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가 서비스하는 스팀이 애매한 정책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논란은 스팀에 성인용 게임이 늘어나면서 불거졌다. 지난 5월 17일, 밸브는 스팀에 서비스하는 성인 게임 개발자들에게 정책 위반을 근거로 2주 내 게임 콘텐츠 수정을 권고하는 메일을 보냈다. 해당 메일에는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게임이 스토어에서 내려갈 것이라는 경고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몇몇 개발자들은 콘텐츠를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은 반발했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스팀이 콘텐츠를 검열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개발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밸브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해 향후 게임 콘텐츠를 검열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유저들이 특정 콘텐츠의 표기를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유저들이 직접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선택하고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 밸브로부터 스팀 음란물 가이드 라인을 위반했다는 메일을 받은 'HuniePop' 개발자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불법이나 트롤링(Trolling, 의도적으로 상대를 도발하는 행위) 콘텐츠가 아니라면 모두 허용하겠다고 밝힌 밸브가 최근 '에이즈 시뮬레이터', 'ISIS 시뮬레이터', 민간인 총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액티브 슈터' 등을 스팀 스토어에서 삭제한 것이다.

밸브는 이에 대해 "'액티브 슈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갈등을 유발했을 뿐 아니라 개발사가 지금까지 수많은 허위 사실 기재, 저작권 침해 등에 연루됐기에 스토어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밸브의 행보에 대해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옳은 일을 했다고 긍정했다. '액티브 슈터'와 함께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에이즈 시뮬레이터' 또한, 에이즈에 걸린 주인공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총으로 학살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밸브의 행보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의문의 핵심은 트롤링의 정의다. 성인용 콘텐츠를 제재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밸브의 오락가락한 정책 뿐 아니라 밸브가 어떤 기준을 갖고 트롤링이라고 정의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밸브 측에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에이즈 시뮬레이터'는 트롤링을 이유로 스팀에서 삭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