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시리즈는 장대한 스토리와 개성있는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배경음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엔딩에 수록된 보컬 곡들은 수많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팬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곧 OBT를 앞둔 창세기전4 또한 시리즈의 특징을 잘 담은 아름다운 배경음이 특징인데요. 시리즈의 세계관을 넘나들며 유명 캐릭터들이 총등장하는 스토리인 만큼, 전작들의 명곡을 다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창세기전4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창, 서풍의 광시곡부터 창세기전3 파트2에 이르는 방대한 음악들을 제작, 그리고 현재 창세기전4의 음악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장성운 감독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가 이번 작에서 들려줄 음악은 어떤 것인지, 또 그의 음악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과거 창세기전 시리즈의 수 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장성운 감독 (現: 창세기전4 음악 감독)


창세기전 시리즈를 명작으로 만든 아름다운 그 곡들, 장성운 감독의 과거 대표작 모음

= 창세기전3 파트1 엔딩곡: 'End And'



=창세기전3 파트2 엔딩중 - 베라모드의 독백: ' Spring of mind ', ' 빛의 예언 '



=창세기전3 파트2: '귀향'



=창세기전3 파트2: 'Bloody Day'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작곡가 장성운이라고 하고요, 현재 '퀘스트로 사운드'라는 사운드 작업 외주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소프트맥스와 98년부터 계속 인연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게임을 많이 좋아했어요. 파이널 판타지5 부터, 샤이닝 포스라던가 메가 드라이브랑 패미컴 시절의 RPG 게임을 많이 했고 게임 음악에 관한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히 소개를 받았죠. 당시 소프트맥스라고 하면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회사였는데, 이렇다보니 저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오랜만에 창세기전 시리즈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요?

굉장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의 장르 자체가 많이 바뀌었는데요. SRPG와 MMORPG의 음악 연출은 접근 방식 자체가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다보니 전작을 기억하고 이번 작품을 기다리는 유저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에 와서야 보인다는 느낌이네요.


Q. 게임 장르가 바뀌면서 연출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는데요. SRPG와 MMORPG, 이 둘의 차이점이란 무엇인가요?

SRPG의 경우에는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전투를 진행하다가 하면서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굴곡이 있어요. 짧고 다이나믹한 전개가 이어지는 만큼 색이 강한 음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MMORPG의 경우에는 레이드를 한 번 시작하면 5~6시간씩 진행하기도 하잖아요. 사냥을 오래도록 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다보니 튀는 음악을 사용하기는 어려워요. 특색이 강한 음악들을 많이 사용하면 피곤할 수 있거든요.

그래도 현재는 창세기전4 장르인 MMORPG에 맞는, 기본적인 뼈대를 구성하는 음악은 어느 정도 갖춰놓았습니다. 이후로는 기존의 창세기전 시리즈에 걸맞은 선율이 강하고 색깔있는 음악들을 추가해 나갈 예정입니다.

▲ 과거 시리즈는 SRPG였기 때문에 강한 특색의 음악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Q. 창세기전4의 경우 전작의 캐릭터들이 모두 등장하는데요, 새로운 일러스트를 보고 작업하자니 묘한 기분도 들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과거 기준으로 맞춰가는 게 맞다고 봐요. 시라노나 이올린의 경우에도 인물마다 중심 스토리라는 게 있잖아요. 배경 스토리에 맞춰서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겠죠.


Q. 음악적인 부분에서 창세기전4가 지닌, 전작과는 다른 특색이 있나요?

창세기전4는 모든 시리즈를 아우른다는 설정입니다. 시간의 틈새에 있는 에스카토스를 기점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만나보게 됩니다. 창세기전3 파트1의 경우 중세 판타지와 사막 느낌을 주는데 반해 파트2는 완전히 미래적이죠.

이렇게 무대를 옮겨 다니는 만큼 창세기전4에서는 중세 느낌의 풀 오케스트라부터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음악까지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 중세, SF 판타지 등 다양한 설정이 나오는 만큼 다양한 음악의 접근법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Q. 창세기전4에서 작업한 곡이 몇 개 정도 되나요?

