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시된 게임에 매겨진 등급을 보고 '이 게임이 대체 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등급을 매기는 평가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비슷한 게임 두 개중 하나가 12세 이용가, 또 하나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나면 납득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 등급은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게임업계 관계자는 물론이며 게이머들도 오랫동안 궁금해 온 부분이다. 심지어는 동일한 게임인데 해외에서 평가받은 등급과 한국의 등급이 차이를 보일 때도 있다.

NDC16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강연이 열렸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왕상호 심의지원팀 팀장은 '12세와 15세 사이의 ‘블랙홀’을 풀어드립니다 - 게임콘텐츠등급분류 위원회가 들려주는 등급분류 10년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올해로 등급분류 업무 10년째이다. 본래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했다. 이후 게임업계로 발을 돌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게임사가 많지 않았고, 그는 수소문 끝에 '미리내 소프트'로 입사해 약 15년동안 모바일과 아케이드, 기능성 게임을 개발했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왕상호 심의지원팀 팀장



등급분류제도에는 등급 표시와 내용정보 표시 항목이 있다. 등급 표시는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 등 사용 가능한 연령대를 표기한 것이다. 내용정보표시 항목은 게임의 성격에 대한 부분으로, 폭력성이나 선정성, 사행성 등 총 7개로 나뉜다.

2011년 6월에 등급연동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등급평가 기준이 다소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아주 약간이라도 비치면 정보표시 항목에 덕지덕지 붙었다. 하지만 표시제 도입 이후 연령 등급에 따라 적정한 형태로 붙도록 변경되었다.


등급기관은 두 군데가 있다. 우선 청소년이용불가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전체이용가부터 15세까지의 PC온라인과 콘솔 게임을 담당하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있다.

PC온라인과 콘솔 게임은 양 기관이 모두 맡고 있으며,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이용불가 콘텐츠를, 나머지 등급을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아케이드와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전담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혼동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서, 12, 15세 이용가 모바일 게임을 등급분류위원회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의를 많이 받아요. 발매일정이 촉박하여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 우리 게임이 15세일지 청불일지 판단이 안서는데, 어디로 접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방법은 3가지입니다. 우선 사전에 자료를 양 기관에 보내서 문의하는거죠. 다만 시간이 꽤 소요되며 최종판단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나 자신을 믿고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곳에 접수하는 것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양쪽 기관에 다 접수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단, 심의 수수료는 상당히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1++ 한우와 3등급 한우의 가격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래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를 1++급으로 만들기 위해 좋은 사료를 주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한우 등급을 예시로 들며, 등급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기준을 파악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준을 파악하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등급거부'를 피해갈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오랜기간 게임을 개발하고 등급거부를 받아 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게임사에게 있어 치명적이다.

"등급거부를 받은건 대부분 고포류 게임이에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등급거부가 되는 일이 거의 없죠. 하지만 이전에 한 모바일 게임이 등급거부를 받았는데요. 바바리맨이 되는 게임이었죠. 게임상에서 코믹하게 상황을 풀어가려고는 했지만,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형태였기에 등급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기획단계부터 명확한 연령 타겟을 설정하고, 게임 설계단계부터 해당 등급에 허용되는 최대한의 표현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수정으로 인한 제작비용과 시간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매출 측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모 기업에서 퍼블리싱 하는 FPS 게임이 전체이용가 등급을 신청했었어요. 하지만 결과는 12세 이용가였죠. 그래서 그 게임사에서는 게임을 수정해가면서 재심의 받았어요. 많은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였지만 1인칭 시점에서 무기로 사람을 죽인다는 장르의 특성, 게임의 기본적 구조나 컨셉때문에 등급은 그대로 유지되었죠"

플랫폼별로 신청 건수는 해마다 어떻게 변했을까? 왕상호 팀장은 2007년부터 2014년도까지의 신청현황 그래프를 제시했다. 2007년도에는 PC온라인 게임이 2,025건이었지만, 2014년에 들어서면서 354건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모바일 게임은 2011년에 2,630건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자율등급분류를 시행하면서 신청수가 대폭 감소됐다.


서비스 중인 게임의 내용이 업데이트 등으로 변경되면 패치 신고를 24시간 내에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는 개발자들도 있어, 나중에 6개월 치를 한번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럴 경우 담당자의 업무가 마비될 뿐더러 해당 게임도 법적으로 불법 게임이 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간 약 3,800건의 수정 신고를 처리해주고 있습니다. 3명이서 심의 업무에 이것까지 하다보니 다소 버거운 감도 있죠. 가급적 내용 수정 이후 바로바로 신고를 해주셔야 결과도 빠르게 나오고 검토자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게임의 내용일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력성, 선정성 또는 사행성의 여부 또는 그 정도와 그 밖에 게임물의 운영에 관한 정보'라고 명시되어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벤트를 하는 건 게임 자체의 수정이 없었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신고 대상이라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PC온라인 게임의 경우 '홈페이지'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콘솔 패키지 게임과는 다르게 PC온라인 게임은 플레이를 하려면 홈페이지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를 하나의 게임 내용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게임 내 링크로 연결된 영상 또는 광고가 게임의 이용자 수준보다 높은 경우에도 등급이 수정될 수 있다. 전체이용가 댄스 게임에 포함된 음악의 가사가 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바로 연령가를 높이지는 않는다. 맥락적인 부분도 고려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심의 이슈에 대해 왕상호 팀장은 '아슬아슬'이라고 표현했다. 의상이 짧아지면서 노출의 수위가 올라가, 등급의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게임이 증가했다는 것. 내용수정신고 검토시 기존 받은 등급을 상향할 만한 수준의 벗은 여캐(여성 캐릭터)로 인한 선정성의 이슈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본래 12세 이용가에 '폭력성' 표기가 되어 있던 격투게임에 선정적인 이미지가 추가되어 수정신고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예전같으면 12세를 15세로 올리고 폭력성을 그대로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15세 이용가로 올라가게 되면 이용자를 '15세 이상의 사람'으로 보아야 하기에, 그들의 기준에서 이 정도의 수준의 폭력성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15세 이용가에 선정성이 붙게 된다.

