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이재완의 은퇴 인터뷰를 할 적 조개구이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벌써 150여일이 지나기도 했거니와, 심각한 자리에서의 음식 맛이 뭐 그리 중요했겠는가. 어쨌건 쫄깃하고 따끈했겠지만, 소주와 은퇴의 씁쓸함이 더 남을 것을... 이후 인간적인 미련이 남은 나는 미식에 조예를 보인 '자유인' 울프와 함께, 인터뷰에 얽매이지 않는 맛집 기행이나 한 번 다녀볼 수 있길 바랐다. 바이러스의 창궐은 예상하지 못한 채…

약속을 미루고 미루다보니 울프의 복귀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다름아닌 T1의 공식 스트리머로 말이다. 역시 재능이 넘치면 이 시국이라도 할 일은 따라오는구나 싶었다. 바이러스는 여전했지만, 복귀 인사와 맛집이 다급히 마려웠던 기자와 울프의 발길은 자연스레 조개구이 집으로 향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손 소독을 하고, 소주 맥주 한 병에 조개를 주문하고 앉았다. 안부 겸 인터뷰라는 ‘꺼리’가 생기자, 법인 카드는 번쩍였고 주문에는 망설임이 없어졌다. 조개가 하나 둘 입을 벌리며 인터뷰도 시작되었다. 울프,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은퇴 조개구이 인터뷰 이후 오랜만이죠. 요즘은 좀 어떻게 지냈나요?

어유, 되게 바쁘게 살고 있어요. 3월엔 그래도 LCK가 중간에 쉬며 한가한 시간이 있었는데, 2월과 4월에는 계속 방송하고, 미팅하고… 미팅이 너무 많았어요. 여기저기 방송국에서도 불러주고, 게임단에서 불러주기도 했어요.


오, 게임단에서 불러주는 건 어떤 경우들이 많았나요?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많이 했어요. 코치직 제안 같은 건 아니에요. 그런 건 제가 완전히! 다 사전 차단했죠. 어쨌든 그런 게임단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좀 해볼까 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T1에 갈 예정이었다보니… 근데 그 외에도 워낙 불러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LCK 5일 방송 일정을 제외한 날에 미팅을 골라서 하고 그랬어요.


행복하네요. 일을 골라서 하고. 이 시국에.

그러게요. 아무래도 이스포츠의 특수성 덕에 이 시국에도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해요.


T1 스트리머 발표가 갑작스럽게 났죠. 어떻게 진행된 거였나요? 뒷 이야기가 있다면?

우선 T1에서 같이 하자고 전부터 이야기가 나오긴 했어요. 그런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면, T1에서 제게 연락을 일부러 늦게 했다고 했어요. 제가 그동안 바쁘게 달렸으니까 좀 쉬라고 말이죠. T1 입장에서는 휴식을 취하라고 준 타이밍이었지만, 제 입장에선 한 달이 지나도록 저한텐 연락이 없는 거니까 ‘뭐지? 연락할 것 같았는데 연락이 없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샌드박스와 계약을 체결했죠.

그랬더니 T1에서 ‘아니? 왜 샌드박스와 계약했나?’ 하며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연락을 해 주셨어야죠!’ 했어요(웃음).


연락이 안 오니, 같이 하자던 말이 마치 ‘언제 나중에 밥 한번 먹자’ 처럼 들렸겠네요.

그쵸. 어쨌든 전 샌드박스에 계속 있을 생각이었어요. 좋은 점도 많았고요. 그리고 제가 다시 T1에 간다면, ‘나의 방송을 제대로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제약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 것이었죠. 그래도 제가 T1 사무국이나 콘텐츠 팀과 친하게 지냈기에, 여쭤볼 수 있었어요. 제가 T1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런 것 말이죠. 그랬더니 T1에서는 ‘아니다, 우린 그냥 너가 좋아서 부른 거다. 하고 싶은 걸 해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강제로 뭔가 시키는 것 없이 말이에요. 예전에도 제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었는데, 지금도 제게 배려를 많이 해 주시는거죠.

그래서 이후 샌드박스와는 협의를 해서 넘어오게 되었어요. 마지막 날까지 샌드박스에서도 많이 아쉬워 하시긴 했어요. 샌드박스에서는 ‘그래도 T1에 가는게 네게 더 이점이 많을 것이다. 너의 이미지도 있고 말이다’ 라고 마지막에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어떻게 보면 제가 상도덕에 어긋나 보일 수도 있었던 것인데 말이에요.