오픈베타에서는 5~60곡 정도가 수록될 예정입니다. 작업은 현재 3명이서 하고 있는데요. 아이온에서 메인 작곡을 했던 주인로, 드라마에서 음악 작업을 많이 하던 노형우가 그들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이고 리메이크곡도 매월 한두 개 정도를 공개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 명이 한 곡을 동시에 작업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업무를 나누어서 해요. 먼저 테마를 정하고 담당을 선택하죠. 굉장히 잘하는 친구들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형우는 영화 '히말라야'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었고, 지금 방영하고 있는 '결혼 계약'이라는 주말 드라마의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자기 분야의 일을 하면서 창세기전4도 함께 작업하는거죠.

곡들은 평균적으로 2~3분정도 됩니다. 반면에 이벤트 신에서 나오는 스토리 테마 곡들은 1~2분 정도로 다소 짧을거에요. 스테이지의 경우 과거 CBT를 진행할 때는 한 곡만 나오다 보니 좀 지루했었는데 지금은 두 세곡이 돌아가면서 나오니 사냥할 때의 지루함이 좀 덜할 겁니다.

▲ 3명이서 함께 작업하고있는 '퀘스트로 사운드'의 작업실



Q. 상당히 많은 양의 곡인 것 같은데요

사실 그렇게 많다고 할만한 것은 아니에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경우 150곡 정도, 검은사막의 경우에는 100곡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다만 앞으로 업데이트 될 때마다 꾸준히 음악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Q. 음악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창세기전4 초기 개발부터 계약 해서 작업 중이기 때문에, 그 기간으로 따지면 5년 된 것 같아요. 물론 게임의 장르가 바뀌는 등 변동기가 많았기 때문에 그 시간 내내 음악을 만든 것은 아니고, 방향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음악은 물리적인 시간이나 기간이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조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보다 짧게 걸리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Q. OBT에서 선보일 5~60여곡을 포함해서, 창세기전4에는 총 몇 곡 정도를 편성할 계획인가요?

고정된 것은 없어요. 욕심으로는 게임이 잘 되고 스토리가 계속 나오면서 200곡을 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두고 봐야겠죠.


Q. 여러 곡 중에서 꼭 들어봐야 할만한 곡을 뽑아본다면요?

로그인 타이틀이 있지 않을까요. 로그인 하려면 들어야 하니까. (웃음) 로그인 타이틀 곡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게임의 부제와 같은 'Spiral Genesis'라는 곡이며, 테스트에 참여하신 분들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웅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스토리 자체가 다소 무거운 편이기 때문에 곡들도 웅장하고 슬픈 곡들이 많을 거에요.

다른 하나는 노엘의 테마곡으로, 배경 스토리와 연관되는 어두침침한 분위기에요. 이 곡은 스토리 진행 중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무대가 우주다 보니 신스 음악들을 섞어주었어요.

다만 모든 음악이 웅장하고 암울한 분위기인것은 아니고요. 전투 중에는 경쾌한 음악도 많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보는 화면인 만큼, 곡 제작에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Q. 창세기전4의 완성된 곡을 들려줬을 때, 소프트맥스 측의 반응은 어땠나요

게임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원래는 창세기전4가 MMORPG가 아니었다가 장르가 바뀐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음악도 따라서 많이 바뀌었죠. 작업하면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요.

그래도 지금은 게임 제작사나 저나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편이에요. 음악만 좋다고, 게임만 좋다고 잘되는게 아니고 서로 잘 어우러져야 하잖아요? 현재는 서로 만족하는 쪽으로 가는 상황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패키지 게임의 경우에는 엔딩 음악이라는 게 있습니다. MMORPG에서는 엔딩 음악 같은 감동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거라 보나요?

저도 그게 많이 고민됐어요. 보컬 곡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고, 개인적으로는 넣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액트가 마무리 될때마다 이런 곡들을 넣으려 하고 있어요.