(※ 위 사례는 설명을 돕기 위한 것으로, '스트리트파이터5'와는 무관합니다)

그렇다면 내용수정신고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빈도'이다. 약간의 노출이 있는 12세 이용가 폭력성 게임의 경우 그대로 등급을 유지한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노출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심의받은 이미지와 실제 게임에 적용된 이미지가 다른 경우에도 등급은 재조정될 수 있다.

본래 미연시(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은 심의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 게임위가 출범되고, 게임 속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목소리가 강해졌고, 이후 미연시 게임도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 분류되기 시작했다.




등급분류 시 검토하는 항목은 매우 다양하다. 가령 '폭력성'의 경우, 선혈과 PK, 연출기법, 시나리오, 대결상대, 캐릭터, 무기, 전투방식, 사운드 등이 있다. 선혈도 단순히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실적인지와 빈도, 양, 신체훼손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등급분류에서 이슈가 된 사례로 그는 '갓 오브 워'와 '모탈컴뱃'을 꼽았다. '갓 오브 워' 내에는 폭력적인 장면은 물론이며 신체가 여기저기 뜯겨나간다. 베드씬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모탈컴뱃'은 대전격투게임으로 폭력을 극대화한 타이틀이다. 척추가 뽑히고 몸이 절반으로 쪼개지는 등 강한 폭력 요소가 담겨 있다. 그리고 등급분류 거부가 되었다.



동일한 수준의 폭력성을 가진 두 게임인데, 왜 하나는 청불 판정을 받고 다른 하나는 등급분류 거부 처리가 되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장르와 표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격투게임을 통해서 보여지는 부분과 스토리 라인에서 보여지는 건 동일한 폭력성이라도 받아들여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오픈월드 형태의 자유도가 높은 MMO게임을 이야기했다. 해당 게임사에서는 '12세이용가'를 희망했지만, 등급분류위원회가 도출한 결론은 청소년이용불가였다. 이유는 자유도가 높아서였다. 게임 내 모든 대상에 대해 공격이 가능했다. 사물, NPC, 이용자 모두 공격할 수 있으며 PK제어장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훔칠 수도 있었다.


결과를 개발사에 전달했고 등급분류 기준에 대해 전달되었다. 이에 개발사는 PK존을 설정하고 초보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범죄 정도에 따라 신분 회복시간에 차별화를 두었고 PK 시도 전 캐릭터가 빛나게 함으로써 알림을 설정했다. 결국 이 게임은 '15세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사행성' 측면에서는 실제 현금을 사용하는가와 인풋(INPUT)에 비해 아웃풋(OUTPUT)이 어떠한지, 확률정보를 제공하는지 등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캐쉬로 구입한 아이템의 결과가 우연적으로 결정되나, 투입된 가치가 낮지 아니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전체이용가 판정을 받는다. 반면, 현금 사용 대비해 창출되는 가치가 낮고 확률 정보도 없다면 높은 이용가가 매겨진다.



사행성의 사례로는 '니노쿠니'와 '파이널판타지13'이 언급됐다. '니노쿠니'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게임 속 등장하는 '카지노 마을'이다. 가상 머니를 사용해서 게임을 돌리지만, 실제 카지노와 동일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슬롯머신은 물론이며 블랙잭도 플레이 가능하다.

'파이널판타지13'에도 슬롯머신이 등장한다. 그런데 파판13은 15세이용가 판정을 받았다. 무슨 차이일까? 그 사이에 등급분류 기준이 변경되었던 것이다. 사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없는 콘솔게임을 온라인게임과 동일하게 취급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후 기준이 변경됐다.

▲ '니노쿠니' 카지노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슬롯머신

하지만 요즘은 업데이트를 함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게임 등급을 신청할 때부터 높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왕상호 팀장은 "신청등급은 존중해드리지만, 신청등급은 어디까지나 참조 등급이다"라고 첨언했다. 이어 가장 쉽게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아주 쌍스런 욕설의 추가'를 언급했다.

해외게임과 국내 등급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제작사에서 국내환경에 맞게 게임을 수정한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국제통용성도 중요하나 국가별 문화 차이 특성을 고려한 국민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따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건전한 게임문화 생활 정착을 위해 균형감 있는 등급분류와 홍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진흥 측면 뿐만이 아니라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 나아가 이용자 스스로가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때 보다 나은 게임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자기 아들이 게임을 한다고 고민상담을 하는 어머니들 많습니다.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보면 총 쏘는 게임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죠. 그런데 몇 세용 게임을 하냐고 물어보면 아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자기 자식이 몇 세 이용가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를 뿐더러 등급분류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게임 문화를 생각한다면 부모님들도 이런 부분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적절한 연령대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때, 건전한 게임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