샌드박스가 아주 호탕한 것 같네요. T1과는 원래도 다시 함께 하고 싶었던 건가요?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까 말했듯, T1과 방송을 함으로써 제게 뭔가 제약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많았죠. 그런데 저의 방송 컨셉에 강요받는 것도 없다고 하고, 또한 T1 소속으로 방송을 하면 오히려 좀 더 안전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까진 느낌이 괜찮아요. 지난 월요일에 인터뷰 같은 것을 촬영하고 왔는데, 호형호제 하는 콘텐츠 팀 분들께서 일 하기 편하게 잘 대해 주셨어요. 친분을 잘 쌓아온 보람이 있는 것 같네요. 그래도 좀 잘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역시 진정한 인맥의 진가는 무언가에서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기도 하죠.

요즘 정말 그렇게 많이 느껴요. 옛날부터 인벤 방송국에서도 아는 분들이 많고, OGN에서도 콘텐츠를 많이 진행했는데, 그 때부터 알아 온 인벤 방송국 분들이나 OGN 막내 작가님 모두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굉장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계시더라고요. 다들 그 자리에 계속 계셔 주셔서 감사하고, 관계를 이어가 주셔서 참 좋네요.


자유로운 스트리머로서의 삶은 좀 어땠었나요? 가끔 공식 방송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것 같던데요.

제가 세상 물정을 좀 몰랐던 거 같아요. 팀에서 나가고 개인이 되다보니 신경쓸 게 너무 많더라고요. 수익적인 부분도 물론이고요. 그동안은 팀에서 많이 도와줬으니까 편했어요. 은퇴할 당시엔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개인으로 살아가보고 싶었는데, 4월이 되며 제가 어딘가에 몸 뉘일 곳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T1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얼마 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진 만족스러워요. 다시 있어야 할 곳으로 온 느낌이에요. 집에 온 듯 마음이 참 편하네요.


그나저나 불과 몇 달 사이, 예전의 T1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선수단 구성도 바뀌고, 여기저기 스폰도 붙고. 이질감을 느꼈을 법도 해요.

많이 느꼈죠. 김정수 감독님도 저와 딱히 접점이 없어요. 임혜성 코치님은 알지만요. 선수들 중에서도 (이)상호나 (이)상혁이 외엔 접점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선수단을 따로 만나러 가거나 하기에 부담스럽더라고요. 상호한테나 따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어요. 김정균 감독님 있었을 때였다면 ‘얘들아, 재완이 형이야~’ 하면서 소개시켜줬을 거에요.

물론 콘텐츠 팀을 만나는 데엔 이질감이나 아쉬움은 없어요. 그냥 스읔 가서 ‘저 왔어요, 법인카드로 밥이나 사 주세요’ 했죠. 아, ‘법카’라는 거, 정말 좋네요. 갈 때마다 얻어 먹어요.


법카는 힘이죠… 갑자기 속세적인 궁금증이 생기네요. 지난 번에 조던 운동화도 받았던데, 혹시 스폰서인 BMW에서도 뭔가 받는 게 있나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어요. 아마 팀에 차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선수 차원이 아닌 팀 차원인가?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 T1 선수들은 면허가 아무도 없을 거에요. 어쨌든 그런 얘기가 오고가긴 해서, 저도 차를 받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사실 무엇보다 BMW가 스폰한다는 것 자체에 혹하긴 했어오. T1의 미래 구상도를 슬쩍 전해 듣기도 했는데,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BMW가 들어온 것이 아쉽네요. 다들 면허도 없는데… 본인의 면허를 계속 어필하는 것 같네요. (웃음)생각해 봐요. 전에 저랑, 후니, (배)준식이, (김)정균이형 다 면허가 있었어요. 그 쯤 들어왔으면 BMW도 기분 좋지 않았겠나요?


바라는 게 확실히 있군요. 그나저나 옛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나요? 특히 본인의 팬인 에포트가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제가 평소에 과장된 거짓말을 장난으로 즐기는데, 상호에게도 ‘야, 형 이제 T1 간다. 코치가 될 수도 있다. 신사옥에 방 하나 받는다’ 식으로 구체적인 거짓말을 하고 반응을 기대했어요. 그랬더니 상호는 고민을 좀 하는 것 같더니, ‘어, 재.밌.겠.는.데.요’ 하고 형식적으로 대답하더라고요. 저도 ’… 별로 안 좋아?’ 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리액션 하면 생각나는, (강)선구가 있었다면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을텐데… 그런 부분에서 상호가 많이 아쉬운 친구구나, 너무 진지하구나 했어요.