Q. 기존 작품들의 스토리가 재등장하는 만큼 이전 곡들의 리메이크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은데요, 창세기전4에서 기존 시리즈의 곡들을 들을 수 있게 되나요?

MMORPG의 특성상 기존작들처럼 튀는 멜로디를 만드는게 어렵습니다. 장시간 게임을 해야되니까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뼈대를 이루는 곡들은 많이 나왔는데, 유저분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만한 '메인 테마'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현재는 없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곡들은 앞으로 게임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리메이크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서풍의 광시곡부터 창세기전3 파트2까지 주요 테마곡들을 리메이크하여 OST 화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에요.

개인적인 욕심도 있어요. 창세기전 시리즈가 나오고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서풍의 광시곡 같은 경우에는 18년 전의 게임인데, 음원의 음질 자체가 많이 열화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요즘 음악으로 해석해서 유저 분들께 선사하고 싶은데, 이 부분은 창세기전4 팀에게 많이 달려있어요. 그쪽 스토리가 많이 나오게 되면 리메이크가 될 것 같아요.

▲ 과거의 명곡들은 게임 개발에 따라 리메이크 될 것 같다고 합니다



Q. OST가 발매될 예정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직은 예정된 게 없어요. 1년 이상은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보컬 곡이 결정되고 나면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이 조율될 것 같고, 개인적으로 창세기전의 'End And' 같은 곡은 꼭 리메이크하여 OST에 포함하고 싶어요.

창세기전 시리즈가 한국에서 게임 OST를 만들기 시작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앨범을 따로 내기도 했었는데 창세기전4에서도 OST를 발매할 수 있도록 해야죠.


Q.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 작곡을 해왔는데, 총 몇 곡 정도고 그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서풍의 광시곡에서 20여곡, 템페스트에서 30여곡, 창세기전3 파트1과 2를 합해서 100곡이 넘어갑니다. 혼자서 한 건 아니고 3명이 작업을 했었죠. 이 중에서 창세기전3 파트2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으로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음악적 완성도도 창세기전3 파트2가 가장 괜찮았던 것 같아요.


Q. 게임 음악만의 특색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게임은 굉장히 능동적인 매체잖아요? 내가 플레이를 하고, 내가 원하는 지역에 갈 수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음악적 접근법이 다른 것 같아요. 화면에 맞춘다기보다는 게임과 음악이 공생한단 느낌을 줘요. 드라마같은 경우에는 감독의 권한이 세고 음악은 화면을 따라가죠. 화면이 수정되면 음악도 수정되는 등 변화가 심한데 게임의 경우에는 PD님과 음악 감독이 좀 더 평행선에 있고, 논의를 통해 작업이 이루어져요.

또 게임은 내가 원하는 곳에 가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화면을 틀어놓고 그 부분의 음악만 듣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게임 음악이 더 능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용음악이라는 부분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긴 하지만요

또 우리나라 드라마같은 경우에는 중세 판타지 같은게 나올수가 없는데, 게임은 그게 가능하니 음악적 스케일 자체가 달라져요. 할리우드 같은 곳을 생각하면 좀 다르겠지만. (웃음)

▲ 게임이기에 가능한 연출의 범위가 음악적 스케일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Q. 청각적인 요소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소리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확고히 믿고 있습니다. 그래픽이 좋고 이펙트가 좋아도 거기에 맞는 소리가 없으면 죽어있는 그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모바일 게임의 경우에는 소리를 꺼놓고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명한 작곡가들을 섭외해서 작업한 게임들도 많아지다보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청각적인 요소가 잘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생명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Q. 그렇다면 소리로 타격감을 구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효과음은 저희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소리로 좋은 타격감을 만드는 것에는 저희의 역할도 크지만 기획하고 적용하는 사람들간에 3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해요. 이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거슬리는 소리, 잘못된 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부분을 중시해서 작업을 하고 있고 의사소통도 잘 되고 있어요.

