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2일, 대전 컨벤션센터 중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전통 문화유산의 디지털 어셋화를 위해 진행된 '2023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 사업 성과 보고회가 진행되었다. 해당 사업은 문화재청의 주관하에 총 4개 프로젝트로 4개의 컨소시엄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각 프로젝트별로 길게는 5년, 짧게는 4개월 가량 진행되었다.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의 의의는 이렇다. 대한민국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많지만, 영상이나 현장 답사 등의 직접적인 수단이 아니면 접하기가 쉽지 않다. 문화유산을 스캔해 디지털화 한 기존의 데이터들은 퀄리티가 영 좋지 않거나, 너무 오래되거나, 혹은 종류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민국 문화재 및 국가유산의 디지털 정보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한국적인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들 또한 점차 늘어나지만, 이들의 입맛에 들어맞는 디지털 어셋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 양식의 건물을 디지털로 만들어내려면, 기존에 존재하는 중국이나 일본풍의 건축물 어셋을 가져다 수정해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이 추진된 이유다. 내적으로는 국가유산의 원형 보존을 위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소프트 파워를 높이고, 더 많은 한국적인 무언가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기원 말이다.

성과 보고회는 4개의 각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및 성과에 대한 발표로 시작되었고, 발표가 끝난 이후 실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한 시연과 소개 등이 이어졌다.



-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의 진행 과정

앞서 언급했듯,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은 4개의 프로젝트가 각각 다른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공통적으로 가장 먼저 진행한 건 '대상 선정'. 각 프로젝트마다 어떤 문화유산을 복원해야 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마다의 기준에 따라 정해졌으며, 적게는 7백여 건, 많게는 3천 건이 넘는 문화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제작 과정은 정석적인 어셋 제작 과정을 거쳤다. 3D 스캐닝 데이터와 고해상도 사진, UHD 동영상과 원형 기록 아카이브 DB등을 활용해 기초 자료를 쌓았고, 재질과 데칼, 문양 등을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복원했다. 물론, 움직임이 가능한 물체의 경우 실제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 질감과 색상 등을 하나씩 다 맞춰나가는 작업

다음 단계는 어셋의 오픈이다. 만들어진 어셋들을 모두 무료로 배포해, 모든 개발자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푸는 것으로, 올해 안(2023년 12월 중) 언리얼, 유니티, 스케치팹의 어셋 스토어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 경복궁을 포함한 무료 어셋은 이번 달 안에 업로드된다


- 4개 파트로 나뉜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

국가유산 디지털 전환사업 중 첫 번째는 '서라벌 천년의 시간여행'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다. 경상북도와 엔씨소프트 등이 함께한 컨소시엄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수 년간 경주 곳곳의 신라 유산들을 복원하고, 이를 넘어 신라 시대의 삶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 제작까지 포함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동궁과 월지 및 의복과 건축물 등 총 1,170 건의 문화 유산을 복원한 상태다. 해당 프로젝트는 앞으로 수년 간 지속될 예정이며, 인왕동사지와 황룡사지, 대릉원, 춘양-월정교지 등이 이어 다뤄질 예정이다.

▲ 현장에서는 AI가 시나리오부터 이미지, 영상을 모두 작업해 만들어진 콘텐츠도 공개되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국가유산 원형기록 DB구축' 프로젝트. 해당 프로젝트 또한 수년 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총 3천 건이 넘는 문화유산의 디지털 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워낙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대학과 연구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체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구성하고 진행 중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원천자원 제작 보급 사업'이다. 앞서 말한 사업의 의의처럼, 단순히 디지털 데이터를 구축하는걸 넘어, 실제 창작물에 활용 가능한 실용적 어셋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3년 6월 말부터 약 6개월 간 진행되었으며, 총 248건, 744개의 어셋을 목표로 삼았으나, 작업 과정에서 약 220% 초과달성을 이뤄냈다.

만들어진 어셋들은 언리얼, 유니티 및 스케치팹의 어셋 스토어에 올해 중(2023년 12월 중)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 또한 이 시점에서 끝나지 않고 연차별 로드맵을 구성해 더 많은 국가 유산들을 디지털화할 예정이다.

▲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도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국가유산 공간정보 활용체계(HGIS)'다. 해당 프로젝트는 올해 9월 초부터 약 4개월 간 진행되었으며, 디지털화된 국가유산 공간정보를 활용할 있는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디지털 전환 사업 성과들을 통합해 활용할 수 있게 데이터 통합 관리 기능을 만들어내고는 작업이다.

매장 문화재의 유존 지역 정보, 각 문화재의 위치와 문화재 발굴 위치 등을 정리하고, 역사문화자원들의 위치를 정리해 분포도를 만들며 약 1,400여 개의 지자체, 1만 6천여 건의 문화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인공적 유산뿐만 아닌 지질유산(화석, 암석)등의 표본정보 통합도 함께 진행했으며, 지상과 지하 정보, 파노라마 영상 서비스 등 정리된 문화유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 국가 유산 DB와 지형정보의 합일

▲ 발표가 마무리된 후 콘텐츠를 직접 시연하는 참관객들