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작년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롤드컵 시즌4의 주역 삼성 화이트, 블루의 선수들이 한국의 kt 롤스터로 복귀했고, SKT T1에 대적할만한 '슈퍼팀'이 탄생했습니다.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라인은 역시 '페이커' 이상혁과 '폰' 허원석, '크라운' 이민호가 있는 미드 라인입니다. 이어서 '데프트' 김혁규, '프레이' 김종인, '뱅' 배준식의 봇 라인도 주목받았죠.

하지만 탑 라인만큼 치열한 라인은 없을 거 같습니다. '마린' 장경환의 국내 복귀, '스멥' 송경호와 '큐베' 이성진의 국내 잔류. 다른 팀에서 이들을 이길만한 선수가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패기만큼은 최고인 '익쑤' 전익수도 국내에 남는다는 공식 발표가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알다시피 '익쑤' 전익수는 스타일리쉬한 팀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프리카 프릭스의 선봉이었으니까요. 진에어 그린윙스 특유의 느린 템포로 풀어가는 경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기존 색깔에 맞춰 갈 것인지, 아니면 팀의 색깔을 바꿀 것인지. 직접 한 번 들어보시죠.


Q. 먼저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프리카 프릭스에 있다가 진에어 그린윙스로 새롭게 합류하게 된 탑 라이너 '익쑤' 전익수라고합니다. 반갑습니다.



Q. 새로운 팀에 합류하기 이전까지 어떻게 보냈나요?

사실 아프리카 프릭스를 나오고 프로게이머를 그만두려고 했어요. 저만의 생활을 즐기며 살아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저를 불러주는 팀이 많더라고요. 해외에서는 정말 좋은 조건도 제의를 받았어요. 거기에 혹해서 다시 프로게이머를 할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죠. 마음이 해외로 나가는 쪽으로 가려던 중에 (노)회종이가 같이 한 번 해보자고 했어요. 저는 돈보다 즐거움이 더 중요하거든요. 회종이와 했던 게임은 즐거웠어요. 국내에 남은 이유도 회종이와 재밌게 다시 한 번 해보기 위해서에요. 둘이서 해외도 알아보고, 국내도 알아봤는데 회종이가 국내가 마음이 편할 거 같다고 말해서 진에어 그린윙스에 입단하게 됐어요.


Q. 프로게이머들의 연봉이 굉장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인데, 왜 그만두려고 했었나요?

그냥 저만의 인생을 즐기고 싶었어요. 아르바이트도 한번 해보고 싶었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보내기 등등... 프로게이머 생활이 정말 빡빡했었거든요. 모든 프로게이머가 똑같겠지만, 다른 직업에 비해 휴가가 적어요. 저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1년을 열심히 하고, 팀을 나왔는데 1년을 다시 하려니까 시작할 엄두가 안 났어요. 하지만 위의 이유로 마음을 바꾸게 됐죠. 사실 연봉 상승이나 많은 오퍼는 부수적인 것들이에요. 저는 진짜 즐거운 게 1번이에요. 강현종 감독님이 저한테 '너는 프로게이머보다 예술가의 마인드에 더 가깝다'라고 했었어요(웃음).


Q.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기분이 어떤가요?