경기를 매번 보는데, 요즘 에포트 잘하는 거 보며 대견하다던가, 간만에 내가 뛰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나요?

은퇴를 하고나서 다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좋은 타이밍에 은퇴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건강 상 은퇴이기에 아쉽긴 해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이제는 LCK의 모든 선수들이 잘 되길, 행복하길 바랄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상호가 잘 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엄청 좋아요. 상호가 방송에서 저를 많이 언급 해주기도 하고, POG 포즈도 일부러 제가 연상되게 취해준 것 같아요. 참 기특하고 고마워요.


페이커는 어땠나요? 인터뷰에서 페이커는 울프 소식 듣고 별 생각 안 들었다고 하던데...

그럴 거에요. 워낙 그런 친구이기도 하고요. 저도 사실 돌아온 게 선수단 복귀가 아닌 콘텐츠 팀이나 사무국 쪽에 들어가는 것에 가까우니 더 그럴 거예요. 만일 제가 코치나 감독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면 느낌이 많이 달랐겠죠.


코치로 돌아갔으면 웃겼을 것 같아요. 코치로 돌아왔는데, 다시 만난 동료는 보스가 되어 있었다?!

(큰웃음)그런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코치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T1 스트리머가 되면 ‘공식 페까’ 역할은 더 이상 어려운 것일까요? (해당 인터뷰에서는 어감을 살리기 위해 '비판'보다는 '깜'이라는 표현을 유지했습니다)

아니죠. 그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부서도 다른데요. 염려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못하게 될까봐요. 저는 ‘내가 그럴 사람이냐?’ 라고 반문해요. 다른 부서인데 뭔 상관이냐고 하죠. 실제로 T1에서도 콘텐츠 팀에서는 저의 그런 역할을 좋아하고 계세요. 제가 어마어마한 말 실수만 안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대체 왜 그런 역할을 유지하는 건가요? 솔직히 마음속으론 누구보다 페이커를 응원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응원하고 있죠. 사실 억울한 게 있어요. 나는 ‘페까’가 아닌 ‘모두까기’ 캐릭터에요. 다만 상혁이가 더 주목을 받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더 강조되는 것일 뿐이죠. 저는 평등하게 모두 까요. 그리고 응원도 참 많이 해요. 사실 칭찬에는 좀 인색하긴 하죠. 약간 간지럽잖아요. 친구 사이인데 뭐…


본인은 그럼 누굴 칭찬 많이 하는 거 같나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까는 건 까더라도, 칭찬에 있어서는 평등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상호 칭찬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칸나’ 칭찬도 많이 했어요. 칸나가 굉장히 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서행이 형 칭찬을 많이 해요. 그 외엔 ‘케리아’나 ‘쵸비’ 같은, 신인이거나 연차가 많이 안 쌓인 선수들 칭찬을 많이 하고 싶어요. 쿠로 형은 예외고요.

신인 칭찬을 하며 덧붙이는 말이 있는데, 신인이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들 패기있게 플레이를 하고 그게 먹힐 수 있는데, 2년 차가 되며 본인의 색을 잃는 경우가 참 많아요. 모든 신인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본인의 색을 잃지 말라는 거죠. 그게 참 어려운 것이지만 말이에요.


신인들 외에 쿠로를 칭찬하는 건 연차가 있음에도 본인의 색을 오래 안 잃어서일까요?

서행이 형은 오래 보기도 했고, 어느 면에서 상혁이와 비슷하다고 봐요. 오랜 연차임에도 좋은 폼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무너질 것이란 생각이 안 든다는 점에서요. KT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있죠. 그런 경력이 긴 선수들이 잘 하면 마음 한켠이 묘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요. 경기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좀 이상해져요. 저는 신인이 잘 치고 올라오길 바라면서도, 나이 있는 선수들이 꺾이지 않길 바라는 애매한 마음이 있어요.


T1 복귀 소식에 팬들이 특히 많이 반가워했으므로, 오늘은 팬들의 질문을 좀 모아봤어요.

오, 좋아요. 그런 것.


Q1. 팬들의 질문을 취합할 때, CEO 조 마쉬가 바로 질문을 달더라고요. 언제 ‘맞팔’ 해줄 건지에 대해서요.

아 저도 봤어요. 저는 사실 맞팔을 잘 안 해요. 트위터를 4, 5년 동안 하면서 거의 안 눌러봤어요. (조)마쉬 형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그걸 본 팬들이 방송에서도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뭐 맞팔 눌러 드렸죠.

