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이 605일 만에 LCK에 등장했다. 케인은 1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DWG KIA와 kt 롤스터의 경기에서 정글러 '캐니언'의 선택을 받아 경기에 나왔다. '캐니언'은 두 세트 연속으로 케인을 선택했고 준수한 활약으로 3세트 상대의 밴카드 하나를 소모시켰다.

그런데 케인의 등장 배경은 상당히 모호한 편이다. 일단, 케인은 현재 메타에서 비주류 챔피언이다. 대회에 적용된 11.3 패치 기준으로 케인의 솔로랭크 성적은 승률 48%, 픽율과 밴율을 합쳐도 겨우 10%가 조금 넘는다. 대부분의 전적 검색 사이트에서도 케인은 5티어 정글 챔피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좋지도 않고, 숨은 OP 카드도 아닌 케인이 갑자기 대회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밴픽 전략 속 케인

▲ DWG KIA vs kt 롤스터 1세트 밴픽장면

▲ DWG KIA vs kt 롤스터 2세트 밴픽장면

조커 카드 치고는 1, 2세트 모두 상당히 이른 시간에 케인이 등장했다. 밴픽 순서를 보니 모두 kt 롤스터의 정글 릴리아를 확인하자마자 케인이 나왔다. 케인이 정글 릴리아에 대한 맞춤형 카드로 준비됐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럴까?

▲ '블랭크'의 2021 LCK 스프링 시즌 챔피언 목록

'블랭크'는 kt 롤스터에서 총 17번 출전했는데, 총 경기 중 절반 가까이 릴리아를 선택했다. 블랭크가 릴리아에 대해 얼마나 자신 있어 하는지가 잘 보인다. DWG KIA 입장에서는 릴리아를 풀어주면 kt 롤스터가 가져갈 거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 케인 vs 릴리아 승률(출처: LoL.PS)

케인과 릴리아의 매치업 승률을 살펴보면, 케인은 릴리아를 만나자마자 48%의 승률이 54%까지 6%가량 올라간다. 릴리아를 상대로는 케인이 OP급으로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케인이 릴리아를 잡기 위한 맞춤형 카드라는 의심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케인은 왜 릴리아에게 강할까? 또, 인-게임에서 '캐니언'의 케인은 '블랭크'의 릴리아를 어떻게 카운터 쳤을까?


실제 경기에서 케인





DWG KIA가 잘 풀리지 않은 1세트 경기이다. 교전이 일어날 때마다 '캐니언'의 케인은 대부분 '블랭크'의 릴리아를 노리고 있다. 이런 모습은 DWG KIA가 승리한 2세트 경기에서 더 잘 보인다.

▲ 사미라가 궁극기를 쓰는 와중에도, '캐니언'의 목표는 '블랭크'의 릴리아다.




'캐니언'의 케인은 한타나 교전 상황에서 치고 빠지는 릴리아의 아웃복싱을 막아내는 역할을 인 게임 내내 수행했다. 그림자 암살자를 선택한 이유도 잘 드러난다. 그림자 암살자 케인은 릴리아만큼이나 이동속도가 빠르고, 릴리아의 적은 체력을 한 번에 녹일 만큼 화력도 강하다. 빠른 이동 속도에 돌진기, 그리고 자객의 발톱까지 쓰면서 달려들면 릴리아는 당해 내기가 힘들다.

▲ '캐니언' 케인의 아이템 트리

맞춤형 아이템 선택도 눈에 띈다. '캐니언'은 1, 2 세트 모두 첫 번째 코어템으로 그림자 검을 챙겼다. 그림자 검은 적의 와드를 지우는 데 특화된 아이템이다. '블랭크' 강선구는 평균 2.33개의 와드로 LCK에서 가장 시야 확보에 신경 쓰는 정글러이다. '캐니언'의 그림자 검은 교전에서뿐만 아니라 교전 외적인 부분에서도 '블랭크'의 영향력을 줄였다.


상대 챔피언과 선수의 스타일을 보고 연구해서 전략을 준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3~4일 간격으로 쉬지 않고 치러지는 시즌 중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담원 게이밍은 그럼에도 전략을 준비했고, 밴카드까지 쓰게 만드는 성과를 얻었다. 3세트 긴 장기전을 치르면서 그들의 경기력이 완벽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얼마나 디테일하게 연구하고 준비하는지는 잘 보여주는 밴픽 전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