저는 아프리카 프릭스 시절 멤버 그대로 평생 함께 할 줄 알았어요(웃음). 정말 그럴 줄 알았는데... 서머가 끝나니까 상황이 달라지더라고요. 다들 각자 갈 길을 찾더라고요. 아프리카 프릭스를 나오고 나서도 선수끼리 따로 만나서 놀았어요. 그정도로 각별했는데, 다시 만났을 때 즐겁기도 했지만 마음이 짠했어요. 하지만 자신에게 좋은 제의를 따라가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아쉽지만 모두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Q. 진에어 그린윙스의 이미지는 '느리다'에요. '익쑤'의 이미지는 화끈하다 인데, 팀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음... 지금은 반반이에요. 어떨 땐 진에어 그린윙스의 '늪롤' 스타일이 그대로 나오고, 어떨 땐 아프리카 프릭스 스타일이 나와요. 판마다 느낌이 달라요(웃음). 회종이와 제가 하던 스타일과 기존 진에어 멤버들의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이)성혁이는 느긋하게 하는 느낌이 있는데, 저희는 빨리빨리 하려고 해요. 그런데 확실히 '늪롤'을 벗어나고 있어요. 이번에 남은 진에어 선수들도 화끈한 친구들이라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Q. 경기력을 위해서는 팀원들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한데요. 새로운 숙소 생활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조용했었는데, 지금은 다들 적응돼서 활기찬 분위기에요. 저희 숙소 옆집과 굉장히 가까워요. 저희가 게임을 하다가 흥분해서 큰 소리를 내면 벽이 쾅쾅 울려요. 그때는 자제하는 편이죠. 엄청 자제하는 편이에요(웃음). 제가 딱 한 번 옆집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아무 말 없으시더라고요. 조금 민망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일정 데시벨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소리를 죽여요. 방송을 하게 될 거 같은데, 그때마다 조심조심해야 해요. 가끔가다 큰소리를 치는 버릇이 나오는데, 그럼 바로 신호가 '쿵쿵' 와요(웃음). 제 방송이 이전과 달리 조용하더라도 시청자분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요즘 정글러들이 정말 강력해요. 화력이 강하다 보니 다이브도 쉽고, 몇몇 챔피언의 경우 중후반에 가서도 탑 라이너와 1:1에서 승리하기도 해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글러가 정말 강해요. 부쉬를 잘못 들어가면 죽어요. 정글러들은 라이너를 키워주는 역할인데, 지금은 라이너들이 정글러를 키워주고 있어요. 말이 안 되는 거죠. 너프가 필요해요. 일단 정글 경험치를 줄이고, 리젠 타이밍도 줄여서 갱킹보다는 정글링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해요. '척후병의 사브르'의 고정 피해도 너무 강해요.


▲ 정글러는 라이너를 키워야합니다!

Q. 정글러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정글러들은 라이너를 키워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정글을 먹지 말고 제 라인으로 갱킹을 와주세요(웃음).


Q. 지금 탑에서도 카밀이라는 강력한 브루저 챔피언이 생겼어요. 탑 메타의 변화는 없나요?

카밀이 유틸성이 정말 뛰어나요. 카밀을 한쪽에서 가져가면 그 카운터로 피오라가 나와서 탑 브루저 싸움이 돼요. 카밀이 밴 당하면 탱커 메타가 나오죠. 카밀이 정말 사기인 게 탱, 딜, 유틸 모두를 갖췄어요. 피오라로 카운터 치는 것도 힘들어요.


Q. 제가 본 '익쑤'는 공격적인 탑 라이너에요. 헤카림을 제외하고 탱커를 주로 플레이했었는데,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거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해요. 월급을 받고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니까 제일 좋은 걸 해야해요. 제 스타일상 공격적인 챔피언이 편한 건 맞아요. 하지만 팀 색깔과 여러 것들을 고려 했을 때, 탱커가 좋다면 탱커를 해야죠. 팀이 원하는 챔피언을 해야해요.


▲ 자신감 있는 픽이 중요하다는 '익쑤'