트위터를 하는 게 참 중요하긴 한데, 선수로서 하다보니 귀찮기도 하더라고요. 마쉬 형이 저에게 트위터로 개인 메시지도 보내고 그랬는데, 답장 안 했어요(웃음). 오늘은 술 한 잔 했으니까 답장 할 수도 있고... 차 한대 달라고요.


Q2. 일관성이 있네요. 두 번째 질문으로… T1으로 돌아와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소속감.


Q3. T1에서 비매품인 굿즈들은 따로 받게 되나요? 나눔 이벤트 같은 건 안하나요?

받아요. 제 유니폼도 만들어 주려고 하세요. 조만간 굿즈들도 판매하지 않을까요? T1 사무실에 가면 굿즈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요. 아마 팔 준비가 된 듯 해요.

아~ 나눔 이벤트. 아마 할 거에요. T1이 팬들을 많이 생각하는 게임단이므로… 아니, 본인이 이벤트를 하는지요. 아! 저도 할 예정이죠. T1에서 좀 떼어오긴 해야 하지만, 아마 달라고 하면 주실 거에요. 그러면 만일 달라고 할 때 T1에서 준다면 나눔 이벤트를 한다, 이 정도인가요? 맞아요. 안 주면 어쩔 수 없고요.


Q4. 새 로스터 보면 어떤 기분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아무 느낌 안 들어요. 정균이 형이 나가고, 외국 기업도 들어오며 이젠 ‘그냥 그렇구나' 싶어요. 물론 선수들이 잘 되길 바라지만 말이죠. 약간의 거리감이 생긴 것인가요? 맞아요. 이전에는 선수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하나 했다면, 이젠 그냥 다 잘 했으면 좋겠어요. 상호도 상혁이도 잘 되고, T1이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로스터를 보면서 어떤 개인적인 생각이 들거나 하진 않네요.


Q5. ‘소사대’에서 미처 다 이야기하지 못한, ‘페이커와 싸운 썰’은 언제 풀 건가요?

참 어렵네요(웃음). 아마 내가 T1을 나갈 때? 정말 싸우긴 싸운 건가요?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사람이 5년을 같이 지냈는데, 아무 일도 없었겠나요. 안 싸우면 친구 아니죠.


Q6. 본인이 선수 시절 자기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잘했다는 경기가 있다면요? 리플레이를 보려고 하시는 듯 합니다.

제가 경기에 대한 기억을 잘 못해서… 그래도 꼽자면, 아마 EDG전이었나? 라칸으로 역전을 했던 경기가 임팩트가 컸을 거에요. 제가 생각해도 잘 했어요. 그리고 2017년 MSI에서 마지막으로 자이라를 꺼냈을 때. 특히 좋았던 부분은, 30초 정도 제가 설계를 했었는데, 그게 생각대로 잘 되었던 거죠. 그런 것들이 아니면… 그냥 워낙에 잘 한 경기가 많으니까 아무거나 보세요. 2018년도만 빼고요.


Q7. 오리아나의 궁과 라칸의 궁 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분은 이 질문 때문에 트위터 가입했다고 하시네요.

잘 되면 좋은 건 맞는데, 라칸이 너프도 많이 받았고, 둘이 라인전도 너무 약해요. 게다가 둘의 합도 참 잘 맞아야 해요. 잘 되기 위해선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Q8. 겨울이는 잘 지내나요?

겨울이는 잘 지내요. 지금 거의 11kg에요. 매년 조금씩 불어나는데, 지방이 많은 게 아니라 완전 근육이 딴딴해요. 어머니께서 산책을 매일 두 시간씩 시키세요. 사람도 매일 두시간은 힘들어요. 그런데 하더라고요. 저도 일주일에 하루는 꼭 만나요. 그리고 간식비가 엄청 많이 나와요. 한 달에 40만 원은 간식비로 나가요. 사람도 한 달에 40만 원 간식은 잘 안 먹어요. (웃음) 겨울이 전용 간식 냉장고가 따로 있을 정도에요.


Q9. LCK 이후 준비한 콘텐츠가 있을까요? 울프와 재미있게 놀고 싶으시다는데, 아마 참여형 콘텐츠를 원하는 듯 하시네요.

아마 참여형 콘텐츠는 많진 않을 거예요. 계획은 별로 없어요. 지금 집중해서 만들려고 하는 건, 좀 더 이스포츠와 리그 자체에 관련한 거예요. 아마 참여형 콘텐츠는 티원에서 논의를 하고 있을 거고요. 그래도 저도 참여형 이벤트 좋아합니다.


