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쉽 랭크 전투 시즌 8이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은 10티어 함선으로 6 VS 6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즌 구성은 6개의 스프린트로 구성되며, 각 스프린트 기간은 2주로 설정되어 있죠. 잠수함을 제외한 모든 함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나, 항공모함의 경우 각 팀 당 한 대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기자 역시 매주 소속된 리그에서 1랭크를 달성하며 보상을 타내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 랭크 시즌에 참여하면서 10티어 주로 쓰이는 10티어 함선들과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점을 종합하여 티어를 매겨보고자 합니다.

다만 기자의 경우 구축함 유저이기에 항모나 전함 유저가 보는 티어나 혹은 성향과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티어표는 인벤 티어 랭킹툴을 통해 제작했습니다.


▶ [인벤 티어 랭킹] 워쉽 랭크 전투 시즌 8 함선 티어표 보기





구축함은 대구축전이 강력한 함선 선호

랭크전을 치르면서 기자가 가장 많이 쓴 함종은 사실 순양함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10티어 구축함은 많지만, 이중에서 이번 랭크전에서 쓸만한 구축함이 적기도 했고, 메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쓰는 함선만 사용했기 때문이죠.

특히 예전부터 느낀 점이지만, 대구축전 힘싸움에서 밀리는 구축함, 단순히 스팟 위주 플레이만 가능한 함선은 랭크전에서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6 Vs 6 소수전인데다, 여기서도 반반으로 나눠진다면 상대 구축함과 마주쳤을 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아군 함선은 기껏해야 1~2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상대 구축함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싸움이 되어버리거나 적극적으로 캡을 유도할 수 없는 상황이면 정말 허무하게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즌에 강력하다고 판단한 정규 트리 함선은 데어링과 그로조보이입니다. 정규 트리 함선이 아닌 경우에는 스몰란드와 라그나르 등 대구축전 특화 함선이 매서웠으며, 특히 어떻게든 적 구축함과 최소 동귀어진을 노릴 수 있는 마르소도 베스트픽으로 손꼽혔습니다.


▲ 기자가 이번 랭크 승률 80%를 기록한 그로조보이와 60%의 데어링


의외인 점은 이전 랭크 시즌에서 명성을 떨쳤던 이탈리아 구축함들의 티어가 많이 내려갔는데요, 이는 소수전 성향 상 독일 전함들이 많이 채용되었고, 이들이 사용하는 음파 탐지 소모품을 통해 접근이 차단되었고, 소련 순양함들의 비중도 매우 높았기에 쉽사리 일격 이탈을 노릴 찬스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바롭스크나 델니, 엘빙, 클레베르 등 너무 포격전에 치중된 구축함도 그닥 활약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포격전 특화라도 해도 주로 나오는 전함들의 장갑을 뚫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상대가 레이더쉽을 캡마다 하나씩 배치하여 미리 선점하면, 별다른 짓을 하지 않더라도 위기에 내몰리기 때문이죠.

결국 적절한 피탐지와 대구축전에서 밀리지 않는 스펙을 가진 함선이 선호되었고, 팀원의 힘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식의 구축함들은 도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팀으로 만나면 가장 별로였던 구축함은 포레스트 셔먼과 엘빙, 시마카제였습니다.

시마카제의 경우 대구축전을 할 줄 아는 유저라면 적절한 포격과 피탐지를 이용하여 게임을 쉽게 풀어나가기도 했으나, 극단적으로 어뢰정 역할만 수행하는 유저가 더 많았고, 포레스트 셔먼 역시 본인이 딜을 뽑아야 하는 함선이기에 랭크전에서는 불호하는 쪽이 많았습니다. 엘빙은 시즌 중 상향이 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함선 자체의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 시마카제는 유저간의 실력차가 너무 크고, 셔먼은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소련 함선의 강세, 레이더쉽과 카이팅의 극단화

순양함에서는 소련 순양함들의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여러 번 하향을 당했지만 페트로 파블롭스크의 인기는 여전했으며, 스탈린그라드나 모스크바를 비롯해 매판 소련 순양함이 한 척 이상은 끼어 있었습니다.

