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2013'의 막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벡스코 행사장의 왼쪽 벽을 길게 차지한 거대 부스가 있었으니, 바로 많은 명작들로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준 '블리자드'의 부스였습니다. '디아블로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새로운 확장팩과, 최근 매우 '핫'한 카드 게임 '하스스톤' 사이로 부스 정중앙에 '딱!' 자리잡은 시연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블리자드의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드림매치인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하 히어로즈)'의 시연무대였습니다.

WoW 오래 즐긴 블리자드 팬이라면 한 번쯤 '오그리마 상공에서 전투순양함을 볼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 중 나오는 타우렌 해병은 블리자드의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죠. 이렇듯 블리자드의 팬들에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의 콜라보레이션은 항상 바라던 무대임이 틀림없습니다. 더군다나 '디아블로'까지 뿔을 갈고 나섰으니 팬들로서는 심장이 두근두근할 지경이죠.

아침 10시, 개막과 함께 시연부스로 달려간 인벤 e스포츠팀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5:5로 진행된 게임, 비록 짧은 한판이었지만, 게임 안에 담긴 매력을 맛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환희에 가득 찬 미소로, 또 누군가는 무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즐긴 게임이 끝난 후 팀원들은 각자의 느낌을 모니터로 옮겼습니다. 각자 십수년 갈고닦은 '게임 시선'으로 바라본 히어로즈, 인벤 e스포츠팀이 여러분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 발렌(Vallen) 박상진 기자


익숙한 세계관과 캐릭터, 게임에 생기를 불어넣다

기존 AOS 게임의 단점 중 하나는 낯선 세계관입니다. 많은 캐릭터들의 기술과 더불어 다양한 아이템들의 조합은 게임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지만,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넘을수 없는 4차원의 거대한 벽으로 느껴지죠.

이러한 부분에 있어 블리자드가 야심차게 준비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신규 유저들의 낮은 진입장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블리자드의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3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조작해서 즐기는 게임입니다.

이는 각 영웅들의 기본적인 배경을 설명하지 않아도 유저들이 ‘이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구나’라는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죠. 또한, 이 영웅들은 각자의 배경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스타2에 등장하는 짐 레이너는 밴시 두 기를 소환해 싸우고, 아서스는 산드라고사를 불러내 상대를 얼립니다.

각자의 캐릭터성이 풍부한 영웅들은 한 게임 내에서 풍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게임마다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영웅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이렇게 끝난 게임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AOS’가 될 것입니다.




▲ 파란(Parann) 전주한 기자


신선한 감성, 그러나 조금은 아쉬운 밋밋함

AOS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말 중 하나는 '캐리'입니다. 대부분의 AOS 게임에 존재하는 캐리형 캐릭터는 게임 내내 자신의 성장을 도모해 다른 캐릭터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여야 하죠. 자연스레 팀은 이 캐리를 키우기 위해 경험치와 골드를 몰아주게 되고, 양 팀의 캐리 중 누가 더 잘 컸느냐에 따라 경기가 기울기도 합니다. 팀 단위로 승부하는 AOS 게임이지만, 한 명의 유저가 게임을 캐리하는 거에요.

히어로즈는 아이템과 개별 성장 시스템을 삭제하면서 앞서 말한 AOS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팀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킬을 많이 먹더라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순 없기에 자연스레 팀원과의 협업을 도모해야 하죠. 결국 한타에서는 어느 팀에 속한 유저가 더 뛰어나냐가 아닌 어느 팀원들의 호흡이 잘 맞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팀 단위 레벨 공유로 인해 굳이 특정 라인에서 버틸 이유가 없기에 모든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탈 것을 이용한 빠른 속도의 갱킹이 쉴 새 없이 이루어집니다.