Q10. 울프가 봤을 때 지금 선수들 중 스트리머의 끼가 좀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요?

어렵네요. (강)범현이 형 정도? 방송을 한다면 아마 저보다도 좀 더 전문적인 주제를 할 거예요.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범현이 형은 이스포츠의 마당발 그 자체에요. 없는 정보가 없어요. 모든 정보는 고릴라에게 취합이 된다고 할 정도에요. 아마 범현이 형이 방송을 한다면 일 년 정도는 이야기만 풀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면 쓰고… 써도 다 알겠지만…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몇몇 특수 사례만 제외하면 방송인으로 성공하긴 쉽지가 않을 거예요.’ 앰비션’이나 ‘프레이’, ‘클템’ 형 정도는 워낙 예전부터 재미있다고 소문이 났고, 사람들과 소통을 잘 하고, 본인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를 잘 알아요. 그렇게 재미있는 선수들이 나오긴 쉽지 않아요. 요새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곤 있지만, 전에는 팀 자체에서 소통을 꺼려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팬들 질문들은 여기까지입니다. 참, 시종일관 유쾌하기는 참 어렵죠. 매 방송마다 즐거운 텐션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일텐데, 스트리머의 삶에서 권태를 느낀 적은 없나요?

많죠. 방송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요. 방송 그 자체는 제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해서 즐거워요. 그런데 간혹 시청자분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걸 관리하는 게 때론 힘들고 짜증나기도 해요. 텐션도 떨어지고 말이죠. 가끔 한 명이 뭔가 시끄러울만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저지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열 명, 백 명이 시끄러워지곤 해요. 저지를 해야 할 부분과 말아야 할 부분의 선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요.

그리고 요새 한 가지 생각이 드는 건, 제가 지금처럼 이렇게 방송을 해도 되냐는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LCK의 위상이 전보다 약간 떨어져서 그런지, 평소에 해외 리그를 보지 않던 저도 이제 해외 리그까지 챙겨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LCK스럽다’는 표현을 많이 듣곤 하죠. 저는 사실 디테일을 알고 보면 LCK가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LCK가 잘 한다고 믿고, 최고는 아니지만 재미있고 뛰어난 경기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LCK의 위상이 조금 떨어졌고, 중국이나 유럽이 잘 하고 있다보니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흔히들 바둑이나 장기를 볼 때 지루하다고 많이 하죠. 많은 시청자분들도 LCK를 바둑이나 장기처럼 인식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장기와 바둑은 서로간의 수 싸움이 굉장히 치열한, 재미있는 스포츠에요.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보면 텐션도 떨어져요.


요즘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콕 찝어서 말하기보단 여러 가지가 절 지탱해주고 있어요. 하나는 방송 종료 후에 소파에 대충 앉아 넷플릭스를 관람하는 여유. 요리를 할 때도 있고요. 신작 게임을 할 때도 있어요. 이번에 ‘마운트 앤 블레이드 2’가 나왔죠. 그것도 절 많이 지탱해줘요.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촬영에서 얻어요. 방송을 하며 집에만 있다가, 촬영을 하러 나가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돼요. 사람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도 나누고, 몰랐던 것을 많이 알고, 하고 싶던 이야기들도 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촬영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리고 넷플릭스에 볼 게 별로 없어지고 있어요. 마운트 앤 블레이드도 질리고 있어요. 어젠 그래서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죽은 듯이 누워 있었죠. 괜히 모바일 게임이나 뒤져보다가 ‘아, 할 거 없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켜다가 에러가 나면 ‘아, 의미 없다'. 넷플릭스 켰는데 재미있는 게 없으면 ‘아, 볼 거 없다'. 이게 지금 큰 문제입니다. 사실 귀찮은 게 제일 문제죠.


그래도 기획을 좋아하니 기획할 때엔 활력이 생기겠죠. 구체적으로 기획중인 콘텐츠가 있다면요?

딱 두 개가 있어요. 방송에서도 지나가듯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하나는 각 팀의 숙소를 탐방하며 밥에 별점을 매기는 것. ‘울프의 미슐랭 가이드’라 해서 ‘울슐랭 가이드’를 만드는 거죠 .근데 모든 팀들에 별점을 매겨버리면 이모님들 마음이 상할 수도 있으니, TOP 3 정도만 매기는 건 어떨까 해요. 옛날에 ‘카카오’가 ‘밥갱’을 했듯, 그것보다는 좀 더 범게임단적(?)으로 협조를 구할 예정이죠. 먹방 게스트도 영입하면 좋겠어요. 그 팀의 유명한 선수를 초대해 밥 소개나 자랑도 시키고 말이죠.