소련 순양함들은 약점인 DPM이 떨어진다는 측면과 집중포화에 약하다는 점이 6 VS 6이라는 소수전에서 완벽하게 가려지기에 채용률이 높았습니다. 특히 대부분 장거리 레이더 소모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캡 근처에 정박하여 상대 구축함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었고, 대공 관련 스킬이나 이큅을 달아 항공모함에도 대비를 한 모습이 많았습니다.


▲ 아무리 너프를 당했어도 소수전에서는 절륜한 위력을 보여준 소련 순양함 듀오


비슷한 역할로는 현재 OP라는 평가가 있는 프랑스 대형 순양함 트리입니다. 마르세유의 경우 앙리 4세의 전성기를 보는듯한 가감속 회피와 섬 근처에서 선수만 내놓고 불을 붙이는 거점 방어형 함선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재장전 시간 문제로 화력이 낮을것으로 보이지만 프랑스 특유의 고관통력을 통해 옆구리를 노출하고 있는 전함의 시타델을 노리는 것에 무리가 없습니다.

독일의 힌덴부르크도 여전히 잘팔리는 베스트 셀러 순양함입니다. 기자도 스탈린 그라드와 더불어 가장 많이 애용했으며, 승률(83%)과 평균 경험치(2500)는 스탈린그라드보다 높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이번 랭크 시즌에 주로 등장한 함선이 사거리가 짧은 독일 전함 위주였고, 장거리에서의 집탄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사거리 세팅을 한 힌덴부르크가 프리딜을 하는 구도가 많이 나온 것이 원인입니다. 무엇보다 힌덴부르크에 특수신관 스킬을 찍으면 관통력이 63mm에 달해 전타 유효타를 꽂아 넣기가 쉬웠죠.


▲ 랭크전에서 인상이 가장 많이 바뀐 프랑스 대형순양함 트리, 소수전 괴물 함선이다


반면 일본의 요시노나 자오, 미국의 디모인, 우스터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독일과 달리 화재율을 제외하면 유효타를 넣기 어렵고, 소련처럼 탱킹이 가능한 함선도 아닌데다, 상대가 스팟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섬뒤에서 주로 정박하여 캡 근처 힘싸움을 해야 하는데, 소수전 특성상 독일 전함이 그냥 몇 대 맞으면서 밀고 오면 어뢰도 달려 있지 않은 미국 순양함으로는 그대로 철거당하거나, 도망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유의 배기식 연막 소모품을 통해 일격 이탈이 가능하며, 매우 두꺼운 중장갑을 두르고 있어 실제로 연막 없이 접근하더라도 1:1의 경우 이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상대가 적게 오는 라인에 나폴리가 배치된다면 거진 승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조커로 쓰이던 트리는 범아시아 순양함 트리인데, 주로 나오던 독일 전함들의 공세를 막아내기 적절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주포의 화력 지원이 불가능한 수준이라 승률이 안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 제발 랭크전에 아군 고혈만 빨아먹는 자오랑 요시노는 끌고 오지 말자



독일 전함의 천하 제패? 소수전 패왕의 위엄

공방에서는 항상 짐덩이로 인식되는 독일 전함이지만 소수전인 랭크전에서는 패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랭크전 특성상 캡 점령이 중요한데, 초반 아무리 캡 근처에 자리를 잡아두더라도 무식한 내구력으로 밀고 오는 독일 전함을 1~2대의 함선으로 막아낼 수 없습니다.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이 근접전에 특화된 독일 전함이 있거나, 아예 멀리서부터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접근을 못 하게 막아야 하는데, 6 vs 6에서 라인에 맞춰 저지하기란 쉽지 않았죠.

