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진행된 포켓몬 신작 발표회. 4세대 리메이크를 기대했지만(24일 발표에 나올 것 같지만) 아이들 양치 돕는 게임과 사진 찍는 게임. 그리고 이것만 공개돼서 실망한 포켓몬 팬도 꽤 많았을 겁니다. 스위치도 나왔다고는 하지만 모바일에 최적화된 퍼즐 게임이라뇨.

그런데 예상보다 조금 이른 24일 출시된 포켓몬 카페 믹스(Pokemon Cafe Mix)는 출시 후 오후 내내 플레이에 빠져들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 포켓몬 카페 믹스 초반 게임플레이

물론 이게 본가 시리즈만큼 엄청난 게임은 아닙니다. 퍼즐 장르에 혁신을 가져오는 참신한 게임도 아니고요. 흔히 말해 IP를 활용한 퍼즐, 딱 그 정도죠. 하지만 게임에 홀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포켓몬 디자인과 아주 살짝 비튼 룰이죠.

우선 포켓몬 디자인을 얘기해볼게요. 사실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알겠지만,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처럼 몽글몽글하게 표현됐어요. 여기에 수채화 칠한 듯 감성적인 색감은 심장 폭행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훌륭히 갖추고 있고요.

이미 등장한 포켓몬들의 디자인을 살짝살짝 바꾸는 건 몇몇 외전에서 보여줬던 겁니다. 포켓몬 퀘스트는 픽셀 세계관에 맞춰 정육면체에 눈코입을 붙여 포켓몬을 그려냈고 불가사의 던전 시리즈는 만화 같은 느낌을 강조했죠.

대게 게임 스타일에 맞췄다는 느낌인데요. 이런 바리에이션이 흔한 게 아니다 보니 신선한 느낌이 더 크죠. 포켓몬의 카페 운영이라는 게임 배경과 잘 들어맞도록 가슴 쥐어짜는 귀여움을 살린 것도 크고요.

▲ 움직이는 한붓그리기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앞서 말했듯 3매치의 탄생급 임팩트는 없습니다. 대신 약간 변화를 줬죠. 같은 포켓몬 머리(뭔가 잔인하니 블록이라고 합시다)를 손가락으로 줄을 이어 붙이면 포켓몬이 사라지고 점수를 얻습니다. 이건 디즈니 썸썸이 보여줬던 한붓그리기 룰이죠. 대신 터치한 손을 떼지 않고 빙글빙글 돌리면 이어붙인 포켓몬들이 손을 따라 크게 움직입니다.

간단한 변화지만, 이게 머리깨나 쓰게 합니다. 이어진 포켓몬 블록을 움직이고 활용할 여지가 생겼으니 그에 따라 더 어렵고, 다양한 클리어 방법이 존재하는 방해물을 설정할 수 있게 됐죠. 주변에 연결한 포켓몬 고리를 만들어야 없앨 수 있는 각설탕, 휘핑크림의 기믹도 있고 바구니에 토마토를 옮기는 기믹도 있습니다. 이것도 블록을 어떻게 이동하느냐가 중요하죠.

비슷한 룰이지만 조그만 변경이 게임 전체 플레이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여기에 파이리가 불꽃을 쏘고 이브이가 젤리 가득한 손바닥으로 꾹 눌러 블록을 없애는 스킬도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특징을 살리고 있고요.

아 참, 이런 퍼즐들은 카페에서 요리를 만드는 과정인데요. 요리를 만들어 카페를 방문한 포켓몬에게 대접하고 친분을 쌓으면 카페 일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늘어나는 셈이죠. 아직 오래 즐길 콘텐츠가 있을지 걱정되기는 한데 이건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확장할 수 있으니 조금 기다려 보고요.



튀어올라라! 잉어킹이나 포켓몬 퀘스트처럼 그동안 출시된 여러 외전처럼 포켓몬 신작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포켓몬스터 소드&실드나 선&문 같은 정식 시리즈만큼 기대를 받거나 높은 매출을 올린 게임은 아니었죠.

하지만 포켓몬스터라는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게임으로는 충분합니다. 포켓몬 주식회사도 오래된 시리즈를 더 많은 팬에게 알릴 기회이기도 하고요. 이게 마음에 안 들면 위에서 설명한 본가 게임을 즐기면 되고요.

이처럼 잘 나가는 IP를 활용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는 않나 봅니다. 유명 IP 이름에 멋진 부제를 붙여 나오는 외전이나 모바일 게임은 한 달에도 몇 개씩 나옵니다. 다만, 이게 어디서 본듯한, 그다지 특색 없는 게임 스타일에 마치 기존 IP의 스킨만 덧씌운 듯 팔려나가니까요.

IP는 좋은 작품과 관리로 팬들의 사랑만 지켜낼 수 있다면 회사에는 큰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을 위해 공장에서 만들어내듯 뽑아낸다면 사골처럼 영양을 뽑히고 삭는 순간이 오죠. 뭐, 이 당장의 수익이란 게 오래 유지된다면 그건 나름대로 괜찮은 딜이겠지만요.


복잡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포켓몬 대형 신작이 나오기 전까지 이걸로 버틸 생각만 하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