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팀플에서 창업까지, 인디게임 Lapin 개발일지
  • 강연자 : 김민정&이규원 - 스튜디오 두달 / 공동대표
  • 발표분야 : 개발, 기획
  • 강연시간 : 2021.11.18(목) 14:00 ~ 14:50
  • 강연 요약: Lapin - 기획 초기부터 인디 게임 개발 과정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룬 이야기



  • ■ 우연히 찾아온 겨울 방학 두 달 챌린지 - 딱 두 달! 두 달 안에 게임 만들기

    스토리 기반의 2D 순수 플랫포머 라핀(Lapin)의 김민정, 이규원 공동 대표의 회사 스튜디오 두달의 두 달은 말 그대로 2달, 2개월을 의미한다. 당초 두 달만에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지만, 패기 넘치던 두 대표는 무작정 그렇게 여정을 시작했다.

    Lapin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이다. 두 달은 물론 현재 23개월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아직도 약 1년이나 더 걸릴 수도 있다. 국어 국문학이 주 전공이던 김민정 대표는 평소 영화나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정보문화학을 연계전공으로 삼았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앞자리의 남학생, 바로 공동 대표인 이규원 프로그래머와 기말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민정 대표는 학교 밖에서도 팀을 이뤄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에 불탔다. 자연스레 여러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이규원 프로그래머에게 게임 개발을 제안했다.



    일단 제안하긴 했으나 이미 여러 차례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이규원 프로그래머에 비해 내세울 게 없던 김민정 대표는 이규원 프로그래머가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 이규원 프로그래머.

    그렇게 스튜디오 두달의 출발이 시작됐다. 라핀의 모티브는 김민정 대표가 서래마을 몽마르뜨 공원에 산책을 갔다가 우연치 않게 발견한 현수막에서 비롯됐다. "토끼들이 유기되는 공원과 버려진 토끼,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 입니다" 유기 토끼에 대한 인식 필요성을 느낀 김민정 대표는 토끼를 주인공으로 삼아 게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 6개월 노력이 물거품- 고난과 역경을 딛고 새출발에 나선 라핀



    라핀이 오로지 유기 토끼들의 현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주제인 '시리어스 게임'은 아니다. 스튜디오 두달은 섬세한 스토리와 재밌는 플랫포밍을 결합하려 했다. 처음에는 유기 토끼를 주인공으로 모바일 2D 플랫포머가 계획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달 프로젝트 라핀. 필요한 인재들을 모아 2019년 12월 말, 스튜디오 두달(6인)을 공식적으로 결성하고 호기롭게 스튜디오 두달은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사실상 2개월 안에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점도 제법 빠르게 봉착했다. 재밌는 스토리와 플랫포밍을 결합하려는 스튜디오 두달의 초기 기획 의도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그런데, 모바일로는 이를 동시에 담기가 버거웠다.

    스토리의 비중이 제법 큰데, 모바일로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담으면 보는 구조도 썩 편리하지 못했고, 복잡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스튜디오 두달은 모바일에서 PC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 현재 라핀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PC에 더 적합한 사실은 팀원 모두가 공감하고, 개발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PC로 바꾸는 것에 모두가 찬성했다.

    2020년 1월 28일 개발 2개월 차, 게임 컨셉 전면 수정에 돌입한다. 그럼에도 2020년 상반기, 계속된 플레이테스트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고, 2~3번의 세부적 기획과 스토리 변경을 거쳤지만, 평가 자체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라핀의 터닝 포인트는 20년 7월 즈음. 애초에 인간들의 공원 공사 예정, 다가오는 날짜에 맞춰 밖을 플랫포밍하며 새로 살 곳을 탐사하던 설정이 탐사를 끝내고 다시 토끼굴로 돌아오는, 반복적인 구조가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에게 몰입, 긴장감을 주기 힘들었고, 플랫포밍과 스토리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는 게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정해진 기획 틀에서 스토리를 수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지겠으나 이는 필연적으로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확률이 높다. 그렇게 스튜디오 두달은 거듭된 회의를 통해 시점 자체를 변경하기로 한다. 이미 공사가 시작되어 살던 굴을 떠나는 것부터가 시작 포인트가 된 것.

    그럼에도 근본적인 의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기존 스토리와 설정을 모두 삭제,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2020년 7월까지의 8개월 노동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팀원들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꽁꽁 싸맸고, 메인 컨셉이 변경되어야 더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와 그동안 모든 대사와 설정을 파기하고 새로운 메인 스토리 기획에 나섰다. 힘들었지만 이렇게 했을 때 라핀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팀원들과 믿음이 있던 스튜디오 두달.

    현재 라핀의 특징은 메인 캐릭터가 하나가 아닌 다섯이라는 점이다. 혼자 탐험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탐험을 하는데 그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적절한 사건과 설정을 부여했다.



    전면적인 수정을 마친 라핀은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2020년 게임 개발 중단까지 고민할 정도였지만, 2020년 말 일본 게임 매거진에 소개가 되기도 하고, 2020년 말에는 텀블벅 펀딩까지 성공했다. 또한,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인디게임 기획, 개발 공모 탑2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가장 값졌던 점은 스튜디오 두달 6인이 만든 이 게임이 가치가 있다는 힘을 얻은 것이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이규원 프로그래머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개발 공간'을 가지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실제로 게임을 만들기 위한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파트였다.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회의로 시작하게 된 스튜디오 두달은 슬랙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슬랙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화면 공유에 낙서 기능까지 공유된다는 이유. 하지만 이마저도 대면보다 나을 순 없었다. 결국, 이규원 프로그래머는 공동 대표인 김민정 대표와 만날 수 있는 사람끼리 시간이 날때마다 카페 등에서 만나 라핀 개발에 몰두했다.