지난 CBT때는 타격감에 대해서 악평이 많았어요. 1차 CBT에서 소리가 안났었거든요. 휘두르는 소리는 있었는데 맞는 소리가 안났었죠. 그러다가 2차 CBT부터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좋은 평이 나오기 시작했고 꾸준히 개선 중입니다.


Q. 효과음 같은 경우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효과음 소스같은 경우에는 직원이 따로 있고, 리스트를 발주해 넣습니다. 게임에 들어가는 효과음도 마찬가지고, 이를 적용할 떄 프로그래머, 기획자 분들과 협업하는거죠. 이외 영상 컷신 같은 경우에는 음악이랑 화면을 맞춰봐야하기 때문에 직접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CBT 시절 보다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사운드 면에서도 꾸준히 개선 중이라고 합니다



Q.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업 하면서 혼선이나 혼돈이 온 적은 없었나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은 없지만, 세 명이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까 컨셉이라는 중심선이 있어야 한다는게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현재는 잘 맞추어 지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업하더라도 공유가 되는 교차점이 있어야해요. 한 사람이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데 다른 쪽은 너무 캐주얼하게 만들면 밸런스가 맞지 않죠. 그 부분은 반드시 지켜주어야 합니다.


Q. 캐릭터, 스테이지가 음악과 어울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무엇을 중점으로 놓고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는 경험에서 바탕이 된다고 봐요. 게이머로서 경험해온 것, 답습해온 것들을 활용해서 만들어요. 정답은 없는것 같아요. 하나의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답이 있는데 그중에서 PD분들이나 기획자분들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죠.

음악의 장르는 무관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이것, 저기에는 저것 하면서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특정 장르가 쓰여야 한다는 등 고정적인 답은 없는 것 같아요.


Q. 게임을 좋아하고 자주 즐겼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게임을 즐겨 하나요?

RPG를 많이 했어요. 최근에는 피파를 너무 많이해서 작업이 안될지경이라 PS4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어요. (웃음) 요즘은 게임 불감증에 걸린 것 같아서... 나이를 먹어갈수록 게임을 더 안하는 것 같아요. JRPG도 좋아하는데 시간 여건상 하기가 어렵더군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다소 힘들더라고요. 위쳐3 같은 경우 잘 만들었다는 평도 많은데 부담스러워서 플레이는 못해봤어요. 그래도 게임인지 영화인지 모를 정도의 음악 연출은 굉장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레트로한 맛이 있는게 더 다가가기 쉬운 거 같아요. 최근에는 킹스퀘스트라는 게임을 정말 재밌게 즐겼고, 어렸을때는 파이널 판타지, 어드벤쳐 게임도 많이 즐겼습니다. 슈팅은 잘 못하고... (웃음)

▲ 게이머로서 경험한 것이 큰 바탕이 된다고 말하는 장성운 감독



Q. 작업 스타일이 궁금한데요. 캐릭터나 관련 스크린샷을 계속 보고 있으면 영감이 잘 떠오른다더가 하는 게 있나요?

저는 그림이 항상 있어야 해요. 스테이지라면 스크린샷이나 돌아다니는 영상같은게 필요하고요, 필드 음악의 경우에는 계속 반복 영상을 틀어놓고 작업을 해요. 제가 게임을 해온 경험이 있다보니 어색하다 싶으면 계속 수정해요.

자료가 없을 때 음악을 만드는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자료가 없으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음악의 방향성과 달라지는 단점은 있지만 '너희 스타일대로 만들어봐라'하고 자유가 주어지면 좋을때도 있죠.

물론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는게 항상 좋은건 아니에요. 소프트맥스 얘기는 아니지만, 편하게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다 만들고 나서 '이거 아닌데'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결과물을 얻게되는 경우가 가장 피곤하죠.