점령전 시스템의 도입 역시 눈여겨 볼 만한 점입니다. AOS 게임의 고민 중 하나인 어느 곳에서 한타를 유발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 블리자드는 나름의 답변을 제시했어요. 점령에 따른 이득이 상당하기에 양 팀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점령 타임마다 무조건 전투를 벌여야 하죠. 점령 자체가 팀 단위의 움직임이 필요하기에 결국 팀워크가 좋은 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밋밋한 감도 없잖아 있어요. 킬을 많이 먹어 흥했다 할지라도 캐릭터가 우월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저레벨이나 고레벨이나 전투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죠. 물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특성을 선택해 입맛대로 캐릭터를 육성할 순 있지만, 아이템을 활용하는 컨트롤로 전투의 양상이 달라지는 그런 긴박한 손맛은 맛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만 보완된다면 블리자드의 신선한 감성이 담긴 AOS(다른 장르로 불러야 할 것 같은)히어로즈는 게이머라면 꼭 해야할 필수 게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시아(Cyia) 김화경 기자


조금은 아쉽지만, 충분한 가능성

블리자드의 모든 영웅들을 한 전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해보셨습니까? 사실 블리자드 게임 시리즈의 팬 분들에게는 이렇게 설레는 소식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도 됐죠. AOS라는 장르에 블리자드가 도전한다니, 과연 어떤 게임일지 머리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지스타에서 직접 체험해 본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상상 외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비록 알파 버전에서 엿볼 수 있는 약간의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노바와 디아블로가 싸움을 벌이고 아서스와 티리엘이 전장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죠.

또한 양 라인과 정글을 통해 다양한 전략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여러 활용 방법이 벌써부터 눈에 보이는 부쉬도 특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이 없지만 특성을 통해 성장을 시키는 방법도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용기사'로의 변신입니다. 성소를 점령하고 나면 영웅은 '용기사'로 변신할 수 있는데, 이 '용기사'가 너무 강력해 전투를 한 번에 역전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다른 맵에서는 점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이득이 있다고 하니, 그것까지 모두 고려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투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을 선호하시게 될지, 아니면 싫어하시게 될지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다소 산만하다는 점이 게임 집중을 어렵게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습득하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정식 버전이 어떻게 출시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알파 버전이라는 점이 더욱 기대감을 높입니다. 트레일러 영상에서 봤던 그 감동을 게임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레보(Levo) 김지영 기자


시작은 쉽게, 마스터는 어렵게

블리자드의 팬이라면 격언과도 같은 이 말은 블리자드 게임의 모토를 상징합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블리자드의 3대 작품에 나오는 매력적인 영웅이 모두 한자리에 마주 모여 대결을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게다가 직접 작품을 플레이 해보면 컨셉을 뛰어넘는 작품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쉽게, 하지만 마스터는 어렵게"로 대변되는 블리자드만의 게임 철학이 잘 녹아든 작품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스톰은 AOS 장르의 게임이지만, 아이템을 사기 위해 골드를 벌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게임에는 아이템이 없으니까요! 아이템이 없으니까 영웅에 맞는 필수 아이템도 없고, 당연히 그 상성 아이템도 없으며 상위 아이템도 없으니 당연히 아이템 트리도 없습니다. 이는 기존의 AOS와 비교하면 모험적일 정도로 파격적인 선택입니다. 성장을 위한 경험치는 팀원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지요.

AOS에서 필수로 꼽히던 요소까지 없애면서 게임을 직관적으로 만든 것은 장점입니다. 아이템으로 대변되던 영웅의 성장은 '특성'으로 옮겨와서 플레이어의 입맛대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죠. 하지만, 한번 찍은 능력치는 변경할 수 없습니다. 전장의 상황에 맞춰서 필요한 아이템을 사는 것처럼 즉각적인 대응은 어려운 편입니다. 즉, 아이템을 희생한 대신 영웅의 전술에 모든 것을 집중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간략하게 만들기로 한 셈입니다.

즉,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성공 여부는 플레이어의 의지가 게임에 얼마나 반영되고, 이를 결과로 잘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잘 구현한다면 앞으로도 e스포츠 종목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공개된 게임의 작품성이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졌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가져볼만 하겠습니다.




▲ 루빅(Lubic) 서동용 기자


독특한 게임 시스템, 재미 느끼기엔 충분

영웅을 성장시키며 팀원과 전략적인 호흡을 같이 하는 일명 'AOS' 장르에 블리자드 도전장을 냈을 때 부터 기대가 됐던 히어로즈 오브 스톰. 지스타 현장에서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스톰을 플레이 해 본 소감은 짧게 말하면 '기대 이상'이지만 길게 말 해 본다면 쓴소리도 섞여있습니다.

