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VR을 사용한 다양한 컨텐츠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이용한 학습, 현실에서 하기 힘든 가상 체험부터 VR 게임까지, VR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금일(26일), CEDEC2016의 강단에 선 기프트10 인더스트리 주식회사의 젊은 대표 '하마다 타카시(隆史濱田)'는 VR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중 '보드게임'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자신들이 만든 보드게임 '아뉴비스의 가면'은 VR을 사용했을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약점'을 역으로 이용했으며, 이러한 선택이 VR 컨텐츠의 장점인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생각한 'VR의 약점'이란 무엇이었으며, 이러한 약점에 굴복하지 않고, 역으로 '장점'으로 살릴 수 있었던 그들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강연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 기프트10 '하마다 타카시' 대표

저희가 만든 VR 보드게임 '아뉴비스의 가면'은 가면 형태로 만들어진 VR 고글을 사용해 플레이하는 '전언 게임'입니다. 피라미드의 내부를 투영해서, VR 가면을 착용한 유저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설명하면, 다른 동료들이 그것을 듣고, 지도를 완성하는 형식의 협력형 게임이죠. 저희는 이 '아뉴비스의 가면'을 만들기 위해 VR의 약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들을 역으로 이용했습니다. 오늘 말씀드리려 하는 내용은 바로 그 방법입니다.

먼저 VR의 약점이란 어떤 것인지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보드게임인 '젠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젠가'의 약점을 꼽자면 쉽게 무너진다는 점, 그리고 블록 하나하나의 높이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이 약점이 있기 때문에, '젠가'라는 보드게임이 성립할 수 있으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놀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임에는 '하면 안되는 것'이라는 규칙이 존재합니다. '젠가'에서도 물론 가장 위에서 블록을 뽑으면 안된다거나, 블록을 쓰러뜨리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젠가'는 그저 누가 먼저 블록을 많이 내려놓는지 경쟁하는 게임이 될 것이고, 이런 단순한 형태의 보드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때 앞서 말했던 '젠가'의 약점은, 게임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게 됩니다. 높게 쌓은 젠가 탑은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서서히, 조심스럽게 블록을 꺼내야 하며, 블록 사이사이의 작은 틈이 존재하기 때문에 꺼내기 쉬운 블록을 찾거나 하는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죠.

▲ '약점'은 놀이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VR로 만드는 게임 디자인이 가지는 약점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이 약점을 세 가지로 요약해봤는데요. 첫 번째는 VR을 착용하는 사람 혼자만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쉽게 멀미를 일으킨다는 점, 세 번째는 VR 고글을 오랫동안 착용하고 있으면 쉽게 지치고, 땀에 젖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먼저 첫 번째 약점인 혼자만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아뉴비스의 가면'은 혼자만 보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협력형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비대칭성'을 역으로 이용해 게임성을 살린 것이죠.

닌텐도의 게임 콘솔인 'Wii U'에서 한 사람이 패드를 잡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TV를 통해 보며 함께 즐기는 것처럼, '아뉴비스의 가면'에서는 VR 고글을 통해 보이는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테이블에 펼쳐진 게임판으로 함께 즐길 수 있게 됩니다.

▲ VR의 비대칭성을 역으로 사용한 '협력형 게임'

두 번째 약점인 '쉽게 멀미를 일으킨다'는 점은 VR 고글을 착용한 유저가 피라미드 안을 움직일 수 없고, 제자리에서 그저 좌우를 둘러보는 것만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VR 고글을 착용한 유저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풍경만을 설명할 수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 제한된 정보만으로 피라미드 속 지도를 완성해야 하는 퍼즐을 즐기게 됩니다. '움직이면 쉽게 멀미한다'는 약점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한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단서'라는 게임성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약점인 'VR을 쓰고 있으면 쉽게 지친다'라는 것은 '한 사람당 최대 60초만 VR 고글을 통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고, 제한시간이 지나면 다음 사람에게 턴을 넘겨야 한다'라는 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VR 고글에 비치는 풍경을 오랜 시간 들여다보는 것으로 지도를 완성시킬 수 있는 단서를 더 많이 얻고 싶어도, 미리 정해진 이 규칙에 의해 제한 시간인 60초 까지만 고글을 착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VR의 세 가지 약점을 이용해 게임성으로 만든 노하우에 대해 설명드렸는데요. '아뉴비스의 가면'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더 다양한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셔터 찬스'라는 것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사람들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함께 게임을 즐기고,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을 SNS를 통해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으로 또다른 재미를 얻곤 합니다.

보드게임 '아뉴비스의 가면'에서도 두 번의 '셔터 찬스'를 통해 이러한 재미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셔터 찬스는 가면 형태의 VR 고글을 착용한 순간입니다. VR 고글을 착용하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가려지는데,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이 즐겁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 한 번의 셔터찬스는 퍼즐을 완성한 순간으로, 제한된 정보만으로 지도의 형태를 완성하고, 그 성취감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죠.

▲ 익명성이 보장되니, 보도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현재 저희들은 점토를 사용한 새로운 형태의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첫 작품인 '아뉴비스의 가면'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새로운 발상을 사용한 특별한 재미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 기프트10 인더스트리의 보드게임 '아뉴비스의 가면' 이미지



▲ 작은 상자안에 보드게임을 위한 말, 게임판, VR 고글이 전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