Q. 작곡은 주로 피아노로 하나요?

다룰 줄 아는 악기는 피아노뿐이라... 기타를 다룰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손가락이 짧아서 그런지. (웃음)


Q. 평소 작업하다가 막힐 때에는 어떻게 하나요?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요. 집이 한강 쪽인데 곡이 안나올 때는 '왜 곡이 안 나오지' 한탄을 하며 한강을 돌아다니는데, 그러면 좀 나아질려나요? (웃음)

작곡을 하면서 계속 붙잡고 있는다고 곡이 잘 나오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정말 좋은 곡은 대부분 빠르게 나오죠.


Q. 지금까지 작업 하면서 가장 빠르게 곡이 나온 경우와 가장 늦게 나온 경우는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창세기전3 파트1때 하루에 4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과는 작업 프로세스가 다르고 좀 더 쉽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하루에 4곡은 지금 생각해도 열정이 과도한 게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가장 오래 걸렸던 곡은 마그나카르타 메인 테마였나.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곡 작업 자체보다는 테마가 나오기 까지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원고로 따지면 종이 찢어서 버리는 행동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몇 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Q. 그때는 한강에 갔었나요?

(그때) 한강을 가고 싶었죠. 물론 뛰어들려고 한 것은 아니고요. (웃음)

▲ "한강에 뛰어들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Q. 과거의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음악적인 부분보다도, 소스와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커요. 그런 부분을 재해석해서 리메이크하는 게 괜찮은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꼭 OST를 내보고 싶어요. 유저분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작업한 게임 외의 다른 게임의 음악도 많이 듣는 편인가요? 근래 들어 본 곡 중에서 훌륭하다고 느낀 곡은 어떤 것이 있나요?

네, 많이 들어보는 편이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같은 경우 되게 호평을 받고 있죠. 저도 15곡 정도 참여하긴 했는데, 제 곡이 좋다는게 아니라 다른 분들이 열심히 하셔서 호평을 받기도 했죠. (웃음)

검은사막 같은 경우, 평이 많이 갈리기는 하지만, 아이리시 음악으로 가볍게 표현한 게 매우 신선했어요.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캔디 크러쉬 사가의 경우 음악이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항상 듣기도 했어요. 굉장히 인상 깊었던 모바일 게임이었습니다.


Q. 평소 즐겨 듣는 음악 장르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한국 가요, K-POP을 많이 들어요. 또 장르를 안 가리고 많이 듣는데, 각 장르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곡들은 거의 다 들어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멜로디가 좋은 곡을 중시해요. 메탈 중에서도 매니악하고 난해한 것들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합니다. 클래식은 쇼팽 같은 쪽을 좋아하고요.


Q. 요구르팅 같은 경우에는 좀 더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이었어요. 그에 비해 창세기전은 우울한 분위기인데, 어떤 분위기의 곡 작업을 선호하나요?

가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큰 축이 있는, 진중한 스토리의 게임을 좀 더 좋아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같은 경우 캐릭터는 SD의 외형이지만 무서운 괴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스토리는 진중하게 가잖아요?

그래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항상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요구르팅이 별로였던 건 아니고, 작업은 재밌게 했어요. 음악 자체가 가볍고 신나니까 또 다른 즐거움이 있거든요.

▲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 음악 또한 신나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Q. 게임 음악계에 발을 내딛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픈 조언이 있나요?

저번에도 했던 이야기 같은데요, 좌우명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워너비(Wanna be)를 하지 말고 워너두(Wanna do)를 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뭐가 되고 싶은지 막연하게 생각 말고 뭐가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즐겨야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죠.

게임 음악인 만큼 많은 게임을 즐기는 것도 중요해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식의 깊이를 확보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우연히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게임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확보해야 할 겁니다.

Q. 마지막으로 창세기전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실 책임감이라고 할까. 부담감이 조금 있어요. 그때 당시 게임에 대한 평, OST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았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방향을 잡는데도 조금 오래 걸리기도 했는데, 그래도 많은 유저분들이 기대하던,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작업 중입니다. 오리지널, 리메이크 보컬 곡도 꼭 수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명곡들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