또 하나로는 아카데미 선수들과 함께 하는 리그를 만드는 거예요. 토너먼트제와 리그제의 차이가 LoL 판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토너먼트제였던 예전에는 대형 신인이라 할만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기 쉬웠어요. 대표적인 예로 상혁이가 있죠. 그런데 리그제로 변하며, 선수 한 명 한 명이 해야 하는 경기도 너무 많아졌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도 너무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새롭게 떠오르는 신인 선수가 나오긴 쉽지 않아졌어요.

그리고 전에는 솔로 랭크에서 잘 하면 어디든 1군으로 바로 들어갈 기회가 많았어요. 저도 그랬죠. 그런데 이제는 3군, 2군을 뚫고 1군을 가야 하니 그게 쉽지가 않아요. 게다가 아카데미에서도 1, 2군이 나뉘어요. 아카데미 선수들은 일찍이 학업도 포기하고 월급도 아마 적을 것이지만, 그래도 절실하게 훈련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팬들에게 노출되는 이미지는 거의 없죠. 그래서 그런 선수들을 좀 더 부각시켜주고 싶어요. 아카데미가 튼튼해야 1군과의 주전 경쟁도 더 의미있을 것이고, 한국 이스포츠의 건강한 순환이 이루어질 거예요.

지금까지의 계획은, 비시즌에 네 팀 정도를 뽑아 4주 간 주마다 한 팀씩 팀 코치와 함께 스크림 중계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코치는 아카데미 팀에 대해 팬들에게 소개를 해주고, 어떤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잘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저는 딴죽도 걸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제 사비와 T1에서 콘텐츠 비용이 나온다면 그 상금을 걸고 랭킹전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간 모인 모든 도네이션 금액을 우승 팀에게 몰아주거나, 분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죠.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하는 관계자들도 많을 거예요. 저는 제 이미지가 이런 것에 잘 맞다고 생각하고, 팀에서도 커리어가 있는 전 선수가 진행한다는 것에 솔깃할 거예요.


T1에서 스트리머로서 앞으로 기대하고, 희망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제가 T1에 들어가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스트리머가 뭔가를 다 혼자 하기엔 한계가 많아요. 저는 저를 넘어 좀 더 게임단 차원적인 것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T1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고요. 사소한 희망이라면, T1이 뭘 하든 잘 되길 바라는 것. 사소하면서 기본적인 것 아닐까요?


T1이 더 잘 되려면 결승도 잘 치러야 할텐데. 스프링 결승은 어떻게 예상해보나요? (해당 인터뷰는 결승전 2일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이길 것 같아요. DRX전에서 보여준 모습도 참 멋졌고, 실력적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봐요. 젠지는 내심 많이 불안할 거예요. 3:1을 예상해 봅니다. 젠지가 잘 하는 팀이기 때문에 분명히 한 세트는 질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밴픽이 많이 중요할 거예요.

일단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DRX전에서도 템포가 꽤 빨라 보였어요. 초반에 실수가 없다면 본인들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제 배가 불러 오네요.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 반가운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막상 이렇게 말씀을 전하려니 형식적으로 되곤 하네요. 늘 하듯 감사하다는 말을 또 드리는데,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존에 저를 응원해주신 많은 팬분들이 절 위하고 아껴주는 게 많이 느껴져요. 팬분들이 절 좋아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잘 되어 T1에 돌아갈 수 있던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 많은 방송과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T1 관계자,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수단을 제외하곤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나를 데려간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동안 많은 선택들을 했겠지만 이건 정말 탁월한 선택입니다. 선수들에게는, 일정을 힘들게 소화하고 있을테니 열심히 하란 말보단 좀 더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길 바라요. 열심히 하라는 말은 워낙 많이 들을테니, 저는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랄게요. 경기가 끝난 후에는 어찌 되었든 자책하지 말고요.


오늘 식사 맛은 좀 어땠나요?

지난 조개구이에 비해 여기가 상당히 더 맛이 괜찮은 느낌이에요. 은퇴 조개구이 때보다 마음이 편해서 그럴지도 모르죠. 그 때는 조개만큼 술을 마셨지만, 오늘은 술보다 조개를 즐긴 기분이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