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그간 스파르타쿠스로 불리며 Xbox 게임패스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알려졌던 서비스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소니의 비디오 게임 사업 부문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오는 6월부터 기존 월정액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PS Plus)를 개편, 기존과 동일한 혜택과 함께 총 3개의 서비스를 운영하죠.


온라인 멀티플레이 지원과 함께 매달 적은 수의 무료 게임을 주는 식으로 기존 PS 플러스와 동일한 PS Plus 에센셜. 카탈로그 안에 있는 PS4, PS5 등 현세대 게임이라면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기기에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PS Plus 스페셜. 클라우드 서비스인 기존 PS Now를 대체하는 PS Plus 프리미엄이죠.

작년 12월 블룸버그를 통해 유출된 기사에서 세부적인 내용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아 업계에서는 큰 충격보다는 드디어 나올 게 나왔다는 분위기입니다. Xbox의 서비스가 여러모로 반향을 일으킨 만큼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는 건 필연적이었다는 이야기가 유출 전부터 나오기도 했고요.

다만, 일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Xbox, 나아가 다른 미디어 플랫폼의 구독형 서비스가 보여준 장점을 소니가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고요. Xbox 게임패스와는 다른 PS Plus. 하지만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고, 그래서 그 아쉬움도 여전히 남습니다.


Xbox의 성공, 그리고 필수였던 투자

우선 두 서비스를 비교하려면 Xbox 게임패스의 성공에 대해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Xbox는 콘솔 시장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니 등과 대대적인 경쟁 상황일 때부터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비전을 내다봤습니다. MS의 게이밍 에코시스템 헤드인 사라 본드는 게임패스의 시작을 2013년 코드네임 아처스라고 이야기했죠. 오늘날의 구독 시스템과 결이 다른 온라인 게임 대여 시스템이었는데 이후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의 구독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며 MS 게이밍 역시 이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고요.


물론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모두 게임과 비교해 콘텐츠 하나당 이용 시간이 짧은 미디어 콘텐츠를 다룹니다. 게임 구독형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줄 수는 없었죠. 퍼블리셔들은 게임패스가 게임의 가치를 떨어트릴 거라며 합류를 꺼렸죠. MS 게이밍 CEO인 필 스펜서는 MS에 게임패스의 성공 가능성을 오랜 기간 설득해야 했다고도 했고요. 결과는 알다시피 필 스펜서의 설득이 통했습니다. 지금 게임패스에는 Xbox 퍼스트 파티만이 아니라 2K, 스퀘어에닉스, 세가, 반다이남코 같은 대형 퍼블리셔에 인디 게임들도 합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 패스는 일반 판매 매출을 끌어올리며 필 스펜서의 꿈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죠. 실제로 게임 패스의 태동기와 함께하고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씨 오브 시브즈'는 게임패스에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일반 판매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죠. 혹평에 기대가 낮았던 아웃라이더스 같은 경우도 소매점 판매 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게 프리투플레이와 유사하게 입소문을 타고 플레이어를 끌어모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여기에 헤일로, 포르자 호라이즌 등도 출시 당일부터 게임패스로 즐길 수 있지만, 글로벌 판매 순위에서는 이전 작과 비슷한 수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원하는 대작이라면 게임패스에 있든 없든 살 것이고, 굳이 돈을 쓸 생각이 없는 게임이라면 게임패스를 통해서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또 MS 게이밍은 2021년 게임패스 가입자가 비 가입자보다 50%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게임의 평균 참여도도 8배 증가한다고 밝혔죠. 플레이어가 게임을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은 돈을 쓰니 당연히 수익성 증대도 기대할 수 있고요.

문제는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과 투자, 그리고 그 결과인 가입자의 수입니다. 계약 내용은 철저한 비밀에 부쳐 비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MS는 로열티 형태가 아니라 대개 일시불로 게임 서비스 제공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번에 투자해야할 비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갈등에서 공개된 유출 문서에 따르면 에픽게임즈 역시 무료 게임, 독점 게임 배포에 2020년 1년간 4억 달러 이상의 보증 비용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야 스토어로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내부 평가를 내릴 정도로 출혈을 감수하며 투자를 이어오고 있죠. 규모상으로는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진 Xbox 게임 패스를 위해 MS가 어느 정도의 투자를 했을지는 상상 이상일 테고요.