    그런데, 카페 등 공간을 대여하는 것도 계속하다 보면 여유 자금이 있지 않는 이상 만만치 않은 일이다. 위기에 봉착한 이규원 프로그래머는 지인을 통해 공유 오피스에 입주했지만, 리모델링을 위해 얼마 있지도 못하고 다시 나와야 했고, 코로나는 더 심해져 이제 카페에서 음식물 섭취 제한까지 걸려 오래 자리를 머물 수 없게 됐다.

    해결책은 온전한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었다. 한콘진에서 받은 상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월세의 사무실(서울대입구역 근처)을 구했다.

    이제 또 다른 문제는 개발에 투자할 '시간'이었다. 인디 게임 대부분의 출발은 서브 프로젝트, 취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튜디오 두달도 마찬가지였다.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없었고, 팀 결성 후에 1년 정도는 실제로 학교생활을 병행했다. 메인이 학교였고, 라핀은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것.

    취업 시즌에도 서로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나 모의 면접도 같이 도와 이규원 프로그래머는 첫 취업에 성공했다. 회사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협력하고, 훨씬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만들어 같이 노력한 무언가의 결과물을 만드는 게 좋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라핀에 투자할 시간이 없어졌다. 안 그래도 이규원 프로그래머의 파트는 프로그래밍인데 시간이 더 없어지는 건 치명적이었다. 이를 해결할 가장 쉬운 방안은 '퇴사'였다. 이규원 프로그래머는 퇴사를 결심한 이유로 2021년부터는 이런저런 성과도 있어 부모님의 지지도 있었고, 나 스스로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더욱 적극적으로 라핀 개발에 몰두하면서 적대적인 캐릭터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토끼의 천적은 족제비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서 능동적인 장애물은 게임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먼저, 다른 비슷한 게임의 적들을 연구했다. 플레이어를 1~2초 뒤에 따라 하거나 지형을 무시하는 등, 방법은 다양했다. 족제비, 그리고 라핀이라는 컨셉에 맞는 건 그냥 최단거리로 달리는 거였다.



    시작 노드와 도착 노드를 구해 최단 경로 알고리즘으로 경로를 찾고 움직였다. 문제는 2D 횡스크롤은 중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달리기와 점프 뿐이다. 움직임이 직선적이지 않고, 벽이 없으면 위로 갈 수 없는 구조다. 반대로 2D 탑다운 뷰는 중력이 없어서 그냥 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노드에 대한 링크를 손으로 직접 연결했다. 하다 보니 감이 왔고, 소위 노가다를 통해 규칙성을 찾았다. 규칙을 코드로 바꾸기 - 플레이 테스트- 족제비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임 - 그 부분 링크 관계 체크 - 코드 수정 - 다시 플레이 테스트. 이걸 계속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로는 구했지만, 정확히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10, 5)까지 가라고 했을 때 (10.3, 4.9)이런 식으로 이동해선 안 됐다. 떨어져야 하는 지형에서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생기고, 조금만 겹쳐도 온그라운드 판정이 됐다. 이제 와서 위치 좌표 컨트롤로 바꿀 수도 없고, 결국 매 프레임마다 다음 프레임에 캐릭터가 존재할 위치 좌표를 예상해서 계산하는 경지까지 왔다.



    ■ Q&A



    Q. 모바일에서 PC로 옮긴 이유가 궁금하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글씨가 모바일에서는 굉장한 피로감으로 오기 때문에 PC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 팀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지?

    초반에는 대회 성적도 좋지 않아 힘든 점이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상도 받고 하니까 희망이 생겼다.

    우리 게임의 동력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데 있다. 신인 기획자로 회사에 들어가는 이유는 대부분이 문서 작업일걸 알면서도 1%의 상상력을 발휘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게임을 원했다. 위에서 시키는 게 아닌, 나 스스로, 우리가 주체가 되는 점들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부분을 각자 맞은 역할에서 의욕을 가질 수 있게 같이 조율했다.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를 거다. 누군가에게는 돈, 누구는 스팀이라는 곳에서 좋은 성과를 내 보고 싶어서, 아니면 단순히 토끼가 나오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분을 소통을 통해 이 팀에서 필요한 존재인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


    Q.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공통된 고민인데, 임금 부분은 어떻게 처리를 하고 있는지?

    핵심적인 질문이다(웃음). 라핀이 발매되기 전까지는 무급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PC 인디게임이라 발매 전까지는 명확한 BM 구조가 없다. 그 부분이 사실 진짜 힘들다. 다만, 아예 안 주는 건 아니고 상금을 최대한 나누고 라핀을 개발하는 데 돈을 사용할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라핀을 만들고 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솔직히 퇴사를 결심했을 때 라핀이 대박은 아니더라도 쪽박은 면할 자신이 있었다. 냉정하게 1년 회사에 다녔을 때 수익과 내가 쪽박 정도는 면했을 때 수익을 비교해도 자신이 있었다. 회사 생활도 재밌긴 했는데, 디렉터 장급이 아니면 내 의견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Q. 퍼블리셔를 구할 생각이신지? 향후 다른 게임 개발 계획은?

    가능하면 구하려고 한다. 기준은 우리가 노리는 시장이 일본, 유럽권이라 그쪽에서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퍼블리셔가 당연히 있으면 좋지만 인디 게임에서 무조건 퍼블리셔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라핀도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아마 조금 더 특별한 아트와 스토리 위주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만 있다.


    Q. 디자인이나 난이도에 컨셉은?

    토끼들이 모험을 통하는 것인데, 챕터가 6까지 있음. 공원, 연못, 토끼문명 등 다양한 기획 컨셉을 가지고 지형지물을 다양하게 설계했다. 라핀은 기본적으로 2D 플랫포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