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다들 이런 말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아 이럴 때 카서스가 있어야 하는데!' 절뚝거리며 도망가는 적의 중환자 챔피언을 아련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 심정, 기자 역시 롤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게이머이기에 다 이해한다.

비록 카서스는 데려오지 못한다. 롤 공홈에 써진 글을 보니 진혼곡 쿨때마다 한 팀이 몰살당한다고 한다. 카서스가 안되면 뭐 어떤가? 정조준일격 다섯발을 날리는 이즈리얼도 있고, 초강력 초토화 로켓 5연발을 쏘는 징크스도 있다. '한팀이 모두 같은 챔피언으로 플레이한다.'는 괴랄한 계획의 산물, 단일 챔피언 모드가 게이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버가 오픈되고 하나하나 접속하는 기자들 사이로 고민의 물결이 흐른다. '도대체 어떤 챔피언으로 골라야 하는가...' 소환사명을 지을때만큼이나 짙은 고민이 계속되었다. 럭스? 미드라인에서 레이저쇼를 벌일 수 있다. 질리언? 불사군단의 시작이다. 랭겜과 동일하게 6밴을 시작한 후 각자 투표에 의해 시작되는 챔피언 픽은 특이했다.

자 이제 첫 결전의 시간이다. 실버에서 다이아까지, 골수 서폿에서 탑 지박령까지 각양각색의 롤 경력을 갖춘 5인의 기자가 모였다. 모 기자의 부탁으로 사진은 넣지 못했지만,오늘 체험기를 함께할 5인의 e스포츠 기자들을 소개한다.


Cyia(시아) : e스포츠팀의 홍일점이자 e스포츠 롤팀의 총대장, 자이라와 룰루, 소나만 가지고 고티어까지 올라온 잡초근성의 소유자이자 모든 이들의 누나로 통한다. 타 기자들의 잦은 트롤링으로 멘탈 내구도가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 그녀는 이번 게임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Lubic(루빅) : 도타2의 국가대표였지만 입사 이후 롤만을 하게 된 도타2의 자객. 게임 센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는 듯 롤에서도 괜찮은 실력을 보여주지만, 최근 '월드 오브 탱크'에 빠진 후 고통받는 독일국민을 구해야 한다고 소리치며 본인의 전차를 버린다. 마산의 열정을 보여주는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Koer(코어) : 전 스타2 프로게이머이자 차가운 도시남자. 전 프로게이머 출신임에도 부평초마냥 흔들리는 멘탈로 인해 롤에서는 이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게이머는 근성이다. 다이아를 거니는 신선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저 심해 속에서도 꿋꿋이 오늘의 랭겜을 플레이하며 볕들날을 기다리는 코어 기자는 진정한 프로다.

Laffa(라파) : 현재 체험기를 작성중인 필자이자, 동시에 e스포츠보다 콘솔과 패키지에 강한 사파 e스포츠 기자다. 4천판가까이 롤을 플레이했지만 아직도 수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지나가는 실론즈 중 한명이다. 전 라인을 다 할줄 알지만 바꿔말하면 제대로 하는건 하나도 없는 사무실의 대표적인 트롤러

Noctt(녹트) : 입사 1주일밖에 되지 않은 따끈한 신입 e스포츠 기자. 다른 말은 필요없다. 다이아1 티어라는 점 하나로 모든 말을 무마시킨다. 실력도, 열정도 되지만 높은 elo값으로 인해 패배 때마다 다른 기자들에게 패배원인 취급을 받는 슬픈 역할을 맡고 있다.


◆ 1경기 소나 vs 루시안

시작은 좋았다. 모 여기자의 제안으로 고른 소나. 입롤은 완벽하다. AD로 성장도 되고 AP도 가능하다. 탱킹은 뭐 탱템가면 되는것 아닌가? 물론 탱템 가는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시간차 크레센도에 5명이 파워코드 따다닥! 날려주면! 그래 이게 우리의 승리 공식이다. 그렇게 두근두근 픽을 하고 로딩화면이 시작되었다.

▲ 오호 소나를 픽하셨어요.

▲ 소나 몸 참 약한데 말이죠.

▲ 저희가 궁이라도 쓴다면 허허... 그것 참 유감이겠네요?