출시와 함께 즐기는 헤일로, 출시 당일 못 즐기는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이러한 출혈 투자는 데이원 서비스와도 이어집니다. 데이원은 말 그대로 게임이 정식 출시되는 당일, 바로 게임 패스에 등록돼 무료로 통해 즐길 수 있는 걸 말하죠. 하지만 PS5 게임을 무료로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SIE의 PS Plus 스페셜에는 이러한 데이원 서비스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SIE의 수장인 짐 라이언은 게임즈 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데이원 서비스의 미지원은 투자의 선순환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가 성공을 가져오고 게임이 성공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더 나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Xbox 게임 패스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한 '위 해피 퓨'의 개발사 입장은 달랐습니다. Xbox에 인수되어 산하 개발 그룹인 Xbox 게임 스튜디오의 하나가 된 컴펄션 스튜디오는 프랑스 지역 언론인 Xbox스쿼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패스에 통합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스팀 출시만 고려하던 자신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의 영역을 열어줬고 게임패스로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는 이야기였죠. 단점이라면 Xbox라는 콘솔 버전도 만들어야 한다는 기술적인 부분 정도를 언급했고요.


SIE의 대표와 Xbox 산하 스튜디오의 이런 시선차이는 앞서 말한 투자에 대한 차이입니다.

흔히 MS는 칼싸움에도 대포를 가지고 싸운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을 가졌고,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와 인수에 적극적인 회사로 알려져있습니다. MS는 2020년 폴아웃과 엘더스크롤의 베데스다, 둠의 이드, 울펜슈타인의 머신게임즈, 이블위딘의 탱고 게임웍스, 디스아너드의 아케인 등 탄탄한 스튜디오 라인업을 갖춘 제니맥스를 인수했습니다. 2022년에는 콜오브듀티라는 판매 보증 수표를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게임 산업 역대 최대 규모로 인수하기도 했죠. 그 외에도 닌자 시어리, 플레이그라운드, 인엑자일, 옵시디언 등 게임패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양한 게임사를 인수하기도 했고요.

반면, 소니에게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내 결제 등 게임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소니, 그러니까 SIE가 아니라 음악, 영화, 카메라, 파이낸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발을 뻗친 소니에게 있어 게임 부문의 매출 비중은 매 분기 25%~30%가량을 차지하죠.

소니 역시 MS의 Xbox 게임 스튜디오처럼 다양한 신작을 개발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가 있지만, 일부는 상황에 따라서 지원 업무를 맡기도 하는 등 AAA급 게임 출시 간격은 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MS는 그간 단행한 많은 스튜디오 인수로 게임의 평가와는 별개로 AAA급 게임 출시가 쉬지 않고 출시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갖추게 됐습니다. 여기에 외부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의 퍼블리싱을 맡는 곳도 있고요.

이미 많은 투자와 실험을 통해 게임패스 구매자들도 살 만한 게임을 다수 보유한 MS입니다. 여기에 콜오브듀티, 블리자드 게임 등 PC,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다른 플랫폼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게임도 있어 수익적인 측면을 보다 안정적으로 계산할 수 있죠.


하지만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서비스 과정과 그 노하우, 지표 등을 다시 써내려가야 하는 소니 입장에서는 핵심 수익원인 독점 게임을 불확실한 구독 서비스에 선뜻 포함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데이원으로 수익이 덜 날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여기에 이미 게이밍 구독 서비스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MS와의 돈싸움은 전 세계 어떤 기업이 와도 쉽지 않을 테고요.


핵심이지만 한국은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

PS Plus에서 가장 비싼 멤버십인 프리미엄에는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 서버에서 즐기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인 PS Now가 서비스되지 않는 만큼 PS1, PS2, PSP 게임을 다운받아 즐기는 게 추가된 PS Plus 디럭스가 대신 서비스되죠. 일본, 미국을 빼면 유럽 15개 가량의 국가만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즐기고 있어 오히려 PS Plus 프리미엄보다 디럭스가 서비스되는 지역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게임 구독제가 아니라 기기 제한 없는 게임 OS라는 환경을 그리는 MS와 비교하면 아직 제한이 많은 상황인 거죠. 그런데 소니는 굉장히 일찍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한 곳이기도 합니다.

