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YMPUS LOL Champions Winter 2012-2013 대회도 어느샌가 한 사이클을 돌았다. 'Home&Away' 방식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은 멀긴 하지만, 각 팀별로 보여준 두 번의 경기는 어느 정도 팬들이 간을 볼 수 있게 해줬다.

화려한 시작을 보인 팀이 있는 반면, 맥주잔의 거품이 사그라들듯 익히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스프링-섬머 시즌에서 보여준 것보다 한층 성장한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반문할 여지가 없다.

기자이기전에 이스포츠 아니, 리그오브레전드의 팬으로서 A조에 이어 B조의 팀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에 가볍게 스크롤을 내릴 수 있는 심심풀이 볼거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OLYMPUS LOL Champions Winter 2012-2013 12강 B조
(별표는 이번 시즌 예상 전력, 5점 만점 ★ = 1점, ☆ = 0.5점)

Azubu Blaze ★★★★★
Najin Sword ★★★★☆
KT Rolster B ★★★☆
CJ Entus ★★★
MVP Blue ★★☆
GSG ★☆


Azubu Blaze



이 팀 만큼 매력적으로 이스포츠 팬들에게 다가오는 팀도 드물 것이다. 2팀으로 출발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아주부 블레이즈는 마치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왕자에게 선택받은 신데렐라와는 다르게 아주부 블레이즈는 최강의 자리를 그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스프링 시즌 우승, MLG SUMMER ARENA 우승. 창단 후 채 몇 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이루어낸 것만으로도 이 팀의 네임 밸류는 엄청나다. 특이한 건, 같은 2팀 출신-실력이 아닌 팀 생성 순서-인 나진 소드와 상당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 챔피언스 섬머 시즌에서 나진 소드에게 3,4위전에 패배한 데 이어 롤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나진 소드에게 지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후 팀의 탑을 맡은 래퍼드의 탈퇴로 아주부 블레이즈는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역시나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Shy 선수와 함께 치뤘던 MLG Fall Championship에서 나진 소드를 상대로 우승컵을 든 데 이어, 새로운 탑 라이너 Goldtec 선수와 함께한 IPL5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챔피언스 윈터 개막전 경기에서는 숙명의 라이벌 나진 소드를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두었다.

팬들에게 중요한 점은 팀의 승리보다도 새로운 탑 라이너 Goldtec이 그 어떤 예상보다 더 놀라운 실력과 팀원과의 호흡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미, 유럽 선수들에게 라인전이 약하다거나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후반 게임에선 누구보다도 캐리력이 뛰어난-그리고 비아냥대던 그들을 '버로우'시킨- 잭선장이 있다.

앞으로 남은 챔피언스 윈터 기간동안 아주부 블레이즈가 보여줄 것이 얼마나 많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들이 패배할때마다 절실히 보였던 그 안타까워하던 모습들, 승리에 대한 갈망, 그리고 팀원 각각의 실력을 두고 보자면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에서 아주부 블레이즈를 제외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실례가 아닐까?


Najin Sword




위에서 말한 아주부 블레이즈의 영원한 라이벌, 나진 소드. 이 팀 만큼이나 팀명이 잘 어울리는 팀은 없다. 최강 탑 라이너를 논할 때 손에 꼽아야 하는 'Maknoon' 윤하운 선수만 보더라도 왜 이 팀에게 공격적인 느낌을 붙여줬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처음 윤하운 선수가 나진 쉴드를 나온 뒤, 새로운 팀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팬들은 사실상 '방출'이 아닌가 여겼다. 하지만, 삼고초려 끝에 어렵사리 영입한 타종족 김종인 선수를 필두로 팀의 면면이 갖춰지고, 이후 출전한 대회에서 보여 준 모습이나 성적은 놀라웠다. 단순히 신생 팀의 패기가 아니라, 완성된 팀에서나 보여줄 법한 경기를 그들은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신생팀이라서 아쉬운 부분도 없잖아 있다. 특히, 개개인의 실력은 강하지만 팀으로서 두고 봤을 때는 아직까진 흔들리는 면이 있다. 초반부터 힘들게 시작하거나 장기전으로 접어 들때는 더욱 눈에 띈다. 다행인 것은 이 것이 오더의 문제거나,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색깔이 뚜렷한 5명이 모였다보니 이들의 전력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시간은 나진 소드의 편이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떠올리자.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고, 내부 약점을 보완할 시간 역시 넉넉하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주부 블레이즈의 발목을 잡을 팀은 나진 소드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KT Rolster B




신생 팀이지만 익숙한 향기를 풍기는 그들. KT Rolster B는 5명의 팀원 중 4명의 선수들이 이미 팀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3명의 선수는 전 스타테일 소속으로 프로게이머로써 활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KT Rolster B는 빠른 속도로 프로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일단 먼저 주목할 선수는 류상욱 선수다. 묵직하다. 외모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미드에서 보여주는 그의 플레이는 예전 정글러로 활약했던 것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식 무대에서 미드로는 초출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회에서 보여 준 라인전과 한타에서의 모습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정글러였던 경험을 살린 맵 컨트롤과 로밍 플레이는 최근 추세와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원상연 선수와 고동빈 선수로 이어지는 호흡은 나머지 두 선수를 끌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승팀을 두고 보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이 팀은 1명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기 보다는 마치 3+1+1과 같다. 최근 경기들의 흐름은 초반 정글러의 활발한 맵 컨트롤에 의한 경기 장악, 이후 탑과 미드 라이너의 로밍 플레이로 이득을 챙긴 뒤 한타로 경기에 승리하는 그림이다. 그렇다보니 승리한 팀의 멤버들은 모두 자신의 이미지를 팬들에게 확실히 남긴다. 하지만, 이 팀의 경기를 보고 나면 실력에 감탄을 하면서도 모든 선수들이 확 떠오르지는 않는다.