▲ 총잡이 흑형이 다섯명이라니 끆


로딩화면에서 대흉근을 뽐내며 매력적인 눈빛을 발사하는 쌍권총 흑인들의 모습에 기자들은 할말을 잃었다. 머릿속에 그려졌다. 크레센도를 훅! 하고 피하며 세나의 복수를 부르짖는 흑형들의 모습이 말이다. 왜 알지도 못하는 부인의 복수를 애꿎은 음악가들에게 쏟아붓는단 말인가? 말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 소환사의 협곡인가 자메이카인가...


초반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5분전만 해도 즐겁게 하하호호 웃던 기자들은 흑형들의 능란한 움직임에 점점 영혼을 잃어갔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두 기자가 있었지만, 대세는 '우린 이미 틀렸어...'였다.

▲ 으아 저리가 괴롭히지마


5명의 흑인이 '세나의 복수다!'하고 소리치며 총알을 뿜뿜하는 광경을 보았는가. 전열이 녹아나는 광경에 헛웃음을 흘린것도 잠깐, 우린 e스포츠 기자 아닌가. 수없이 프로들의 경기를 지켜보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물론 손가락은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까의 입롤을 실현시킨다면 우린 이길 수 있다. 그때 한 기자가 외친다. '저 점멸 있어요!'

▲ 이것이 예체능의 힘이다. 더러운 총잡이들!


거짓말처럼 실현된 입롤. 시간차로 들어가는 크레센도에 이은 파워코드 연타에 적들은 녹아났다. 희망이 보였다. '우린 이길 수 있어!' 이십대 중반을 넘어가는 그들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들에게 찾아온 결과는 냉혹했다.

▲ 뫟...?


졌다. 몇번의 에이스를 더 띄우며 킬스코어까지 따라잡았지만, 초반부터 너무 많은 건물을 잃은 우리 음악가들로서는 밀어닥치는 슈퍼미니언의 폭풍을 막을 길이 없었다. 결국 1경기를 고전 끝에 내준 기자들은 두번째 경기를 준비했다.

◆ 2경기 럭스 vs 오리아나

또다시 찾아온 고민의 시간. 무엇을 고를지 몰라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던 녹트님의 옆으로 모바일팀의 모 기자가 다가와 스리슬쩍 마우스를 럭스 위로 올려놓았다.

그래 럭스다. 긴 사거리와 압도적인 실드, 그리고 디즈니랜드 뺨을 날릴 수 있는 레이저쇼를 보여주는거다. 그 와중 기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한마디가 들렸다. '나 럭스 한번도 안해봤는데...' 애써 무시하고 나니 로딩창이 시작되었다. 의기양양 입롤로 무장한 그들의 앞에 드디어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 스킨이 하나도 없으니 어째 더 호러틱하다. 뭔 서커스도 아니고


불쌍한 우리의 상대는 오리아나, 공놀이를 좋아하는 인형이다. 어디 감히 인형따위가 데마시아 아이돌의 앞을 막는단 말인가.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기자들은 미드 라인으로 뭉쳐 럭스의 제 5스킬인 ctrl+4를 연타하며 상대를 도발했다.

▲ 꺄르륵 꺄하하 꺄하하하하핳 꺄륵


도발을 못 듣겠는지 인형패거리가 뒤를 덮쳤다. 1렙싸움에서 럭스를 이길 생각을 하다니? 여유롭게 광휘의 특이점을 가르쳐주는 기자들 앞에서 한 오리아나는 1렙에 불협화음을 찍었는지 머리 위에 공을 달고 점멸-불협화음을 쓰는 혼신의 싸움을 보여주었지만,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어 봇으로 간 다이아 에이스 녹트 기자가 솔로킬을 성공시키자 기자들은 무난한 승리를 예감했다.

▲ 이때까진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점점 상황이 이상해져갔다. '럭스 처음인데...'를 말했던 모 기자를 시작으로 강철공에 얻어맞아 세상을 하직하는 기자들이 점점 늘어갔다.

만화 '파이트볼'을 본적 있는가? 어릴 적 만화를 보며 강철공에 얻어맞으면 얼마나 아플지 상상하며 소름이 돋곤 했는데, 그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공에 열화우라늄이라도 발랐는지 한대 맞으면 머리가 아찔해질정도로 아픈 공을 계속 얻어맞은 기자들은 점점 의지를 잃어갔다.

▲ 이쯤되니 '그냥 우리가 롤을 못하는구나 싶었다.'


결국 인형들의 철공에 온몸을 두들겨맞고 영혼을 출장보낸 기자들. 모 여기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럭스 누가 하자 그랬죠?' 그리고 나머지 네 기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저 아닌데 누구시더라...'