2012년 당시 SCE였던 SIE는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기술을 선보인 가이카이를 3억 8천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2008년 설립된 회사이고 당시만해도 인터넷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던 시절이라 꽤 공격적인 인수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가이카이를 인수한 소니는 2013년 PS Vita나 PS4에서 다른 PS4서 실행되는 게임을 원격에서 즐길 수 있는 리모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2014년에는 미국을 시작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인 PS Now를 서비스했죠.


Xbox가 2019년에야 클라우드 홈 테스트를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발 빠른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니가 2011년에만 4,550억 엔, 우리돈으로 약 4조 5,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못했기에 가이카이 인수에 많은 이가 의심을 눈초리를 보낸 것도 사실입니다.

EA, 인텔, 캡콤, CD프로젝트, 유비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이 가이카이 공개 이후 협업을 발표했습니다. 게이밍 기기 없이 인터넷만 있다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기에 소니 입장에서는 가이카이를 그냥 놔뒀다간 경쟁사들을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인수를 서둘렀다는 거죠. 특히 텔레비전 분야에서 경쟁하던 삼성이 TV에 가이카이와의 파트너십 채결한 후 소니가 1개월 만에 인수를 발표한 것도 소니의 결정에 삼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에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소니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발점을 내부적 요인으로 보는 또 하나의 근거는 PS3입니다. PS3는 복잡한 구조와 개발 난이도 탓에 소프트웨어적인 에뮬레이팅이 어려운 기기로 꼽혔습니다. 즉, 상위모델에서 하위 호환 지원이 어렵다는 이야기인데요. 소니가 훗날 비판받는 하위 호환 미지원 문제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일찌감치 해결하고자 했다는 거죠. 실제로 PS5가 나온 지금, PS Plus를 통해 PS1부터 PS2, PS4, PS5, PSP까지 다운받아 즐길 수 있지만, PS3는 클라우드 서비스만으로 지원될 것임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 확장에 걸림돌을 외부 요인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2015년 가이카이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이브의 기술특허를 구매하며 사실상 게임 스트리밍 기술 자체는 탄탄하게 구축한 소니였지만, 정작 그 중간 다리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과는 관련이 없는 회사였죠. 반면 MS는 아마존, 구글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MS는 지역 통신사와 발 빠르게 손잡고 우리나라는 물론 멕시코, 브라질, 호주와 같이 PS Now가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도 Xbox Cloud를 선보이고 있죠. 일각에서는 애초에 다른 게임 계약 탓에 더 많은 국가로의 서비스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고요.


내부적 결정이든, 외부적인 어려움 때문이든 어쨌든 우리나라를 포함해 PS Now가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이 PS Plus 디럭스가 프리미엄 대신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는 Xbox 게임패스와 경쟁하는 데 있어 큰 무기를 잃은 셈이죠. 게임기 없이 게임 다운받아 즐기고, PC나 모바일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Xbox 게임패스와 달리 PS Plus는 거치 형태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한정될 테니까요.



자금력과 보유 기술, 게임 사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 등 여러 상황이 PS Plus를 팬들의 기대를 완벽히 채우지는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게임 시장의 큰 변화가 끝난 건 아닙니다. 닌텐도 수준의 폐쇄성을 고집하기에는 소니와 Xbox 모두 기술과 규모를 중심으로 한 게임을 선보이고 있고 이건 PC 게임 플랫폼과의 경쟁이기도 하죠. 독점 게임의 판매량만큼이나 인앱 결제를 통한 수수료 역시 핵심 매출로 자리잡은 시대고요.

플랫폼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면 결국 한정된 기기보다는 콘텐츠 중심으로 지금의 게임 산업이 개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좁게 보자면 PS Plus의 성공 여하에 따라 핵심 게임의 데이원 가능성도 커질 테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지원 국가도 확장되겠죠. 일단은 오는 6월 PS Plus가 얼마나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갖출지부터가 그 모든 가능성과 예상의 시작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