신생팀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기반도 탄탄하고, 조언자도 있으며, 승리를 탐하는 갈증 역시 가지고 있다. 과연 이 팀이 이번 시즌 동안 얼마만큼 성장할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CJ Entus




강하다. 강한 선수들이 모였다. 하지만 '솔랭'에서 강한 선수들이 모였다. CJ Entus의 팀원을 살펴 보면 하나하나 놀랍기 그지없지만, 아직까지 대회에서 보여 준 성적은 개개인의 이름값에 못 미치고 있다.

무엇이 그들에게 제약으로 작용하는 지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얘기 할 수 있는 건 이 선수들이 특정 챔피언의 장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탑, 미드, 정글, 봇 모든 선수들이 특정 몇 챔피언들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잘 한다. 문제는 이 조합만으로는 대회를 치루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단순히 최근의 메타와 맞지 않는 점도 있지만, 자신들끼리의 조합에서도 맞추기가 애매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챔피언들을 섞어가면서 전략의 다양성을 만들어 보지만, 아직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극적인 승리를 종종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팬들이 원하는 것 역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팀 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모습을 갖춰나가는 팀 아니겠는가.

CJ Entus 역시 기존 팀에서 이어진 프로팀이기에 원딜러인 선호산 선수가 얼마만큼 팀에 빨리 녹아들어가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성적만을 두고 봤을 때는 중위권 혹은 그 이하로 둘수 밖에 없지만, 무릎을 꿇는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 점 잊지 말자.


MVP Blue




MVP Blue의 첫 인상을 묻는다면 사실 'Sunchip' 최선휘 선수만 떠오른다. 초대 Tekken GOD. 철권에서 붕권조차도 마음대로 못 쓰는 기자지만 저 이름이 갖는 의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자면 팀을 창단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기에 팀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은 단지 최선휘 선수일 뿐이었다.

MVP는 당시로서는 모험적인 '테스트'로 선수들을 모집했다. 기존의 이름있는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연락해 모집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을 모집한 것이기에 이 팀만큼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는 팀은 없다. 사실, 프로라는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이 팀을 프로라고 부르는 것에는 자신들이 '프로게이머'라는 자부심으로 거기에 맞는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 몫 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연습하는 것을 즐거워 하고, 노력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뛰어난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 묵묵히 연습한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에게 못 당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TPA조차도 인터뷰에서 '북미 팀은 연습을 게을리 한다'라고 하지 않았나?

MVP Blue 역시 이제는 방송 등을 통해 팬들에게 알려진 'Nofe' 정노철 선수나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준 'Hermes' 김강환 선수 등이 탄탄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같은 그들이 다듬어지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노력하는 그들의 실력이 여타 유명 팀 못지 않은 수준이 될 것임에는 수긍할 수 밖에 없다.


GSG




많은 프로 팀들 사이에서 외홀로 남은 순수한 아마추어 팀 GSG. 아직까지는 로망(RoMg)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그들은, 챔피언스 섬머 시즌에서 해당 대회 우승팀인 아주부 프로스트에게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요행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당시 GSG팀이 보여준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다.

이 팀의 핵심은 정글러인 '츄냥이' 이관형 선수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 팀들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원탑 체제의 팀이기도 하다. 카운터 정글 및 갱킹으로 킬을 만들어 내고, 정글러와 탑 혹은 미드간의 협력 플레이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은 그 만큼 정글러에 대한 팀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서포터로 카오스에서 COACH란 아이디를 쓰며 '신'이라 불렸던 이정현 선수를 새로이 영입했다. 현재 프로게이머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 중에 카오스에서 '네임드'로 불렸던 선수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선수의 앞날은 기대가 된다. 또한, GSG 팀으로서는 자신들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인 정글러 위주 플레이에서 봇 듀오 위주의 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두 번의 시즌을 진행한 챔피언스 리그지만, 아마추어 팀의 뚜렷한 활약은 전무하다. 이 부분은 GSG팀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실 우승팀을 논한다 했을 때 가장 먼저 제외해야 되는 팀을 꼽는다면 GSG팀에게 눈이 쏠린다. 하지만, 승점제로 진행되는 이번 시즌에서 GSG팀이 아마추어 팀의 한계를 뚫고, 프로 팀들을 상대로 몇 승이나 거둘지에 따라 B조의 향후 판도는 뒤바뀔 것이다.


▶ 리그오브레전드 인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