Q. 그런데도 그라가스, 헤카림과 같은 비주류 챔피언을 사용했었어요. 좀처럼 쓰지 않던 픽인데, 어떤 장점이 있어 사용했나요?

그라가스는 애착이 있는 챔피언이에요. 제가 롤을 처음 시작할 때, 그라가스를 했었거든요. 당시에는 미드 AP 그라가스를 많이 썼었죠. 2015 서머 시즌에서 처음으로 그라가스 탑을 꺼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니 상향까지 받더라고요. 솔로 랭크에서 20판을 넘게 했는데, 괜찮았어요. 스크림에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졌죠. 라인전이 생각보다 쌔고, 이니시에이팅도 가능하고, 정글러로 돌릴 수도 있어서 그라가스를 선택했어요.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픽이라 고른 건 아니에요(웃음). 헤카림은 동료들을 믿기에 할 수 있었던 픽이에요. 제가 진입해서 어그로만 끌면 다 알아서 정리해 줄거라 믿고 꺼낸 픽이죠. 저는 탱커, 딜러를 떠나서 제 손에 맞는 챔피언을 잡았을 때, 게임이 잘되는 거 같아요. 그게 중요한 거 같아요. 손에 맞는 특수 챔피언을 찾으면 상대가 누구든지 이길 자신이 생겨요. 역시 자신감이 중요해요.


Q. 지금 롤챔스 탑 라이너들의 수준이 굉장해요. '스멥' 송경호에 이어 '마린' 장경환까지 복귀했잖아요. 탑 라이너는 패기가 중요한데,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요즘 잘하는 탑 라이너분들 리플레이를 보는데, 롤챔스 소속 탑 라이너 중에 못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10개 팀의 탑 라이너가 모두 잘하는 거죠. 물론, 진에어도 포함해서요(웃음). 다 경계를 하고 있는데, 저도 탑신봉자로 한가락 하거든요. 패기에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탑은 특히 패기가 중요해요. 한 번 밀리면 심리전에서 말려서 끝도 없어 주도권을 내주거든요.


▲ 늪롤이 많이 사라진 진에어 그린윙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Q. 스크림을 해봤을 텐데,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안 됐지만, 장단점이 보일 거 같은데요. 몇 가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첫 번째 장점은 진에어의 늪롤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그게 제일 큰 장점인 거 같아요(웃음). 단점은 아직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라 실수가 조금씩 나온다는 거죠. 지난 시즌보다 잘해야 하지만 가능성만 열어둔 상태라서 지금 당장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어요. 열심히 해야죠. 강팀들과 붙어봐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라 좀 더 가다듬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거 같아요.


Q. 요즘 봇 라인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봇 라인 직스도 스크림에 종종 등장한다던데요. 어떤가요?

간단하게 봇 라인 직스로 이기면 다른 원거리 딜러를 해도 이길 것 같고, 직스 원거리 딜러로 지면 다른 거로 해도 질 거 같아요(웃음).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죠. 하지만 말자하 서포터는 사기에요. 미드 챔피언으로 출시되서 봇 라인으로 내려오는 챔피언들이 있는데, 이 챔피언들은 모두 좋은 거 같아요. 자이라, 말자하가 대표적으로 OP에요. 저는 이상한 게, 골드 수급이 훨씬 안 되는데 더 강한 느낌이에요.


Q.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단계에요. 이번 시즌이 첫 LCK 데뷔인 '테디-엄티-레이즈'가 있어요. 걱정되는 부분은 없나요?

'테디' (박)진성이는 케스파컵에서 한 번 뛰어봤잖아요. 그때 잘해서 걱정이 안 돼요. 아무래도 진성이 보다는 '엄티' (엄)성현이가 걱정이에요. 잘하긴 하는데, 약간 걱정되는 거 있죠. 빠르게 배우긴 하는데,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까먹고 있어요(웃음).



Q. 예로부터 탑과 정글의 호흡이 중요했어요. '엄티'에게 격려 한 마디를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엄)성현아 요즘 고생하는 거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잘되려고 하는 거니까... 더 잘돼서 돈도 많이 벌어야지(웃음). 피드백을 해도 빠르게 받아들여서 좋은 예감이 든다. 힘 내자!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프로게이머를 관두려다가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각오는 이미 돼 있어요. 이번 시즌은 작년의 경험으로 더 높은 곳을 보려고 진에어로 왔어요. 새로 시작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낼 거에요. 흔들리는 제 마음을 잘 잡아주실 감독, 코치님도 계셔서 열심히 할 거 같아요. 팬 여러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