붕괴'로 전장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어그로 핑퐁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둘은 포스트 시즌, 밴픽률 100%를 달성하면서 그 위엄을 보여줬다.

※ 포스트 시즌 7경기 라이즈-에코 밴픽률
라이즈 : 총 7경기 밴 6회, 픽 1회 - 85.7%
에코 : 총 7경기 밴 6회, 픽 1회 - 85.7%

일반적으로 양 팀 모두가 라이즈, 에코를 금지할 것이 당연시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챔피언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할 경우, 이 둘의 등장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패배를 기록한 팀에게는 밴픽 전략을 꼬이게 만드는 주범이 될 것이다. 이 둘의 존재는 SKT T1과 락스 타이거즈 중 누구에게 득이 될까? 챔피언을 둘러싼 정노철 감독과 김정균 코치의 싸움, 이번 결승전에 분명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김동준 해설가의 SKT vs 락스 타이거즈 결승전 예상


강팀일수록 밴픽 전략에 있어 레드 진영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락스 타이거즈가 1,3,5 경기를 퍼플 진영에서 치르기에 3:1 혹은 3:2로 락스 타이거즈가 승리할 듯하다.

밴픽 전략은 미드에서 순간이동과 어울리는 챔프가 활용되느냐 아니냐가 양 팀 전략의 핵심일 것 같다. '페이커' 이상혁의 경기력이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더 좋아진 만큼, 맞상대하는 '쿠로' 이서행의 역량에 많은 것이 달려 있고 그래서 미드 라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경기양상은 미드 챔피언에 따라 전격전 및 맞싸움에 강한 조합을 짜느냐, 대치 구도에서 강한 조합을 짜느냐, 두 가지로 갈릴 것 같다.

주요 격전지는 탑 라인이 될 것이다. 라인 스왑이든 아니든 탑, 정글 싸움으로 주도권을 잡고 그 영향을 협곡 전체에 미치려고 할 것이다.

팀별 주목해야 할 선수는 '스멥' 송경호와 '페이커' 이상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