슐리펜이나 프로이센, 대선제후 등 대부분 부포 세팅을 해왔기 때문에 구축함들도 한 번 노출되면 큰 위협이 되었고, 순양함들도 마냥 섬 뒤에서 견제만으로 밀어내기는 힘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 팀의 독일 전함들이 라인을 잘 밀어내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소수전 특성상 중장갑 + 부포로 밀고 오는 독일 전함을 막기란 쉽지 않다


반면 경쟁 상대로 자주 보이던 전함 라인은 부르고뉴와 오하이오입니다. 각각 강철쉽과 연구처 함선으로 중장거리 화력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으며, 기동력도 우수한 편입니다. 의외의 활약을 한 함선이라면 이탈리아의 10티어 전함인 콜롬보가 있으며, 이들은 배기식 연막장치를 이용해 부포 사거리에서도 한 방을 꽂아 넣고 이탈하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독일 전함 못지 않은 중장갑 전함이라 접근전에서도 어뢰 외에는 딱히 뒤쳐질 요소가 없습니다.

일본의 야마토와 시키시마 자매도 사용하는 유저에 따라서는 충분히 탱킹과 딜링을 병행할 수 있고, 소련의 크렘린도 갑판 장갑 60mm의 힘으로 우수한 탱킹력을 선보였습니다.


▲ 소련 순양함 상대하기에 좋은 크렘린과 의외의 소수전 강자였던 콜롬보


사실상 천하제일 독일 전함 대회라 불러도 문제 없을 정도로 독일 비율이 높았기에 다른 국가 트리의 비율은 거기서 거기입니다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한 함선으로는 영국 계통의 함선들입니다.

상술했듯이 소수전 특성상 전함이라고 원거리에서 저격하거나 화재딜로 적을 태우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DPM도 나오지 않습니다. 추가로 영국 전함들 모두 탱킹과는 거리가 먼 함선들이기 때문에 라인을 유지할 전함이 없으면 독일이 마음 놓고 캡을 밀고 오며, 아군 구축함이나 순양함과의 연계도 딱히 뛰어날 것이 없기 때문에 불리한 요소가 많습니다.

경험상 영국 전함이 많은 팀이 대부분 패배했던 것으로 기억하며, 실력차가 크게 나지 않는 이상 안맞고 쏜다는 것은 누군가 대신 탱킹을 서주지 않는 이상 성립되지 않습니다.


▲ 탱킹 안되는 전함을 끌고오는 것은 랭크전에서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



임멜만은 제발...숙련도 높은 사람이 이겼던 항공모함 대전

기자는 항공모함을 전혀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해본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단 세세한 장점이나 운용은 모르지만 하쿠류와 나히모프는 상당히 자주 보이는 픽이었습니다. 미드웨이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했죠.

반면 독일의 만프레드나 영국 항공 모함은 약 100판에 가까운 플레이 경험에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항공모함이 골치 아픈 점은 실력차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갈릴 정도로 영향을 준다는 부분인데요, 특히 정규 트리 항공모함을 운용한 적 없는 유저가 석탄이나 강철을 모아 구입한 임멜만이나 루즈벨트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임멜만이 가장 신뢰도가 떨어졌는데요, 석탄이라는 쉬운 접근성 때문인지 숙련도가 형편없어 제대로 딜을 밀어넣는 유저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루즈벨트의 경우 대형함을 잘 잡는다는 이미지와 그나마 강철이라는 고급 자원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임멜만보다는 신용이 높았으나, 거듭된 하향으로 그다지 활약한다는 인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무서웠다고 생각되는 것은 소련의 10티어 정규 항모인 나히모프로 기동력이 느린 독일 전함을 타격하기에 안성맞춤인 무장 구성과 대공망이 그리 촘촘하지 않다는 환경까지 곁들여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 정규 트리 항모를 운용해본적도 없는 임멜만 유저들이 악명 높았던 이번 랭크 시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