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게 모바일로 나와?"

지난해 초…아니 사실 반년 전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PC 패키지나 콘솔 게임이 모바일로 등장한다는 데에서 많은 기대를 품었다. PC 온라인, 콘솔 게임, 패키지 게임 등등 많은 '추억'들이 모바일에서 '부활'을 꿈꿨다. 그리고 게이머로서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야, 이거 모바일로 나온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반응이 대략 이렇다. "응, 그래. 그렇구나. 잘 나와야 할 텐데~"하는 정도. 워낙에 많은 작품을 자주 봐왔던 탓일까? 트렌드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게임이 모바일 시장 개척을 시도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많이 보인 움직임이다.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이전부터 쌓아둔 게임들의 IP를 그대로 버리고 썩혀두긴 아깝다. 그리고 마침 새 플랫폼에서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 않은가. 기존의 IP를 활용해서 도전하는 건, 정말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모바일'이라는 환경에 적응한다는 건, 단순히 플랫폼의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바일로 유명 IP를 가져온다는 건, PC나 콘솔 버전이 따로 있는 '포팅'의 형태가 아닌 새로운 '재창조'의 형태를 띠게 된다. 장르에 따라서 좀 다른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모바일'이라는 환경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가 모바일로 기존 IP를 이식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PC 온라인 게임이 강세였던 국내시장인 만큼, 많은 PC 온라인 게임들이 모바일로 부활을 꿈꿨다. PC 온라인 못지않은 조명을 받고 날아오른 작품도 있었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았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혹평을 듣게 된 게임도 있었다.

아무튼, 각 작품들의 흥망성쇠를 떠나서 이같은 움직임은 2016년에도 그치지 않는다. 모바일 출시를 발표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나 출시되지 않았던 국내 PC 온라인 작품들은 대략 이렇다.

어이구 많다...

그렇다면 그들의 미래는 어떨까? 과거의 사례만 꼽아보자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와 함께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그들에게 더 큰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왜냐고?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설명해보고자 한다. 일단은 과거부터 짚어보자.





  • "원작을 가진 모바일 게임" 시작부터 혹독한 '시련'이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태생적으로 PC나 콘솔보다 성능적인 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키보드-마우스나 조이스틱보다 불편한 조작. 그리고 작은 화면. 다소 불안한 네트워킹 환경과 기기 자체의 성능도 PC나 콘솔보다는 매우 부족하다. 대신 모바일은 PC나 콘솔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휴대성'을 지닌 특성이 있다.

    애초에 게임을 만들고자 할 때 성능적으로 한계를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작은 화면에 맞춘 UI 디자인도 필요하다. 조작이 달라지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게임성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거기에 클라이언트형 PC 온라인에서 드물었던 '오토플레이'도 상당히 대중화됐다.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라그나로크'의 모바일 버전.

    여기서 약간의 괴리가 발생한다. 원작이 있는 게임이라면, 당연히 원작을 '부활시킨다'는데 초점을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냥 정말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진출'이 아닌 '부활'로 많이 받아들여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대중들도 원작에서 즐겼던 재미를 기대하니까. 하지만 원작을 100% 재구현하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모바일은 더욱 그렇다.

    단순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드는 건 개발사 입장에서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게임은 '원작'에서 보여준 재미를 모바일에서도 보여줘야 한다는 숙명을 지니게 되어버린다. 그런데 디바이스의 성능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다른 방식으로 원작의 재미를 보여줘야 한다.

    원작을 추구해야 하나 원작을 추구할 수는 없는 괴리적인 환경을 이겨내야 하는 혹독한 길이라는 것이다. 국내에도 많은 온라인 게임이 어려운 길에 도전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있다. 심지어 피처폰 버전도.

    이들 중 '뮤 오리진'처럼 원작의 재미를 잘 구현한 작품도 있다. 크게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고. 애초에 뮤는 '자동사냥'이 어느 정도 대중화됐던 게임이라 더욱 쉽게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원작이 추구하던 부분이 모바일에서도 크게 괴리가 없다는 게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올엠의 모바일 '크리티카'이 있다. 조작감에서는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크리티카는 '초(超)액션'이라는 강력한 타격감을 모바일에서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 자동 전투 시스템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반면에 '스톤에이지'의 경우, '펫 RPG'라는 원작 특유의 느낌은 잘 살렸지만, 그뿐이었다. 당시 중국 RPG들이 가지고 있던 시스템이 국내 유저들에게 큰 거부감을 줬다. 사실상 그래픽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막상 게임은 자동 버튼만 누르다가 끝났다. 여러모로 마감새도 부족해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PC 온라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던전앤파이터'는 모바일 버전으로 여러 가지를 내놓았다. '던전앤파이터: 귀검사', '던전앤파이터:여거너', 그리고 장르를 확 바꾼 '퍼즐던파'까지. 여거너와 귀검사 편은 조작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액션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퍼즐 던파'는 원작을 추구해야 하는 숙명을 거부한 게임의 전형적인 말로를 보여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퍼즐 던파'






  • 하지만 2016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


    앞서 말한 것처럼, 그동안 많은 PC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로 진출을 시도했다. 긍정적인 사례도 있고 실패한 사례도 있다. 사실상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왜, 어째서 지금부터는 더 기대할 수 있느냐고?

    이제까지가 PC 온라인 IP를 들여오는 '시도'의 단계였다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진화'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떄문에 이전까지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처럼 이제는 실패보다는 성공에 더욱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경'의 변화다. 개발 환경이 달라졌다.

    일단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이 2년 전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동안 PC나 콘솔에 많이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게임 엔진들도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디바이스와 기술의 진화는 서로 조화를 이뤄 말뿐이었던 'PC온라인을 뛰어넘는 그래픽'을 완벽하게 일궈냈다. 작은 화면에서도 수려한 그래픽을 정말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게다가 이미 많은 사례가 쌓여 있기에 분석하고 배울 점도 많다. 이제 모바일에 적응할 시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시장의 흐름도 RPG가 여전히 강세이지만, 조금씩 장르의 다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뭐,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가 MMORPG의 강국이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은 갖춰졌다. 이제 남은 것은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팡야 모바일' 공식 트레일러

    그래도 일단 IP보다도 '게임성'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꼭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게임성이 받쳐줘야 IP의 힘도 비로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니까. IP의 힘에만 의존하다 버티지 못하고 꼬꾸라져 간 게임들도 많다. 그들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임성만 보장이 된다면, 이후부터는 IP의 힘이 큰 시너지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출시를 예고한 게임들의 IP는 결코 작지 않다.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하는 작품부터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게임까지.

    국내 게이머들에게 온라인 게임의 추억과 향수, 그리고 익숙한 캐릭터는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해외의 강력한 몇 개의 IP를 제외하면 일단 다른 IP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건 틀림없다. 2016년에는 '게임성'을 토대로 이 강력한 IP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멋진 게임이 나와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