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혜성처럼 등장한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업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세계는 배틀로얄에 열광했고 이에 뒤질세라 수많은 게임사가 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표방하며, 저마다 신작을 내놓았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예전처럼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배틀로얄은 여전히 잘 나가는 장르다. 그러나 모든 게임이 그럴 수는 없는 법. 수많은 게임 가운데 살아남은 게임은 원조랄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포트나이트', '콜 오브 듀티 워존', '에이펙스 레전드' 정도로 한줌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배틀로얄 신작에 대한 소식도 예전만 못하다. 어지간하면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그런 가운데 샤크몹이 패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IP를 활용한 '블러드 헌트'가 그 주인공이다. 일단 소재는 흥미롭다. 뱀파이어들간의 결투. 과연 '블러드 헌트'는 내로라하는 게임들의 각축장이 된 배틀로얄 장르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난 알파 테스트를 통해 엿본 '블러드 헌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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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헌트'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캐릭터 디자인이라거나 그래픽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적 측면에서 볼 때 색다른 뭔가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배틀로얄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블러드 헌트'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여타 배틀로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낙하 대신 게임 시작 전 위치를 정할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자기장 역할의 붉은 안개를 비롯해 아이템 파밍 시스템 등 다른 배틀로얄 장르가 구축한 문법을 착실히 따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템 역시 마찬가지다. '배틀그라운드'는 아이템에 별도의 등급이 없었지만, 그 뒤를 이은 '포트나이트'를 비롯해 '콜 오브 듀티 워존' 등은 여기에 아이템 등급을 도입했고 등급에 따라 능력치에 편차를 둠으로써 한눈에 어떤 무기가 좋은지 알 수 있게 했다. '블러드 헌트'는 이러한 발전사를 그대로 따랐다. 무기는 고급, 희귀, 영웅, 전설 등급으로 나누어지며, 종류에 따라 다른 탄약을 쓰는 익숙한 형태여서 이전에 배틀로얄 게임을 몇 번 해봤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 다른 배틀로얄 게임을 몇 번 해봤다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뱀파이어 스킨을 씌운 그저 그런 배틀로얄 게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러드 헌트'는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갔다. 더 없이 뱀파이어스러운 요소를 녹여낸 것이다. 잠시 배틀로얄 장르를 되돌아보자. '배틀그라운드'가 배틀로얄의 문법을 정립한 후 많은 게임들이 그 문법을 따르는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내는 길을 선택했다. '포트나이트'는 건축 시스템을, '에이펙스 레전드'는 고유한 개성과 스킬을 지닌 플레이어블 캐릭터 레전드를 들고 왔으며, '콜 오브 듀티 워존'은 현금을 파밍해 장비와 킬스트릭를 구매할 뿐 아니라 동료를 부활시킬 수 있도록 했다.

'블러드 헌트'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뱀파이어에게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일반적으로 슈팅 게임에서 고지를 선점한다는 건 이점으로 다가온다. 위치를 들켜도 어디로 올라올지 예측할 수 있기에 상대하기 쉽다. 하지만 '블러드 헌트'는 다르다. 어떤 지형이든 자유롭게 오를 수 있으며,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자유롭게 전장을 누빌 수 있는 만큼,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존버'로 통칭하는 캠핑 등의 고질점을 어느 정도는 해결한 셈이다.

▲ 고지를 선점해도 마냥 유리하지 않기에 '존버'를 보기 힘들다

초자연적인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알파 테스트에서는 브루하, 노스페라투, 토레아도르 3개의 클랜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 클랜은 성별에 따라 직업이 나뉘고 스킬도 달라진다. 남성 노스페라투인 파괴 공작원의 증발 스킬은 투명화와 동시에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남성 토레아도르인 사이렌의 투영/돌진은 투영체를 내보내고 해당 위치로 순간이동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순간이동 후 섬광을 써 상대의 눈을 멀게 한 후 근접 무기로 우위를 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에 따른 스킬 요소는 얼핏 '에이펙스 레전드'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 샤크몹 역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블러드 헌트'는 여기에 포식 시스템을 더함으로써 스킬 시스템을 좀 더 정교하게 완성했다. 도시에는 플레이어의 먹잇감이 되는 인간이 여기저기에 있는데, 이들의 피를 빠는 포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체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자신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기본적으로 체력을 회복하는 건 아무 인간이나 상관없다. 하지만 능력치를 올리는 건 다르다. 특별한 인간을 찾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감각 증폭'이다. 감각 증폭은 벽을 투시해 인간들을 구분하거나 장비 위치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상대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는 등 성장과 파밍, 그리고 전투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을 준다.

▲ 감각 증폭을 하면 장비는 물론이고 인간, 그리고 전투 중인 상대의 위치도 알 수 있다

▲ 흡혈은 체력을 회복할 뿐 아니라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다

포식을 통해 올릴 수 있는 능력치는 쿨타임 감소, 근접 공격 강화 등 4개로 구분되며, 각각 3개의 스택을 쌓을 수 있다. 하나의 스택은 10% 정도 올려주는 정도지만, 3개의 스택을 모두 쌓을 경우, 최종적으로는 능력치가 2배가 된다. 단, 어느 능력치를 하나 강화하면 남은 능력치의 스택이 하나씩 줄어든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특정 능력치에 집중할지 아니면 다양한 능력치를 골고루 강화할지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모든 능력치를 다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유저를 쓰러뜨리고 포식하면 스택이 다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대 9명의 유저를 흡혈할 수 있다면 모든 능력치를 최대치까지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능력치를 강화하는 요소는 배틀로얄의 약점으로 거론되곤 하던 존버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으로도 풀이된다.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고 다른 유저와 싸우는 게 단순히 레이팅을 올리는데 도움을 될 뿐 아니라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도록 한 셈이다.

▲ 다른 유저를 포식하면 스택을 늘릴 수 있다. 싸울수록 강해지는 셈이다

이번에 체험해본 '블러드 헌트'는 알파 테스트 빌드였기에 어설픈 부분도 많았다. 모션은 뻣뻣했고 최적화 역시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단계에서 이 게임의 성패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좀 다른 식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블러드 헌트'가 가진 비장의 한 수에 대해서 말이다.

'배틀그라운드' 이후 성공한 배틀로얄 게임들을 보면 모두 자기만의 확고한 색이 있었다. 완성된 문법에 새로움을 더한 셈이다. '블러드 헌트'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배틀로얄 장르의 좋은 점들을 참고하고 여기에 자기만의 에센스로 뱀파이어의 초인적인 능력과 포식 시스템을 더했다.

얼마나 달라질까 싶기도 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첫인상은 평범했지만 하면 할수록 다른 배틀로얄과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롭게 벽을 타는 제약 없는 전장과 포식 시스템 등 '블러드 헌트'만의 요소가 기존에 배틀로얄 요소와 잘 맞물린 모습이었다.

과연 '블러드 헌트'는 4강으로 고착화된 배틀로얄 장르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 성패를 예단할 순 없지만, 나름의 차별점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