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금일(29일), 시대적 필요성에 따라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를 주제로 의료계 및 진흥기관, 그리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산업의 가능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용어지만, 해외에서는 약물중독 치료제로 개발된 'reSET'과 소아 ADHD 치료를 위한 게임인 'AKL-T01' FDA의 승인을 받는 등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건국대 황용석 교수를 비롯해 중앙대학교병원 한덕현 교수, 전남대학교병원 김주완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산업계 대표로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윈테크 박대원 대표가, 진흥기관에서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탁용석 원장이 참여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 디지털 치료제의 개념 및 사례

▲ 중앙대학교병원 한덕현 교수

간담회는 한덕현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먼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디지털 치료제란 디지털 기술과 의료 혁신이 결합한 것으로, 디지털 기술을 치료 약물로 사용하는 걸 의미한다. 물론 아무 소프트웨어가 다 디지털 치료제가 되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로 구분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3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첫 번째는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여야 한다. 두 번째는 독립적으로 사용하거나 치료를 위해 다른 약이나 기계와 혼용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세 번째는 식약청 등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효능, 사용 목적, 위험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로는 'reSET'과 'AKL-T01', 중독치료 앱 '페어'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 다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독립형(Standalone)은 다른 약물의 개입 없이도 독립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주로 인지행동치료(CBT)에 쓰이며, 증강형(Augment)은 기존 약리학적 치료요법과 병용해 치료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 효과 향상을 지원한다. 끝으로 보완형(Complementary)는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도록 설계된 방식으로 비만이나 고혈압 등과 관련된 행동 패턴 및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형태로 오늘날 기능성 게임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능성 게임으로 출발했지만, 디지털 치료제로 쓰이는 게임도 더러 있다. '포켓몬GO'의 사레로 디지털 치료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음에도 게임을 하다 보니 다이어트 등 체중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덕현 교수를 설명했다.

오늘날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조 6천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19.9%로 2026년에는 11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임에도 국내는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한 단계에 가깝다. 2020년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을 막 공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국내 동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학계에 지원이 집중됐으나 최근 6개월~1년 사이 산업계를 지원하는 방향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지원 역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전망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고 의료 정보의 안정성이 토의되고 확보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활발히 만들어지고 그 결과 국민 건강에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한다"며 발제를 끝마쳤다.



■ 패널 토론

▲ 한덕현 교수, 탁용석 원장, 박대원 대표, 김주완 교수, 황용석 교수

Q. 발제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개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는데 이게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치료제로서 어떤 특수성을 지녔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한덕현 : 사실상 약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디지털 치료제라는 명칭이 쓰이기 전에는 디지털 알약이라고 불렀었다. 속성 역시도 마찬가지다. 약이라는 건 진료를 받고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디지털 치료제 역시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아직은 약을 처방받듯이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해서 와 닿지 않겠지만, 제도화된다면 금방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Q. 의료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다.

김주완 : 디지털 치료제 개념이 광범위해서 간단하게 나누자면 진단과 일반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두 번째는 인허가를 받은, 처방이 들어간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허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받은 사례가 없는 거로 알고 있다.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느냐고 질문해주셨는데 인허가 사례가 없기에 아직까지는 임상시험용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이쪽 분야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접근성 역시 매우 뛰어나다. 특히 기존에는 만성질환이나 정신겅간질환과 관련해서 기존의 치료제로는 한계가 있었는데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임상시험 단계라고 했는데, 어떤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결과들이 많이 나온 상태인가.

한덕현 : '알라부(I Love Breast)'라고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제 먹는 걸 계속 관리하는 게임을 2016년에 개발하고 써봤는데 환자분들이 되게 좋아하시더라. 이외에도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앱이랑 암환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앱까지 총 3개를 개발했는데, 접하기 전후를 비교하니 긍정적으로 변했으며, 실질적으로 뇌 변화 역시 불안이나 약물에 대한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인허가를 받게 되면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Q. 산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박대원 : 현재 성인 ADHD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치료제는 ADHD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앱을 통해서 치료하고 진단하는 소프트웨어와 추적하고 관리하는 웹 솔루션이 필요해 웹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한편, 최근 산업의 화두로 디지털 치료제가 거론되는 만큼,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국내는 이제 막 첫걸음을 땐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데, 가장 어려운 게 뭔가 하면 식약청에 허가를 받는 부분이다.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치료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인 임상 자료가 필요한데, 이 자료를 쓰려면 환자의 개인 정보를 쓸 수밖에 없어서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끝나는 게 아니라 의료 체계에 진입해서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아직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Q. 가장 큰 의문은 그거다.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정말 의료게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쓸까?

한덕현 : 그런 고민이 많을 텐데 잘 만들었다면 의사들은 바로 쓴다. 중요한 그 잘 만들었다는 기준이 뭔가에 대한 부분인데 단순하다. 병에 대해서, 질환에 대해서 치료하는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게 있다면, 의료적이나 과학적으로 증명됐는데 안 쓸 수가 없다.

반대로 보면 요 몇 년 사이 치매 치료에 대한 기능성 게임들이 엄청 많이 나오지 않았나. 많이 나왔을 때에는 한 해에 30개도 넘게 나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들은 병원에서 절대 안 쓴다. UI만 화려하고 환자의 기억력을 자극한 시스템을 넣어서 '이거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어요' 할 뿐이지 실제로 그에 대한 검증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의료와의 연계다. 의사가 개발 초기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식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제대로 된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