▲ 한판 이기는게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 3경기 징크스 vs 룰루

마음을 다잡은 기자들. 또다시 지면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이미 승리 공식은 알았다. 타워를 먼저 침묵시킨 후 천천히 말려죽이는 거다. 근데 또 걱정이 된다. 타워를 먼저 침묵시키려면 원딜을 해야 하는데 모두가 할 줄 아는 원딜이 뭐가 있던가.

모 여기자의 음성이 다시 들린다. '징크스 하죠. 저 징크스 엄청많이함. 잘함.' 옆에서 도타2 잘하는 모 기자의 음성도 들렸다. ' 드레이븐이 좋아요. 드레이븐하죠. 서로 도끼 받아주면서 우애도 쌓을겸.'

그 와중 '미스포...'하다가 묻힌 음성도 있는 것 같지만 애써 무시한 우리는 결국 대장 말을 따라 징크스를 선택, 3경기로 들어갔다.

▲ 가운데 룰루는 대장인가...? 포스가 남다르다.


상대는 룰루. 옆에서 모 웹진 기자의 말이 들려온다. '캬!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었네! 이거봐요. 룰루 원딜도 되고, 캐스터로도 되고, 탱템가면 탱커도 된다니까! 완전체야 완전체!'

그냥 룰루를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애써 생각한 기자들은 천천히 전장으로 나섰다. 두 번의 굴욕적인 패배. 이제 우리의 실력을 뽐낼 때다.

▲ 어린아이 괴롭히는 것 아니다. 룰루 엄연히 성인인거로 안다.


출발은 상쾌했다. 하지만 방심은 하면 안된다. 아까부터 출발은 좋았다. 아 총잡이 흑인들에게 고통받을때 빼고. 미드에서 상쾌하게 승리한 기자들은 템트리를 올리며 성장해 나갔다. 2:1까지 무난히 상대하는 괴물 징크스까지 나온 이상 이제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 그렇다 지금까지 우리는 실력을 숨긴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룰루쪽도 뭔가 생각이 있긴 있었을 것 같다. '5명이서 한명씩만 다람쥐로 만들어도?', '커져라도 있으니 무한 커져라?' 훌륭하다. 우리도 `1, 2경기에서 비슷한 입롤을 상상하고 나섰다가 처참하게 깨졌으니 문제는 그 입롤이 실현되는가이다.

비겁하게 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대두 꼬마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승리에 도취된 채 혼자 다니다 다람쥐가 되어 도토리나 까다가 죽는 징크스들이 점점 생겨났다.

▲ 부수는건 좋은데 자꾸 웃으면서 부수더라. 2경기에서 웃어댄 업보인가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면 다들 키보드를 동강내고 롤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두 번이나 져놓고 마지막 판도 다이긴거 말아먹으면 기자로서가 아니라 게이머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기자들, 이제 이 게임을 끝낼 때다. 그래야 빨리 체험기를 쓰고 퇴근할 수 있다.

▲ 꼬마를 찾는 범죄자들의 광기에 찬 움직임.jpg


결국 끝까지 몰아붙인 기자들, 이미 대두 꼬마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우릴 보기만 해도 점멸과 동시에 '커져라!' 하고 소리치며 줄행랑을 놓는다. 그런다고 살면 다행인데, 그 뒤로 로켓 다섯발이 날아간다. 끔찍한 죽음이다. 그리고 마침내 본진을 파괴한 기자들은 첫 승리의 달콤함을 맛보며 승리 축하 고기를 굽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망 정보 표시가 보이는건 기분탓이다. 어쨋든 첫 승리!



◆ 후기 - 생각하는 즐거움

멘탈이 분말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1승을 챙긴 채 끝난 단일 챔피언 모드 체험기. 기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재미가 있는, 충분히 즐거웠던 게임이었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어떤 챔피언을 골라야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던 장면을 실현시켜주고, 같은 챔피언끼리 뭉칠 경우 어떤 시너지가 나올 것인지를 실제로 실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된 단일 챔피언 모드. 비록 한정적으로 공개되는 콘텐츠이지만, 색다른 재미를 충분히 안겨줄 수 있는 모드가 아닌가 싶다.

지금의 흥행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는 개발사의 이런 움직임은 분명 게이머들로서는 환호할 만한 소식이다. 소환사의 협곡에 질린 당신! 칼바람 협곡의 포로조차도 이제 지겨운 그대! 단일 챔피언 모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