장점부터 말해보면 독특한 맵 구성과 다양한 전략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지 상대방의 포탑과 본진을 파괴하는 공성전 뿐만이 아니라, 영웅간의 전투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고 맵 곳곳에 숨겨져있는 오브젝트를 활용해 전투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이 없는 게임이지만, 레벨의 상승마다 주어지는 특성을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영웅 특징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죠. '스킨'이라고 알려져있는 영웅들의 치장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었습니다. 블러드 엘프인 일리단을 누가 상상이나 해봤겠습니까.

다만 단점 또한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타격감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겁니다. 아지노스의 쌍날검으로 상대방을 치는건지, 마는건지 부족한 이펙트는 제가 상대방을 치는 '만족감'을 전혀 주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영웅들의 가시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배경에 묻히는 듯한 영웅들의 체력이나 인터페이스는 제가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




▲ 코어(Koer) 김홍제 기자


캐릭터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작품

어릴적부터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세 작품을 즐겨왔어요. 블리자드의 팬으로서 각자 다른 세계관의 세 게임 캐릭터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기뻤어요. 다들 상상해보셨잖아요. 저기 서문에도 써져있네요(웃음). 그것도 최근 가장 인기 있고, 개인적으로도 즐겁게 즐기고 있는 AOS 장르에서 말이죠.

히어로즈는 다른 AOS 게임과는 다르게 아이템의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게다가 레벨 또한 팀원 전체가 공유되는 시스템이었죠. 대신 특정 레벨마다 3가지 특성 중 하나를 찍을 수 있는 '특성' 시스템을 채택했어요. 블리자드의 게임에서 지금까지 흔히 보던 시스템이었지만, AOS에 이런 시스템이 적용된다는건 나름 신선했어요.

그렇기에 기타 AOS 게임에 비해 팀 간의 격차도 크게 벌어지지 않아요. 흔히 AOS 게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란의 핵심인 '실수하는 우리편'을 감싸주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동기를 게임 자체적으로 제공해 준 것이죠.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은 편인데다가 한 팀이 초반에 유리할 경우 끝까지 유리하게 굴러가는 이른바 '스노우볼' 효과 역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란 느낌이었어요.

또, 정글몹을 사냥할 시 용병이 되어 적진으로 돌격한다는 점은 정말 새로운 점이었어요. 아직 정식 서비스는 많이 남은지라 모든 것을 느낄 순 없었지만, 이후 게임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을 때 부족한 면들이 보완된다면 좋은 행로를 보일 가능성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각 캐릭터간의 밸런스나, 특성에 따른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면 말이죠. 히어로즈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결정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특성이기 때문에 각기 특성에 따른 차이점을 명확히 해 주면 매우 즐거운 게임이 될 거라 생각해요.




▲ 라파(Laffa) 정재훈 기자


'블리자드의 맛'이란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게임

블리자드풍 향신료가 가미된 AOS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죠. 첫 비주얼부터 맘에 들었어요. 화사하면서도 눈이 아프지 않은 색감이 좋았죠, 캐릭터들의 디자인 역시 친숙하고, '스타크래프트2'와 유사한 화면구성은 게임 상황을 파악하기에도 나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괜찮았던 점은 지금껏 출시된 AOS와는 그 방향 자체가 다르다는 겁니다. 아이템의 삭제와 팀 단위 레벨 성장은 분명 AOS라는 장르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아요. 솔직히 조금 걱정되기는 했습니다만, 다양한 분기식 스킬투자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잦은 싸움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력적이었어요.

보통 게임이 출시되면 동일 장르의 다른 게임과 저울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즐겨왔던 AOS와 비교하면 아예 뿌리부터 다른 느낌이었어요, 마치 '워크래프트3'의 초창기 유즈맵인 '히어로 아레나', 혹은 WoW의 투기장을 즐기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AOS라는 장르의 핵심적 개념인 '공성전'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는 점도 보여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기존의 AOS 장르'라는 벽을 넘기엔 무리가 없어 보였어요. 다만,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 벽을 돌아가거나, 숨겨진 통로를 통해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기존의 블리자드 게임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분들께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훌륭한 게임이지만, 블리자드를 잘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도 어필하려면 아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쨋든 전 매우 재밌게 즐긴 한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